자동차

공들여 세공한 렉서스 LC500h vs 옛 감흥 되살린 AMG GT

태권 한 2018. 8. 16. 13:02

공들여 세공한 렉서스 LC500h vs 옛 감흥 되살린 AMG GT

김종훈 입력                

즐길 거리가 다른 양극단 스포츠카
렉서스 LC500h          

[김종훈의 이성과 감성 사이] 고성능 스포츠카는 브랜드의 매력을 높인다. 플래그십이라는 상징 모델과는 다른 영역에서 사람들을 자극한다. 언젠가 품고 싶은 삶의 한 순간이랄까. 고성능 스포츠카 역시 플래그십처럼 기술력을 과시하긴 한다. 빠르게 달리려면 합당한 기술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플래그십처럼 두루두루 다 신경 써야 하는 건 아니다. 고성능 스포츠카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건 비일상적 감흥이다. 우선 뒷목이 저릿한 속도야말로 기본적인 비일상적 감흥 아닌가.

메르세데스-AMG GT          

그런 면에서 플래그십은 이성 영역의 정점을, 고성능 스포츠카는 감성 영역의 정점을 노린다. 갈 방향이 명확하니 어떤 식으로 도달하느냐 차이다. 브랜드마다 기술은 물론,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니까. 같은 스포츠카라도 결과물이 다채로운 이유다. 비일상적 감흥을 전달할 방법 차이이기도 하다. 꼭 뉘르부르크링 기록만으로 고성능 스포츠카의 우열을 매길 수 있진 않다는 얘기다. 해서 각각 재미가 다르다. 그 차이가 또 이성과 감성으로 갈린다.

렉서스 LC500h          

◆ 공들여 세공한 스포츠카, 렉서스 LC500h

렉서스 LC500h는 좀 독특한 고성능 스포츠카다. 제원 숫자보다 다른 게 먼저 들어온다. 이를 테면 콘셉트카를 그대로 구현한 디자인이라든가. 워낙 주목받은 콘셉트카 LF-LC를 매끈하게 재현했으니까. 그동안 콘셉트카를 양산한 경우가 있긴 했다. LC500h는 그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다. 재치 있는 콘셉트면 모를까, 원래 멋있는 콘셉트는 구현하기 어렵잖나. 각종 제약을 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타협하며 수정하는 경우가 다수다. LC500h는 작심하고 구현했다. 그 결과물을 품는다는 설렘은 성능 이상의 떨림을 자아낸다.

렉서스 LC500h          

앉아보면 다시 새로운 감흥이 퍼진다. 눈에 보이는, 손끝이 닿는 거의 모든 부분을 질 좋은 가죽으로 감쌌다. 대우받는 기분을 마다할 리 없다. LC500h는 그 마음을 극대화한다. 경쟁 모델도 고급스럽겠지만, 그 기준을 훌쩍 넘긴다. 극진히 대접받는 기분에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고성능 스포츠카의 첫 번째 덕목은 성능이라지만, 다른 부분이 출중하면 상쇄되기도 한다. LC500h에는 보고 만지고 음미하는 일련의 과정이 극대화한다.

해서 LC500h은 고성능 스포츠카 중에서도 이성적이다. 감성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일상에서 각광받을 요소들이 출중하기에 이성을 자극한다. 하이브리드 엔진 단 고성능 스포츠카라는 성격도 영향을 미친다. 여러 요소를 정교하게 벼린 자동차. 어느 하나를 극단으로 추구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이성을 건드린다. 이것저것 따지면 한 번쯤 소유하고 싶잖나.

메르세데스-AMG GT          

◆ 옛 감흥을 되살린 스포츠카, 메르세데스-AMG GT

메르세데스-AMG GT는 렉서스 LC500h와는 다른 지점을 자극한다. 스티어링 휠을 잡는 그 순간, 감흥이 증폭한다. 물론 AMG GT의 외관 또한 지나가는 사람들 멈추게 한다. AMG 특유의 배기음 또한 도로를 환기한다. 운전자 역시 그 즐거움에 매료된다. 그럼에도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 느끼는 비일상성은 보다 농도가 짙다. 차체 비율을 극단적으로 빚어 운전석이 뒤로 한껏 밀려난 까닭이다. 누구나 AMG GT에 앉으면 그 비일상적 감각에 휩싸인다. 이질적이어서 오히려 특별하다. 딱 요소 하나만으로도 품고 싶어지는 마음. 감성이다.

메르세데스-AMG GT          

AMG GT 운전석에 앉으면 기다란 보닛이 뱃머리처럼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돌리면 보닛 길이 때문에 한 박자 늦게 움직이는 듯하다. 물론 기분만이다. 실제로는 민첩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시각이 주는 이질감이 도드라진다. 꽤 예스러운 감각이다. 자동차 박물관에서 보던 ‘롱 노즈 쇼트 데크’의 전형적 스포츠카. 그 극단적인 조형미를 운전석에서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지금은 과하다고 느껴질 그런. AMG GT는 옛 감각을 불어왔다.

그렇다고 성능이 어디서 빠지지도 않는다. 잘 달릴 방법으로 택한 자세이기도 하다. AMG는 독일의 고성능 모델이지만 미국 머슬카를 연상시켜왔다. 어떤 풍요로움에 집중했다. AMG GT도 결이 비슷하지만, 달리기 솜씨까지 품었다. 운전하는 그 순간의 감각을 즐기도록 했다. 고성능 스포츠카가 줄 수 있는 기본을 더욱 뾰족하게 했다. 해서 오히려 지금 시대에선 감성적일 수 있다. 요즘 고성능 스포츠카는 사뭇 세단처럼 성정을 누그러뜨렸다. AMG GT는 날것을 되살렸다. 그 차이가 LC500h와 한참 거리를 둔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