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울렁증, 이제 그만" 한눈에 보는 마술 같은 주차 기술
"주차 울렁증, 이제 그만" 한눈에 보는 마술 같은 주차 기술
최기성 입력
BMW 7시리즈 원격 주차. /사진 제공=BMW·매경DB
대형 쇼핑몰 주차장에서 주차 공간에 제대로 주차하지 못하거나 헤매는 차량을 보면 무심코 '김여사'가 운전한다고 단정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김여사가 등장한 시기는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터넷에서 운전 못하는 사람을 '김여사'로 지칭하면서 이들의 황당한 주차 장면을 모아 놓은 '못 말리는 김여사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황당한 주차 장면이 나오는 영상에는 운전자를 김여사로 단정하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운전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어도 '김여사'로 간주하고 비하한다.
사실 주차는 초보 운전자뿐 아니라 베테랑 운전자에게도 골칫거리다. 도심에는 주차할 곳도 적지만 막상 주차장을 찾아도 공간이 좁아 엄두를 내지 못할 때도 많다. 덩치가 큰 차를 운전한다면 오래된 빌딩이나 아파트 주차장은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주차 문제가 판매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해 주차 울렁증을 없애 주는 주차 보조 기술을 개발했다. 주차 경보음과 후방 카메라는 기본이고, 운전자가 기어와 브레이크만 조작하면 차가 알아서 빈 공간을 찾아 주차하는 반자동 주차 시스템인 '파크어시스트'도 일반화하는 추세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운전석에 앉아 있을 필요 없이 차 밖에서 원격 주차할 수 있는 '발레 주차 시스템'도 등장했다. 스마트폰으로 주차장에 있는 차를 불러올 수 있는 자동 입·출차 시스템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SF영화나 매직쇼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마술 같은 기술이 현실화한 셈이다.
BMW는 7시리즈 라인업에 '리모트 컨트롤 파킹(RCP·Remote Control Parking)' 기능을 넣었다. RCP는 BMW가 세계 최초로 양산형 차량에 적용한 원격 조종 주차 시스템이다.
운전자는 차고나 좁은 주차 공간 앞에서 차를 멈춘 뒤 시동을 끄고 내린다. 차 근처에서 BMW 디스플레이 키를 작동시키면 차에 시동이 걸린 뒤 차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주차 공간에 멈춘다. 차에 탈 때도 디스플레이 키를 작동시켜 주차 공간 바깥으로 차를 빼면 된다. RCP는 차 한 대가 간신히 들어가 운전석 문을 열 수 없는 차고나 좁은 주차 공간에서 효과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차량 양방향으로 주차 공간을 찾아주는 주차 보조 시스템을 채택했다. 센서 12개와 카메라 4개가 주차 위치를 파악한다. 차가 스스로 주차할 때는 운전자가 아무리 가속페달을 밟아도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반대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거나 스티어링휠을 움직이면 자동 주차 기능이 해제된다.
주차 공간에서 빠져나갈 때는 센터콘솔에 있는 'P' 버튼을 누르면 출차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기어를 넣으면 차량 스스로 스티어링휠을 움직여 운전자가 정한 방향으로 향하고, 방향 지시등도 알아서 작동한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원격 전자동 주차 시스템. /사진 제공=현대모비스
아우디는 인공지능(AI) 원격 주차 파일럿과 AI 원격 차고 파일럿을 A8에 장착했다. 차 스스로 운전해 주차 공간이나 차고로 이동하는 자율 주차 기능이다. 운전자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주차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닛산 프로파일럿 파크도 초음파 센서 12개와 카메라 4개를 통해 자동 주차를 실행한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자율주행 수소전기차 넥쏘에는 현대모비스의 '원격 전자동 주차 시스템(RSPA·Remote Smart Parking Assistance)'이 적용됐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스마트키 버튼을 누르면 빈 공간을 인식하고 스스로 주차·출차하는 기능이다.
차량 전후측방에 있는 총 12개 센서가 주차 공간을 탐색하고, 변속·핸들링·가감속을 자동화한 첨단 주차 기술이다.
주차 로봇도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 국제공항에 설치된 주차 로봇 '레이(Ray)'다. 운전자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주차를 예약한 뒤 정해진 장소에 차를 세워 놓으면 된다. 레이는 지게차처럼 이 차를 들어 주차 공간에 가져다 놓는다. 운전자는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고, 주차장 측은 주차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업체인 이펑오토메이션테크놀로지도 레이와 비슷한 주차 로봇 '게타(Geta)'를 내놨다. 슬라이드형 레이저 유도 주차 로봇인 게타는 운전자가 지정 장소에 차를 놓아 두면 납작한 몸체를 차 밑으로 넣어 차체를 그대로 들어 올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조만간 상용화하거나 개발이 완료되는 기술도 있다. BMW는 RCP보다 한 단계 발전한 원격 발레파킹 어시스턴트(Remote Valet Parking Assistant) 기술을 보유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레이저 스캐너를 통해 얻은 정보를 다층식 주차장과 같은 건물 정보와 합산하고 주차장 구조를 인식한 뒤 기둥이나 삐딱하게 세워진 차 등 장애물을 피해 안전하게 무인 주차할 수 있다. 운전자가 스마트워치를 통해 출발 명령을 내리면 운전자가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 시동을 미리 걸어 둔다.
혼다는 자동 주차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운전자가 백화점 입구에 차를 세우고 내린 뒤 주차 버튼을 누르면 주차장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가 빈자리 정보를 파악한 뒤 차를 제어해 주차한다.
운전자가 일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와 출차 버튼을 누르면 차는 다시 운전자가 있는 곳까지 스스로 움직여서 온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백화점 측은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차를 세울 수 있고, 운전자는 주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아우디는 무인 주차 시스템인 개라지 파킹 파일럿(Garage Parking Pilot)을 개발했다. 운전자가 주차장 입구에 차를 세워 놓고 내리면 차 스스로 내비게이션에 나온 경로대로 트랙을 따라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주차장에서는 센서를 이용해 빈 공간을 찾아낸 뒤 스스로 주차한다. 주차장 밖에서 운전자가 스마트폰 등으로 신호를 보내면 다시 트랙을 따라 나와 운전자가 있는 곳에 멈춘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운전자가 주차장에서 차에 타고 내릴 때 필요한 공간이 필요 없어져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차를 세울 수 있다.
포르쉐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차 공간을 탐색하고 자동으로 주차까지 해 주는 리모트 파크 어시스트를 올해 말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카이엔에 장착할 계획이다.
보쉬 자동 발레 주차 시스템. /사진 제공=보쉬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도 자동차와 보안 시스템 간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이용한 자동 발레 주차 시스템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주차장 폐쇄회로(CC)TV를 통해 주차 공간을 찾은 뒤 자동차 스스로 주차하는 방식이다.
보쉬는 실시간으로 주차 공간을 알려주는 커뮤니티 기반 주차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달리는 차에 장착한 시스템이 주변에 주차된 차들을 센서처럼 활용해 비어 있는 주차 공간 정보를 파악한다. 보쉬는 이 정보를 활용해 만든 실시간 주차 지도를 운전자들에게 전달한다.
현대모비스도 운전자가 건물 입구에서 하차하면 자동차와 인프라스트럭처(주차 시설) 간 통신기술을 이용해 빈 공간을 찾아 스스로 주차하는 자동 발레 주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기성 디지털뉴스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