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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은 죽지 않는다, 사라지지도 않는다..1993 토요타 수프라

태권 한 2019. 1. 30. 11:50

노병은 죽지 않는다, 사라지지도 않는다..1993 토요타 수프라

강동희 입력

많은 자동차는 출시 후 도로 위를 위풍당당 누비다가 결국엔 폐차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운 좋은 자동차는 계속 수리 받거나 다른 주인에게 넘어가 차생을 이어가겠지만. 이런 순환을 보면 맥아더 장군의 말이 떠오른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토요타 5세대 신형 수프라는 군인으로 치면 이제 막 훈련병 계급장을 뗐다. 최근 경매에서 210만 달러(약 23억 4천만 원)로 낙찰되며 홍보 효과도 톡톡히 봤다. 반면 4세대 수프라는 만기전역을 하고도 남은, 이미 진 태양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4세대 수프라는 아직 죽지 않았다. 1993년형 수프라가 700마력을 뿜으면서 아직도 쌩쌩하다는 걸 어필한다.

심장은 직렬 6기통 3.0L 가솔린 터보 2JZ 엔진을 밑바탕 삼았다. 일반 수프라의 최고출력은 326마력이지만 괴수 같은 수프라는 700마력을 뿜는다. 단순히 힘을 내는 데만 신경 쓰지 않았다. 겉을 보면 다운포스를 위해 거대한 프론트 스플리터와 카나드 윙을 달았고 꽁무니엔 큼직한 리어 윙을 얹었다. 또한 폐활량을 키우기 위해 헤드램프 한쪽에 구멍을 뚫었다.

700마력은 오롯이 뒷바퀴만 굴리는 데 쓴다. 출력이 부담스럽다면,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눌러 500마력 세팅으로 바꿀 수도 있다. 강력한 힘은 차체 꽁무니에 붙은 ‘Radical Killer(레디컬 암살자)’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이 차는 독일 뉘르부르크링(Nürburgring) 서킷을 7분18초 만에 끊었는데, 레디컬 SR3를 추월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래서 레디컬 킬러다.

낯 선 이름의 자동차 회사 레디컬(Radical)은 영국의 스포츠카 업체다. 가장 인기 있는 모델 SR3는 탄소강 프레임 섀시를 밑바탕 삼아 레디컬에서 손본 RPE(Radical Performance Engine)-스즈키 4기통 1.5L 가솔린 DOHC 엔진을 품었다. 최고출력은 225마력인데, 0→시속 100㎞ 가속을 3.2초에 끊는다. 공차중량이 620㎏에 불과한 까닭이다.

극단적으로 출력을 높인 1000마력 수프라도 있다. 이름은 무법자(Outlaw) 10.5. 에카누 레이싱(EKanoo Racing)에서 드래그 레이스를 위해 특별히 튜닝 한 수프라로, ¼마일(400m)을 6초 만에 주파한 기록을 갖고 있다. 결승점을 통과했을 때 속도는 시속 240마일(시속 약 387㎞)에 달했다. 다만 앞의 수프라와 달리 일반 도로주행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은퇴한 노병’ 수프라는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2JZ 엔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출력을 한층 높여도 견디는 남다른 내구성을 자랑한다.

새로운 수프라는 2019년 여름, 북미지역에서 1,500대의 런치 에디션(Launch Edition)을 시작으로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가격은 런치 에디션 55,250달러(약 6,100만 원), 일반 수프라는 49,990달러(약 5,500만 원)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