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테일이 최고야! DS 3 크로스백

태권 한 2019. 12. 20. 18:07

디테일이 최고야! DS 3 크로스백

강준기 입력

언제부턴가 자동차를 만드는 데 공식이 생긴 듯하다. 커다란 모니터, 화려한 무드등, 반자율주행 시스템, 음성인식 비서 등 담고 있는 메뉴가 대부분 비슷하다. 이젠 조금이라도 기능 많은 가전제품 고르듯 차를 선택한다. 반면 DS 3 크로스백이 겨눈 과녁은 조금 다르다. 휘황찬란한 소프트웨어보단 보고, 만지며 느끼는 순수한 감각에 집중한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강동희 기자

얼마 전 오랜만에 ‘오빠노릇’하고 싶어 동생 데리고 백화점에 들렀다. 사고 싶은 거 하나 사줄 마음이었다. 내심 구두나 재킷 등 기존에 선물한 적 없는(또는 저렴한) 걸 고르길 바랐으나 또 핸드백을 산단다. 그러나 내 기준엔 동생이 고른 백은 가방이 아니었다. 스마트폰 하나 넣으면 꽉 찰 거 같은 크기에 주렁주렁 달린 장식만 많았으니까. 난 주머니 많고 큼직한 다른 백을 추천했다.

그러나 동생과 난, 가방을 고르는 기준이 달랐다. 난 노트북도 들어가고 카메라도 들어가고 지퍼도 많아야 한다. 하지만 동생은 휴대폰과 몇 가지 화장품만 넣으면 된다. 따라서 넉넉한 수납공간보단 잘생긴(?) 모양, 브랜드 가치가 중요했다. 오늘 소개할 DS 3 크로스백도 내 기준에선 ‘빵점’짜리 차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 옮기면 경쟁 차엔 없는 진가를 발견할 수 있다.

‘대형차=고급차’ 편견을 없애다

먼저 외모 소개부터. 대개 소형 SUV는 차급과 가격을 고려한 나머지, 장비에 인색한 부분이 있다. 반면 DS 3 크로스백은 ‘대‧중‧소’로 나눈 여느 SUV 라인업과 달리 표정부터 신선하다. 거대한 콧날 끝마디에 ‘매트릭스 LED 비전’ 헤드램프를 펼쳤으니까. 범퍼 가장자리를 감싼 ‘펄 스티치’ 주간주행등과 ‘반짝이’ 크롬으로 치장한 DS 엠블럼도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120×1,770×1,550㎜. 경쟁 B-세그먼트 SUV 중에 작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왜소한 체격은 이 차의 약점이 아니다. ‘동급 최대공간’ 등을 달성하기 위해 태어난 차가 아니니까. 작은 차를 좋아하지만 대형차 수준의 장비와 소재를 원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겨냥한다. 어차피 공간 넓은 그랜저를 산다한들, 혼자 타는 게 대부분인데.

DS 3 크로스백의 ‘으뜸매력’은 뒤쪽에서 45°로 바라볼 때. 1‧2열 도어 사이에 이른바 ‘샥스핀 스타일링’을 더했다. 볼륨감 있는 네 바퀴 펜더와 움푹 파인 캐릭터 라인도 포인트. 도어 손잡이도 패널 안에 감쪽같이 숨었다. 가느다랗게 실눈 뜬 테일램프는 LED를 빼곡히 채우고 좌우를 크롬으로 이었다. 이처럼 DS 3 크로스백은 ‘뻔하지 않은’ 외모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컬러 차트도 감성 충만하다. 시원한 청록 빛의 밀레니엄 블루, 와인처럼 근사한 로그 루비 등 유채색이 단연 눈길을 끈다. 또한 무채색도 ‘반짝이’ 펄을 양껏 머금어 여느 브랜드의 도장보다 특별해 보인다. 특히 지붕과 A‧B‧C 필러, 사이드 미러를 투톤으로 검게 칠해 차체가 더욱 낮아 보이는 효과도 얻는다. 시승차의 색감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 하는 렌즈가 아쉬울 따름이다.

실내도 흥미롭다. 마름모꼴로 빚은 조형들이 빛을 받아 독특한 양감을 전한다. 덕분에 정교한 프랑스 조각 작품 감상하듯 곳곳을 음미하게 만든다. 심지어 기어레버 주변 버튼, 스피커 커버도 조각하듯 빚었다. 시트는 시계줄처럼 가죽을 독특하게 엮었다. 만지는 재미도 쏠쏠하다. 손이 닿는 대부분의 부위를 촉촉한 나파 가죽으로 감싼 결과다. 단, 후발주자의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럭셔리 브랜드답게 장비도 풍성하다. 오디오 마니아들이 반길 포칼 일렉트라 하이파이 시스템이 실내에 자리했다. 515W(와트) 앰프와 서브우퍼 1개, 스피커 12개를 짝지었다. 해질녘 근사한 음악 들으며 달리는 맛이 일품이다. 또한, 계기판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타코미터 대신 7인치 모니터를 쓰고 센터페시아 중앙에도 같은 크기의 터치스크린을 얹었다.

그러나 최신 트렌드에 다소 뒤처지는 느낌도 든다. 이젠 소형차도 10인치 이상 와이드 모니터를 쓰는 경우가 많다. DS 3 크로스백의 경우 유럽형은 10인치, 국내형은 7인치다. 속사정이 있었다. 유럽 모델은 생산 과정에서 계기판과 연동하는 순정 내비게이션을 넣는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생산 공장에 지도정보를 제공할 수 없어 작은 화면을 쓸 수밖에 없었다.

대신 국내 모델은 T맵을 쓰며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등 최신 커넥티비티 시스템을 제공한다. 따라서 큰 불만은 없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도 빠짐없이 담았다. 작은 차엔 흔치 않은 운전석 마사지 기능도 포인트. 심지어 앞뒤에 차음 유리까지 심었다. 이처럼 DS 3 크로스백은 ‘대형차만이 고급차가 아니다’란 사실을 일깨운다.워치 스트립 패턴에서 영감 얻어 나파가죽을 독특하게 엮었다.

뒷좌석은 성인 남성을 태우긴 조금 미안할 수 있다. 키 182㎝의 기자가 앞좌석을 맞추고 뒤에 앉았을 때, 무릎 여유공간은 주먹 반 개 정도. 대신 앞과 같은 촉촉한 가죽 품질을 느낄 수 있고, 메르세데스-벤츠 GLA, 렉서스 UX 등 비슷한 체격의 소형 SUV와 비교하면 머리공간이 의외로 넉넉하다. 부부와 어린자녀 1~2명의 패밀리카 용도로도 충분히 쓸 수 있다.

골격도 새롭다. PSA 그룹의 차세대 소형차 플랫폼인 CMP(Common Modular Platform)의 첫 번째 수혜자다. 내연기관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전기 파워트레인까지 수용할 수 있는 뼈대로, 이전보다 무게는 줄이되 강성은 든든히 키웠다. 특히 DS 3 크로스백은 두꺼운 메탈 도어패널과 유리를 써 상위 세그먼트 부럽지 않은 N.V.H(소음‧진동‧불쾌감) 성능을 뽐낸다.

참고로 요즘 PSA와 FCA 그룹의 합병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앞으로 두 그룹 산하 브랜드의 승용 라인업은 크게 두 가지 플랫폼으로 통일한다. 푸조 508, 5008 등이 품은 중대형차 골격인 EMP2, DS 3 크로스백의 CMP 플랫폼 등 2개다. FCA도 픽업트럭을 제외하면 이 뼈대를 쓸 계획이다. 다음 세대 지프 레니게이드, 피아트 500X 등을 기대하는 이유다.

소형 SUV 최고의 운전재미

안팎 디자인 감상을 끝내고 운전대를 잡았다. 예상보다 시트 포지션이 낮다. 몸을 포근히 에워싸는 의자와 직경 작은 스티어링 휠이 운전욕구를 자극한다. 단, 왼쪽 발 얹어놓을 발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소 앞으로 나온 까닭이다. 따라서 주행 중 왼 무릎 각도가 오른 다리보다 많이 꺾여 불편하다. 또한, 시트 포지션을 다리 길이에 맞추면 운전대까지 거리가 멀다. 텔레스코픽 기능의 가동범위를 더 키우면 좋겠다. 물론 체형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시동 버튼 누르자 잔잔하게 숨통을 튼다. PSA 그룹 내 주요 라인업이 두루 쓰는 직렬 4기통 1.5L 디젤 터보다. 8단 자동기어와 맞물려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31.0㎏‧m를 뿜는다. 성능제원은 도드라지지 않지만, PSA의 디젤 엔진은 자동차 업계가 까다로운 배출가스 규제로 휘청거릴 때, 이미 모든 조건 충족시켜 통과한 ‘명기’다. 이름에 ‘블루 HDi’ 붙일 만하다.

이 엔진은 푸조 3008,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등 다른 모델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DS 3 크로스백은 이들보다 한결 정숙하다. 소형 SUV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공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고회전이 불편한 여느 디젤 엔진과 달리 4,000rpm 이상에서도 매끈한 회전질감을 느낄 수 있다. 제조사가 밝힌 0→시속 100㎞ 가속성능은 9.9초. 최고속도는 시속 195㎞다.

소제목에 ‘소형 SUV 최고의 운전재미’라고 자신 있게 말한 이유는 쫀득한 하체에 있다. 서스펜션 방식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암 구조. 재료 자체는 여느 모델과 비슷한데, 감칠맛은 전혀 다르다. 항상 PSA 그룹의 소형 세그먼트를 타면 와 닿는 부분이다. 끈적한 잼처럼 노면을 움켜쥐는 맛이 남다르다. 스티어링 휠은 속도 높일수록 답력을 높여 안정감을 키운다.

단, DS 3 크로스백은 푸조, 시트로엥과 또 다른 차이가 있다. 댐핑 스트로크가 짧고 이완 과정이 한층 빠르다. PSA 특유의 찹쌀 같은 승차감을 밑바탕 삼되, 독일차 타며 느끼는 단단한 하체를 조미료로 첨가했다. 덕분에 고속에서 탄탄한 스티어링과 만나 남다른 주행 안정감을 전한다. 코너에선 나의 의도대로 말끔하게 궤적을 그려, 들쑤시는 재미가 쏠쏠하다.

DS 3 크로스백은 3가지 트림으로 나눈다. 몇 가지 옵션 차이는 있지만, 안전장비 만큼은 가격에 따라 차등을 주지 않는다. 가령,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스톱&고, 차선 중앙유지 보조 등 3가지 기능을 묶은 ‘DS 드라이브 어시스트’가 기본이다. 여기에 차선 이탈방지 보조, 사각지대 경고, 오토 하이빔, 경사로 주행보조 등 총 15가지 안전사양을 기본으로 품었다.

특히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는 상위모델 부럽지 않다. 자전거와 보행자까지 인식해 충돌 위험 시 시속 5~140㎞ 범위에서 차 스스로 빗장을 건다. 더욱이 DS 3 크로스백은 유로NCAP이 치른 신차평가 프로그램에서 어른 탑승자 96%, 어린이 탑승자 86%의 높은 점수로 별 다섯 개 최고점을 받았다. 이 차보다 점수 낮은 대형차도 수두룩하며, 에어백은 총 8개로 사방을 꼼꼼히 틀어막았다.

DS 3 크로스백. 범람하는 소형 SUV 시대에 이 차가 겨눈 과녁은 명확하다. 비록 후발주자긴 하지만 흔치 않은 외모와 개성 있는 구성으로 빈틈을 겨냥한다. ‘소‧중‧대’로 나눠 소재와 사양에 차이를 둔 경쟁사와 달리, 엔트리 라인업에도 상위 모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장비를 양껏 얹어 만족감을 높인다. ‘작은 고급차’로 틈새시장 노리는 DS 3 크로스백.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한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