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접은 '제타' vs 90년생 '아반떼'
박찬규 기자 입력 2020.10.30.
가격 낮춰 돌아온 제타, 아반떼에 위협될까?
폭스바겐이 준중형 세단 ‘제타’(오른쪽)를 국내에 출시하며 해당 차급의 절대강자로 꼽히는 현대 ‘아반떼’(왼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진제공=각 사
폭스바겐이 준중형 세단 ‘제타’를 국내에 출시하며 해당 차급의 절대강자로 꼽히는 현대 ‘아반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수입차 대중화를 목표로 2000만원대 가격을 앞세웠다. 자존심을 세우기보다 실속을 차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타는 1979년 출시 후 1750만대 이상 팔린 폭스바겐의 주요 차종이다. 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설립 이후 국내에는 1만7000여대가 넘게 판매됐다. 이 중 7000여대는 2014년부터 ‘디젤 게이트’로 판매가 중단된 2016년까지 3년 만에 달성한 실적이다.
이번에 국내 출시된 건 2018년 미국에서 출시된 7세대 가솔린 모델이다. 폭스바겐의 새로운 모듈러 플랫폼인 ‘MQB’(가로배치 엔진용 생산모듈)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현재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에 맞서는 아반떼도 7세대 모델이다. 1990년 출시돼 올해로 서른 살을 맞았고 현재 1500만대 판매라는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둔 현대차의 핵심 차종이다. 지난 4월 과감한 디자인을 갖추고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한 7세대 모델이 등장해 큰 관심을 모았으며 4월부터 9월까지 5만4500대가 팔렸다. 최근엔 친환경 모델인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고성능 N라인이 추가돼 그야말로 ‘팔색조’ 매력을 뽐내고 있다.
폭스바겐 제타. /사진제공=폭스바겐
7세대 라이벌의 격돌
6세대 제타와 아반떼는 비교대상이 아니었다. 제타는 3000만원 초중반 가격대에 배기량 2000cc급 엔진을 탑재한 탓에 오히려 윗급인 ‘쏘나타’와 비교됐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아반떼가 덩치를 키우고 상품성을 개선해 위상이 급격히 높아졌다. 그사이 제타는 배기량을 줄이며 가격을 낮춰 라이벌 차종으로 지목된다.
폭스바겐코리아에 따르면 제타의 올해 수입량은 ‘론칭 에디션’으로 부르는 2650대며 추가 물량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판매를 다시 시작하는 차종인 만큼 상징성은 필수. 회사는 6세대 제타 대비 프리미엄 트림은 최대 약 400만원, 프레스티지는 약 700만원 인하해 각각 2714만9000원과 2915만6000원에 내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즉시 프로모션까지 내걸었다. 프리미엄 트림의 경우 현금으로 구매 시 12% 할인해주며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 프로그램 이용 시에는 최대 14%의 추가 할인 효과로 2329만9000원에 구매 가능하다는 게 회사의 설명. ‘2000만원대 수입차’라는 광고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6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실내공간은 넓어지고 상품성이 크게 개선됐다”며 “그럼에도 국산 준중형차와 비슷한 가격으로 출시돼 올해 판매분이 거의 소진됐다”고 말했다.
단정하고 수수한 디자인이 특징인 제타와 달리 올 뉴 아반떼는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라는 테마를 적용해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차별화했다.
아반떼의 내장 디자인은 탑승자를 감싸는 듯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10.25인치 클러스터와 10.25인치 내비게이션이 통합된 형태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는 최근 고급차에서 유행하는 디자인이다. 8인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는 등 제타는 다소 밋밋한 내장 디자인을 갖췄지만 쉽게 질리지 않는 폭스바겐 브랜드의 특징 중 하나다.
아반떼의 가격은 1717만원(무단변속기 IVT적용)부터 시작하며 ▲N라인 기본형 2179만원 ▲인스퍼레이션 2779만원이다.
현대 아반떼 N라인.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제타의 묵직함, 아반떼의 넉넉함
신형 제타는 1.4 TSI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 150마력에 최대토크는 25.5㎏.m(1400~3500rpm)다.
아반떼는 기본형인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 MPI(자연흡기 멀티포트분사방식) 엔진 탑재 모델은 최고출력 123마력과 최대토크 15.7㎏.m의 힘을 낸다. 변속기로는 IVT가 맞물린다. 고성능 버전인 아반떼 N라인은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 터보 엔진과 7단 DCT(듀얼클러치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204마력과 최대토크 27.0㎏.m(1500~4500rpm)를 자랑한다.
복합연비는 제타가 ℓ당 13.7㎞이며 아반떼 1.6 가솔린은 ▲최고 15.4㎞(15인치 휠) ▲최저 14.4㎞(17인치 휠)이며 N라인은 12.8㎞(18인치 휠)다.
제타의 길이×너비×높이는 4701×1798×1458㎜며 휠베이스는 2684㎜다. 무게(공차중량)는 1404㎏. 아반떼는 길이×너비×높이가 4650×1825×1420㎜고 휠베이스 2720㎜다. 무게는 1185~1245㎏. N라인은 길이가 25㎜ 더 길고 무게는 1310~1340㎏이다.
길이는 제타가 길지만 실내공간은 폭과 휠베이스에서 차이를 보인 아반떼가 더 넓다. 무게도 아반떼가 가볍다.
제타와 아반떼는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자료제공=각 사, 그래픽=김민준 기자
첨단장비는 기본
첨단기능은 아반떼가 압도한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량/보행자/자전거 탑승자/교차로 대향차)(FCA) ▲차로 유지 보조(LFA)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운전자 주의 경고(DAW) ▲하이빔 보조(HBA)를 기본 적용했다. 이외에도 음성 명령으로 차의 여러 기능을 작동시키고 스마트폰으로 차를 조작하는 등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했다.
제타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링 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이 기본 적용됐고 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을 통해 후진 시 능동적으로 접촉사고를 예방해준다.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제타를 소개하며 “많은 한국 고객이 수입 세단을 첫차로 선택하는데 전혀 망설임이 없도록 이번 신형 제타의 론칭 에디션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해 수입 세단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아반떼는 다양한 라인업으로 준비돼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에 대응할 수 있다”며 “차의 기본기가 크게 향상됐고 첨단기능으로 무장한 게 신형 아반떼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