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존재감, MV 아구스타 브루탈레 1000 RR
월간모터바이크 입력 2021.01.31.
MV AGUSTA BRUTALE 1000 RR
콤팩트한 사이즈에 대비되는 거대한 존재감을 지닌 슈퍼네이키드. 이 바이크를 접하는 순간 ‘압도적이다’ 라는 표현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브루탈레 1000RR은 한정판 모델인 ‘브루탈레1000 세리에오로’를 통해 처음으로 그 존재가 알려졌다. MV아구스타는 종종 새로운 모델을 공개할 때 스페셜 버전인 세리에오로를 먼저 선보이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는 새로운 디자인을 처음으로 선보일 때 더 완벽한 모습으로 큰 충격을 줄 수 있고 이후에 출시하는 양산모델은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EICMA쇼에서 브루탈레 1000 세리에오로를 처음 봤을 때 아름다운 디자인과 차체가 뿜어내는 아우라에 압도되어 바이크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듬해 만난 양산 버전의 브루탈레 1000RR은 조금 더 현실에 가까워진 모습이었지만 그 카리스마만큼은 여전했다.
주간주행등과 LED헤드라이트의 조합이 돋보이는 헤드라이트. 둘레와 좌우로 길게 뻗어나온 인테이크 홀까지 곳곳에 무광의 카본파이버가 쓰였다/16리터의 연료탱크는 도심주행이든 가벼운 투어까지 커버하기에 충분한 용량을 담는다
테일램프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발광면의 디테일에서 빛을 다루는 센스가 돋보인다. 좌우 2발씩 나뉜 순정 배기시스템은 애로우Arrow와 협력해서 제작한 것이다 / 좌우로 나뉜 안장은 편안함을 포기해도 좋을 만큼 예쁘다
시대를 관통하는 디자인
이 바이크는 2020년 최첨단에 서있는 동시에, 과거에 머물러있는 모델이다. 엔진의 배기량이 바뀌고 시대에 흐름에 따라 각종 요소들이 채워졌지만 2001년에 처음으로 선보였던 ‘브루탈레 750 세리에 오로’로부터 지금까지 설계의 기본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대에 뒤처졌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MV아구스타의 디자인이 그만큼 앞서 있었다는 이야기다. 첫 등장부터 완성형이었던 디자인이기에 큰 변화 없이 연식을 더할수록 디자인에는 조금씩 디테일만 더해왔다. 그리고 이번 1000RR은 지금까지의 4기통 브루탈레 역사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준 모델이다.
하이퍼네이키드
양산 모델이지만 이미 타 브랜드였다면 한정판 모델이었을 수준의 패키지다. 외장의 대부분을 카본으로 두르고 절삭파츠와 호화 부품들을 차체 전반에 둘렀다. 기본은 전통적인 브루탈레 고유의 라인을 따르고 있지만 차체전반에 유니크한 디테일을 가득 채웠다. 콘셉트 모델에서나 볼법한 요소들이 이 바이크를 더욱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한다. 특히 악마가 입을 벌린 듯 거대한 존재감의 테일램프와 그 둘레를 감싼 리어 디자인은 양산형 바이크에서 보기 힘든 과감하고 섹시한 디테일이다. 애로우Arrow와 협력으로 제작된 4-1-4 배기시스템도 후면 디자인에 독특함을 더한다. 전면은 더 날렵해진 헤드라이트에 연료탱크부터 좌우로 에어인테이크가 길게 내려오며 더욱 공격적인 인상을 만든다. 전면을 낮게 만들기 위해 계기반도 연료탱크 쪽으로 옮겨 달았다. 그리고 좌우로 슬쩍 뻗은 윙렛도 한눈에도 구분되는 특징이다. 미려한 디자인의 날개가 MV아구스타의 시작이 항공기 제조사였음을 상기시킨다(아직도 MV아구스타 로고에는 비행기 날개 상징이 남아있다.)
TFT컬러 대쉬보드는 주행에 관련된 여러 옵션을 설정하기에 좋았다. 절삭 가공된 계기반 마운트가 멋지다
윙렛은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으며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로 가벼운 전도 시에는 차체를 보호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이 바이크의 심장은 슈퍼바이크인 F4로부터 물려받은 998cc 직렬4기통 엔진이다. 이전 모델인 브루탈레 1090은 물론, 경쟁모델들보다 작은 배기량으로 가장 강력한 출력을 낸다는 것은 결국 더 빠르게 돌아야 한다는 뜻이다. 50.9mm의 짧은 스트로크에 13.4의 압축비를 가지며 14,000rpm까지 돌린다. 그 결과 208마력을 얻었다. 이 엔진을 디튠없이 탑재해 최고속도 300km/h를 내는 제정신이 아닌 하이퍼 네이키드가 탄생한 것이다.
도로 위의 레이스 머신
시동 버튼을 가볍게 눌러주는 것으로 엔진이 깨어난다. 아이들링 소리가 어금니를 꾹 다물고 으르렁 거리는 맹수소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니다. 유압식 클러치레버는 매끄럽게 작동하는데 강력한 클러치 스프링의 반발로 레버의 압력은 거의 악력기처럼 느껴진다. 계기반의 회전계의 눈금은 3,000rpm부터 표시된다. 이 바이크를 탈 때는 3,000rpm이하의 회전수는 쓰지 말라는 의미로 옛날의 레이스 머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테일이다. 실제로는 1,500rpm에서도 바이크가 부드럽게 움직일 정도의 토크는 나오고 회전수도 화면 중앙에 숫자로 표시되긴 한다.
엔진이 예열을 마칠 때까지 친절하게 엔진 온도가 낮다는 경고가 화면에 표시된다. 우선 타이어의 열도 올릴 겸 저회전으로 달렸다. 부드러운 토크와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누구나 다룰 수 있는 바이크처럼 유순하다. 도로의 흐름을 따라 달리다보니 어느새 계기반의 경고 문구가 사라졌다. 때마침 앞에 차들도 없이 뻥 뚫려있는 도로로 접어든다. 때가되었다. 주행 모드를 레이스로 바꾸고 스로틀을 크게 열었다. 엔진음이 키를 점점 높이다 소프라노의 영역에 들어설 때 프런트 휠이 슬그머니 떠오르며 스티어링에 저항이 사라진다. 그래도 가속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폭발적으로 속도를 붙여나간다. ‘Brutale’. 이탈리아어로 ‘잔인한’ 이라는 뜻의 이름에 어울리는 이 폭력적인 가속감은 지금까지 타본 바이크 중 가장 공포스러웠고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이 짜릿한 가속감으로 208마력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조금이나마 체감했다. 순정상태로도 배기음은 환상적이다. 유로4 규제안에서 최대의 사운드와 필링을 뽑아낸 느낌이다. 엔진이 13,000rpm을 넘길 때 터지는 가솔린 엔진의 포효는 뒷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리어서스펜션 역시 올린즈의 전자제어 리어쇽이 기본 장착된다
순정 풋패그가 절삭가공품이며 풋패그의 높이 조절과 레버 거리와 높이 등 조절이 간편한 디자인이다
포지션은 독특하다. 풋패그는 의외로 편안한 위치에 있지만 핸들이 멀고 낮은 탓에 상체를 제법 숙여야 한다. 네이키드 포지션이라고 하기는 지나치게 본격적이다. 일반적인 네이키드와 레플리카의 중간에서 살짝 레플리카로 치우친 느낌이다. 기존의 브루탈레들 보다 확연히 핸들높이가 낮다. 첫 라이딩은 30분정도에 마쳤다. 짧은 주행시간에도 엉덩이와 손바닥이 저릿저릿하다. 포지션도 만만치 않지만 시트의 쿠션은 단단하고 서스펜션은 더 단단해서 완전히 레이스 머신을 타고 난 느낌이다. 노면의 작은 돌기하나도 다 읽어내는 느낌이다. 이렇게 스파르타식으로 라이더를 몰아붙이는 네이키드는 처음 경험해봤다. 커스텀 주행모드로 들어가 전후 서스펜션 세팅을 소프트하게 풀었다. 이제 서스펜션이 야들야들하게 움직여준다. 전후에 장착된 올린즈의 전자조절 서스펜션은 조절 폭이 상당히 크고 피드백이 확실히 다르다. 일단은 다 풀어 놓고 바이크에 적응하면서 서스펜션을 조금씩 조이는 방향으로 세팅을 잡아가니 이제야 탈만하다.
새로운 도전과제
바이크에 처음 올랐을 때부터 이 섹시한 바이크가 코너에서 어떠한 움직임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다. 일단 1,415mm의 짧은 휠베이스는 민첩함을 기대하게 만드는 수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첫 코너부터 내가 의도한 라인보다 한참 크게 라인을 그리고 원하는 만큼 바이크를 기울이기도 힘들었다. 천천히 페이스를 올리며 이런저런 방법으로 바이크를 달래보았다. 스티어링의 조작과 확실한 체중이동, 그리고 시선처리를 통해 내 의도를 바이크에 정확히 입력해야 그제야 바이크가 제대로 돌기 시작한다. 코너의 탈출구만 쳐다봐도 알아서 돌아나가는 느낌의 요즘 바이크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섀시가 지나치게 단단하게 느껴진다. 코너를 하나씩 지날 때마다 조금씩 의도대로 달릴 수 있었다. 몸에 익는데 까지 제법 시간이 걸린다. 달릴수록 페이스는 조금씩 올라가지만 한계는 무척 높아서 불안함은 없었다. 그동안 너무 바이크에 모든 걸 맡기는 주행을 해왔구나 싶을 정도로 브루탈레 1000RR은 내게 정확한 주행을 요구했다. 코너를 제대로 돌기 시작하면 상당히 빠르고 깔끔하게 돌아나간다. 철저하게 라이더의 스킬에 성능이 좌우되는 바이크다. 그리고 솔직하게 스스로의 주행을 평가하자면 테스트를 마칠 때까지 100%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데는 실패했다. 약간의 패배감과 더불어 남아있는 도전의식이 마음을 복잡하게 흔든다.
프레임 새겨진 제작자의 이름과 그가 열정으로 제작했다는 내용의 플레이트가 바이크에 대한 신뢰를 높여준다
올린즈 서스펜션과 브렘보 스티레마 캘리퍼, 그리고 거대한 320mm디스크에서 바이크의 성능이 짐작 된다
호화 장비 탑재
최신 모델, 그리고 MV아구스타를 대표하는 모델답게 최신의 전자장비는 모조리 탑재하고 있다. IMU기반의 코너링ABS를 지원하고 윌리컨트롤과 런치컨트롤, 블루투스 연결 등은 이제 기본적인 장비다. 트랙션컨트롤은 8단계로 개입 단계를 즉각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올린즈의 전자제어 NIX포크와 TTX리어쇽을 장착했다. 전자장비의 완숙도는 예상보다 뛰어나서 바이크를 믿고 달리기엔 충분했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완벽했다. 320mm디스크에 조합된 브램보 스티레마 모노블럭 캘리퍼가 만들어주는 제동력과 노면에 타이어를 눌러주는 올린즈 서스펜션, 적당히 열이 올라온 피렐리 슈퍼 코르사 타이어, 그리고 이 모두를 단단히 묶어주는 섀시까지 모든 부분이 완벽했다. 급제동 시에도 손가락 하나로 레버를 꾹 쥐어주면 노면을 파고들 듯이 바이크의 속도를 줄인다. 그리고 바이크가 완전히 멈추고 나니 리어타이어가 노면에 툭하고 떨어졌다. ABS모드에 따라 뒷바퀴가 떠오르는 것까지 허용하며 최대의 제동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은 뒷바퀴 들림에도 어떠한 공포도 전달하지 않았으며 레이스모드에서는 ABS의 개입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진짜 슈퍼바이크
바이크를 타기 전 이 바이크의 진짜 무대는 트랙이 아닌 도로 위라고 생각했다, 사실 트랙을 재밌게 타려면 더 저렴하고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바이크들이 많다. 슈퍼카를 트랙에서 타려고 사는 게 아니듯 그저 멋진 가죽재킷을 걸치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뽐내며 달리는 것이 가장 어울리는 바이크라고 생각했고 브루탈레가 실제로 그러한 용도에도 찰떡같이 어울리긴 한다. 하지만 바이크를 타 본 뒤 이 바이크의 진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트랙에서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208마력의 엔진출력이 단지 아우라를 만들어주기 위한 스펙이 아니라 빠르게 달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도 아직 완성하지 못한 브루탈레 1000RR과의 주행을, 더 완벽하게 정복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MV AGUSTA BRUTALE 1000 RR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DOHC 래디얼밸브 보어×스트로크 79×50.9mm 배기량 998cc 압축비 13.4:1 최고출력 208hp / 13,000rpm 최대토크 116.5Nm / 11,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6ℓ 변속기 6단 리턴 카세트타입 서스펜션 (F)전자제어 텔레스코픽 도립(R)전자제어 싱글쇽, 싱글사이드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200/55-ZR17 M/C (R)200/55-ZR17 M/C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20mm 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080×805×미발표 휠베이스 1415mm 시트높이 845mm 건조중량 186kg 판매가격 4,800만 원
글/사진 양현용 편집장(월간 모터바이크) 취재협조 MV 아구스타 코리아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