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첫째도 둘째도 안전.. 더 이상 아픔 없는 뱃길로

태권 한 2021. 12. 26. 15:37

첫째도 둘째도 안전.. 더 이상 아픔 없는 뱃길로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김동환 입력 2021. 12. 26.
다시 열린 인천∼제주 바닷길
2만7000t급 '비욘드 트러스트호' 취항
비상시 신속탈출 돕는 장비 대거 탑재
세월호 4배 크기.. 정원·적재량은 감소
맹골수도 우회해 운항시간 다소 늘어
"비행기보다 느리지만 좋은 추억 기대"
지난 20일 오후 7시쯤 인천을 떠나 이튿날 오전 제주항에 입항한 하이덱스스토리지㈜의 ‘비욘드 트러스트’(Beyond trust·2만7000t급)호 전경.
눈 녹은 내음이 옅게 느껴지던 지난 20일 오후 5시쯤 인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대합실 인파 중 정답게 대화 중인 두꺼운 옷차림의 노부부가 눈에 띄었다. 다가가 기자라며 소속을 밝히고 ‘어디서 오셨느냐’ 물으니 “저 멀리 지방에서 왔다”고만 답할 뿐 자세한 지역은 언급하지 않았다. 인천을 떠나 제주로 향하는 하이덱스스토리지㈜의 ‘비욘드 트러스트’(Beyond trust·2만7000t급)호 승객임은 분명했다. 오후 7시에 출항에 앞서 부부와 얘기를 좀더 이어가 봤다.

◆여행을 좋아하는 노부부 그리고 제주도로 캠핑 가는 어느 부자(父子)

여든이 훌쩍 넘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남편은 “아내와 제주도에 며칠간 다녀올 예정”이라고 했다. 그 말에 비행기가 아닌 왜 뱃길을 선택했는지, 더구나 인천발인지 궁금했다.

평소 여행을 즐겨온 부부는 비행기보다 배가 교통의 편리함을 뛰어넘는 더 큰 묘미를 준다고 판단했단다. 세월호 참사 후 7년 8개월 만에 바닷길이 다시 열린 점도 선택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

부부가 익명으로 기사를 써 달라기에 이유를 물었는데 “우리가 배 타는 걸 자녀들이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행여나 뱃길 여행을 알려 자녀들을 걱정하게 할까 우려한 것으로 보였다. 그제야 ‘지방에서 왔다’고 짤막이 답했던 이유도 짐작됐다.

시선을 돌리니 의자에 나란히 앉은 부자(父子)가 눈에 들어왔다. 염대용(45)씨는 내년에 중학생 되는 아들 지민(12)군과 캠핑을 하러 간다고 소개했다. 차를 배에 미리 실었다며, 이튿날 비행기편으로 올 부인과 딸보다 앞서 바닷길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염씨는 “큰 배를 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며 “여행의 낭만을 흠뻑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출발에서 도착까지 총 13시간 30분이 소요되는 만큼 김포에서 50여분 만에 닿는 항공편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추억을 아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그는 기대했다.

지민군은 제주 여행을 친구들에게 자랑했더니 ‘선물을 사오라’는 답을 들었다고 해맑게 말했다. 소년의 수줍음일까, 아버지와의 단둘 여행에 대한 설렘일까. 지민군은 “아빠와 단둘이 여행은 처음이어서 떨린다”며 절로 미소 짓게 하는 소감을 남겼다.

◆몸집 키워 안정성 확보하고 ‘맹골수도’ 피해… 안전 지키는 장비도 눈길

지난 10일 공식 취항한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승객 810명에 선원 44명이 탈 수 있어 국내 최대 규모의 여객선으로 평가받는다. 선체 길이 170m에 선폭 26m이며, 높이는 아파트 10층에 맞먹는 28m다. 최고 속도는 24노트(시속 약 44㎞)에 승용차 기준 총 487대, 컨테이너 65개를 실을 수 있다. 차량 130대를 선적할 수 있는 세월호(6825t)보다 몸집은 4배가량 크지만, 승객 정원이나 컨테이너 적재량은 세월호(정원 921명·152개 적재)보다 적게 책정됐다. 안전을 중시한 만큼 세월호 사고 해역인 전남 진도 인근 맹골수도를 피해 항로는 편도 8㎞ 정도 늘어났고, 그만큼 운항 시간도 길어졌다.
‘비욘드 트러스트’호 내부 선적 공간. 차량을 고정시키는 고박 장치가 눈에 띈다.
‘해양재난 재발은 없다’는 각오로 마련했다는 안전장비에도 관심이 쏠린다. 승객의 신속한 선체 탈출을 돕는 강하식탑승장치(MES)와 구명조끼, 팽창식 구명뗏목 등이 대표한다. 이들 장비는 선체 7층 조타실과 연결된 외부 비상소집 장소에 설치돼 재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하이덱스스토리지 측 전언이다.

이 회사의 방현우 대표이사는 ‘신뢰 그 이상’이라는 의미를 담아 배 이름을 지어냈다고 한다. 방 대표는 “‘여러분은 대한민국 안전의 국가대표’라는 글이 선원 식당에 붙어있다”며 “안전의식 확립 의지를 고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사와 한국해운조합이 공동 개발해 국내 최초 도입한 화물 중량 관리체계 블록 로딩 시스템(Block loading system)도 주목을 받는다. 선체 1∼4층의 선적 공간을 22개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의 최대 적재 가능량에 화물 무게를 맞춘 게 그 핵심이다. 해난심판관 근무 등으로 해양 안전에 잔뼈가 굵다고 소개한 엄완식 하이덱스스토리지 안전총괄 부사장은 “구역별로 화물 무게를 측정해서 선체가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일이 없게 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차량이 머무는 바닥의 도장이 모래를 뿌린 듯 거친 점도 눈길이 갔다. 함께 탑승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특수 도장으로 바닥 마찰력을 높여 차가 쉽게 미끄러지지 않게 했다”고 설명했다.

◆접안 지켜본 승객 눈에 호기심 가득… 배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배는 14시간여 항해 끝에 이튿날 오전 9시30분쯤 제주항에 도착했다. 다소 구름은 꼈지만 하늘은 푸르렀고, 파도도 비교적 잔잔했다. 배의 부두 접안을 지켜본 승객들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친구들과 여행 왔다는 중년 여성들에게서는 ‘청춘’이 느껴졌고, 커플 여행객에게서는 행복이 넘쳐났다. 출항 전 만났던 염씨도 “객실이 조금 더웠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뱃길 여행 소감을 전해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예약문의나 자세한 사항은 사이트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http://ihydex.com/index.php

하이덱스 사이트 /비욘드 트러스트 여객선 내부모습

인천 -> 제주
인천항 출발은 월 , 수 , 금 요일 오후 8시 출발입니다
월/수/금 오후 8:00시 출발 다음날 오전 9:30분도착

제주 -> 인천
제주항 출발은 화 , 목 , 토 요일 오후 8시30분 출발입니다
화/목 오후 8:30분 출발 다음날 오전 9:00 도착 토요일은 오후 7:30출발 일요일 오전 8:30도착

하이덱스 사이트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