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우리 힘으로 마침내 우주門 열다…누리호 발사 성공
태권 한
2022. 6. 21. 18:05
입력 2022.06.21
한국형 로켓 누리호 발사 성공
위성 5개 싣고 오후 4시 이륙
발사 42분께 남극기지와 교신
한국 '세계 7대 우주강국' 우뚝
위성 5개 싣고 오후 4시 이륙
발사 42분께 남극기지와 교신
한국 '세계 7대 우주강국' 우뚝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누리호는 이날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전용 발사대에서 우주로 날아올랐다. 전날 기립돼 오전 7시부터 숨 가쁜 준비 작업을 거친 누리호는 오후 2시27분 연료(케로신) 주입을 마쳤다. 발사 10분 전 시작된 카운트다운(발사 전 자동 운용) 종료와 함께 누리호는 1단에서 내뿜는 3500도 초고온 고압가스의 힘을 받아 굉음과 함께 솟구쳤다.
누리호는 발사 127초 뒤인 고도 59㎞ 지점에서 1단 로켓이 분리됐다. 이어 191㎞ 지점에서 위성을 감싼 덮개인 페어링이 성공적으로 떨어져 나갔다. 274초 뒤인 고도 258㎞에서 2단이 분리됐다. 속도가 마하 22(초속 7.5㎞)에 도달한 오후 4시14분57초, 고도 700㎞에서 초소형 위성 4개를 실은 성능검증 위성이 3단에서 분리되며 궤도에 올라섰다. 발사 42분께 이 위성은 남극 세종기지와 처음 교신하며 ‘무사함’을 알렸다.
누리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1.5t급 실용위성을 저궤도(600~800㎞)에 올릴 수 있는 로켓 확보를 목표로 2010년부터 개발한 토종 발사체다. 그동안 1조9572억원이 투입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중공업 등 국내 기업 300여 곳의 땀이 녹아들어 있다.
"목표궤도 도달했다" 연구진 함성…발사 42분여 만에 위성 연결

21일 전남 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한국형 우주 로켓 누리호의 발사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사 1시간 전. 발사 운용 최종 점검이 시작됐다. 누리호를 우주로 인도하는 전자탑재체(에비오닉스)의 전원이 켜졌다. 누리호를 감싸고 있는 높이 48m 엄빌리칼타워에서 연료인 케로신(등유)과 산화제(액체산소) 충전이 끝났다. 앞서 교체한 1단 산화제 탱크의 레벨센서는 이상이 없었다. 발사체 기립장치가 철수하고 관성항법유도시스템의 정렬이 시작됐다. 곧이어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역사적 발사 순간

누리호가 허공에 뜨는 순간 75t 엔진 4기가 묶여 균일한 추력을 내는 방향제어(짐벌링) 기술이 작동했다. 1단 발사체 제작 기술이 우리 손으로 완성됐음을 현장에 있던 수십여 명의 연구원과 취재진이 밝은 섬광 속에서 확인했다. 이날 발사 전까지 75t 엔진 33기로 200회에 가까운 반복 시험을 거친 학습효과가 실전에서 빛을 발했다.
발사 후 127초 뒤 고도 59㎞에서 초속 1.8㎞의 속도로 1단이 분리됐다. 일반 여객기 속도(초속 250m)의 7배 이상이다. 1단 엔진이 연소되는 127초 동안 초당 사용된 산화제와 연료량은 무려 1t이 넘는다.
고도 191㎞(발사 후 233초)에서 위성 덮개(페어링)가 분리됐다. 2·3단 분리에 앞서 페어링을 분리하는 이유는 발사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고도 258㎞에서 2단이 초속 4.4㎞ 속도로 분리됐다. 폭약을 장착한 1-2단 인터스테이지, 2-3단 인터스테이지가 차질 없이 폭발하며 단 분리가 이뤄졌다.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을 실은 3단이 홀로 비행하며 가속을 시작했다. 오후 4시13분 “3단 엔진 정지 확인, 목표 궤도 도달”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관제센터의 연구진이 외치는 함성과 박수가 섞여 있었다. 옅은 분홍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연구진은 성공을 직감한 듯 동료들과 포옹하고 관제화면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위성 궤도 올린 토종 로켓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의 시선은 나로우주센터 관제화면 속 숫자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못했다. 마침내 목표한 3단 연소시간 521초가 채워졌다. 고도 700㎞, 초속 7.5㎞에 도달했다.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10월 누리호 1차 발사 실패 뒤 8개월간 쌓였던 좌절과 초조함이 일순간에 사라졌다.이번 발사에는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 태평양 도서국가인 팔라우 추적소에 있는 첨단장비가 총동원됐다. 반경 3000㎞까지 발사체를 추적해 실시간 위치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추적레이더와 최대 2000㎞까지 발사체의 비행 궤적, 동작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원격자료수신장비(텔레메트리)가 가동됐다. 발사 후 42분23초. 남극 세종기지에 위성이 보내온 데이터가 수신됐다.
궤도에 오른 성능검증위성은 자세를 잡고 태양을 향해 정렬하는 ‘선포인팅’ 과정을 발사 후 4시간에 걸쳐 수행한다. 안정적으로 궤도를 돌며 태양전지판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궤도에 오른 뒤 만 7일째가 되는 날까지 성능검증위성에 실린 주요 장비들의 시험 운용이 완료된다.
○세계 7대 우주 강국 가입
한국은 이번 누리호 성공으로 1t 이상 실용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우주 강국 ‘G7’에 가입하게 됐다. 현재 자력 위성 발사 가능국은 러시아,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인도 6개국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북한도 자력 발사가 가능하지만 300㎏ 이하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누리호 2차 발사 성공에 대해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02년 처음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착수한 지 만 20년 만에 완전한 자체 우주 탐사 능력을 갖추게 됐다”며 “달탐사선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첫 단계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해성/고흥=김진원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