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기자의 법원 앞 카페] '투명치과 사건' 4년…치아도 진료비도 회복되지 못 했다
우종환입력 2022. 11. 6.
900명 넘는 피해자들, 잘못된 치료에 여전히 치아 교정
손배 소송 이겼지만…병원 파산선고로 돈 안 줘
지난달 27일, 오후 5시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고 있는 한 형사재판을 보러 법정에 들어갔습니다. 아무래도, 업무가 끝나가는 시간인데다 관심을 끌만한 사건이 아니었는지 법정 안은 재판부와 검사, 피고인측 외에는 썰렁했습니다.
하지만, 이 재판은 한때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산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투명치과 먹튀 사건'입니다.
이날은 투명치과 강 모 원장의 15차 공판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이 안 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투명치과 사건은 지난 2018년 강 원장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운영하는 '투명치과'에서 벌어진 사기 의혹 사건입니다. 일반 교정보다 훨씬 싼 투명교정을 해주겠다며 이른바 반값 이벤트 등을 내세워 환자들을 모집한 한 뒤 치료비는 선납으로 받아놓고, 교정치료는 중단해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건이죠.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피해자만 920명, 피해액은 36억 원이 넘습니다.
재판보다 눈에 띈 건 텅 빈 방청석에 홀로 앉은 한 남성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재판 도중 강 원장을 옹호하는 증인의 말이 나올 때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요. 이 남성은 32살 이성영 씨, 바로 투명치과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치료 2년 째인 2018년, 치과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습니다. '투명교정은 철사교정보다 효과가 적은데 병원이 억지로 권유했다', '투명교정을 하면 안 되는 환자한테도 권유했다' 등의 얘기가 퍼지기 시작했죠. 안 그래도 무리한 회원유치로 진료예약 잡기가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던 시기였는데 언론보도 이후 기존 의사들까지 그만두기 시작하면서 약속된 진료는 끊임없이 연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환자들은 병원으로 몰려와 상황을 묻거나 환불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씨도 병원을 찾아갔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 조용호 씨는 달랐습니다. 지난 2017년 미성년자였던 조 씨의 두 자녀는 모두 투명치과에서 교정치료를 받았습니다. 조 씨는 당시 인당 450만 원 이상 하는 교정치료를 인당 300만 씩에 해준다는 상담실장의 말에 아이들 치료를 맡기게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치료가 진행될수록 조 씨 아이들의 상태는 더 나빠졌습니다. 교정이 되기는 커녕 부정교합이 심해져 입을 다물었을 때 이가 서로 제대로 맞물리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합니다.


이성영 씨를 비롯한 피해 환자 103명은 2018년 강 원장을 상대로 돌려받지 못한 진료비와 함께 정신적 위자료까지 달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년 뒤인 2019년 법원은 진료비만을 돌려주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시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유석동)는 "장기간 제대로 된 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병원이 이행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며 진료비를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진료가 조금 지체될 뿐 진료를 완전히 멈추지 않았고 진료를 끝낼 의지가 있다"는 강 원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거죠. 다만, 법원은 재산상 손해 외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며 정신적 위자료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호 씨도 이 소송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개별적으로 소송을 내 역시 진료비를 돌려받으라는 선고를 받아냈습니다. 소송마다 패소한 강 원장은 항소했다가 다시 취하함에 따라 선고는 모두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진료비를 돌려받은 환자는 거의 없습니다. 강 원장이 현재 돈이 없다며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강 원장은 오히려 지난 2020년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은 상태입니다.
형법 전문가인 이종찬 변호사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계약을 한 시점에 피고인이 계약을 이행할 의지가 있었는지, 그리고 능력이 있었는지가 관건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 공소장에는 강 원장이 과거 2010년 국세청으로부터 부과된 추징금 37억 원과 2014년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벌금 48억 원이 확정되는 등 재무상태가 악화된 상태였고, 이에 범행을 계획하게 됐다고 적시된 반면, 강 원장 측은 2013년 이후 병원 매출이 상승 추세였던 만큼 재무상태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