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사고 나도 ‘먹통’… 엉터리 車블랙박스 불만 폭증!!!!

태권 한 2011. 9. 29. 16:58

사고 나도 ‘먹통’… 엉터리 車블랙박스 불만 폭증!!!!

 

 

툭하면 고장… 화질 불량, 배터리 방전 일으키기도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정모(31)씨는 지난 8월 갑자기 정지해 버린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차량용 블랙박스를 설치했다.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막막해하던 중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저가의 제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아 잦은 고장으로 제품 수리를 맡겨야만 했다. 그러나 블랙박스를 구매한 사이트를 뒤져봐도 A/S를 받기 쉽지 않았다. 정씨는 결국 새로 블랙박스를 구매해야 했다.

↑ 자동차 블랙박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정작 사고가 났을 때 흐릿한 화면에 분통을 터트리는가 하면 잦은 고장에도 교환이나 환불이 쉽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블랙박스에 찍힌 거리 화면 모습.

부산에 거주하는 신모(32)씨는 30만원 후반대 블랙박스를 구매한 뒤 다시 15만원을 주고 후방 카메라까지 설치했다. 그러나 블랙박스가 제대로 녹화되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는 기능이 있어 구입처와 설치한 자동차 공업사에 문의했지만 두 회사는 서로 책임만 떠넘겼다. 신씨는 "돈도 돈이지만 양쪽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바람에 노력과 시간을 버린 게 정말 아깝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오모(38)씨는 '보험료 3% 할인을 받기 때문에 3년만 설치하면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홈쇼핑 광고에 혹해서 바로 블랙박스를 구입했다. 그러나 전방과 후방 녹화가 되는 블랙박스는 일반 소비자들이 설치할 수 없어 추가로 돈을 들여 자동차 공업사에서 설치해야 했다. 오씨는 "이렇게 공업사에 추가로 요금이 들어갈 줄 알았으면 애초에 좀 더 크고 믿을 만한 기업의 블랙박스를 구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동차 블랙박스에 대한 수요가 늘며 블랙박스 업체만도 수백개에 달할 정도로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이에 비례해 주로 인터넷 쇼핑몰이나 자동차 공업사, 홈쇼핑 등을 통해 구매하는 블랙박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크게 늘고 있다. 저가나 무료 설치 등의 이벤트에 혹해 화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 블랙박스를 구매했다가 제대로 사용도 못하고 교환이나 환불도 못 받아 돈만 날린 경우도 많았고, 정작 사고가 났을 때 블랙박스만 믿고 있다가 화질이 너무 좋지 않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 소비자원에 신고 접수된 건수만 따져도 지난해 전체 21건이던 것이 올해는 8월 말까지 36건에 달해 연말까지 따지면 1년새 소비자 불만이 두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36건 중 절반 이상인 21건은 품질에 대한 불만이었고 반품이나 환불이 안 되는 경우도 10건 있었다.

문화일보는
한국소비자원과 자동차 부품 유통 전문 기업인 한라그룹 ㈜마이스터 등 업계의 조언을 받아 블랙박스 구매 시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봤다.

우선 자동차 관련 전문적 노하우와 A/S에 대한 확인은 필수다. 현재 블랙박스 시장에는 확인되는 업체만 130여개가 넘을 정도여서 구매하기 전 판매 업체에 A/S에 대한 부분을 확실히 해야 한다.

박승태 한국소비자원 팀장은 "문자메시지로 공짜니까 사라는 식의 광고나 노상에서 펴놓고 파는 상품은 대체로 함정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며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정품들은 A/S가 잘되는데 노상에서 유통되거나 무료로 끼워주는 상품은 A/S가 잘 안 될 수도 있으니 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차량의 시동이 꺼져도 주변의 움직임을 감지해 주는 주차 감시 기능이 있는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자동차 배터리 방전을 막아주는 방전차단회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제 소비자원에 신고된 사례 중에는 주차 감시 기능이 있지만 계속 차량이 방전되는 바람에 실제 사용할 수 없다는 사례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박스 설치는 믿을 수 있는 장착점에서 하는 것이 좋다"며 "최근 출시되는 블랙박스들은 기존 1채널 블랙박스에 비해 설치가 다소 복잡해 전문가를 통해 설치하는 것이 점점 고급화되는 차량인테리어에 어울리는 깔끔한 마무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못 설치했을 경우의 안전사고 위험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주행 시뿐 아니라 주정차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상세한 영상 기록을 위해 기존 전방 촬영만 가능한 1채널 제품보다는 자동차의 전방과 후방을 동시에 촬영할 수 있는 2채널 분리형 방식이 대세다. 가격대가 조금 높기는 하지만 블랙박스를 구매하는 이유가 사고 시 책임 여부를 분명히 하는 것이기에 2채널 제품이 사고 범위 포착 및 인식에 확실히 낫다.

또 구매하기 전 블랙박스 녹화 화면을 직접 확인한 뒤 구매하는 게 좋다. 맑은 날씨에 낮인데도 전방 상황이 뚜렷하지 않은 제품도 있기 때문이다. 조모(30)씨는 퇴근길에 갑작스러운 접촉사고를 당해 쌍방 간 과실을 따져봐야 하는데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니 불과 1m 앞의 상황도 인식이 안 돼 있어 결국 막무가내로 조씨의 과실을 주장하는 상대 차량 운전자에게 끌려다녀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박스 시장이 성장기에 있어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현명한 구매 요령

▲ 무료나 할인 이벤트에 속지 마라. ▲ 구매 전 A/S가 가능한지 반드시 확인하고 녹화 화면을 실제로 보고 구매하는 게 좋다. ▲ 야간이나 악천후에 화질이 나빠지는 것을 감안하는 게 좋다. ▲ 차량 전후방 모두 감시하는 2채널 제품이 더 블랙박스 구매 목적에 적합하다. ▲ 주차감시모드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선 방전 차단 기능 확인이 필수다. ▲ 자신을 과신하지 마라. 차량 인테리어와 안전을 위해 전문 장착점에서 설치하는 게 좋다. ▲ 오프라인 A/S 매장이 많은 업체를 선택하는 게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