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미니멀리스트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가?
혁명적인 프랑스 건축가 르 꼬르뷔제(Le Corbusier)는 집을 ‘생활하는 기계’라고 믿었다. 적어도 그는 직접 지어 살았던 푸에르토리코의 작은 오두막에서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정작 우리들은 그의 제자들이 만든 거대한 아파트와 영혼이 없는 콘크리트 주택단지 없이는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덕분에 자동차산업은 순수한 모더니즘적 발상의 습격을 단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고, 그 주된 이유는 돈을 엄청나게 많이 들인 디자인이 대량으로 재생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차의 모습은 자동차가 선택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를 고수하고 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르지 않고, 인테리어는 재료에 충실하지 않으며,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간결한 것은 절대 강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렇게 모더니즘을 제대로 구현한 차는 판유리로 만든 유리창, 해먹으로 된 뒷좌석, 싱글 와이퍼와 비대칭형의 강철 프레스 그릴을 갖춘 1980년의 피아트 판다가 유일했다. 모더니즘의 공식은 더 이상 부활하지 못했다. 철저하게 기능적이었던 르노 4의 재탄생 루머는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단골메뉴이긴 하지만 그때마다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 그지없다. 지나치게 검소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간단 단순의 원칙은 지키지만 좀 더 친근하고 좀 더 기술적으로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는 차를 만들기 위한 대안이 있을 것이다. 즐거움과 레저는 드러내지만 반대로 기술적이고 심각한 이미지는 덜어낸 이 차들을 포스트모던 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원칙에 너무 충실하지 않은 차들이다.
더 최근 들어서인 2010년에는, 시트로엥이 여기에 실린 라코스테 컨셉트카를 내놓았다. 파리모터쇼에 나온 싸구려 보석 중 하나로 쉽게 잊어버렸을 컨셉트카다. 하지만 라코스테는 자동차를 경험의 수단으로 여기는 신세대를 위해 젊은 세대의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새로운 종류의 차로 나아갈 길을 아주 잘 제시했다.
베넷은 4년간 공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르노의 바르셀로나 스튜디오와 세아트의 마르토렐 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휴대폰 회사인 알카텔에서 잠시 일한 뒤에 시작한 자동차 디자인은 그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베넷의 졸업 작품은 빠르게 공동화되고 있는 프랑스의 시골환경을 고려해, 베이스 섀시를 바탕으로 필요에 따라 이동우체국, 병원 그리고 영화관으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가변 유틸리티 차였다. 흥미롭게도, 학위를 받기 전에 그녀가 고등학교에서 전공한 것은 사회복지학이었다. 자동차 디자이너로서는 드문 배경이다.
“시트로엥에서 만들려고 한 것은 레트로 같은 것이 아니었어요” 베넷의 말이다. “시트로엥에는 느긋함에 대한 철학 같은 것이 있어요. 다루기 쉽고 운전하기 쉽고 이런 행동들을 좋은 기억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 결과로 해변 언덕의 오두막 같은 차가 만들어졌다. 어떤 면에서는 베넷의 표현처럼 매우 남부 프랑스 같은 분위기의 차이면서 한편으로는 르 꼬르뷔제의 오두막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의심할 바 없이 모던하면서도 훨씬 친숙하고 친근하다. 신세대에게 자동차의 포스트모더니즘은 그냥 자동차를 더 친숙하게 만드는 것 이외에도 최소한만 남겨두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 해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과연 양산차 업체가 지난 수십 년간의 관행과 주장을 모두 뒤집어엎는 이런 차를 생산할 수 있을까? 전후 궁핍의 시대가 끝나면서 미니멀리즘의 상징과도 같았던 비틀과 미니는 사라져버렸다. 풍요가 미덕인 이 시대에 2CV나 르노4를 부활시키려는 시도 또한 시도에만 머물렀다.
기본에 충실했던 다섯 대의 차들
1961 르노4
30년간 총 800만대 판매되었지만 부활하기에는 너무 실용성을 중시했다.
1969 BMC 9X
미니의 후속. 더 작고 더 가벼웠지만 실내는 넓었다. 부품수도 42%나 적었다.
1983 오펠 주니어
실내 구성을 바꿀 수 있었던 초기 포스트모더니즘 컨셉트카.
1985 아프리카
2CV의 부속과 합판으로 만든 개발도상국용 차.
2004 피아트 에코베이직
무게가 750kg에 불과했고 플라스틱 보디와 초염가 생산방식으로 만든 초고연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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