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운동하다 심장마비로 급사할 확률 줄이려면?

태권 한 2015. 7. 11. 14:32

운동하다 심장마비로 급사할 확률 줄이려면?

 

운동을 하는 도중이나 운동을 하고 난 직후에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지난주 월가 저명인사인 제임스 B. 리(지미 리) 주니어 JP모건체이스앤드컴퍼니 부회장이 운동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가 전해지면서, 중년 이후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규칙적인 운동은 건강을 지키는 초석이며 심장마비와 암을 비롯한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고 수명을 연장해주는 장기적인 혜택이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운동이 사망으로 이어지는 비극이 일어날 가능성은 이미 굉장히 낮지만, 이 가능성을 더 낮출 수 있는 전략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했다는 지미 리 JP모건 부회장은 향년 6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리 부회장은 17일 아침 자택 러닝머신 위에서 운동을 하던 중 호흡 곤란 증세를 느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JP모건은 전했다. 

 

고인의 사인과 관련해 더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경우 대동맥류(大動脈瘤)가 원인일 수 있지만, 대개 심장질환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동맥류는 심장으로부터 전신에 혈류를 공급하는 가장 큰 통로인 대동맥의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오른 병을 말한다.

미네소타주 로체스터 소재 메이요 클리닉의 운동 생리학자인 마이클 조이너 박사는 “운동은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마이클 조이너 박사는 일반적으로 볼 때 나이가 들수록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면서 심장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언급했다.

조이너 박사는 “스트레스가 높은 업무를 하는 중년 남성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경쟁적인 스포츠를 하거나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몸을 많이 움직이겠다고 굳게 결심한 중년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사들은 운동을 등한시하는 사람들에게도 건강을 증진하려면 운동에 동참하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지미 리 부회장 같은 유명인의 부고는 불안을 야기시킨다.

Rick Wilking/Reuters
정기적으로 운동을 했다는 지미 리 JP모건 부회장은 향년 6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워싱턴 대학교 스포츠 심장학 센터의 조너선 A. 드레츠너 박사는 “규칙적인 신체활동과 운동의 이득은, 운동이 유발할 수 있는 위험보다 훨씬 크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러닝머신 위에서건 로드레이스를 하는 중이건 농구 코트에서건 격렬한 운동을 하는 도중에 급성 심정지가 발생할 위험은 높아진다. 급성 심정지는 심장마비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치명적인 증상이지만, 심장 박동을 멈추게 하는 부정맥(不整脈)의 직접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스포츠와 관련된 급성 심정지는 대부분 35세 이상에서 나타난다. 피해자들은 남성이 많으며 자신이 알고 있든 몰랐든 심장질환을 이미 앓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드레츠너 박사는 “규칙적으로 운동하지 않는 사람에게 급성 심정지가 나타날 위험이 훨씬 높다”면서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만 무리해서 운동하는 ‘주말의 전사’가 일주일에 3 ~ 5번 유산소운동을 하는 사람에 비해 훨씬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LA 소재 시다스 시나이 의료센터 심장혈관병동의 수미트 처그 박사는 “주로 앉아서 일만 하던 중년이 어느 날 갑자기 운동을 열심히 해서 한 달 안에 탄탄한 체형으로 거듭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운동 강도를 몇 주에 걸쳐 서서히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데도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도 문제다. 심장마비는 관상동맥질환의 첫 번째 증상인 경우가 50% 정도에 이른다. 대동맥류도 드물지만 심장마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심장질환이 조기 발견되기 어렵게 만든다.

수미트 처그 박사는 최근 미국심장병학회(ACC) 저널에 실린 ‘중장년층의 운동 관련 급성 심장사(Sudden Cardiac Death in the Older Athlete)’라는 논문을 공동 집필했다.

 

처그 박사는 관상동맥질환, 매우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당뇨, 심장질환 가족력, 체중(kg)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눠서 계산하는 BMI가 28이상인 경우 등 운동 관련 급성 심장사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을 정리했다.

위 항목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되며 주로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심장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처그 박사는 권고했다.

급성 심정지 환자는 심장질환의 위험 신호를 감지하지 못했거나 간과한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급성 심정지가 발생하기 일주일 전에 전형적인 증상을 경험한 환자들의 3분의 1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드레츠너 박사는 “뭔가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증상이 나타나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미한 흉통, 숨가쁨, 심장 두근거림, 평소보다 유독 피곤함 등은 사소한 증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문의의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경고의 징후라고 드레츠너 박사는 설명했다.

운동 전문가들도 운동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최고운동책임자(chief wellness officer)인 마이클 로이젠 박사는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격렬한 운동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의 50% 이상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격렬한 운동을 할 때는 서서히 워밍업하고 쿨다운하는 단계가 중요하다고 로이젠 박사는 부연했다. 그는 운동을 너무 경쟁적으로 하지 말라고 특히 경고했다.

수미트 처그 박사는 2013년까지 11년 동안 35세에서 65세 사이의 오리건주 포틀랜드 주민들에게 일어난 급성 심장사 1,247건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단 5%인 63건만 스포츠 활동과 연관이 있었다. 조깅하다가 급성 심장사한 경우가 17건, 헬스장에서 운동하다가 급성 심장사한 경우가 7건 발생했다. 나머지는 농구, 자전거, 골프, 배구, 축구 등을 하다가 급성 심장사한 경우였다.

이 분석 결과는 의학전문저널 ‘순환(circulation)’에 발표됐다. 스포츠 관련 급성 심장사는 매년 포틀랜드 주민 100만 명 가운데 21.7명에게 발생한다. 반면 스포츠와 무관한 급성 심장사는 매년 포틀랜드 주민 100만 명 가운데 555명에게 발생한다. 이 연구 결과를 미국 전체 인구에 대입하면, 매년 미국 남성 2,269명과 미국 여성 136명이 운동을 하다가 급성 심장사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수미트 처그 박사는 자신이 발표한 논문을 근거로 “이제 급사할 위험 때문에 운동을 안한다고 핑계를 댈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