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탈수록 몸에 익는 드라이빙 자신감 카트에 도전하자

태권 한 2018. 7. 20. 08:11

자동차생활 입력

탈수록 몸에 익는 드라이빙 자신감 

카트에 도전하자카트는 비용과 위험부담이 적은 입문용 모터스포츠다. 단순한 구조에서 오는 직관적인 운전감각을 통해 그동안의 잘못된 운전습관과 기술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카트. 조작이 쉽고 넘어지거나 뒤집힐 걱정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본격 레저 스포츠로 가속과 제동, 방향 전환을 통한 하중 이동의 개념, 반사적 차량 제어와 적절한 대처의 중요성을 자동차보다 비교적 쉽게 터득할 수 있다. 특히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오늘은 카트의 종류와 구성, 주행에 필요한 장비와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카트 서킷, 국내 스프린트 레이스에 쓰이는 레이싱 카트를 소개한다.

카트는 작고 가벼우며 극단적인 숏 휠베이스 섀시에 서스펜션이나 전자장비도 없고 컨트롤과 출력도 직답적이다          

카트를 타야하는 이유

자동차 운전자가 카트를 타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다른 모터스포츠에 비해 적은 비용과 위험부담으로 입문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초보적인 레저 카트는 누구든지 쉽게 즐길 수 있어 연인이나 가족단위 레저 활동으로 적합하다. 또 레이스 카트는 운전에 자신감이 넘치는 열혈 드라이버가 그간의 운전 습관과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단순하고 기계적인 카트의 구조는 운전자의 조작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 이 때문에 카트를 운전 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잘못 운전했는지 여실히 깨닫게 해 준다.

하지만 카트를 타기 위해선 시외곽의 전용 카트장으로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한 쉽게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편하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한 우리 정서상 그렇다. 비록 탈 땐 고되지만 열심히 타면 탈수록 더 경쾌하고 즐거운 일상 운전이 가능하다. 아울러 운전 중 맞닥뜨리는 위험 상황에도 침착하게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운전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레저카트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끼리 즐겁고 안전하게 탈 수 있다          

카트의 종류 그리고 특징

1. 누구나 쉽게 즐기는 레저 카트 

카트는 용도에 따라 레저와 레이싱으로 나눌 수 있다. 레저 카트는 여가활동을 위한 체험용으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공랭식 단기통 4행정 160~200cc 엔진을 쓰며, 안전수칙만 숙지하면 어린이나 노약자도 즐길 수 있다. 어린 자녀를 옆자리에 태우고 타는 탠덤 카트와 눈길과 오프로드 주행용 카트로는 최고 시속 60km 가까이 나온다. 드라이버의 몸이 밖으로 노출되는 까닭에 체감 속도는 실제 속도의 두 배 쯤 된다. 느리다고 얕봤다간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레저 카트의 특징인 공랭 단기통 4행정 엔진. 조용하고 부드러워 누구나 편안히 다룰 수 있다

2. 퓨어 아드레날린의 세계, 레이싱 카트

레이싱 카트는 본격 스포츠 주행과 레이스를 전제로 더 보강된 섀시에 고출력 엔진을 조합한다. 주로 공랭식 또는 수랭식 단기통 2행정 100~125cc 엔진을 쓴다. 100cc 카트는 주로 레이싱 입문용, 125cc는 경기용 표준으로 쓰인다. 현재 국내 레이싱 카트 엔진은 15마력의 야마하 KT100과 약 30마력을 내는 BRP 로탁스 맥스 125 엔진이 양분하고 있다. 같은 레이싱 카트라도 야마하와 로탁스는 제원상 출력이 거의 두 배 정도 차이 나며 엔진 특성도 다르다.

야마하 KT100 엔진과 함께 국내 레이싱 카트 엔진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로탁스 맥스 125          

레이싱 카트는 승용차보단 포뮬러에 가깝다. 출력 수치는 자동차에 비해 보잘 것 없지만 무게당 출력비는 깡패다. 엔진 반응이 거칠고 빨라 처음엔 적응이 필요할 정도며 그 어떤 차도 넘보지 못할 순수 아드레날린의 영역을 경험하게 해 준다. 속도는 레저 카트와 동일 조건에서 시속 100~130km 이상. 여기에 시퀀셜 변속기를 더하면 최고 시속 200~260km 이상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주행 여건과 국내 실정상 거의 쓰이진 않는다. 또 카트에 입문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주니어 클래스용 섀시와 출력을 조정한 엔진도 별도로 마련된다. 비록 따로 소개하긴 했지만 레저카트와 주니어 및 시니어(성인용) 레이싱 카트는 본질적으로 같다. 엔진 방식 및 배기량 그리고 그에 따른 출력만 다르다고 보면 된다. 

레저든 레이싱이든 또는 주니어든지 간에 카트는 본질적으로 같다. 엔진과 출력만 다를 뿐이다          

카트 주행 필수 복장과 안전장비

레저 카트는 속도가 낮아 주행을 위한 기본 장비인 헬멧에 긴 팔 윗도리와 긴 바지, 여기에 편안한 운동화 차림이면 된다. 카트 서킷 대부분은 자체 대여용 헬멧을 갖추고 있다. 특별한 제약은 없으나 바퀴나 차축에 간섭될만한 머플러나 거추장스런 복장은 피하는 것이 좋다. 레이싱 카트는 풀 페이스 헬멧과 수트, 발라클라바(안면 마스크) 및 이너웨어, 슈즈와 글러브에 가능하다면 목과 흉부, 무릎과 팔꿈치 등 각 부위의 프로텍터를 갖추는 것이 좋다. 10,000rpm 이상의 고회전 엔진을 쓰는 레이싱 카트는 한계 성능이 높고 레이스 도중 다른 카트와 접촉이 빈번하다. 비록 범퍼가 충격을 막아주긴 하지만 고속 주행 중 접지를 잃고 꽤 먼 거리를 속수무책으로 날아가는 불상사에 대비해야한다. 

핵심 장비인 헬멧은 카트의 특성에 맞춰져 있다. 카트용 헬멧은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타는 바이크용 헬멧과는 달리 앉아 타는 자세를 기준으로 쉴드와 개구부의 형상이 설계되어있어 시야각 범위가 다르다. 다른 장비들도 카트 레이싱에 특화돼 있다. 화재 걱정이 적은 환경에 맞춰 장비 역시 질긴 소재를 쓴다. 카트 끼리 충돌이나 코스 아웃에 동반되는 마찰과 충격으로 인한 신체 부상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레이싱 카트에 필요한 안전장비들. 한계가 높아 헬멧과 글러브, 슈즈와 흉부를 보호하는 립 프로텍터 등이 필수적이다          

본격 체험과 레이싱 카트 입문

현재 우리나라에서 카트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약 40군데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 서울 잠실 카트 체험장, 파주의 스피드파크와 헤이리 카트랜드, KIC F1 카트 서킷이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2018년 5월 현재 공인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카트 서킷은 수도권에 위치해 국내 공인 카트 경기 및 바이크 경기를 치르는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소재 ‘파주 스피드파크’와 국내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네셔널 서킷(KIC) 내에 위치한 ‘KIC F1 카트 서킷’ 두 곳 뿐이다. 레저 카트는 어디서든 즐길 수 있지만 성능이 높은 레이싱 카트는 되도록 전용 서킷에서 타는 쪽이 바람직하다.

카트 서킷에서 레이싱 카트를 렌탈해 타볼 수 있다          

렌탈 카트로 기본적인 감을 잡고 나서 좀 더 매력을 느낀다면 레이싱 입문용 카트를 서킷에서 빌리거나 입문할 수 있다. 경쾌하고 빠른 반응 엔진 반응과 초경량 섀시가 만들어내는 극도로 민첩한 운동성은 고성능 스포츠카를 능가한다. 주행 중 부주의한 가속과 감속은 곧바로 스핀이나 코스 이탈 같은 사고로 연결될 위험이 크다. 이 점만 기억한다면 렌탈 카트로 레저 카트의 세 배에 달하는 폭발적인 가속과 속도감 그리고 짜릿한 스릴을 비교적 안전하게 만끽할 수 있다. 10분 남짓 정도 되는 한 세션에 약 5만 원 정도가 드는데, 여기에는 서킷 주행권과 연료를 포함한 레이싱 카트 렌탈 비용이 포함돼 있다. 주행 중 본인 부주의로 파손시킨 카트와 시설물에 대한 배상책임 확인 및 서킷에서 일어난 신체 부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주행서약서를 작성한 뒤 간단한 안전 교육을 받고 탈 수 있다.

카트는 몸이 힘들다. 또 타기 위해 교외로 가야 하고 타다보면 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도 있다          

나만의 레이싱 카트를 만들자

카트 섀시와 엔진, 타이어와 체인 및 스프라켓을 포함한 풀 세트를 새로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성인용 레이싱 카트 기준 약 1,250~1,400만 원 선. 기본 가격은 비슷하지만 섀시와 엔진 급이 올라갈수록 브랜드와 수입업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거기에 추가로 헬멧과 수트, 글러브, 슈즈 등 안전장비 비용이 더해진다. 모두 갖추 데 만만치 않은 돈이 들지만 한 번 구입하면 사고 등으로 깨지거나 찢어지지 않는 이상 몇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신차가 부담스럽다면 중고 카트와 장비로 입문할 수도 있다. 레이스 참가가 가능할 정도로 양호한 중고 카트는 풀세트 기준으로 400만~700만원 선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카트를 구입하고 팀에 유지보수를 맡기면 고정적으로 매월 약 10만 원 정도 관리비가 든다. 여기에는 보관비용과 주행에 앞선 점검 비용이 포함 되어있다. 부품은 모두 팀에서 공급해 주니 장착과 교체를 맡기면 된다. 원하는 날짜에 주행하는데 드는 비용은 하루에 약 15~25만 원 정도다. 서킷 임대료와 주행에 필요한 카트 연료와 서킷까지 카트를 실어 나르는 비용, 점검 및 세팅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2행정 엔진은 연료와 오일을 일정 비율 섞은 전용 연료를 쓴다. 여기에 주행 후 소모품인 타이어와 실린더 헤드. 체인, 스프라켓, 브레이크 패드 등의 소모품 교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선 레이싱 카트를 구입 해 팀에 운반 및 유지보수를 맡기는 방법이 가장 보편적이다          

자력으로 카트 운용하기

우리나라에선 팀에 위탁해 레이싱 카트를 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번거로움을 감안한다면 카트를 직접 정비하고 실어 나르며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탈 수도 있다. 자가 정비한 레이싱 카트로 경기에 출전해 포디엄 도전은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절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진정한 스포츠로 즐기기에 이상적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카트는 섀시와 엔진의 구조가 간단해 분해조립이 크게 어렵지 않다. 기계 만지기를 좋아하고 적절한 공구만 주어진다면 자가 정비를 통해 자신의 카트를 운용할 수도 있다. 기본적 정비 매뉴얼은 해외 카트 및 엔진 메이커에서 배포한 자료를 참고하면 되고 정비 과정에 필요한 부품은 카트의 수입원을 맡은 레이싱 팀에서 직접 구입하면 된다. 또 대회 출전은 관련 규정과 매뉴얼을 참고해 준비한다. 이 자료는 FIA의 우리나라 ASN인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 및 경기 주관단체에서 배포한다. 

카트는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합리적이다.

간혹 레이싱 카트를 타는 사람을 보며 “많은 돈을 써 가며 스스로 몸을 고되게 만드는 일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마주치곤 한다. 하지만 카트를 제대로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들인 비용과 시간 투자 대비 경험치, 운전 능력 향상을 확실히 느끼기에 아랑곳 하지 않게 된다. 적어도 트랙 데이나 아마추어 레이스 등 다른 분야의 모터스포츠 활동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레이싱 카트가 얼마나 좋은 솔루션이며 합리적인지를 잘 알고 있다. 비용이나 합리성의 판단은 어디까지나 생각하는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카트를 단순히 레저용으로 접근하는 사람에겐 그저 터무니없는 지출이겠지만 스포츠 드라이빙 툴로서의 자동차 또는 간소화된 레이스 전용 머신으로 보는 이들에겐 이만큼 합리적인 투자도 없을 테니 말이다.

우리나라의 레이싱 카트 현황

아직 우리나라 레이싱 카트는 걸음마 단계다. 저변도 좁고 입시 위주의 엘리트 스포츠 비중이 크다. 정보가 거의 없을뿐더러 경제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엄두를 못 내는 게 현실이다. 2018년 5월 현재 국내 경기에 참가중인 카트 대수는 약 50대 정도. 각 팀마다 훨씬 더 많은 카트가 있지만 그 외엔 현재 잠자고 있는 셈이다. 레이싱 팀은 유지 보수의 문턱을 낮추고 자가 정비로 레이싱 카트를 즐기는 아마추어 동호인들까지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저변을 넓혀나가야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레이싱 카트 교육과 출전을 병행하는 카트 레이싱 팀 목록과 문의처를 함께 소개한다. 이들은 KARA 공인 팀으로 소개한 목록 외에도 여럿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카트에 관심이 있다면 교육과 입문에 대한 커리큘럼 등 시스템을 갖춘 팀에 문의해보고 필요하다면 방문 상담을 통해 궁금한 점을 직접 보고 확인하는 기회를 가져보길 추천한다. 막연히 멀게만 느껴지던 카트가 어느 새 성큼 내 앞에 다가와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카트를 보잘 것 없는 장난감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건 직접 겪어보기도 전에 임의로 판단해버리는 사람들의 선입견 때문이다. 카트를 제대로 타본 뒤에 판단해도 결코 늦지 않다. 필자도 운전 멘토 선배의 권유로 카트를 처음 경험했다. 그 전엔 차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한 때 아마추어 경기에서 뛰기도 했으며 서킷과 도로에서 세팅 미스나 사고, 트러블로 씁쓸함을 맛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레이싱 카트를 타고 폭우가 쏟아지는 서킷에서 스핀과 싸우거나 빙판이나 다름없는 노면에서 브레이킹 포인트를 찾느라 애쓰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몸은 힘들었지만 운전에 필요한 많은 것을 매우 짧은 시간에 터득할 수 있었다. 매 순간 값진 추억이 아닐 수 없다. 

난 운전에 소질이 있을까? 단시간 내에 운전에 집중해 더 빠른 기록을 낼 수 있을까? 지금 타는 차보다 더 높은 성능의 차를 잘 탈 수 있을까? 아니면 적어도 남들과 같은 조건에서 보다 쾌적하고 여유로운 운전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 중에 하나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있다면 카트는 자신의 감각과 가능성을 확인해 볼 좋은 방법이다. 물론 차를 타고 일반도로에서 확인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전자 장비의 도움은 때로 올바른 판단을 방해한다. 게다가 일반도로에는 통제할 수 없는 위험 요소가 너무나 많다. 카라이프를 즐기는 우리 모두에게 행복은 곧 ‘견적’ 순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글  심세종(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