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女 구급대원, 취객에 맞아 죽어도 순직받기 힘든 나라
김준희 입력
병원 "급성 스트레스, 자율신경 손상"
부검 결과 안 나와 순직 여부 불투명
남편 최태성 소방관 "아내 유품 손 못댔다"
경찰 "당시 폭행·폭언으로 인한 사망, 입증 쉽지 않아"
표창원 의원 '공상추정법' 국회에 발 묶여
━
'익산 女구급대원 죽음' 분노할 땐 언제고…순직까지 첩첩산중
지난 5월 자신이 구한 취객에게 폭행을 당한 지 한 달 만에 숨진 전북 익산소방서 구급대원 강연희(51·여) 소방경(사망 후 소방위에서 1계급 특진)의 남편 최태성(52) 소방위의 말이다. 현재 김제소방서 화재진압대원으로 근무하는 최씨는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내의 죽음이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각각 초등학교 6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인 두 아들은 19년간 구급대원으로 헌신한 어머니가 본인이 구한 사람 때문에 숨지자 패닉에 빠졌다.
사건 이후 강 소방경은 불면증·어지럼증·딸꾹질에 시달렸다. 병원에서는 "폭행과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자율신경이 손상됐다"고 진단했다. 강 소방경은 동료들에게 "맞은 것보다 여성으로서 모욕적인 욕을 들은 게 가장 끔찍하다"고 하소연했다.
남편 최씨도 아내 사망 이후 건강이 악화됐다. 그는 "제 정신에는 살 수 없어 술을 마시고, 잠을 못 잔다"고 했다. 그는 "제 맘도 어수선하고, 여름방학에 들어가는 애들도 돌봐야 해서 두 달간 병가를 내려 한다"며 "건강하던 아내가 그 사건 때문에 숨졌는데 '순직 처리가 어렵다'는 말이 들리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 후 석 달 가까이 지났지만, 소방 당국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인정 청구 서류조차 못 내고 있다. 강 소방경의 사망 원인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다. 그 사이 국민적 공분을 샀던 그의 죽음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들었다.
동료 소방관들은 낙담하는 분위기다. 정은애 센터장은 "강 소방경의 병원 진단서에는 '폭언·폭행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개연성이 나온다. 다만 수사기관에서 얼만큼 인정해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명백한 부상이 아니면 일반적인 질병은 공무와의 연관성을 잘 인정해 주지 않아서다. 2006~2017년 암에 걸린 소방공무원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공단의 승소율은 78%였다.
국내에서도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이와 비슷한 '위험직무 종사 공무원에 대한 공상 추정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정 센터장은 "구급대원에 대한 폭언·폭행 사건은 늘고 있는데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국가가 공상이나 순직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현장에선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익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bik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다의 모범적인 쿼터급 네이키드, CB300R 시승기 (0) | 2018.07.30 |
---|---|
125cc 네이키드 바이크로 즐기는 스포츠 라이딩, 스즈키 GSX-S125 ABS 트랙시승기 (0) | 2018.07.28 |
혼다 아프리카 트윈 어드벤처 스포츠 시승기 (0) | 2018.07.26 |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모토크로서, 혼다 2019 CRF450L (0) | 2018.07.25 |
혼다코리아, 스포츠 네이키드 모터사이클 2018년형 CB1000R 국내 공식 출시 (0) | 2018.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