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저 시장 몰락에 115년 지켜온 정체성 버린 할리데이비슨
최홍준 입력
[최홍준의 모토톡] 할리데이비슨 본사가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고수하던 아메리칸 크루저에서 벗어나 중소형 모터사이클을 만들고 전기 모페드 등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은 아메리칸 크루저라는 말을 만들어낸 장본인이자 크루저 모터사이클의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였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자란만큼 미국을 대표하는 모터사이클이며, 미국 시장에서 가장 인정받는 모터사이클 브랜드이다. 할리는 그만큼 자부심이 있고 자신들만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모터사이클을 발표한다고 해도 그것은 할리데이비슨이었고 자신들이 지키고 발전시켜온 형태와 스타일을 고수했었다. 그랬던 할리데이비슨이 발표한 향후 5년에 대한 계획은 지금까지의 상식을 뒤엎는 것이었다. 할리가 할리 이외의 것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할리의 계획은 이렇다, 2020년까지 새로운 모터사이클 21종류를 시판한다는 것이다. 2019년에 전기 모터사이클인 라이브와이어를 출시하고 2020년부터 커스텀, 어드벤처, 스트리트파이터 등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모터사이클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밀워키 에잇 엔진 이외에 500, 750, 975, 1250cc의 중소형 엔진을 새로 개발해 적극 사용하며 전기 에너지도 다양하게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팬 아메리카 어드벤처 투어러
◆ 팬 아메리카 어드벤처 투어러
할리데이비슨이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을 만들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 개발한 1250cc V트윈 DOHC 수랭 엔진을 장착할 것이고 도립식 서스펜션, 트렐리스 리어 프레임, 엔진 가드, 너클 가드, 프론트 19인치 튜브리스 스포크 휠, 조절식 윈드 스크린, 브렘보 브레이크에 체인 구동으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기존에 없던 파격적인 구성이다. 어드벤처 장르이기 때문에 ABS브레이크나, 트랙션 컨트롤, 라이딩 모드 선택 등의 기술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은 브랜드마다 모두 만들고 있다. 할리가 어드벤처를 만든다는 것 은 어드벤처 장르가 유행이여서 라기보다는 할리의 얼마나 파격적인 발상을 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2020년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무거운 V트윈 엔진으로 어떤 퍼포먼스를 보일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헤드라이트 페어링 디자인에서 극명한 호불호가 나오고 있다. 추후 975cc 엔진을 장착한 버전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커스텀
◆ 커스텀
2020년 양산을 발표한 새로운 커스텀 모델은 그마나 할리데이비슨이 가진 보수적인 이미지를 많이 담고 있다. 직사각형 헤드라이트를 달고는 있지만 작아진 차체와 대형 라디에이터, 두터운 타이어와 트래커 스타일의 사일렌서 등은 이름처럼 할리를 트래커나 스크램블러 같은 타입으로 커스텀했을 때의 이미지다. 보수적인 할리의 느낌을 탈피해 젊어지고자 함이 느껴진다. 이미 포티에잇이나 아이언으로 스타일이 바뀌면 새로운 라이더들이 들어온다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할리는 커스텀이 기존의 스포스터 시리즈를 대체하거나 하는 것이 아닌 커스텀이라는 새로운 타입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2020년에 출시하는 모델들 중 가장 먼저 출시될 것이라고 한다.
스트리트파이터
◆ 스트리트파이터
975cc V트윈 수랭엔진을 장착하고 가장 먼저 출시될 스트리트파이터는 이미지가 공개되자마자 큰 호응을 받았다. 공격적인 스타일과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스포츠 네이키드 타입으로 도립식 프론트 서스펜션과 모노블럭 캘리퍼 등 다른 브랜드의 스트리트파이터에 버금가는 파츠를 탑재시킬 것이라고 한다. 튜브 프레임과 두터운 스윙암, 180사이즈의 리어 타이어, 17인치 휠에 장착된 미쉐린 파일럿 파워 2CT타이어가 단순히 디자인만 스포티하게 만든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최종 구동은 벨트 구동이다.
스트리트파이터 스타일은 유럽에서도 인기가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활로를 찾기 위함이라고 한다. 기존 할리의 고객들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기에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단순하고 화끈한 스타일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마치 1994년 할리데이비슨의 슈퍼스포츠 모델이었던 VR1000을 다시 재현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할리에게는 975cc 엔진의 스트리트파이터는 매우 중요한 모델이다. 이를 바탕으로 최소 3개의 가지치기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 서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트파이터는 할리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모델 중 가장 스포티한 모델이 될 것이다. 역시 2020년에 출시될 예정.
라이브와이어
◆ 라이브와이어
2014년에 처음 공개했던 라이브와이어가 드디어 양산 일정이 잡혔다. 2019년에 가장 먼저 출시될 예정이다.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해서 주목받았던 이 순수 전기 모터사이클은 할리데이비슨 역사상 유례없는 혁신이었다. 투박하고 터프함, 너무나도 미국적인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이 전기 모터사이클을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시대가 완전히 변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양산형 타입은 처음 선보였던 프로토타입에 비해 디테일한 변화가 있었다. 효율적인 양산과 성능 개선을 위해 그간 꾸준한 테스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할리데이비슨이 100년 전으로 돌아가 모페드를 생각하고 있다
또한 2021 이후 출시를 목표로 유틸리티 타입의 전기 모터사이클과 모페드 타입의 전기 자전거 등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할리데이비슨이 다른 장르의 것들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 소형 모페드까지 생각한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의미에서 큰 방향전환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모든 장르를 섭렵하겠다는 강한 의지이기도 하다.
할리는 2022년까지 1250cc에서 500cc 사이의 다양한 타입의 중형 모터사이클을 출시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 미국 내에서만 200만 명이상의 신규 라이더를 개발하는 것이 최종목적이라고 한다. 그때까지 세계시장에서의 연간 볼륨 50%를 새로운 모델로 충족시키겠다고 한다.
이는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인도이다. 인도는 일 년에 2000만대 이상의 모터사이클과 스쿠터가 팔리는 곳이다. 비록 200cc 이하의 소형들이 주를 이루지만 인도의 13억 인구는 꾸준히 대형 모터사이클을 원하고 있다. 750cc 수랭 엔진의 스트리트750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스트리트파이터나 전기 모페드 등의 주요 타겟으로 인도를 생각하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이라는 이름이 충분한 인지도가 있기에 가능하리라 보고 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 지역과 남아메리카 등 지금까지 할리데이비슨의 주요 시장이 아닌 곳을 주로 공략할 것이다.
115년 동안 크루저만 만들어온 할리데이비슨의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대형 모델이 주력이었던 할리데이비슨이 중, 소형 모델을 내놓는 이유는 탄탄했던 미국 시장에 정체기가 왔기 때문이다. 미국 내 모터사이클 판매량은 계속 감소세에 있으며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중소형 모터사이클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를 위해 할리데이비슨은 운영 투자 및 자본투자를 꾸준히 늘릴 계획이다. 최고운영책임자(COO) 미쉘 컴비어는 “지금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과감한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며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며 할리데이비슨의 미래가 새로운 모델에게 있음을 밝혔다.
할리데이비슨은 매우 보수적인 브랜드였다. 그러나 앞으로의 모습은 많이 다를 것이다. 전통적인 크루저와 투어링 모델의 매출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인구 자체도 줄어들고 있고 충성 고객들의 고령화는 막을 방법이 없다. 국내에서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지만 시장의 다변화는 이마저도 장담해줄 수 없다. 역사의 흐름은 할리데이비슨이 115년이나 유지하고 있던 정체성을 바꿀 결단을 내려야 할 만큼 심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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