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토요타 센추리 GRMN

태권 한 2018. 9. 28. 11:41

토요타 센추리 GRMN

강준기 입력          

흔히 아발론은 토요타의 기함으로 생각하지만, 진정한 맏형은 따로 있다. 바로 센추리(Century)다. 100년, 1세기를 뜻하는 이 차는 지난 1967년 토요타 그룹의 창업주 도요다 사키치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등장했다. 약 50년 간 4만 대 정도 팔았는데, 일본 내 기업인과 정치인 들이 주요 고객이다. 중국의 홍치와도 성격이 사뭇 비슷하다.          

센추리의 가격은 1,960만 엔, 우리 돈으로 약 2억 원 수준이다. 월간 판매목표는 50대로 렉서스 LS와도 성격이 전혀 다르다. 생산의 대부분을 장인의 수작업으로 치르는데, 봉황 엠블럼의 경우 금형 제작에만 한 달 이상 걸린다. 차체를 휘감은 이터널 블랙 컬러는 총 7겹으로 칠하며 일본 전통공예의 마감 기법을 도입해 3번 동안 광택을 내고 마무리한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5,335×1,930×1,505㎜. 휠베이스는 3,090㎜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보다 195㎜ 길고 30㎜ 넓으며 5㎜ 높다. 롤스로이스 고스트와 비슷한 덩치를 뽐낸다. 그런데 심장까지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센추리는 V8 5.0L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전기 모터를 짝 지어 얹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시스템 총 출력 431마력을 뿜는다.          

안전장비도 우월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뿐만 아니라 충돌회피 지원, 차선이탈 방지, 하이빔 어시스트 등은 기본. 여기에 에어백과 연동하는 자동 사고 신고 시스템도 곁들였다. 사고 시 승객의 부상정도를 판단하고, 심각할 경우 구급차나 의료헬기의 출동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처럼 센추리는 토요타 그 자체이자, 브랜드를 상징하는 기함이다.토요타 WRC 머신의 컬러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소식이 날아왔다. 토요타 CEO,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특별한 센추리를 타고 등장해서다. 외모부터 범상치 않다. 차체는 보수적인 블랙 컬러 대신 화이트 색상으로 칠했고, 차체 높이도 한껏 낮췄다. 벌집 패턴 빼곡히 자리한 그릴과 프론트 스플리터, 사이드 에어댐, 빨간색 라인 등이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GRMN’ 배지가 암시하듯 토요타 가주 레이싱이 특별히 빚은 센추리다.

정식 출시용 모델은 아니다. 오롯이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업무용으로 쓰기 위해 특별히 지시해 완성했다고. 엔진은 일반 센추리와 같지만, 대용량 브레이크와 BBS 휠, 요코하마 어드반 스포츠 타이어 타이어를 넣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아키오 사장은 뒷좌석에서만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운전사에게 “직접 운전하지 않기 때문에 드리프트는 하지 말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전설적인 랠리 드라이버, 토미 마키넨과 도요다 아키오.          

아키오 사장은 경영자 이전에 레이서이자, 마스터 드라이버다. 그의 운전 스승 나루세 히토미의 혹독한 교육으로 40대 후반부터 실력을 갈고 닦았다. 이후 2007년 6월엔 ‘녹색지옥’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 레이스에 선수로 참가했다. 그는 “레이스가 자동차를 보는 관점을 바꾸고 토요타 자동차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09년엔 주변의 만류로 레이스를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모리조’라는 가명으로 종종 경기에 참가한다. 직접 블로그를 통해 팬들과 소통할 만큼 열정이 남다르다. 또한, 현재 토요타 WRC 팀의 수장으로 진두지휘하고 있다.

글 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