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학생통학에 헌신 했는데 이제 와서 범법자라니
김영석 입력

지긋한 나이에 시위에 참석한 모습이 어색하기만 한 이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22년간 아이들의 통학을 책임진 자신들이 하루아침에 범법자로 전락한 데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학생통학용 마을버스는 전세버스나 일반 통학용 마을버스와 달리 대중교통 노선이 없는 도내 시·군 지역의 유·초·중·고교생들 통학을 목적으로 1996년 경기도가 ‘경기도 학생통학용 마을버스운송사업 한정면허 업무처리지침’을 만들면서 탄생했다.
현재 ‘경기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관리 조례’에 따라 수원·화성·안성 등 경기도 내 11개 시·군에서 모두 503대의 버스가 2134개 노선에서 하루 평균 10만~12만명 학생을 통학시키고 있다. 출발지와 종착지 모두가 학교와 학원으로, 일반 마을버스와 달리 순수 통학만 담당한다.
한정면허로 아이들 통학을 담당하던 이들 버스는 2000년 1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마을버스 등록’제가 도입되면서 ‘한정면허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2007년 한정면허를 폐기하고 마을버스로 등록하게 됐다. 하지만 마을버스는 요금을 받고 노선을 운행하는 차량이어서 계약 형태로 운영하는 통학용 버스로 운행하는 게 불법이다. 여기에 2015년 도로교통법상 ‘어린이(13세 미만) 통학버스’ 신고의무 조항이 신설되면서 이들 차량 운전자는 아예 범법자로 전락하게 됐다. 어린이 통학버스는 경찰청에 신고한 뒤 ‘신고필증’을 받아 차량에 부착해야 하는데 마을버스 형태를 가진 이들 학생통학 버스는 신고대상이 아니어서 위법차량이 된 것이다.
도로교통법은 한정면허를 발급받은 사업자는 신고의무에서 제외한다고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학생통학 마을버스의 경우 2007년 이미 한정면허가 폐기된 상태여서 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써 지난 22년간 운행돼온 학생통학 마을버스는 어린 학생들을 운송할 근거를 잃게 되면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신고필증이 없다 보니 경쟁업체 등에 의해 불법 운행차량으로 신고돼 범법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올해 들어 9월과 10월에만 신고필증 미비치로 3명의 운전자가 경찰에 신고돼 과태료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같은 일을 해오던 운전자들이 법 개정에 따라 범법자가 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행정기관의 눈치 보기가 문제 키워
학생통학 마을버스가 최대의 위기에 빠진 것은 행정기관의 무사안일한 태도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2000년 1월28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마을버스 ‘등록제’가 도입되었지만, 학생통학 마을버스를 탄생시킨 경기도는 7년간 이를 방치해 오다 2007년에야 시·군에 한정면허 폐기지침을 내렸다. 결국 시·군은 2007년 9월3일 폐기처리지침이 내려오기까지 7년간 상위법에 위반되는 한정면허제를 유지하는 상황이 됐고, 학생통학 버스는 한정면허로 학생들의 통학업무를 계속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현재는 2001년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의해 경기도가 제정한 조례에 의지해 통학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례는 학생통학을 위한 운행 거리(5㎞) 등이 기존 학생통학 마을버스의 운행 거리와 큰 차이가 있는 데다 2015년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상충해 학생통학 마을버스의 정상운행에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다. 이에 학생통학 마을버스 측은 경기도와 정부에 관련법 개정을 수차례 요구하고 있지만, 양측 모두 현재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 정비가 시급한데도 정부는 위임규정이 없다고 하고, 경기도는 수임규정이 없어 법령 개정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 학생통학 버스와 직접 계약 등을 담당하는 시·군은 도의 지침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발을 뺀다.
진퇴양난에 처한 마을버스운송조합 최철호 학통 분과위원회 사무국장은 “애초 학생통학 마을버스는 경기도의 필요로 만들어진 교통수단”이라며 “도가 영세한 학생통학 마을버스 사업자의 운송사업을 보장할 수 있게 우선 조례 제·개정만이라도 추진해 법령 상충 문제 등을 완화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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