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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바람에 활활'..고성산불과 밤샘 사투한 산불특수진화대

태권 한 2020. 5. 2. 16:41

'강한 바람에 활활'..고성산불과 밤샘 사투한 산불특수진화대

권혜민 기자 입력  2020.05.02.      

현장은 초속 6m 넘는 강한 바람에 15m 되는 소나무도 활활
밤새 진화호스와 장비 메고 불끄고, 방어선 구축하고..강원 고성산불 이틀째인 1일 주불 진화가 완료되자 밤새 산불과 사투를 벌인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대원들이 한숨 돌리고 있다.(산림청 제공) 2020.5.2/뉴스1 © News1 권혜민 기자강원 고성산불 이틀째인 1일 주불 진화가 완료되자 밤새 산불과 사투를 벌인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대원들이 한숨 돌리고 있다.(산림청 제공) 2020.5.2/뉴스1 © News1 권혜민 기자

(고성=뉴스1) 권혜민 기자 = "바람이 세서 정말 애를 먹었습니다. 불길은 10m 높이까지 올라갔고요."

1일 오후 8시4분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 한 주택에서 발생한 불은 인근 산으로 옮겨붙어 강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1년 전 고성을 비롯한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악몽이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진화인력과 장비 각 5000여명, 5000여대가 투입됐다.

이중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산불이 나자 진화호스와 물펌프를 들쳐 메고 현장으로 달려가 밤새 화마와 사투를 벌였다.

화재 발생 당시 이 지역에는 초속 6.3m의 강한 바람이 불며 남서쪽으로 번지기 시작했고 메마른 산에 붙은 불은 진화대원들의 머리 높이를 훌쩍 넘어 15m 높이나 되는 소나무들을 활활 태우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북부지방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소속 조영준 조장은 "바람 때문에 힘든 작업이었다"며 "전날 밤 10시에 소집돼 고성으로 넘어와 밤새 한숨 못자고 불을 껐다. 어제 바람이 정말 세게 불었다. 산 정상에 올라가면 몸이 휘청거려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며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어 "보안경을 써도 눈 쪽으로 불씨가 날리니까 나무 뒤에 숨어서 불을 껐다. 10m 높이까지 불길이 올라갔다. 소나무 높이가 15m 정도 되는데 불이 줄기를 타고 올라가 싹 탔다. 땅을 밟으면 안에 노랗게 마른 흙이 마를 정도로 산도 메말랐다. 애를 많이 먹었다"고 덧붙였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은 저수지 옆 하천에서 물을 끌어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벌였다. 현장에는 강한 바람이 불어 불티가 언제 어디로 날아가 또 불을 낼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됐다.

2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산불 화재 현장에서 산불재난특수진화 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고성군은 직원 긴급 소집령을 내리고 불이 이동하는 경로 주민들에게 대피 문자를 발송했다. 이에 학야리와 운봉리, 도원리 등 주민 559명이 인근 초등학교와 마을회관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2020.5.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2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산불 화재 현장에서 산불재난특수진화 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고성군은 직원 긴급 소집령을 내리고 불이 이동하는 경로 주민들에게 대피 문자를 발송했다. 이에 학야리와 운봉리, 도원리 등 주민 559명이 인근 초등학교와 마을회관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2020.5.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튿날인 2일 새벽 들어 바람이 잠잠해지고 동이 트면서 불길도 잦아들었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전 8시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고 공식 선언했고 현재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 8군단 장병들도 큰 일손을 보탰다.

임무를 완수하고 내려온 진화대원들의 얼굴이나 옷은 온통 재 투성이었다. 두터운 마스크를 벗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거나 생수병에 담긴 물로 얼굴에 묻은 재를 씻으며 그제야 한숨을 돌린다.

한편 이번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지역으로 번져 민가와 비닐하우스, 우사 등 6개동과 임야 85ha를 태웠다.

1년 전 같은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많은 피해를 낸 원인으로 지목된 '양간지풍'의 우려로 또 다시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 다행히 인명피해 없이 발생 약 12시간 만에 주불이 잡히고 현재는 뒷불 감시에 돌입됐다.

'양간지풍'은 봄철에 한반도를 통과하는 이동성고기압에 의해 부는 국지성 바람을 말하는데, 따듯한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공기가 단열·압축되고 이로 인해 고온, 건조, 강풍 등 특성을 띤다.

봄 들어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데다 연일 강풍특보가 발령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 조장은 "이제 원주로 돌아가면 사용한 장비를 정리하고 언제 어디서 불이 날지 모르기 때문에 출동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hoyanar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