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국형 미니밴의 미래, 현대차 스타리아

태권 한 2021. 4. 21. 10:32

한국형 미니밴의 미래, 현대차 스타리아

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입력 2021. 04. 21.

[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오랜 시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미니밴 최강자로 군림해온 현대차 스타렉스가 완전변경을 거치며 스타리아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돌아왔다. 스타리아는 이름뿐만 아니라 상품성이 기존 스타렉스와 완전히 달라졌다. 현대차는 다소 생경한 디자인과 상품구성으로 스타리아를 완성했다. 스타렉스의 후광을 포기하더라도 승용 MPV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선 ‘박스형 미니밴 = 상용밴’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비즈니스용 의전차는 수입차, 승용 MPV 시장에서는 기아 카니발에 밀리다보니 스타렉스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분위기 쇄신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유럽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니밴도 승용 MPV로서 상품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현대차는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 미래지향적 느낌 살린 ‘도로 위의 우주선’

현대차는 다목적차량(MPV)의 의미를 재해석, 스타리아의 정체성을 개방형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스타리아를 한가지 차종, 한가지 목적에 차를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이동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는 이야기다.

스타렉스가 각진 박스형 차체의 정형화된 모습이었다면. 스타리아는 둥글둥글한 곡선과 전통적인 구성에서 벗어난 디테일로 차별화를 꾀했다. 단순하면서도 우주왕복선을 연상케 하는 실루엣은 넉넉한 실내공간을 차 밖에서도 짐작케 한다.

전면부는 입체적인 메쉬 패턴의 그릴과 횡으로 가로지르는 주간주행등은 기존에 볼 수 없던 독특한 인상을 준다. 하단엔 8개의 아이스 큐브로 구성한 풀 LED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을 배치했다. 낯설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구성이다.

기존 스타렉스에선 기대하기 어려웠던 다이아몬드 패턴의 18인치 휠을 비롯, 범퍼 하단 등에 배치된 장식들은 고급감을 강조한다. 상용밴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시도다. 후면부는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과감하게 세로로 배치했다. 차고에 육박하는 램프와 가니시 역시 ‘낯설게 하기’ 효과를 제대로 살렸다.

측면부 벨트라인이 상당히 낮아졌다. 그만큼 창문이 커졌다. 장거리 이동 중에 탑승객이 바깥 풍경을 여유 있게 감상할 수 있게 한 배려다. 안전성도 고려한 설계다. 측면 커튼식 에어백이 측면 충돌은 물론 전복사고에서도 탑승객을 보호하도록 장착됐다.

제원표 상 차 크기는 길이 5255㎜, 너비 1995㎜, 높이 1990㎜, 휠베이스 3275㎜ 등이다. 휠베이스는 물론이거니와 실내 높이도 1379㎜나 확보, 실내 공간을 극대화했다.

널찍한 공간에는 다양한 편의품목들이 탑재됐다. 시승차 기준 프리미엄 시트, 듀얼 선루프와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64색 무드램프, 인포테인먼트 화면으로 뒷좌석을 보며 마이크와 스피커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후석 뷰’ 등이 장착됐다.

운전석 구성도 기존 스타렉스와 차별점이 확실하다. 기계식 계기판 대신 디지털 LCD 클러스터가 자리 잡았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10.25인치 대화면으로, 공조기 등 조작 버튼으르 일체형으로 구성했다. 클러스터 하단이나 오버헤드콘솔, 센터페시아 곳곳에 배치한 수납공간도 반갑다.

■ N3 플랫폼으로 개선된 승차감

스타리아는 현대차그룹이 SUV 전용으로 개발한 N3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그래서 주행감이나 승차감이 기존 상용밴보다 SUV에 가까워졌다. 구동방식도 상용밴을 고려한 후륜구동에서 전륜구동 기반으로 바뀌었다. 시승차엔 사륜구동(AWD) 시스템도 적용됐다.

파워트레인은 2.2ℓ VGT 디젤 R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의 조합이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4.0㎏f·m의 성능을 발휘한다. 기존 2.5ℓ 디젤보다 최고출력은 2마력 높아졌고. 최대토크는 2.0㎏f·m 줄었지만 소소한 차이라 체감하긴 힘든 수준이다.

연료효율은 복합 10.3㎞/ℓ다. 효율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차를 몰았지만 트립 컴퓨터 상 11.0~12.0㎞/ℓ의 숫자를 쉽게 유지할 수 있었다. 일반 승용차보다 장거리 주행이 많은 스타리아인만큼 실 효율 개선도 상당한 강점으로 여겨진다.

큰 차체의 움직임에 적응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탁 트인 시야와 향상된 조향성능 덕분이다. 기존에 중형 이상 SUV를 경험해본 운전자라면 쉽게 스타리아와 친해질 수 있겠다.

운전석에 앉은 느낌도 기존 스타렉스보다 승용 SUV에 가깝다. 특히 운전석 승차감이 기존 스타렉스보다 진일보했다. 장거리 운전 시 피로도 이전보다 덜 할 것으로 짐작된다. 여러모로 운전이 편해졌다.

7인승 기준 2열 레그룸은 1m 이상, 비행기 좌석처럼 거의 눕다시피 할 정도로 시트 포지션을 조정할 수 있다. 버튼을 한 번만 눌러도 ‘휴식모드’로 시트를 조정할 수 있다. 차 곳곳에 배치된 USB 포트는 대부분의 탑승객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을 충전하며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트 쿠션감이나 마감재질 등에서도 공을 들였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만 차 내 공간이 넓고, 박스형 구조다보니 2열에선 운전석에서 느끼지 못했던 노면 진동이 전달됐다. 스타렉스보다는 확실히 개선됐지만, 의전차까지 고려한 7인승 구성이라면 다소 불만이 있을 순 있겠다.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 등은 불만을 가질 정도는 아니었다.

■ 현대차 스타리아, 시장 경쟁력은...

현대차가 스타렉스 후속 신차의 이름을 바꾼다 했을 때 업계에선 ‘굳이..?’란 분위기가 강했다. 스타렉스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사실상 경쟁자 없이 독주체제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리아의 상품성을 체험하면서 현대차의 의중을 읽을 수 있었다.

스타리아는 스타렉스보다 승용밴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차다. 개척해야 할 시장이 넓어졌고, 그만큼 경쟁자도 많아졌다. 가족단위 소비자가 고려하는 패밀리카, 다인승 택시나 렌터카 등 모빌리티 플랫폼용 이동수단, 비즈니스 의전차 등에 필요한 상품성을 잘 갖췄는지 소비자들이 판단할 시간이다. 시장 반응이 궁금해진다.

현대차 스타리아 라운지 2.2ℓ 디젤 7인승 H트랙 인스퍼레이션의 가격은 4680만원이다(개소세 5% 기준, 듀얼 선루프 등 추가 품목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