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문헌에 등장하는 떡 종류만도 250여 종이나 된단다. 여기에 요즘 나오는 떡까지 합치면 수십 종은 더 늘어날 것 같다. 송천 떡마을 등 떡을 만들어 전국에 파는 동네가 생기더니 이젠 특산물로 떡을 만드는 마을이 늘어나고 있다. 사과가 흔한 고장에선 사과떡, 구기자가 많이 나는 지역선 구기자떡, 단감을 많이 따는 마을에선 단감떡을 낸다. 고을고을 떡 쪄내기 경쟁이 벌어진 듯하다. 새로 문헌에 오를 만한 특산물 떡을 찾아 전국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찾아낸 과일 혹은 나물 맛이 물씬 나는 떡들을 소개한다.

백두대간의 한 자락, 해발 700m 첩첩산중의 산골마을 정선군 임계면은 예부터 산나물로 유명하다. 산나물 중에서도 수리취가 많이 난다. 5월 단오가 되면 수리취 수확이 절정을 이룬다. 이 고장에선 아주 오래 전부터 단오에 수리취로 떡을 해먹었다. 찹쌀을 찌고 싱싱한 수리취를 듬뿍 넣어 떡메로 쳐서 만드는 찰떡이었다. 함옥자(62·사진)씨는 임계면 문래리에서 태어나 임계면 송계리로 시집을 왔다. 학교는 근처도 가보지 못했지만 수리취떡은 인근에서 제일 잘 만들었다. 그 소문이 번져 떡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이들이 생겼다. 오로지 수리취와 찹쌀, 소금만으로 만드는 떡인데도 함씨가 만들면 간이 잘 맞고 더 구수하고 맛났다. 함씨는 1967년 남편과 함께 방앗간을 열었다. 마을에 하나뿐인 작은 방앗간이었다. 그러나 수리취떡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기름 짜고 방아를 찧는 일보다 많았다. 남편은 늘 술에 젖어 살았다. 힘에 부친 함씨는 방앗간을 접고 주문을 받아 떡 만들어 주는 일을 했다. 깊은 향취를 지닌 담백하고 맛있는 함씨의 떡맛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선 관광코스의 하나가 되고, 하루에 2kg짜리 상자 80개 정도가 팔려나가게 되었다. 당연히 모든 시설은 대량생산을 위해 기계화되었다. 요즘은 숲이 너무 우거져 수리취를 비롯한 산나물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 걱정이란다. 해결책으로 정선군에서는 올해부터 수리취 재배를 계획하고 있다. 1kg 1만원, 임계떡집 천년취떡 033-562-6013.

제천 약초시장은 조선시대부터 전국 3대 약령시장 중의 하나였다. 역시 규모가 대단하다. 4370㎡(1322평) 부지에 74개 도매상이 문을 열고 있고, 재배한 약초를 팔러 나온 사람들과 약초를 사러 온 사람들로 흥성하다. 특히 황기는 전국의 80%가 이곳에서 유통된다고 한다. 제천에서는 2007년부터 해마다 한방건강축제를 열어 왔다. 축제 때에 약선(藥膳)의 하나로 약초떡을 선보이게 되면서 약초떡, 특히 제천지방에서 오래 전부터 해먹던 당귀떡과 황기떡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이 고장에서 해먹던 당귀떡은 멥쌀에 당귀 우려낸 물이나 당귀잎 가루를 섞어 시루에 안치고 대추·석이·잣을 고명으로 얹어 쪄내는 떡이었다. 이 떡을 제천시농업기술센터와 제천시우리음식연구회의 노력으로 좀 더 현대화한 것이 지금의 ‘당귀편’이다. 멥쌀가루에 당귀뿌리가루·대추가루를 섞어 체에 내리고 막걸리로 반죽한다. 쪄낸 뒤에 쉽게 조각을 낼 수 있도록 시루에 안쳐 칼집을 넣고 한 조각 한 조각 대추와 호박씨 고명으로 장식해 얇게 쪄낸다. 막걸리로 반죽해 부드럽고 포근하면서, 당귀 뿌리를 갈아 넣어 당귀의 약효를 제대로 누리게 된 것이다. 맛을 보니 막걸리 맛은 전혀 없고 화한 당귀향이 입안에 길게 남는다. 제천시우리음식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명순(55)씨는 떡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고향 일에 발 벗고 나서다 보니 약초떡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2kg 2만원, 최명순 약시루 043-652-0711.

진도에서도 서남쪽 끝의 지산면엔 구기자 산지로 유명하다. 그 뿌리를 먹고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의 나무다. 한창때는 집집마다 구기자 밭을 일궜고, 논두렁 밭두렁 담장 안까지 구기자나무 천지였다고 한다. 하지만 힘든 만큼 수익이 따라주지 않자 1980년대 초반에 절반 이상이 구기자밭을 갈아엎었다. 김영숙(63)씨는 그것이 안타까워 구기자로 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마을에서 만들어 먹던 구기자떡을 업그레이드해 구기자 장과 함께 상품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유난히 기름진 진도산 구기자는 아무리 잘 말려도 갈면 덩어리가 진다. 쌀가루에 잘 섞이지도 않거니와 떡을 만들어도 거칠었다. 김씨는 구기자를 분말로 곱게 갈아내는 방법을 찾아내 찹쌀·흑미 등을 이용해 ‘구기자흑미구름떡’을 만들었다. 구기자가루에 역시 이 마을 특산물인 울금가루를 더해 노란색이 선명한 구기자 찰떡, 검은색 흑미 찰떡, 흰 찰떡을 따로 쪄서 대추채·콩·견과류를 넣고 주무른다. 김씨는 이 ‘구기자흑미구름떡’을 들고 ‘2001년 전국 떡 만들기 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김씨는 “구기자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많아 구기자 산지라는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한다. 1kg에 1만5000원, 진도전통식품 061-542-0011.


지방도에서도 뚝 떨어진 외지고 한적한 면소재지 단밀면 속암리. 위뜸에 높이 자리 잡은 작은 방앗간 앞 너른 마당에는 500년 묵었다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우뚝 서 있다. 잎이 무성한 계절에는 넓은 그늘을 드리우고 마을사람들의 시원한 쉼터가 될 것이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작은 방앗간을 해온 김명남(56)씨는 의성군 특산물인 마늘로 떡을 만들 생각을 해냈다. 마을 부녀자를 위한 의성군농업기술센터의 기술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다. 그러나 자극적인 향과 맛을 지닌 마늘을 떡에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시도 끝에 결국 바짝 말려 분말로 만든 마늘과 검은콩·파란콩·밤콩·밤·호박오가리·사과말랭이 등을 넣고 찐 ‘마늘사과영양찰떡’을 만들어 2005년 ‘제4회 떡 경연대회’에 나갔다. 1200명이 출전한 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김씨는 직접 수확한 보리와 마늘을 넣은 ‘마늘보리떡’을 개발해 영양찰떡과 함께 주문 판매에 나섰다. 지금은 흑마늘과 보리를 이용한 떡을 생각 중이다. 설탕을 전혀 쓰지 않은 ‘마늘사과영양찰떡’은 정말 마늘을 넣었을까 싶을 정도로 달고 쫀득하고 맛있었다. 하지만 먹다 보면 마늘 특유의 아린 느낌을 위장에 남긴다. 떡 주문은 혼자서도 해낼 수 있을 정도로 드문드문 들어온다고 했다. 3kg 4만원, 솥발 떡 마을 054-862-0328.


사천 지방에서는 감이 많이 난다. 그래서 예전에는 찹쌀가루나 멥쌀가루에 말린 감이나 곶감을 섞어 찌는 감말랭이찰편·감시루떡을 많이 해먹었다. 요즘 들어 먹을거리가 흔해지고 떡 만들어 먹는 걸 번거롭게 여기게 되면서 이 지방에서도 감떡 맛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사천시장에서 20년 동안 떡집을 해온 전봉규(49)씨가 부인 김순덕(51)씨와 궁리 끝에 2년 전부터 감설기·감송편·감잎떡 등 감을 이용한 다양한 떡을 만들기 시작했다. 감설기는 멥쌀가루에 물을 내리는 대신 홍시를 넣는다. 여기에 감말랭이와 호박오가리를 섞어 쪄낸다. 연한 주홍색의 떡 색깔이 아주 곱다. 감송편은 팥앙금과 잘게 썬 감말랭이를 섞은 소를 넣어 빚는다. 의령의 망개떡을 연상시키는 감잎떡은 곶감과 팥앙금으로 소를 넣어 동그랗게 빚은 떡을 소금물에 절인 감잎에 싸서 쪄낸다. 반죽은 세 가지가 있다. 흰 반죽·홍시 반죽·생 단감을 갈아 넣은 반죽이다. 짙은 감잎 향이 싱그럽고, 특히 거무스름한 빛을 띠는 단감을 갈아 넣은 떡이 쫄깃하고 맛있다. 2kg 2만원, 봉규떡집 055-854-3419.

장성군이 처음부터 땅두릅의 산지였던 것은 아니다. 땅두릅잎으로 만든 떡도 없었다. 장성군의 땅두릅잎떡은 지방자치시대에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가상한 노력의 결과다. 10여 년 전 두릅이 웰빙식품으로 각광받기 시작하자 장성군 북이면을 비롯한 인근 면들이 면민 수익사업으로 땅두릅을 심기 시작했다. 참두릅과 땅두릅은 초봄의 여린 새순을 먹는 것은 같지만, 나무의 순을 따먹는 참두릅과 달리 땅두릅은 뿌리의 뇌두에서 올라오는 싹을 수확한다. 가시가 없고 향이 더 강하며 특히 식이섬유와 사포닌·폴리페놀 성분이 다량 함유된 고급 산나물이다. 그러나 파종 후 3~4년 뒤에나 수확이 가능하고 매년 2월부터 4월 사이에 따는 순만 상품가치가 있다. 결국 절반 이상의 농가가 복분자와 오디 농사로 전환했다. 문제는 너무 쇠어서 생식용으로는 부적합한 땅두릅잎의 활용에 달려 있었다. 장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그 방법을 찾는 데에 박차를 가했다. 땅두릅잎떡도 그 방법 중의 하나였다. 처음에는 쇠어진 잎을 가루로 만들어 떡을 쪄 보았다. 그러나 삶아서 쌀과 함께 빻아 만든 떡이 맛과 향이 살아있고 색감도 좋았다. 떡국떡은 땅두릅의 쌉쌀한 맛이 짙다. 참깨로 속을 넣은 땅두릅잎송편은 참깨소의 달고 고소한 맛에 중화된 것인가, 쓴맛이 전혀 없고 아주 쫄깃해 한없이 먹힌다. 장성군농업기술센터 채꽃바라 계장은 “아직까지는 홍보 단계여서 수익은 그리 많지 않으나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한다. 땅두릅잎송편 1kg 6000원·떡꾹떡 1kg 5000원, 다감식품 061-393-53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