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중국 전용 롱바디 모델들, 국내에 출시하면 어떨까?

태권 한 2018. 2. 2. 11:56

중국 전용 롱바디 모델들, 국내에 출시하면 어떨까?

        

'긴 허리, 넓은 실내를 지닌' 롱휠베이스 국내 들여온다면

롱휠베이스 모델은 넓은 실내 공간을 비롯해 장점이 많은 차다. 중국 시장에서는 중형급 이하 롱휠베이스 모델이 인기다. 우리 시장에도 먹힐지는 의문이다. 
BMW 5시리즈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지구는 하나라지만 자동차 취향만큼은 하나가 아니다. 국가나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다. 개인적인 취향뿐만 아니라 지역 특성이나 기후, 경제 여건, 법규 등 여러 복잡한 이유로 인해 자동차는 특정 지역에 맞게 특화된다.

우리나라는 큰 차와 세단을 선호한다. 대체로 기능이 많은 차를 좋아해서 옵션을 가능한 한 많이 넣는다. 가까운 일본은 경차가 인기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 차종인 해치백이나 왜건이 유럽에서는 주력 차종이다. 중국 시장은 자동차를 과시 수단으로 삼는 경향이 강해서 크고 화려한 차가 인기다. 넓은 실내 공간과 화사한 금속장식이 특징이다.

자동차는 한 번 개발하고 나면 손을 대기가 쉽지 않다. 각 지역에 맞게 일일이 뜯어고치는 것도 일이다. 개발 단계부터 분화한다고 해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보통 옵션 등을 조절해서 현지 취향을 맞춘다. 그런데 특정한 차에 대한 수요가 크다면 현지 맞춤형 차를 개발한다. 디자인을 특색 있게 바꾸기도 하고 가지치기 모델을 새로 내놓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아예 그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차를 만든다. 주로 현지에서 개발과 생산을 해내는 시설이 있는 경우다. 국내 기업인 현대기아차도 유럽이나 인도에는 전용 모델을 내놓는다. 중국에는 국내 판매 모델을 이름과 디자인을 바꿔 선보인다. 해외 자동차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벤츠 E클래스          

현지 특화 모델 중에서 특이한 차는 중국 시장에 판매하는 C·D 세그먼트 롱휠베이스 모델이다. 롱휠베이스 모델은 기본 모델의 휠베이스를 늘려 뒷좌석 공간을 넓힌 차다. 뒷좌석을 중시하는 럭셔리 대형 세단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대형 세단은 휠베이스를 늘려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더 상급 모델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C·D 세그먼트의 롱휠베이스 모델은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 C·D 세그먼트이면 우리식으로 준중형과 중형이다. 현대차 아반떼와 쏘나타에 휠베이스를 늘린 모델을 두는 식이다. 아반떼 롱휠베이스 모델을 살 바에는 윗급인 쏘나타로 가면 된다. 쏘나타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고방식으로는 굳이 필요가 없는 틈새 모델이다.

롱휠베이스 모델은 주로 럭셔리 브랜드가 내놓는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를 비롯해 포르쉐,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인피니티 등등. 세단뿐만 아니라 SUV도 롱휠베이스 모델이 나온다. 롱휠베이스 모델이 인기인 이유는 이용 행태와 연관이 있다. 중국은 차 한 대로 가족이 모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로 이어지는 여러 대가 한 차에 엮이기도 한다. 당연히 차가 크면 좋다. 큰 차가 비싸서 살 수 없다면 차가 작더라도 실내 공간이 넓은 차를 우선한다. 복잡한 대도시는 교통 체증이 심하기 때문에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많다. 이 또한 넓고 편안한 차를 선호하는 이유다.

아우디 A4          

실제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준중형급인 아우디 A4를 예로 들어보자.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기본 모델은 길이가 4720mm, 휠베이스는 2820mm다. 롱휠베이스 모델은 각각 4818mm, 2908mm다. 휠베이스 차이가 88mm, 대략 9cm다. 중형급인 벤츠 E-클래스는 길이 4925mm, 휠베이스 2940mm이고, 롱휠베이스는 5063, 3079mm이다. 휠베이스 차이가 139mm, 대략 14cm나 차이가 난다. 이 정도면 기본 모델과 비교해 실내 공간이 훨씬 여유롭다. 넓은 실내 공간을 원하는 중국 사람들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다.

대형 세단 아닌 차급의 롱휠베이스 모델은 대부분 중국 시장에만 판다. 그런데 잘 따져보면 차의 특성이 꼭 중국 시장에만 들어맞지는 않는다. 크고 넓은 차 좋아하기는 우리 시장도 마찬가지다. 고급 브랜드 선호 현상은 우리도 중국 못지않다. 우리나라에도 롱휠베이스 모델을 들여오면 잘 팔리지 않을까? 들여오지 못할 일은 없다. 여러 과정을 거치고 해결할 문제가 있지만 중국에서 생산한 차도 국내에 들어오는 데 큰 문제는 없다. 자동차회사가 의지만 있다면 국내에 선보일 수 있다.

BMW 3시리즈          

문제는 과연 우리 시장 취향에 맞느냐다. ‘실내 넓은 고급 세단’ 관점에서 보면 롱휠베이스 모델은 우리 시장에 잘 맞는 차다. 특히 준중형이나 중형급 럭셔리 세단은 공간에 대한 불만이 대체로 크다. 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아우디 A4 등은 뒷좌석이 좁다는 불만이 예로부터 있었다. 최근에 현대차가 내놓은 제네시스 G70은 사람이 앉을 만한 자리가 아니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중형급도 크기보다 실내가 좁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이들 차의 뒷좌석 공간을 여유롭게 만들어 놓으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이처럼 우리 시장에 꼭 필요한 차 같지만,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일단 중형급 이하에서 롱휠베이스 모델은 틈새 모델이다. 우리 시장에서는 정통을 벗어난 틈새 모델은 이상한 차 취급한다. 진정한 가치를 아는 소수 또는 개성을 중시하는 일부만 선택한다.

벤츠 C클래스          

어색한 디자인도 선택을 꺼리는 요소다. 롱휠베이스 모델은 우스갯소리로 ‘허리가 긴 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율을 잘 맞춘 세단 또는 SUV를 앞뒤로 잡아 늘였기 때문에 겉에서 보기에 어색하다. 대형 세단은 길어도 자연스럽지만 중형급 이하는 그렇지가 않다. 자동차를 고를 때 남의 시선을 상당히 따지는 우리 시장에서는 이상하게 보이는 차를 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들 차는 예산이 부족해 선택한 차선책 취급받는다. S-클래스 롱휠베이스를 사고 싶지만 그만큼은 돈이 없어서 E-클래스 롱휠베이스로 샀다는 식이다. 포르쉐 911살만큼은 안 돼서 카이맨 산 경우라고 할까. 비용이 아닌 가치에 중점을 두고 샀다고 해도 주변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벤츠 E클래스          

이왕이면 위급으로 넘어가려는 심리도 롱휠베이스 선택을 고민하게 한다. 넓은 공간이 필요하면 위급으로 가지 같은 급에서 수평 이동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 시장에서 ‘꼭 들여와야 한다’, ‘들어오면 잘 팔린다’고 하는 차종이 몇몇 있다. 수동변속기 모델도 수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정작 들어오면 안 팔린다. 해치백이나 왜건도 평은 좋지만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중형급 이하 롱휠베이스 모델도 우리 시장에서는 장점만 많은 차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잘 팔릴 것 같은데 안 팔리는 차’ 리스트에 올라갈 차다.

BMW 3시리즈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evo 한국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