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다카르를 향한 미니의 투 트랙 전략

태권 한 2018. 2. 22. 14:47

다카르를 향한 미니의 투 트랙 전략

MINI JOHN COOPER WORKS BUGGY미니가 다카르 랠리 우승을 겨냥해 신형 버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2WD와 4WD를 아우르는 그들의 야심찬 도전은 초반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모터스포츠계의 연례행사. 다카르 랠리는 사막과 산맥을 넘나드는 초장거리 랠리 레이드로 경주차와 드라이버의 성능과 실력은 물론 내구성과 집중력을 극한까지 시험하는 가혹한 경기다. 사망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해 붙여진 별명이 ‘지옥의 랠리’. 최근에는 미니와 푸조, 토요타가 적극 도전하면서 워크스팀 간의 치열한 배틀이 벌어져왔다. 세미워크스팀 X레이드와 함께 다카르에 도전해온 BMW는 2011년부터 브랜드를 미니로 바꾸었고, 4번의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푸조 복귀 후 왕좌에서 밀려나자 새로운 전략을 선택했다. 기존의 4WD 컨트리맨 외에 푸조와 같은 2WD 버기형 랠리카를 새롭게 개발한 것. 2WD와 4WD 경주차를 동시 투입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다카르의 왕좌를 되찾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X레이드와 함께해온 다카르 도전

BMW와 미니의 다카르 랠리 참가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것은 독일 헤센 주 트레부어에 위치한 프라이비트팀 X레이드. 스벤 콴트에 의해 2002년 창설된 X레이드는 BMW와 마그나의 지원을 받아 랠리 레이드 참전을 시작했다. 메이커 지원을 받는 일종의 세미워크스팀 형태였다. 디젤 엔진은 슈타이어에 위치한 BMW 개발 센터에서 직접 받았고 섀시와 프레임 등은 마그나에서 공급받았다. 마그나는 각종 기술개발은 물론 BMW X3의 위탁생산을 담당할 만큼 유명한 자동차 관련 부품업체다. 이렇게 개발된 BMW X5 랠리카는 2003년 다카르 랠리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후 베이스 모델이 X3로 바뀌었고 BMW의 지원도 점차 강화되었다.

2011년부터는 브랜드를 BMW에서 미니로 바꾸면서 경주차 역시 컨트리맨으로 교체되었다. 2013년 엔트리했던 미니 올4 레이싱과 BMW X3 CC 랠리카는 모두 동일한 BMW제 3.0L 디젤 엔진을 얹고 있었다. BMW/미니의 본격적인 지원으로 자금이 풍성해지면서 스테판 페테랑셀이나 나니 로마, 나세 알아티야 같은 스타급 드라이버들을 영입했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다카르 종합 우승(미니 올4 레이싱)의 영광을 차지했다. 당시는 2009~2011년의 패자 폭스바겐이 WRC 참전을 위해 다카르를 정리한 직후여서 사실상 무혈입성에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한동안 모터스포츠 활동을 쉬었던 푸조가 2015년 복귀하고, 토요타가 워크스 체제를 강화하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특히나 푸조의 약진은 놀라웠다. 디젤 엔진에 2WD 버기 차체를 선택한 푸조는 2016년과 2017년 2연속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사막의 라이온’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주었다.미니는 4WD의 컨트리맨과 2WD 버기의 투 트랙 전략을 짰다           

2016년 페테랑셀에 34분58초 차이로 아쉽게 2위(알아티야)에 머물렀던 미니는 지난해 푸조는 물론 토요타에게도 밀려 6위와 7위를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게 된 미니는 배수의 진을 치고 2018년 다카르 랠리를 준비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네바퀴굴림차를 개량한 존 쿠퍼 웍스 랠리 4대를 투입하는 한편 완전히 새로 개발한 존 쿠퍼 웍스 버기 3대를 더해 7대의 경주차를 준비했다.

종합 우승을 다투는 T1 클래스(Improved Cross-Country Vehicle)는 사막과 험로를 달리기 위해 개발된 전문 경주차들이다. 엔진은 양산형 기반의 가솔린 혹은 디젤을 사용하고 양산차 디자인을 어느 정도 활용하지만 실제 양산차와의 공통점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푸조 3008DKR의 경우 디젤 엔진을 미드십에 얹어 뒷바퀴를 굴리고, 토요타 하이럭스는 픽업 트럭처럼 생겼지만 미드십에 V8 엔진을 얹어 네 바퀴를 굴린다.

엔진 종류에 따라 흡기제한장치를 달고, 구동방식에 따라서 타이어 사이즈와 최저지상고 등에 제한을 두어 성능차를 보정한다. 비포장 노면에서는 네바퀴굴림이 유리한 만큼 4WD 모델은 지상고와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줄이고 보다 작은 휠/타이어를 사용한다. 반면 2WD 버기는 보다 큰 타이어에 서스펜션 스트로크와 최저지상고도 여유롭다. 아울러 타이어 공기압 조절장치 탑제가 가능한데, 모래 위에서는 바람을 빼고 바위 지형에서는 공기압을 높이는 식으로 지형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구동방식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오프로드 지형에 특화된 버기의 구조적 이점에 규정상의 어드벤티지까지 더해짐으로써 지난해에는 푸조팀이 1-2-3위를 독식했다.오리지널 설곙의 버기면서도 미니 디자인의 특징을 담아냈다          

다카르 랠리를 준비중인 X레이드 미니팀           

미니 DNA 품은 2WD 버기카

버기가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불만 섞인 의견과 특정 팀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올해부터는 T1 4WD 차의 최저무게가 100kg 가량 줄고 서스펜션 스트로크는 확대되었다. 미니는 기존 랠리카를 새 규정에 맞추어 개량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푸조와 같은 2WD 버기를 별도로 개발해 동시 투입하는 투 트랙 전략을 선택했다. 이렇게 탄생한 존 쿠퍼 웍스 버기는 X레이드가 처음 시도하는 2WD 버기다. 팀의 수장인 스벤 콴트는 이 차가 X레이드 15년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였다고 설명한다. 2016년 말에 시작된 아이디어는 지난해 2월 본격 개발작업에 들어갔으며 45명의 엔지니어가 투입되었다.

이 차는 강관 스페이스 프레임 위에 카본 복합소재와 케블러로 제작된 보디를 씌웠다. 양산차와의 연관성은 전혀 없지만 미니 본사 디자인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니 디자인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거대한 오버펜더 사이로 1970년대 미니 클럽맨 느낌의 그릴과 원형 헤드램프를 배치했으며, 보닛에는 대형 미니 로고와 스트라이프 무늬를 넣었다. 검게 처리한 필러에 화이트 플로팅 루프는 현행 양산형 미니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 물론 공력적인 부분에도 많은 공을 들여 KLK 모터스포츠와 함께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미드십에 얹은 양산형 직렬 6기통 3.0L 디젤 터보 엔진은 과급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해 최고출력 340마력을 내며, 최대토크는 81.6kg·m에 이른다.세바스티앙 메켄슨 미니 사장과 X레이드를 이끄는 스벤콴트          

WRC 출신의 미코 히르보넨이 버기 중 한 대를 몬다          

다카르 2WD와4WD는 최저지상고와 타이어 사이즈 등이 다르다          

올해의 다카르 랠리에서는 미코 히르보넨, 브라이스 멘지스와 야지드 알라지 세 명이 미니 JCW 버기를 몰고 엔트리했다. 의욕적인 도전이었지만 첫 도전의 결과는 쓰라렸다. 경기 초반 두 대가 리타이어했고, 히르보넨 역시 3일째 리타이어함으로써 우승권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미니, X레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