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떠나자! 전부 다 걸고

태권 한 2018. 5. 30. 11:22

떠나자! 전부 다 걸고

에보 입력 

볼보 XC60에 파티오 캠핑 트레일러를 걸고 떠났다. 멈추는 모든 곳에 나만의 아늑한 작은 별장이 펼쳐졌다. 심지어 순식간에

햇살에는 온기가 넘치고 바람은 한결 촉촉해졌다. 황량했던 풍경에는 생명이 움튼다. 꽁꽁 매어둔 마음이 슬그머니 풀어진다. 건물 안에만 머물기에는 너무 아까운 1분 1초다. 나가야 한다. 도시를 떠나야 한다. 그리고 느껴야 한다. 햇살의 포근함을, 바람의 상쾌함을, 생명의 활력을 자연 한가운데서 오롯이!

남루한 육신 하나로 자연 속에 온종일 머무는 일은 절대 만만치 않다. 지친 몸이 잠시 쉴 곳도 필요하고 주린 배를 조금 채울 곳도 있어야 한다. 낭만을 고생으로 치환하지 않으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얼마만큼 준비하느냐는 각각의 선택이다. 맨몸으로 갈 수도 간단한 짐 몇 가지를 챙길 수도, 자연 속에 별장을 지어 올릴 수도 있다. 선택은 자유다. 그저 내가 머물 공간을 내 뜻대로 준비하면 된다.

끌고 가는 여행

가족과 함께 자동차로 떠난다면 캠핑 트레일러도 고려해볼 만하다. 생각보다 간편하고 기대보다 훌륭하다.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다. 스멀스멀 봄기운이 피어오르던 어느 날 봄바람에 이끌려 서울을 벗어나 한참을 내달렸다. 볼보 XC60 T6에 파티오 트레일러를 달고 탁한 도시와 뿌연 일상을 탈피해 가능한 먼 곳으로 떠나왔다.

막상 트레일러라고 하면 지레 겁부터 먹는다. 면허가 필요하다고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꼭 그렇지는 않다. 공차중량 기준 750kg 이하인 트레일러라면 트레일러 면허가 필요 없다. 물론 2종 보통 면허에 자동변속기 한정 조건인 ‘2종 오토’ 면허도 상관없다. 부담 없이 차에 덜컥 트레일러를 걸어도 된다. 아무도 잡아가지 않고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프리미엄 SUV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실내          

운전도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앞으로만 간다면. 트레일러는 끌고 가는 자동차가 지나는 궤적을 그대로 따라간다. 물론 제자리에서 스티어링휠을 휘휘 돌려 방향을 바꿔 출발하는 경우는 다르다. 그렇더라도 트레일러가 자동차의 궤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적어도 앞으로 갈 때는 트레일러 운전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제동 역시 이질적이지 않다. 파티오 트레일러는 관성 브레이크를 넣었다. 견인하는 차가 제동을 걸면 트레일러가 관성에 의해 견인고리를 힘껏 밀게 되는데 이 힘을 제동에 이용한다. 즉 앞차의 제동 강도에 따라 뒤차의 제동력이 결정되기 때문에 트레일러가 견인하는 차의 제동장치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제동등과 방향지시등이 혹시 가려질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트레일러에서 쭉 뽑혀 나온 플러그를 견인하는 차 소켓에 꽂아 연결하면 된다. 트레일러 뒤에 붙은 정지등과 미등, 방향지시등이 견인하는 차와 연계해서 들어온다. 볼보 XC60은 소켓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연결 상태를 점검한다. 그리고 후방 감지센서를 끌지 유지할지 운전자에게 물어본다. 역시 크로스오버 전문가 볼보답다.범퍼 가운데 설치된 견인봉은 사용하지 않을 때 범퍼 안쪽으로 감쪽같이 감출 수 있다          

차마 뒤로는…

후진은 되도록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익숙하지 않으면 꽤 애먹을 수 있다. 후진을 꼭 해야 한다면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방향과 트레일러의 진행 방향은 반대’라는 한 가지 공식을 외우면 된다. 스티어링휠을 왼쪽으로 돌리면 트레일러가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돌리면 왼쪽으로 꺾인다. 일일이 계산하며 돌리기 어렵다면 하나만 더 기억하자. 후진하는데 왼쪽 사이드미러에 트레일러가 보인다면 왼쪽으로 스티어링휠을 서서히 감자. 반대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복잡하게 원리 따위 따지지 말자. 해보면 다 깨닫게 될 터이니.

후진할 때는 스티어링휠을 절대로 급하거나 과도하게 돌리면 안 된다. 트레일러 방향이 순식간에 틀어진다. 방향이 한 번 엇나가면 바로 잡기가 쉽지 않다. 트레일러는 뒤로 직진하기가 가장 어렵다. 가벼울수록 방향에 더 예민하다. 특히 초보자라면 후진은 될 수 있는 대로 삼가야 한다. 되돌아갈 생각은 고이 접어 날려 보내야 한다.

그래. 함께 달리자

기꺼이 트레일러를 감당하겠다고 나선 모델은 볼보 XC60 T6이다. 덩치는 메르세데스-벤츠 GLC와 비슷한 수준으로 거구는 아니다. 감이 잘 안 온다면 현대 신형 싼타페보다 조금 작다고 생각하면 된다. XC60 T6은 체구로 기운을 짐작할 수 있는 차가 아니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엔진을 품었다고 보통 중형 모델을 떠올리면 안 된다. 과급기 욕심이 남다르다. 터보차저로는 성에 차지 않아 슈퍼차저까지 들였다. 숨이 턱에 차오르도록 흡기를 불어 넣으면 최고출력 32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뿜어낸다.

강력한 힘으로 네 바퀴를 굴려 달리는 XC60은 견인력도 상당하다. 제동장치가 없는 트레일러는 750kg까지, 제동장치를 갖춘 트레일러는 2400kg까지 끌고 달릴 수 있다. 오늘 끌고 나온 노랑이 파티오 캠핑 트레일러는 480kg이다. 제동장치까지 갖췄다. 이 정도면 가뿐하다. 아무런 부담이 없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뒤에 달린 트레일러가 크게 불편하지 않다. 물론 가속이 더디고 뒤가 무거운 느낌은 분명히 들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320마력과 40.8kg·m가 그리 만만한 힘은 아니다. 고성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차나 탐하는 수치다. XC60 T6만 해도 2t에 가까운 육중한 체구를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불과 5.9초 만에 가속한다.R-디자인에만 들어가는 21인치 휠. 편평비 얇은 타이어와 말캉한 서스펜션이 꽤 조화롭다          

제동 역시 불안하지 않다. 물론 이보다 무거운 트레일러는 어떨지 모르겠다. 제동장치를 갖춘 480kg짜리 파티오 트레일러는 별다른 부담이 없다. 사실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서 급제동 시험은 해보지 않았다. 일상 주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트레일러의 존재가 신경을 거스르지 않았다. 머지않은 곳에서 신호가 바뀌어 조금 강하게 제동했을 때도 제동거리는 많이 길지 않았다. 다만 트레일러를 달았다는 사실은 언제나 인지하고 운전해야 한다. 특히 차선을 변경하거나 후진할 때는 뒤로 길게 이어진 트레일러를 분명히 생각하고 제어해야 한다. 가속과 제동은 물론 조향도 급하면 안 된다. 차체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때로는 뜻하지 않은 제어 불능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굽이진 산길에서 타이어 비명이 들리도록 거침없이 내달리다가는 본인이 직접 비명을 지르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넓게 펼치다

한참을 달리다 넓게 펼쳐진 들판에 다다랐다. 처음부터 이곳에 닿으려 계획하지는 않았다. 그저 도시를 벗어나 도망치듯 내달리다 불현듯 마주했을 뿐이다. 한가로운 풍경에 그대로 차를 세웠다. 대충 자리를 잡고 트레일러를 차에서 분리했다. 480kg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무거우리라 짐작하겠지만 바퀴가 달려 있어 밀어서 움직일 수 있다. 혼자 밀면 사람에 따라 버거울 수 있지만 둘이라면 괜찮다.

한적한 들판 한쪽 언저리에 자리를 잡고 캠핑 트레일러를 펼치려 덮개를 열어젖혔다. 그 안에 착착 접힌 두툼한 천막이 보인다. 텐트형 캠핑 트레일러다. 이 커다란 텐트를 어떻게 세워 올리나 걱정할 필요 없다. 트레일러 안쪽에 있는 공기주입구에 에어펌프를 연결해 공기를 잔뜩 불어 넣으면 된다. 에어빔이라고 부르는 뼈대에 공기가 채워지며 텐트가 형태를 갖춘다. 공기가 가득 찬 에어빔은 생각보다 견고하다. 트레일러를 펼친 날은 강풍 피해가 속출했던 바로 그 날이었다. 캠핑 중에도 몇 번이나 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쳤지만 불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공기가 가득 채워진 뼈대는 기대보다 훨씬 튼실하다. 거센 바람에도 굳게 버텼다          

파티오 트레일러는 에어펌프를 연결한 뒤 90초면 아늑한 이동식 별장이 짠하고 나타난다. 에어펌프는 차 안에 인버터가 있으면 플러그를 그냥 꽂으면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자동차에 연결할 수 있는 인버터를 사야 한다. 형태가 갖춰지면 천막 아래 달린 두툼하고 질긴 고무링을 각자 쌍을 이루는 짧고 견고한 핀에 걸면 된다. 그러면 정말 끝이다. 텐트에는 더 손댈 일이 없다.

견고한 텐트가 펼쳐지는 파티오 트레일러 캠핑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함이다. 텐트를 펼치고 접는 시간이 각각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보통 1시간 이상 걸리는 크기가 비슷한 대형 텐트와 비교하면 대단한 이점이다. 캠핑은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조용히 머리를 비우며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온전히 회복하는 시간을 갖고자 떠난다. 그런데 강도 높은 육체노동이 따르면 쉽게 마음먹기 어렵다. 캠핑 트레일러의 편리함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장점이다.난방장비가 넉넉히 실리는 넓은 수납공간          

펼쳐놓고 보니 파티오 캠핑 트레일러로 만든 움직이는 별장은 기대보다 훨씬 쓰임새 있다. 구조적으로 한 단을 이뤄 위는 침실, 아래는 거실로 나뉜다. 공간도 넓다. 침실 쪽으로 두 명, 거실 쪽으로 세 명은 편하게 누울 수 있다. 두 공간을 물리적인 칸으로 분리하지는 않았다. 그저 심정적으로 공간을 분리해 계획에 따라 사용할 따름이다. 앞으로 불쑥 튀어나오는 2구짜리 버너와 조리대도 꽤 유용하다. 굳이 조리대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정리도 깔끔하다. 트레일러 앞쪽에는 커다란 수납함이 있다. 파티오 캠핑 트레일러를 판매하는 TNC코리아에 따르면 동급에서 가장 큰 수납함이다. 겨울 캠핑에 필수인 난방장비가 넉넉하게 실린다.실내는 구조적으로 한 단을 이뤄 위는 침실, 아래는 거실로 사용하면 된다          

잠시 내려놓기

캠핑 트레일러를 세우고 테이블과 의자를 펼치니 순식간에 일상과 격리된 작은 별장이 만들어졌다. 오롯이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했다. 준비한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었다. 복잡했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커피 그라인더 손잡이를 살며시 쥐고 천천히 원을 그렸다. 처음에는 힘줄이 살짝 튀어나왔다. 한동안 힘을 풀 수 없었지만 이내 원두가 갈아지고 또 갈아지며 근육이 이완됐다. 뭐든 처음은 힘들다. 익숙해져야 긴장도 살짝 풀어진다. 드넓은 자연 안에 티끌 같은 존재로 머무니 별 데서 다 철학을 찾는다. 이래서 캠핑이 좋다. 생각 없이 하던 일을 곱씹어보게 되고 습관처럼 하던 일을 의식적으로 하게 된다. 의도치 않은 데서 깨달음을 얻고 생각지 못한 데서 교훈을 얻는 까닭이다. 사실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 계산이 아닌 생각이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다. 엉뚱한 상상은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고 한없이 상상하는 일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버너 2개와 조리대를 내장했다          

대화도 캠핑이 선사하는 커다란 선물이다. 어른들은 야근 때문에, 아이들은 학원 때문에 저녁이 있는 삶을 포기하고 산다. 가족이 집에서 모여도 서로의 얼굴보다는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더 오래 바라본다. 캠핑을 떠나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아진다. 자연스레 꺼낸 대화가 술술 이어진다. 그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마음을 나눈다. 공감은 사람과 사람을 가장 강하고 끈끈하게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캠핑이 좋은 이유는 인간다운 삶을 회복할 수 있어서다. 더 잘 살기 위해, 혹은 그저 연명하기 위해 우리는 인간다움을 포기하고 산다. 생각과 상상 그리고 대화마저 포기해 버리니 점점 삭막해지고 팍팍해진다. 모두가 우려하는 냉혹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은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자꾸만 경쟁으로 내모는 사회에 순응하기만 하는 각각의 자신들일지 모른다. 경제적인 여유를 쫓다 보면 마음의 여유를 잃기 쉽다. 욕망을 추종하다 보면 인간성을 상실하기 쉽다. 때로는 가끔 떠나야 한다. 자연으로 들어가야 한다.

가끔 떠나자

얇은 외투도 거추장스러울 만큼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은 상쾌하다. 간편한 차림과 단출한 준비만으로도 캠핑을 떠나기 딱 좋은 시기라는 얘기다. 바람에 이끌리듯 볼보 XC60 T6에 파티오 캠핑 트레일러를 끌고 떠난 캠핑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고급 SUV가 선사하는 여유로움과 넉넉하고 간편한 캠핑 트레일러가 주는 안락함에서 호사를 체험했다. 한 번은 꼭 누려볼 만한 기분 좋은 사치다. 꼭 무엇인가 갖추고 떠나지 않아도 된다. 차 한 대만 있어도 좋고 뚜벅이라도 상관없다. 자연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누리는 게 중요할 뿐이다. 거기서 굳이 커피를 마시고 명상을 하고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멍만 때리다’ 와도 충분한 치유가 이뤄진다. 우리 언제 마음 놓고 멍 때려본 적 있었나? 그래. 떠나자. 바로 지금.


VOLVO XC60 T6

엔진 I4, 1969cc, 터보+슈퍼차저

최고출력 320마력/5700rpm

최대토크 40.8kg·m/2200~5400rpm

변속기 8단 자동, 4WD

서스펜션 앞/뒤 더블위시본/인테그럴링크

브레이크 앞/뒤 345/320mm, V디스크/디스크

휠 앞/뒤 8.5×21인치

타이어 앞/뒤 255/40R21

무게 1950kg

무게당 출력 164마력/톤

0→시속 100km 5.9초

최고시속 230km(제한)

가격 6,890만원


PATIO HYBRID 5

크기(길이×폭×높이) 4020×1900×1330mm

브레이크 관성 브레이크

가격 1,1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