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란 선수 "제2 클라이밍 여제? 자인언니는 넘사벽!"
얼짱 클라이밍 선수’ 고정란이 인공암벽에 매달린 채 카메라를 보고 있다. 선수들 중에서도 유독 긴 팔과 다리가 눈에 띈다. ‘김자인 키즈’로 꿈을 키우며 자란 고정란은 8월에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첫 메달을 노린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인터뷰 장소인 성수동 클라이밍센터에 도착하니 한창 사진촬영 중이었다. 인공암벽에 매달린 고정란(19·아이더 클라이밍팀·한국해양대) 선수의 모습을 파인더에 담는 사진기자의 자세도 아슬아슬해 보였다. 건강한 아름다움이 샌드위치 사이의 마요네즈처럼 비어져 나왔다. 그의 다리의 멍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클라이밍을 자칫 ‘우아한 스포츠’로 착각했을 노릇이었다.
올해 대학 새내기가 된 고정란은 고교 시절 ‘얼짱 여고생 클라이밍 선수’로 유명했다. 고2 때 스파이더 한강 챔피언십에 출전했다가 전국 방송을 타면서 ‘얼짱 선수’로 얼굴이 알려졌다.

고정란은 부산 토박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큰아버지의 권유로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평일에는 실내암벽을 탔고 주말에는 산에서 암벽에 올랐다. 대회에 나가면 늘 입상을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자연스럽게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부모님께선 반대하셨어요. 엄마는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원하셨죠. 고등학교 때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어요. 대학에 체육 특기생이 아닌, 수능시험을 쳐서 입학했죠.”
고정란은 현재 한국해양대학교에서 해양체육학을 전공 중이다. 그에게는 자랑스러운 명함이 또 있다. 대한민국 클라이밍 국가대표 자격이다. 스포츠클라이밍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올림픽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고정란은 8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릴레이 종목에 출전한다. 3명이 경기를 치러 기록을 합산하는 종목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곧바로 태릉선수촌으로 간다. 첫 입촌이라 마음이 설렌다”고 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이제 대중들에게 낯선 스포츠가 아니다. ‘클라이밍 여제’로 불리는 김자인(30)의 역할이 컸다. 153cm의 단신으로 세계랭킹 1위에 수 차례 오른 진정한 여제다. 모든 어린 클라이머들이 김자인을 보고 꿈을 키웠다. 고정란도 ‘김자인 키즈’ 중의 한 명이다.
“여제 이름이 탐나지 않느냐”고 슬쩍 떠봤더니 예의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랑살랑 흔든다. “언니는 범접할 수 없는 경지죠. 절대 탐나지 않아요.”
스포츠클라이밍은 크게 리드(Lead), 볼더링(Bouldering), 스피드(Speed)로 나뉜다. 리드는 13미터 이상의 높은 코스에 매달려 얼마나 높이 올라가느냐, 볼더링은 5미터 내외의 각기 다른 암벽을 몇 차례의 시도 만에 오르느냐, 스피드는 비교적 쉬운 코스를 얼마나 빨리 오르느냐를 겨루는 종목이다. 요즘은 세 가지를 모두 치른 뒤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것이 추세이다.
고정란은 스피드 종목에 강하다. 제8회 고미영컵 전국청소년대회(2017), 아시안유스챔피언십(2016) 등 1위를 차지한 대부분의 종목이 스피드였다.

고정란의 시선은 아시안게임을 넘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아득히 바라보고 있었다. 2020년이면 스물한 살. 세상을 놀래키기에 충분히 좋은 나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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