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드·친환경 다 잡은 지프의 첫 PHEV '랭글러 4xe'
공간 활용성은 아쉬워.. 가격 8340만원부터
미국 정부는 2030년 미국에서 판매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수소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무공해차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친환경차 모델을 시승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시승한 차는 스텔란티스 소속 브랜드 지프의 ‘랭글러’ PHEV 모델이었다. PHEV에는 대용량 배터리와 내연기관 엔진이 모두 탑재돼 순수 전기 모드로 수십㎞를 달릴 수 있다.

미국은 유럽이나 중국보다 전동화 전환 움직임이 다소 늦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에서 많이 판매되는 모델이 오프로드 주행 성능과 적재 능력이 좋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나 픽업트럭 모델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UV나 픽업트럭에는 전동화 전환이 다소 도전적인 과제로 여겨졌다. 이들 차량은 디젤 모델이 많고 거친 주행 감성을 상징으로 삼기 때문이다. 지프를 대표하는 SUV 랭글러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미국은 세계적인 전동화 전환 바람을 거스르지 못하고 변화에 나섰는데, PHEV는 미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오프로드 감성을 유지하면서 배출 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절충점으로 보인다. 지프가 지난해 국내에도 선보인 첫 PHEV 모델 ‘랭글러 4xe’를 타봤다.

랭글러 4xe의 외관은 ‘정통 오프로드’ 모델에서 기대하는 그대로다. 성인이 걸터앉아도 될 만큼 튀어나온 범퍼가 단단하게 버티고 있고, 그 위로 거대한 수직 그릴이 자리 잡았다. 넓은 면적의 보닛 옆 사이드미러는 큼지막한 사각이다. 측면의 군더더기 없는 직선 디자인은 강인한 인상을 준다. 동그란 모양의 전면 램프와 달리 후면 램프는 사각 디자인 요소가 적용돼 경쾌한 느낌을 준다.
차 높이가 1990㎜에 이를 정도로 높은데, 받침대가 있어 승차가 어렵지 않다. 오히려 높은 전고는 주행 시야를 크게 틔워준다. 실내에도 다양한 디자인 요소가 오프로드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문 안쪽에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하부 공간이 그물로 마감됐고, 운전자 오른쪽에는 기어 변속과 4WD 조정 레버가 모두 스틱 형태다. 최근 많은 모델에서 버튼식으로 바뀐 사이드브레이크 역시 위로 당기는 손잡이형이다.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를 설정하는 스크린은 작고 구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은 문에 있는 창문 버튼도 중앙 스크린 아래에 있다. 차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이 다소 낯설다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할 수 있다. 공조 버튼 아래 단자에 유선으로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 화면이 바로 중앙 스크린에 표시돼 편리했다.
시동을 켜고 액셀을 밟자 전기 모터의 힘으로 부드럽게 출발했다. 랭글러 4xe의 공차중량은 2345㎏에 이르지만, 전기모터의 힘으로 차체를 밀어올리니 부드럽게 가속했다. 오프로드 모델이지만, 전기 모드를 이용하면 도심 도로에서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증 기준으로는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할 수 있는 최대 거리가 32㎞인데, 실제로는 40㎞ 이상을 전기 모드로만 주행할 수 있었다.
랭글러 4xe는 하이브리드·일렉트릭·e세이브 등 세가지 주행 모드가 있는데, 운전대 왼쪽 아래 버튼으로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다.

엔진이 우선 구동되는 e세이브 모드를 켜거나 충전한 배터리를 모두 사용한 이후에는 엔진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데, 이땐 주행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엔진의 떨림이 고스란히 좌석으로 전해져 포장 도로에서도 승차감이 단단하고 거칠다. 랭글러는 ‘차박’ 등 야외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행 환경에 따라 전기 모터와 엔진을 선택할 수 있는 PHEV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랭글러 4xe는 2.0L 가솔린 터보엔진에 8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됐다.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주행성능을 낸다. 여기에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5.4kg.m의 성능을 내는 전기 모터가 얹혔다.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거나 곳곳에 굵직한 바위가 있는 오프로드에서의 주행성능은 뛰어났다. 운전자 오른쪽에 있는 4WD 조정 레버로 구동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일반 도로에서는 2륜 모드로 달리다 오프로드에서는 네 바퀴 모두 작동하는 4륜 모드로 설정하면 빙판이나 산길에서 접지력을 높일 수 있다.

거친 도로를 달리는 주행 성능이나 힘은 만족스러웠지만, 운전대 핸들링과 가속페달이 다소 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사가 급한 산길을 오르내리거나 넓은 도로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좁은 골목을 지나거나 주차를 할 때 섬세하게 조향하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 주행 중 탑승자가 느끼는 소음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효율성은 뛰어나다. 기존 내연기관 랭글러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9㎞인데, 랭글러 4xe는 12.7㎞로 웬만한 세단보다 연비가 좋다. 서울에서 하남까지 왕복 주행한 뒤 클러스터에 표기된 평균 연비는 리터당 15.1㎞였다.
뒷좌석 공간은 다소 협소하다. 또 내연기관 랭글러에는 들어가지 않는 배터리팩이 2열 시트 아래 탑재되면서 상당한 공간을 양보했다. 2열 좌석을 접어도 트렁크 바닥과 평평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국내에는 오버랜드와 오버랜드 파워탑 두가지 트림이 판매되고 있는데 가격(부가세 포함)은 각각 8340만원, 86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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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랭글러 픽업트럭, 모델명은 글래디에이터?
이한승 기자 입력 2018. 11.19.
지프 글래디에이터 콘셉트(2005)
지프 랭글러 픽업트럭의 모델명이 글래디에이터(Gladiator)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프스크램블러포럼에는 FCA 웹사이트에 잠시 노출됐다 사라진 '2020 Jeep Gladiator'라는 모델을 캡처한 사진이 올라왔다. 글래디에이터는 1960년대 지프 픽업트럭의 모델명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랭글러 픽업트럭의 공식 명칭은 스크램블러(Scrambler)로 FCA 내외부에서 신형 랭글러 기반의 픽업트럭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랭글러 픽업트럭은 신형 랭글러를 기반으로 전장을 늘리고 오픈데크를 적용했다. 공개는 오는 28일 LA오토쇼에서다.

해당 사이트에는 새로운 모델명 글래디에이터와 함께 세부 트림명과 코드명이 함께 공개됐다. 트림은 총 3가지로 스포츠(JTJL98), 오버랜드(JTJP98), 루비콘(JTJS98)으로 구성된다. 오버랜드는 오프로드 캠핑을 위한 버전으로 다른 트림과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

랭글러 픽업트럭의 생산은 올해 4분기 시작돼 내년 4월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다. 연간 판매목표는 10만대 수준이다. 랭글러 픽업트럭은 중형 픽업트럭으로 분류돼 쉐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토요타 타코마, 혼다 릿지라인, 닛산 프론티어 등과 경쟁하게 된다.

한편, 스크램블러라는 모델명은 두가티의 고성능 바이크에서도 사용된다. 스크램블러는 고성능 네이키드 바이크로 온로드와 오프로드 함께 달릴 수 있는 성격을 지녔다. 배기량 1079cc L-트윈엔진을 적용해 최고출력 84.5마력, 최대토크 8.9kgm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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