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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프레임 미러리스의 새로운 기준, 소니 ‘a7M3’

태권 한 2019. 2. 23. 09:17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새로운 기준, 소니 ‘a7M3’

2019.02.22

불과 몇 년 전까지 미러리스는 DSLR만 못한 카메라로 인식됐다. 미러리스를 추천하면 ‘카알못(카메라 알지도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현재 시장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카메라 제조사 3대장 캐논·니콘·소니 모두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공협회(CIPA)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약 1030만대 팔렸던 DSLR은 지난해 660만대로 판매량이 줄었다. 반면, 미러리스는 같은 기간 310만대에서 420만대로 더디지만 꾸준히 성장하며 DSLR 시장 파이를 뺏어오고 있다. 미미한 성장 같지만, 전체 카메라 시장이 하향세인 가운데 거둔 성과라 주목할 만하다.

‘a7’이라 쓰고 ‘알파 세븐’이라고 읽는 이름은 그래서 특별하다. 2013년 소니가 처음 내놓은 a7은 불모지인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을 개척했다. 그리고 어느덧 3세대 제품이 나왔다. a7 시리즈는 M·R·S 세가지 제품군으로 나뉜다. M은 기본이 되는 보급형, R은 4천만이 넘는 고화소에 올인한 모델, S는 영상 및 고감도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현재 3세대 a7은 R·M 라인업이 나온 상태다. 특히 지난해 4월 출시된 ‘a7M3’는 보급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중급기 이상의 스펙을 들고나와 풀프레임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소니 a7M3는 꿈의 카메라는 아니지만,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카메라 선택의 기준점이 됐다.

|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 ‘a7M3’


완성형 3세대 ‘a7’

장비병이 찾아온 취미 사진가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나와 같은 기종을 들고도 퓰리처상 사진전을 펼치는 장인들의 사진을 보며 ‘똥손’을 탓하는 일이다. 그러고도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지 못하면 이상형 월드컵이 시작된다. 평소 관심 있던 카메라들을 늘어놓고 어느 게 더 나을지 비교하고 또 비교한다. 대개는 뭘 찍는지, 정지된 사물을 찍을 건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촬영할 건지, 영상 촬영 비중, 통장 잔고 등에 따라 선택지는 좁혀진다.

이때 a7M3은 가장 먼저 생각나는 카메라 중 하나다. 렌즈 교환식 풀프레임 카메라를 사려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카메라 커뮤니티에서는 카메라 비교 글이 자주 올라오는데 비교군으로 a7M3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진입장벽이 낮은 보급형 제품이면서도, 3세대에 걸쳐 완성된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a7M3는 새롭게 설계된 35mm 2420만 화소의 이면조사형 엑스모어 R CMOS센서, 위상차 AF 포인트 693개와 콘트라스트 AF 포인트425개에서 나오는 AF 성능, 초당 10연사, 5축 손떨림 보정, 4K 영상 등이 특징이다.풀프레임 미러리스의 새로운 기준, 소니 ‘a7M3’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새로운 기준, 소니 ‘a7M3’

풀프레임 미러리스만 놓고 봤을 때는 세 바퀴째 제품을 굴려본 소니의 완성된 기술력이 이제 막 시작하는 경쟁사보다 더 우월할 수밖에 없다. DSLR을 포함했을 때도 렌즈군의 다양성, 편의성 등을 제외한 바디 자체 성능은 보급형 풀프레임 중에서 압도적이다.

보급형을 넘어선 스펙은 상위 기종에서 비롯됐다. a7M3은 상위 기종인 ‘a9’‘a7R3’에서 선보인 최신 디지털 이미징 기술을 고루 탑재했다. a9은 몸통을 내주었다. 프레스급 바디로 미러리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a9 몸통은 a7 3세대 제품에 아낌없이 쓰였다. 손에 쥐는 느낌과 조작 체계는 a9과 다르지 않다. 조이스틱과 터치스크린을 지원해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바디 오른쪽에 쏠린 각종 버튼과 다이얼도 동일하다. 단, 상위 기종들과 달리 다이얼의 중앙 버튼을 눌러 모드를 고정하는 방식이 아닌, 모드 다이얼을 자유롭게 회전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겉모습에서 드러나는 유일한 차이다. 모델명 로고를 제외하고 말이다. SD 카드를 2개 넣을 수 있는 듀얼 슬롯, 용량이 2배로 늘어난 신형 배터리도 그대로다.

사진과 영상 사이의 균형감

또 a9과 같은 AF 시스템을 적용했다. 4D 포커스 기능을 적용했으며, 위상차 AF 포인트는 693개, 콘트라스트 AF 포인트는 425개다. 초점을 알아서 잘 맞춘다는 얘기다. 전작인 a7M2와 비교했을 때 AF 성능이 2배 이상 향상됐다. 타사와 기술력 차이가 돋보이는 Eye-AF 기능도 나아졌다. 인물 촬영 시 자동으로 눈에 초점을 맞춰주는 Eye-AF 기능은 a7R3와 마찬가지로 별도 버튼을 누르지 않고 반셔터만 눌러도 연동되며, 동체를 촬영하는 AF-C 모드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인물이 걷거나 뒤돌아봐도, 얼굴이 부분적으로 가려진 경우에도 눈을 잘 포착해 찍을 수 있다.

| Eye-AF가 사람의 눈을 잘 추적한다.

연사 속도는 a7R3 수준으로 빨라졌다. AF/AE 추적 상태에서 초당 10연사로 최대 JPEG 이미지177장, 압축 RAW 이미지 89장, 비압축 RAW 이미지 40장을 촬영할 수 있다. 초당 10연사는 기계식 셔터와 전자식 셔터(무소음 모드) 둘 다 지원한다. 단, a7R3와 마찬가지로 전자식 셔터는 연사 시 플리커 현상이나 이미지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 플리커 방지 기능이 적용됐지만, 기계식 셔터일 때 유효하다.

화소는 2420만으로 4240만에 달하는 R 시리즈에 비해 낮다. 하지만 고화소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대형 인화나 사진을 원하는 구도로 다시 잘라내는 ‘크롭’을 거쳐도 화질이 뭉개지지 않고 선명하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SNS나 웹에 올릴 때 고화소는 낭비적이다. 고화소는 곧 고용량과 직결된다. 사진을 찍을 때도 무겁고, 따로 보관하기에도 무겁다. RAW 파일을 보정할 때는 영상을 렌더링하는 것처럼 버벅대며 인내심을 테스트하게 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화소가 낮은 게 오히려 유리한 점도 있다. R 시리즈보다 a7M3가 더 폭넓게 추천되는 이유 중 하나다.

| 2420만 화소도 충분하다.

최대 상용 감도는 ISO 51000 수준으로, ISO 32000을 지원하는 a7R3보다 감도가 높다. 어두운 환경에서 더 잘 찍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a7R3와 마찬가지로 약 15스톱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지원한다. 보정을 할 때, 사진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조절할 수 있는 폭이 넓다.풀프레임 미러리스의 새로운 기준, 소니 ‘a7M3’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새로운 기준, 소니 ‘a7M3’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 성능도 뛰어나다. 최근 심도 표현 등을 이유로 캠코더가 아닌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 때문에 카메라에서 영상 기능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카메라 업체들도 이 점에 주목해 4K 해상도 촬영 지원을 주요 기능으로 내세워 홍보한다. 하지만 4K를 지원하는 카메라는 많아도 제대로 지원하는 카메라는 많지 않다. 보급형 풀프레임 카메라는 대부분 4K 영상 촬영 시 풀프레임 센서 전체를 이용하지 않고 크롭 영역을 사용한다.

반면, a7M3는 4K 24p 촬영 시 풀프레임 센서 영역을 전부 활용한다. 영상을 6K로 기록해 4K 화질 영상을 만들어 주는 식이어서 화질이 더 좋다. 최대 14스톱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제공하는 S-Log3를 적용해 영상을 보정할 수 있는 폭이 넓다.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기준

아쉬운 부분은 디스플레이다. a7M3는 사진을 찍고 확인할 수 있는 LCD 화면이 92만1600 화소로 낮은 편이다. a9과 a7R3는 144만 화소다. 심지어 전작인 a7M2도 122만 화소다. 화소가 낮은 만큼 사진이 어떻게 찍혔는지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기 어렵다. 전자식 뷰파인더(EVF)는 a7M2와 같은 236만 화소 XGA OLED가 적용됐다. 화면 배율은 0.71배에서 0.78배로 넓어졌다.

제품 사양에서 드러나지 않는 조작 편의성도 경쟁 제품에 비해 아쉽다.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이 많이 개선되고 조이스틱과 터치스크린 등 조작 편의성이 더해졌지만, DSLR을 쓰다가 건너온 사용자에게는 묘하게 불편하다. 손에 착 감기지 않는다. DSLR 감각을 많이 입히려 한 니콘이나 캐논의 풀프레임 미러리스보다 밀리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소니 특유의 조잡한 메뉴 시스템은 2년을 넘게 써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치 보물찾기 같은 구성을 갖춰 원하는 기능을 찾기 힘들게 만든다.

| 터치 조작도 좀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몇몇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a7M3는 풀프레임 카메라의 기준점으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더는 똑딱이 카메라를 사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싼 카메라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 높아졌다. 스마트폰으로 찍을 수 없는 장면과 순간을 담아낼 수 있어서다.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주는 카메라에만 관심을 둔다. 풀프레임 카메라는 2011년 전체 카메라 시장에서 7%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42% 수준의 비중을 유지했다. 프로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풀프레임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진 셈이다. 입문자와 중급자, 상급자용 카메라를 엄격하게 나누던 시절은 갔다. a7M3는 모두를 위한 카메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상위 기종(a9·a7R2)의 스펙을 이어 받은 탈 보급기
  • ‘결정장애’를 치료해주는 전천후 성능(영상·사진 모두 적합)
  • 보정 떡칠이 가능한 폭넓은 다이내믹 레인지(최대 15스톱)
  • 기특한 AF 성능(eye-AF는 덤)

단점

  • EVF·LCD 화질
  • 소니 특유의 조잡한 메뉴 시스템
  • 경쟁 제품에 비해 아쉬운 조작감

추천 대상

풀프레임 카메라 입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