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단총(Submachine gun)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1차세계대전의 끝자락이었다. 당시 보병용 화기 중 화력이 강력한 기관총은 1인이 들고 다닐만한 크기가 아니었고 소형화할 기술도 부족했다. 당시 기술력으로는 권총탄을 사용하면 연발로 발사하는 총기를 소총 크기로 만들 수 있는 정도였다. 이에 따라 기관단총의 시대가 열렸으며, 이탈리아의 베레타 1918, 독일의 MP18, 그리고 톰슨 기관단총 등이 차례로 등장했다.
MP18 기관단총은 독일군의 돌격대에게 엄청난 화력을 제공했지만 패전을 면치는 못했다. <출처: Public Domain>
이 시기의 기관단총들을 소위 1세대 기관단총으로 부를 수 있다. 1세대 기관단총은 가동부는 철제로, 손잡이나 개머리판 부분은 목재로 만드는 등 나름의 특징이 있었다. 뒤를 이어 등장한 STA/MAS M1924, 슈타이어 MP34, 스타 SI35, 베레타 MAB 38, MAS 38, PPD 40 등도 모두 그러한 공식에 따라서 만들어졌다.
MP40이 등장할 무렵 세계 각국은 세계대전을 준비하며 신형기관단총을 개발했다. <출처: Public Domain>
그러나 독일이 프레스 성형, 알루미늄 가공 및 플라스틱 소재 등 신기술을 소화기에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기관단총도 슬슬 바뀌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슈마이저의 MP40이다. 특히 2차대전에 접어들면서 각국은 양산에 중점을 두고 총기를 개발하여 기술적 진보에 더하여 간단한 양산절차는 미덕으로 간주되었다. 그리하여 2차대전을 즈음하여 등장한 2세대 기관단총으로는 MP40이외에도 스텐, PPS 43, M3나 M3A1과 같은 총기들이 있었다. 전후에는 스타 Z-45, MAT 49 같은 기관단총들이 그 뒤를 이었다.
M3 그리스건처럼 양산이 쉬운 총기들이 2세대 기관단총의 주축이 되었다. <출처: 미 국방부>
한편 1940년대 말이 되자 새로운 접근들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관단총의 손잡이에 탄창을 삽입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이러한 설계를 채용할 경우 총기의 크기를 줄일 수 있으며, 노리쇠의 무게중심도 좀 더 뒤로 뺄 수 있어 안정적인 사격이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아예 탄창을 개머리판 쪽으로 두자는 불펍(Bullpop) 소총도 사실 이런 논리에 바탕한 것이다.
야로슬라프 홀레첵이 설계한 확장형 노리쇠 기관단총의 시제모델들 <출처: zonwar.ru>
신형 기관단총의 설계자인 야로슬라프 홀레첵 <출처: Public Domain>
이러한 설계를 실현시킨 개척자 중의 한 명이 젊은 총기설계자인 야로슬라프 홀레첵(Jaroslav Holeček, 1923~1977)이었다. 홀레첵은 이 설계를 처음 CZ 148과 그 후속인 CZ 447에서 구현했다. 이는 1946년 체코군이 국방개혁을 추진하면서 신형기관단총 채용을 요구함에 따라 CZ가 해답으로 내놓은 제안 총기들이었다. 한편 코우츠키 형제도 신형기관단총의 개발에 나서 ZK 476 모델을 선보였다. 비록 소련이 7.62x25mm 토카레프 권총탄을 채용하고 있었지만, 체코는 9mm 파라블럼탄을 사용하는 모델로 개발을 진행했다.
홀레첵의 최초 설계는 총몸이 사각형이었으며, 따라서 노리쇠도 사각형이었다. 그러나 당시 가공기술로는 사각형태의 기구를 정밀하게 작동하도록 가공하는데 한계가 있어 CZ의 동료 엔지니어들은 총몸과 노리쇠를 원형으로 제조하도록 설계방향을 바꾸었다. 결국 차기 기관단총 선정사업의 후보는 CZ 447과 ZK 476의 두 개 기종으로 압축되었다.
체코의 또다른 유명 총기설계자인 코우츠키 형제가 개발한 ZK 476 모델 <출처: zonwar.ru>
차기 기관단총으로는 CZ 447 모델이 선정되었으며 이를 개량한 모델이 Sa. Vz 48로 명명되어 채용되었다. <출처: 프라하 군사역사연구원>
차기 기관단총 사업을 관장하던 체코슬로바키아의 군사기술원은 거의 똑같은 설계사상의 두 총기를 비교하면서 그 차이점에서 장단점을 찾고자 했다. 우선 ZK 476은 방아쇠와 노리쇠를 단단히 확보하는 안전장치, 신뢰성 높은 방아쇠, 충격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조준기구 등이 장점으로 지적되었다. 한편 CZ 447은 가벼운 무게, 작동상 편이, 간단한 구조, 클로즈드 볼트 구조로 인한 약실오염방지 등이 장점으로 평가되었다. 한마디로 ZK 476은 내구성이 높지만 그 덕에 무게가 증가하고 구조도 복잡해진데 반해, CZ 447은 단순하고 가벼웠다는 것이다. 결국 1948년 8월 10일 군사기술원은 CZ 447 모델을 차기 체코군 기관단총으로 선정했다.
Vz 25로 무장한 체코군 병사들의 모습 <출처: 체코 육군본부 아카이브>
새로 선정된 총기는 애초에는 보병용 고정식 개머리판 모델은 "기관단총 모델 48a(Samopal vzor 48a; 약자로 Sa. Vz 23)", 공수부대용 접철식 개머리판 모델은 "기관단총 모델 48b(Sa. Vz 48b)"로 분류되었다. 그러다가 1950년 봄에 분류체계가 바뀌면서 고정식 개머리판 모델이 '연발총 모델 23(Sa. Vz 23)', 접철식 모델이 '기관단총 모델 25(Sa. Vz 25)로 바뀌었다. 총기의 양산은 1949년 2월부터 시작되었으며, 초도분 200정이 동년 6월 납품되었다.
Vz 23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체코군 <출처: @sa.23242526 / facebook>
한편 1950년에는 소련군과의 탄약 표준화 요구에 따라 7.62mm 토카레프 탄환을 사용하는 모델로 개수작업이 시작되어 Vz 25(고정식 개머리판)과 Vz 26(접철식 개머리판)의 생산은 Vz 23/25의 생산이 끝난 1951년부터 시작되었다. 최종적으로 생산된 것은 모두 34만여 정이었다.
체코군의 Sa vz. 26 기관단총 사격 및 야전분해 해설영상 <출처: 유튜브 Forgotten Weapons>
특징
Vz 23은 세계 최초로 확장형 노리쇠를 채용한 기관단총이 되었다. 확장형 노리쇠를 통해 총기의 크기를 줄임과 동시에 반동의 제어도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만듦으로써 인기를 끌었다. 이후 Vz 23/25를 수입했던 이스라엘이 이 구조를 카피하여 우지 기관단총을 만든 것은 어찌보면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Vz 26 기관단총 <출처: @sa.23242526 / facebook>
탄환은 애초에 9mm 파라블럼탄을 사용하도록 만들어졌다. 2차대전 후 체코 군은 9mm 파라블럼탄에 강철심재를 박아넣은 탄환인 Vz 48 탄환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무려 400m의 거리에서 Vz 32 헬멧을 관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체코 정부의 결정에 따라 7.62x25mm 토카레프탄을 채용하면서 관통력은 크게 감소되어 120m의 거리에서야 겨우 Vz 32 헬멧을 관통할 수 있었다.
Vz 26 기관단총의 구성 <출처: Public Domain>
Vz 48 탄환을 사용하였으므로 애초에 Vz 23/25는 100m에서 400m까지 가늠자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7.62mm 토카레프탄을 채용함에 따라 이는 거의 의미가 없어졌다. 게다가 7.62mm 토카레프탄은 위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됨에 따라 당시 소련군에서조차 퇴출될 예정으로, 소련군은 추후에 9x18mm 마카로프탄을 새로운 권총탄으로 채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을 알지 못하고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표준에 무조건 따라야만 했던 체코는 부득이하게 7.62mm 모델을 만든 것이다. 게다가 토카레프탄은 필요이상 반동과 압력이 컸으므로 총기의 내구성에 영향을 미쳤기에 재설계과정에서 총열과 총몸의 두께를 늘리는 등 조치를 취함에 따라 무게가 330g이나 늘어남으로써 단점이 또 하나 늘어났다.
Vz 26의 측면 모습. 우측 윗면에 탄피배출구가, 좌측 윗면에는 장전손잡이가 보인다. <출처: lskb.pl>
Vz 23은 대부분의 부품을 프레스 생산으로 가공할 수 있어 매우 쉬운 양산이 가능했다. 오직 총열과 노리쇠 등 일부 부품만을 절삭가공으로 생산했다. 초기생산분은 블루잉으로 표면처리가 되었지만, 이후 양산분에서는 파커라이징(Parkerizing)으로 처리되었다. 총몸은 직경 40mm의 원형으로 탄피배출구는 우측 상방에 위치하며 장전손잡이는 좌측 위쪽으로 위치한다. 확장형 노리쇠는 약실과 총열을 감싸는 독특한 형상을 구현하기 위하여 절삭가공으로 만들어지며, 노리쇠에는 탄피갈퀴(extractor), 공이와 장전손잡이 등이 결합된다.
야전분해된 Vz 26 기관단총. 확장형 노리쇠 덕분에 총열이 상당히 긴 편에 속한다. <출처: lskb.pl>
총 전체의 길이는 접철식인 Vz 25/26의 경우 445mm로 매우 짧다. 이에 반하여 확장형 노리쇠를 채용한 설계 덕분에 총열길이는 무려 282mm로 총 전체길이에 비하여 매우 긴 편이다. 안전장치는 2가지로 우선 장전손잡이를 앞쪽으로 꺾어놓으면 노리쇠가 고정된다. 또한 방아쇠 바로 옆에 방아쇠 잠금장치가 있어 권총손잡이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안전과 발사로 해제가 가능하다. 탄창은 9mm 버전에서는 24발과 40발의 2가지 버전이 있지만, 7.62mm에서는 32발 탄창으로 통일되어 있다.
Vz 23 계열 총기는 총기 우측에 탄창장전을 돕는 지지대가 달려있다. <출처: Forgotten Weapons 유튜브 영상 갈무리>
Vz 23 계열의 총기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포함한 것으로 유명하다. 손잡이 각도는 토카레프탄을 사용하는 모델에서만 약간 앞쪽으로 기울어져 반동을 제어하기 편하게 했다. 그리고 접철식인 Vz 25/26은 접철식인 상태에서 어깨받침대가 전방손잡이로 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한편 총몸 오른쪽에는 기묘한 장치가 포함되어 있는데, 탄창의 장전을 돕기위한 받침대가 있어 탄창에 탄환을 손쉽게 장전할 수 있도록 했다. 더욱 특이한 점은 연발과 단발을 구분하는 조정간은 따로 없다는 점이다. 즉 사수가 방아쇠를 살짝 당기면 단발, 길게 당기면 연발로 발사되는 방식이다.
Vz 26의 탄환 장전방법 <출처: 유튜브 Gunmaster.cz>
운용 현황
Vz 23 기관단총으로 훈련중인 체코군 <출처: 체코 육군본부 아카이브>
Vz 23/25는 9mm 파라블럼탄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선 체코 육군에 채용되었다. Vz 23을 6,346정, Vz 25는 25,611정을 생산하였다. 체코 육군 뿐만아니라 국가안전부(ŠtB, Štátna bezpečnosť) 소속부대에서도 초기부터 도입했다. 물론 이후 7.62mm 토카레프탄을 사용하는 Vz 24/26가 도입되면서 육군의 기관단총도 교체되었으나, 내무부 소속부대는 Vz 61 슈코르피온을 지급받을 때까지 Vz 23/25를 사용했다.
Vz 26 기관단총으로 사격훈련 중인 체코군 <출처: 프라하 군사역사연구원>
체코는 소련군과의 탄약호환을 위하여 소련군의 표준탄환인 7.62mm 토카레프탄을 채용해야만 했으므로, Vz 24/26은 1951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되어 보병용인 Vz 24가 약 12만 정, 공수부대용 Vz 26가 약 22만정으로 도합 345,000정이 생산되었다. 이들 총기는 대부분이 육군으로 보내졌으며, 약 1만9천 정이 내무부 산하의 부대로 보내졌다.
Vz 25로 무장한 쿠바 혁명군 <출처: CZUB>
해외에서는 루마니아가 대량으로 구매하여 Vz 24 1만 정과 Vz 26 2만 정을 도입했다. 한편 더 이상 체코 육군에서 자리를 잃은 Vz 23/25는 많은 수가 쿠바와 베트남 등으로 공산혁명을 위해 보내졌다. 일부 총기들은 아프리카 지역으로 판매되었으며, 로디지아에서 카피판이 생산되기도 했다.
Vz 26 기관단총의 사격장면 <출처: 유튜브 Gunmaster.cz>
파생형
Vz 23 : 9mm 파라블럼탄을 사용하는 보병용 기관단총. 목재 개머리판을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Vz 23 기관단총 <출처: Public Domain>
Vz 24 : 7.62mm 토카레프탄을 사용하는 보병용 기관단총. 1951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Vz 26 : 7.62mm 토카레프탄을 사용하는 공수부대용 기관단총. 이 계열의 기관단총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되었다.
Vz 26 기관단총 <출처: Public Domain>
코만도(Kommando) LDP : Vz 25의 카피판. 아랫총몸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으며, 접철식 개머리판은 철재 프레스 방식에서 제작이 간단한 철사식으로 바뀌었다. 원래 로디지아에서 생산되어 "로건(Rhogun)"이란 애칭으로도 불렸으나, 이후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생산시설이 옮겨가면서 단발 전용의 모델이 "사나(Sanna) 77"이라는 이름으로 생산되었다.
코만도 LDP 기관단총 <출처: Public Domain>
제원
모델명
Vz 23
Vz 25
Vz 24
Vz 26
구경
9 mm 파라블럼
7.62mm 토카레프
전체길이(mm)
686
686/445
686
686/445
총열길이(mm)
282
284
중량 (kg)
3.27
3.41
3.5
3.6
강선수 (우선회)
6
4
연사율 (발/분)
제원상 발사율 :
600
650
운용상 발사율
-
70-100
장탄수 (발)
24/40
32
저자 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하다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한남대와 신안산대 등에서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방위사업청,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국제협력 상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