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산 기자 입력 2022. 05. 02.
‘국산’ 모터사이클이라곤 언더본 정도가 전부인 현 상황에서 중국산 모터사이클이 다양하게 선보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물론 품질이나 기술 면에서 일본 브랜드 제품이 최선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어도 가격에서는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자리를 담당했어야 할 국산 제품이 부재인 상황이니 이를 차지하기 위해 중국산 제품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그렇다고 이렇게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들이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산 브랜드들이 중국 브랜드에서 제품을 골라 엠블럼과 제품명을 수정해 국내에 선보여왔기 때문. 일부 제품들은 한국 브랜드가 개발하고 생산만을 위탁했다고는 하지만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유명 브랜드의 OEM이나 ODM을 담당해온 중국 브랜드가 정말 기술이 부족할까?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여러 이유와 방법으로 중국산 제품이 선보이고 있고, 이제는 중국 브랜드들도 굳이 브랜드를 감추지 않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기술이나 품질의 상향 평준화가 충분히 이루어졌기 때문으로, 여기에 높은 가격 경쟁력이라는 또 하나의 무기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오늘 소개할 롱지아의 이지맥스 시리즈도 그런 모델이다.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은 많겠지만, 유럽이나 북미 등 세계 각국에 자체 브랜드나 OEM, ODM 등으로 수출하고 있는 브랜드다. 연간 생산량도 완성차 15만 대에 엔진 10만 대, 프레임 10만 대에 달할 정도며, 스크램블러, 카페레이서, 크루저, 클래식 스쿠터, 스프린트 스쿠터 등 장르 역시 다양하다. 국내 시장에는 한국모터스가 수입 및 유통, 사후처리를 담당한다.
이지맥스 시리즈는 크기로 구분할 경우 중형 스쿠터 정도로, 혼다 PCX나 야마하 엔맥스와 비슷한 정도다. 300과 125 모델이 차체를 공유해 크기는 전장 1,930mm, 전폭 755mm, 전고 1,130mm에 휠베이스 300 모델이 1390mm, 125 모델은 1385mm이다. 시트고는 770mm로 낮은 편이어서 키가 작은 사람도 부담을 덜 수 있다.
외관은 직선 위주의 디자인에 후미로 갈수록 날카로운 디자인으로 스포티함을 잘 살린데다 스페셜 컬러는 ‘트리컬러(tri-color)’ 색상을 사용한 덕분에 유럽 브랜드의 느낌도 물씬 풍긴다. 여기에 헤드라이트에 적용된 주간주행등으로 날카로운 표정까지 더해 상당히 공격적인 스타일을 강조했다.
계기판은 LCD 창을 중심으로 좌우로 아날로그 속도계와 회전계를 배치했다. LCD 창에서는 속도계와 연료계, 수온계, 적산거리 등이 표시된다. 스마트키가 기본 적용으로, 키박스 자리에 전원 레버를 배치했고, 아래로 시트와 연료주입구 열림 버튼을 더했다. 연료주입구 마개는 제대로 닫혀야만 초록색이 보이도록 구멍이 뚫려있는데, 소소하지만 불상사를 막는 좋은 아이디어다.
시트 하단에는 헬멧과 비옷 등을 함께 보관할 수 있는 수납공간이 있고, 이너 카울의 글러브박스에는 USB 충전포트를 마련해 스마트폰 사용에 대응했다. 비상등 스위치도 기본으로 장착돼있는데, 일반적인 킬 스위치 자리에 있으므로 처음 타는 사람들은 주의할 것.
파워트레인은 278cc 수랭 단기통의 넥서스 300(NEXUS 300) 엔진으로, 종쉔이 피아지오 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제작한 쿼사(QUASAR) 엔진이다. 질레라의 넥서스 300을 비롯해 아프릴리아 SR 맥스 300, 베스파 GTS 300 등 피아지오 그룹 산하의 300cc 모델들에 두루 사용된 엔진이니 신뢰도에 대해서는 긴 말이 필요없을 듯. 개량을 거쳐 유로 5 환경규제에 대응하며, 성능은 최고출력 19마력/7,500rpm, 최대토크 23.5Nm/5,750rpm이다.
다른 곳에서도 많이 만났던 엔진이라 그런지 시동을 걸 때부터 이질감이 느껴지거나 하는 건 없다. 속도를 올려붙여도 부담이 없는 건 많이 경험해본 만큼 이 정도로 스로틀을 감았을 때 이 정도구나 하는 예상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무게는 이지맥스 300이 야마하 엑스맥스보다 14kg 정도 더 가벼워서 유로 5 환경규제 대응으로 경쟁 모델 대비 출력이 낮아도 경쾌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시승차량은 윈드스크린이 옵션으로 교체되어 제법 방풍성능이 우수해졌으나, 스포티한 주행을 선호한다면 순정 상태 그대로가 낫겠다. 선택은 각자의 취향이겠지만.
서스펜션은 앞 정방향 텔레스코픽 포크, 뒤 프리로드 조절식 듀얼 쇼크 업소버가 적용됐다. 시트는 표면 재질의 마찰력을 높여 엉덩이를 잘 잡아주어 좋은데, 내부 재질은 충격 흡수가 기대보다 조금 떨어져 거친 노면에선 진동이 그대로 올라오는 편이라 방지턱이나 요철에선 속도를 여유있게 줄여줘야 불편하지 않게 탈 수 있을 듯하다.
300cc 모델이 월등한 성능으로 시원한 가속감을 보여주는 건 당연한데, 여기에 125cc 차체까지 더하니 시내에서도 부담없이 탈 수 있게 된 점이 좋다. 게다가 519만 원(스페셜 색상, 일반 단색은 509만 원)의 가격은 동급 대비 저렴해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혀준다. 물론 이 시장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혼다 포르자 350이나 야마하 엑스맥스 300에 비해 트랙션 컨트롤과 같은 몇몇 기능들은 없지만, 누군가는 기능을 포기하더라도 가격 부담을 더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선택지의 다양화는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유럽산 스쿠터에도 적용되는 300cc급 엔진에 125cc의 차체를 결합한 이지맥스 300, 괜찮은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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