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기 입력 2022. 08. 05.

지난 3월, 토요타 캠리와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비교 시승했다. 캠리는 살뜰한 정체구간 연비와 탄탄한 주행 안정성이 돋보였다. 그랜저는 뛰어난 고속주행 연비와 편안한 승차감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랜저가 아닌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붙이길 바라는 독자 분들도 많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캠리 vs 쏘나타, 이번엔 연비가 아닌 계측장비를 통해 주행성능을 저울질했다. 어떤 차가 더 뛰어났을까?
글 강준기 기자
사진 로드테스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높은 연비에 치중한 나머지, 주행성능은 심심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그러나 실제 하이브리드카의 가속 성능은 비슷한 배기량의 가솔린차보다 호쾌하다. 전기모터의 두둑한 ‘지원사격’ 덕분이다. 우린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의 ‘원조’ 캠리와 3세대 플랫폼으로 갈아타며 ‘기본기’를 끌어올린 쏘나타의 ①발진가속과 ②제동거리 차이를 확인하고 싶었다.
Round① : 의외로 차이가 컸던 가속 성능


먼저 제원 비교부터. 두 맞수는 거의 비슷한 체격을 지녔다. 캠리의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895×1,840×1,445㎜. 쏘나타는 각각 4,900×1,860×1,445㎜다. 휠베이스는 캠리가 2,825㎜, 쏘나타가 2,845㎜로 25㎜ 차이. 공차중량은 캠리가 1,650㎏, 쏘나타가 1,515㎏(17인치 휠+빌트인캠 기준)로 캠리가 135㎏ 더 무겁다. 배기량이 약 500cc 높고, 전기 모터가 하나 더 많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캠리는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 2개를 붙인 직병렬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쓴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211마력. 전기모터의 최고출력만 120마력에 달한다. 토요타 하이브리드는 ‘동력분할기구’가 핵심이다. 유성기어를 통해 두 개의 전기 모터(각각 MG1, MG2) 작동을 제어한다. MG1은 엔진의 힘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MG2의 역할은 한층 적극적인데, 가속할 때 엔진과 힘을 합쳐 바퀴에 동력을 보내고, 감속할 땐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캠리의 시스템이 심오하다면, 쏘나타는 한층 심플하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엔진과 38㎾ 전기모터 1개, 6단 자동기어를 맞물린 병렬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쓴다. 토요타의 특허 피해 쌓아온 기술이, 이젠 원조를 위협할 정도로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EV와 엔진 주행을 오고가는 과정이 토요타만큼 자연스럽다. 과거엔 엔진과 전기 모터의 회전수 차이를 말끔히 보정하지 못해 ‘이질감’을 만들었다. 반면, DN8은 능동 변속 제어 기술(ASC)이 모터로 변속기를 초당 500회씩 정밀하게 제어한다. 그래서 바통 주고받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기존보다 변속 속도도 30% 빠르다. 시스템 총 출력은 195마력으로 캠리보다 16마력 낮은데, 공차중량 차이를 감안하면 어떤 차의 가속성능이 더 빠를지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었다.

우선 0→시속 100㎞ 가속 시간부터 계측을 진행했다. 두 차의 조건은 동일하게 맞췄다. 성인 남성 2명이 탑승하고, 에어컨 온도는 22°C 1단에 맞추고 진행했다. 각각 세 번의 계측을 통해 가장 빠른 기록으로 두 차의 성능을 비교했다. 물론 중형 세단 구입할 때 가속성능이 중요한 지표가 되진 않겠지만, 두 모델은 수치 이상의 감각적인 차이도 찾을 수 있었다.
<표1. 0→시속 100㎞ 발진가속 테스트>

캠리의 1차 시도 결과는 9.02초. 그러나 계측을 거듭할수록 타이어 접지력이 올라가며 기록을 점점 단축했다. 가장 베스트 기록은 8.69초. 운전자 한 명이 탑승한 상황에서 계측했다면 8초 대 초반까지 가능했을 듯하다. 쏘나타 역시 3차 시도 결과가 가장 좋았는데, 최종 9.98초를 기록했다.

<표2. 0→시속 60㎞ 발진가속 테스트>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크게 변속기와 타이어, 두 가지였다. 캠리는 변속기가 없고 ‘동력분할기구’가 모터의 역할을 제어하며 가속을 이끈다(e-CVT). 기어 단수 변경 없이, 최고출력이 나오는 5,000~6,000rpm 영역에 묶어두고 밀어붙이는 느낌이 독특했다. 토요타‧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이 두루 쓰는 2.5L 밀러사이클 엔진은 고회전 질감이 거칠지 않고 부드러운 편이다.

반면, 쏘나타는 6단 자동기어를 쓴다. 변속할 때 충격도 제법 발생하는 편이다. 캠리와 비교하면 다소 터프하게 속도를 붙인다. 기어를 갈아탈 때마다 조금씩 생기는 ‘로스’가 누적돼, 최종 기록 차이를 만들었다.
또한, 타이어 성능도 영향을 미쳤다. 캠리의 235/45 R18 브리지스톤 타이어는 끈끈하게 접지력을 챙겨 속도를 높인 반면, 쏘나타의 215㎜ 피렐리 타이어는 접지력이 부족해 초반 가속 구간에서 ‘휠스핀’을 일으켰다. 0→시속 60㎞까지 캠리는 4.3~4.4초 수준으로 빠르게 속도를 높인 반면, 쏘나타는 타이어의 마찰열이 충분히 올라올 때까지 편차가 컸다.

단, 시속 60㎞를 지나 중고속에서 간격을 좁히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공기저항 계수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캠리는 Cd 0.27, 쏘나타는 Cd 0.24다. ‘역대급으로 못생겼다’고 손가락질 받는 쏘나타의 외모가 공기저항 계수만큼은 눈에 띄게 좋다. 차체의 최저지상고 또한 쏘나타가 10㎜ 더 낮아, 고속으로 갈수록 유리했다.
Round② : 브레이크 성능, 누가 더 좋을까?
<표3. 시속 100㎞→0 제동거리 테스트>

다음은 제동거리 테스트. 가속성능 이상으로 중요한 게 제동성능이다. 통상 승용차의 제동거리가 40m 이내면 좋은 성능이라고 할 수 있다. 35°C를 웃도는 외부 기온 탓에 제동 테스트는 3차 시도까지 진행한 뒤, 가장 짧은 수치로 비교했다.

캠리의 제동거리는 최저 38.4m. 1차 시도 때 39.6m를 기록한 캠리는 타이어 마찰열이 오르며 2차 시도 때 거리를 줄였다. 그러나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에 3차 시도부터 거리가 조금씩 늘어났다. 쏘나타는 1차 때 37.5m를 기록하며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2차와 3차는 자로 잰 듯 38.6m가 동일하게 나왔다. 두 모델의 차이는 0.9m. 브레이크 디스크 사이즈는 캠리가 앞뒤 각각 304, 280㎜. 쏘나타는 각각 304, 284㎜다. 앞 브레이크는 같은데, 쏘나타의 리어 디스크가 조금 더 크다.

그동안 <로드테스트>가 계측한 차 가운데 이들과 비슷한 제동거리 지닌 차를 찾아보니, 아우디 S3(38.45m), BMW 740i(39.0m), 아반떼 AD 스포츠 MT(38.01m)의 결과가 비슷했다. BMW 320i(36.0m)와 혼다 CR-V(43.01m) 사이에 자리했는데, 캠리와 쏘나타 모두 대중브랜드 중형 세단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훌륭한 제동거리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감각적인 부분에서의 만족감 또한 높았다. 캠리와 쏘나타 모두 한 세대 전 모델과 비교했을 때, 급제동할 때 앞머리가 주저앉는 다이브와 꽁무니가 들뜨는 리프트 현상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래서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안정감 있게 속도를 줄였다.

이러한 감각은 플랫폼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캠리는 토요타 TNGA, 쏘나타는 현대차그룹 3세대 신형 플랫폼을 쓰면서 전작들과 비교해 무게중심이 낮다. 또한, 하이브리드 구동 배터리가 두 차 모두 2열 시트 아래로 이동하면서, 앞 엔진‧앞바퀴굴림(FF) 차의 구조적 한계(앞뒤 무게배분)를 보완했다. 제동성능만큼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Round③ : 주행감각 비교

세 번째 라운드는 주행감각 비교. 이 부문은 두 모델의 차이를 ‘수치’로 전달할 수 없어, 글로 풀어쓰고자 한다. 쏘나타는 신형 플랫폼을 통해 무게중심을 낮추고 비틀림 강성을 높였다. 그 결과 코너를 꽤 빠른 속도로 진입해도 차체 바깥 부분이 무너지지 않고 든든하게 버텨준다. 중형 세단 본연의 ‘편안한 감각’을 유지하되, 중형 SUV에 빼앗긴 ‘가족용차’라는 무게를 덜어내며 전에 없던 스포티한 감각을 더했다. 이란성쌍둥이 기아 K5도 마찬가지.

그러나 캠리와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핸들링과 뒤 차축의 움직임이었다. 현 세대 캠리는 랙타입 전기식 파워 스티어링(R-EPS)을 쓴다. 그래서 조향 반응이 훌륭하고,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솔직한 피드백을 느낄 수 있다. 답력 또한 묵직하다. 반면,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컬럼 타입 파워 스티어링을 쓴다. 초창기 C-MDPS와 비교하면 조향 품질이 올라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랙타입과의 감각적인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고속에서도 답력이 가벼운 게 불만이다. N라인의 R-MDPS를 하이브리드에도 넣으면 좋을 텐데.

서스펜션 구조에 따른 뒤 차축의 움직임 차이도 제법 느꼈다. 두 차 모두 앞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 방식. 반면 리어는 쏘나타가 멀티링크, 캠리가 더블 위시본을 쓴다. 위시본은 새의 빗장뼈를 말하는데, 위시본 구조가 위아래로 자리한 시스템이 더블 위시본이다. 조종 안정성이 뛰어나 주로 스포츠카의 앞 서스펜션으로 끼운다. 토요타는 이를 뒤쪽에 심었다. 덕분에 무게 중심이 차체 앞부분에 쏠린 전륜구동차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했다. 코너를 과감하게 들어가도, 뒷바퀴까지 끈끈하게 눌러 붙이며 선회하는 감각이 한층 자연스러웠다.
다소 흥미로운 부분은 리어 스태빌라이저 바의 두께. 스태빌라이저 바는 선회 시 차체의 쏠림과 뒤틀림을 방지하는 부품으로, 차체 하부 앞뒤에 들어간다. 고성능 모델일수록 강도가 높은 스태빌라이저 바를 심는데, 캠리의 리어 스태빌라이저 두께는 25㎜로 눈에 띄게 두껍다. 참고로 혼다 어코드도 16.5㎜에 불과하다. 물론 두꺼울수록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강도가 올라가면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캠리의 더블 위시본 구조는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끈끈한 접지력까지 챙겼다. ‘와일드 하이브리드’라는 부제를 붙일 만한 세팅이다.
총평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의 주행성능 비교. 물론 중형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1초 더 빠른 가속성능에 마음을 뺏겨 구매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번 계측시승을 통해 느낀 두 하이브리드 세단은 다소 심심하고 무난했던 과거와 달리, 의외로 호쾌한 주행성능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캠리는 제대로 숙성한 파워트레인과 빼어난 선회 능력으로 감칠맛 있는 운동성능을 지녔다. 쏘나타는 칼 같은 제동성능과 쾌적한 고속주행 능력으로 ‘원조’를 위협했다. 연비도 좋지만 운전도 즐거운 하이브리드 세단, 그러나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식이 전혀 다른 두 차. 두 맞수의 활약을 기대한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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