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Baggers, 로드글라이드 ST & 스트리트글라이드 ST
King of the Baggers
ROAD GLIDE ST & STREET GLIDE ST
양현용 : 처음 발표됐을 때부터 기대가 컸고 기다렸던 모델이에요. 스트리트 글라이드와 로드 글라이드는 투어링에 상징적인 모델인데 킹 오브 더 배거스라는 이벤트 레이스가 굉장한 히트를 치면서 ST 모델이 출시하게 됐죠. 주목하고 있는 레이스였고 지난해 할리데이비슨이 우승했을 때 뭔가 만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곧이어 ST가 등장했어요. 윤기자는 첫인상이 어땠나요?
윤연수 : 저는 사이카 헌병으로 복무하면서 일렉트라 글라이드 폴리스로 할리데이비슨을 처음 접했어요. 그 연장선상에 있는 스트리트 글라이드 자체가 굉장히 반가웠죠. 킹 오브 더 배거스의 존재를 알게되었고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고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래그 머신을 표현한 FXDR을 포함하여 할리데이비슨의 스포츠성을 띠는 바이크를 많이 봤지만 이번ST는 색다른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양 : 킹 오브 더 배거스가 이벤트 레이스로 시작해서 정규 레이스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할리데이비슨이 발빠른 대응모델을 시장에 출시했다는 게 인상적이에요. 물론, 킹 오브 배거스에서 보는 로드 글라이드는 껍데기만 씌운 것이지 엔진부터 차체, 휠, 브레이크 등 모든 부분을 뜯고 고친 머신이에요. 하지만 외형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 덕분에 스포티한 레이스 머신의 이미지를 더욱 강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킹 오브 더 배거스의 팬입장에서는 레이스 머신에 비해 너무 일반 모델에 가까운 모델로 느껴져서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어요.
윤 : 그렇죠. 조금 더 과격하게 조금 더 나아가 진짜 레이스 머신같은 모델이 나왔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있어요. 하지만 그랬다면 아마 지금 출시하지 못했겠죠?(웃음)
양 : 이 모델들은 어디까지나 그 분위기만 담았기 때문에 지금 출시가 가능했다고 봐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이 모델의 이름이 ST라는 거에요. 스포츠 투어링이죠. 요즘에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굉장히 핫한 장르에요. 재밌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투어링 배거라니, 너무 매력적이죠.
윤 : 타브랜드로 예를 들자면 BMW의 GT 계열이나 스즈키의 S1000GT 등의 모델이 스포츠 투어링인데 배거라는 장르가 갑자기 그 장르에 쏙 들어간 느낌이에요. 그래서 재밌다고 느꼈고 그럼에도 일반 모델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에요. 약간의 변주로 장르를 확 바꾼 느낌이죠.
양 : 그런 점이 ‘할리데이비슨답다’ 라고 느껴지기도 했어요. 할리데이비슨이 기존에 없던 걸 갑자기 탁 내놓은 게 아니라 자기가 갖고 있던 것 중에서 조금 바꿔 내놓은 거죠. 그럼에도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느낌이 많이 다르니까 성공적인 것 같아요.
디자인
윤 : 저는 솔직히 처음 봤을 때 일반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냥 블랙 컬러로 꾸며졌는데 뭔가 공격적이면서도 고급스럽다는 느낌이었고브론즈 컬러의 휠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었죠. 시승 차량을 받을 때 일반 모델이 옆에 있었는데 바이크 차체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차량의 하부, 사이드 케이스 하단과 머플러 라인이 조금 더 쉽게보였어요.
양 : 처음 봤을 때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게 싱글 시트였어요. 엉덩이를 두툼하게 받쳐주는 디자인에 싱글 시트로 적용하니까 좀 달리려는 느낌이구나, ‘즐기는 데 두 사람은 필요 없다!’ 이런 느낌이었죠. 이 바이크가 가진 성격을 시트 하나로 정의를 내려버렸어요. 그리고 할리데이비슨은 소재와 페인팅의 퀄리티가 정말 좋다고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정말 진하고 깔끔한 블랙 컬러는 혹여 지문이 찍힐까 신경이 쓰일 정도로 반짝이고 예뻤어요.
윤 : 모터사이클 말고도 자동차까지 통틀어도 본 적 없는 고급스러운 블랙이에요. 요즘 슈퍼카들이 PPF 필름을 붙이듯 이 모델들도 PPF 작업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양 : 이게 펄이 없는 블랙이에요. 화려함보다 깔끔함이 돋보이는 고급스러움이 매력이죠. 마치 윤기가 좌르르 흐른달까요? 바이크를 닦고 광내면서 희열을 느끼는 라이더에게 안성맞춤일 것 같아요. 그리고 흡기 필터의 존재감이 장난이 아니에요. 일반 모델과 헷갈린다면 흡기 필터를 확인하면 될 정도로 인상적이죠.
윤 : “나 고성능이야! 나 빨리 달릴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과격하게 생긴 오픈 에어필터가 보닛을 뚫고 나온 엔진을 탑재한 옛날 머슬카 같아요.
양 : 고성능 엔진을 흡기 필터 하나로 이렇게 강조한다는 게 놀랍고 리어에 올린즈 서스펜션만 장착하면 킹 오브 배거스 머신 부럽지 않은 포스가 느껴질 거예요. 일반모델과 달리 콤팩트한 엔진 가드도 차량이 경쾌하게 보이게 만들어요. 완전히 제거하기엔 전도에 대한 부담이 크니까 똑똑한 선택이죠.
윤 : 사실 킹 오브 더 배거스의 우승 모델은 로드 글라이드죠. 그래서인지 로드 글라이드가 ST의 분위기가 더 잘맞게 느껴져요. 그리고 조금 더 젊은 느낌이라 좋아요. 정면 헤드라이트가 오벌 트랙 디자인에 대형 원형 LED 라이트가 삽입된 모습인데 존재감이 엄청나죠. 옛날 미국 머슬카 느낌이랄까요?
주행 소감
윤 : 먼저 117 큐빅 인치, 1,923cc의 엔진이 탑재된 것 자체가 인상적이에요. 할리데이비슨이 양산형으로 만드는 엔진 중 가장 큰 배기량이죠. 제 기억 속에 주행했던 일렉트라 글라이드가 1,340cc였거든요. 그만큼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놀라울 만큼 가속력이 좋았어요. 내 생각과 동시에 딜레이 없이 차량이 움직였죠. 스로틀을 열었을 때 실제로 차가 가속되는 데까지 딜레이가 없는 느낌? 낮은 기어에서 스로틀을 비틀면 트랙션 컨트롤 경고등 깜빡이며 열심히 개입하고 있다고 알려줬어요. ‘넘치는 힘의 즐거움’이 매력적인 모델이에요. 그리고 저는 스트리트 글라이드를 위주로 주행했는데 페어링 마운트 핸들이 주는 핸들링이 익숙해서 좋았어요. 나름 군대에서 열심히 달렸구나 싶었죠. 그리고 자꾸 옛날 얘기해서 좀 그렇지만, 제동 성능은 한 네 배는 좋아진 것 같았어요.
양 : 맞아요. 할리데이비슨은 한참 전부터 연동 브레이크 시스템을 적용해왔고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과 대구경 디스크를 탑재했죠. 이 조합은 제동력이 좋을 수밖에 없어요.
윤 : 다시 돌아와서 얘기하자면 엔진 좋고, 핸들링 좋고, 브레이크까지 좋다면 뭐가 있을까요? 게다가 일반 모델보다 뱅킹 한계가 훨씬 높아요. 그 기울기가 스포츠 바이크처럼 엄청난 수준은 아니지만 할리데이비슨을 줄곧 타왔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놀랄 만큼의 뱅킹 각도를 보여주죠. 전반적으로 정말 경쾌하게 달릴 수 있고 오히려 나중에는 좀 무서울 정도였어요.
양 : 배트윙에 연결된 핸들 바 타입이 묵직한 핸들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단점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그게 익숙한 사람한테는 오히려 안정감으로 좋을 수 있죠. 바이크를 기울이기만 하면 셀프 스티어가 생기면서 알아서 방향을 잡고 부드럽게 선회해요. 그리고 서스펜션이 되게 쫀쫀한 느낌이에요. 두 모델 모두 서스펜션 세팅이 물렁물렁하지 않고 굉장히 쫀쫀한 느낌이라서 좋았어요.
윤 : 사실 좋은 가속감과 제동감은 잘 조율된 서스펜션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거죠.
양 : 그래서 원래 할리데이비슨은 좀 더 승차감 위주였다면 얘네는 생각보다 달리기 성능을 위한 세팅으로 맞춰져서 원하는 움직임을 더 빠르게 연출하더라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로드 글라이드를 우선으로 탔고 스트리트 글라이드와 비교했는데 내 취향은 확실히 로드 글라이드가 맞았어요.그리고 그걸 떠나서 두 모델 모두 엔진이 주는 존재감이 엄청나요. 모터사이클 자체가 쉽게 생각하면 엔진에 바퀴가 달린 거잖아요. 그만큼 이 엔진은 할리데이비슨의 가장 배기량인 만큼 가장 큰 자산이라는 느낌이죠. 과거에 할리데이비슨이 트랙션 컨트롤을 탑재했다고 했을 때 ‘꼭 필요한가?’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 모델은 트랙션 컨트롤이 없다고 생각하면 약간 무서울 정도로 강력해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과거 모델과 비교해 보면 103, 107, 114, 117 큐빅 인치 순으로 숫자만 보면 큰 차이가 아니에요. 과거 모델부터 배기량이 조금씩 커질 때 114 큐빅 인치 모델을 타고 ‘힘이 좀 더 여유롭고 좋다!’라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117 큐빅 인치 엔진은 스로틀을 열었을 때의 반응성이나 회전 감각, 토크까지 예상을 넘어섰어요. 우리가 아는 이상적인 배기량, 기통당 650cc 정도가 효율적이라는 걸 알기에 토크가 좀 세지겠지만 다른 부분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성능을 위한 엔진에 이 대형 피스톤이 실린 엔진이 어울릴까라는 의문도 있었어요. 완전히 박살났죠.
윤 : 정말 이렇게 ‘대형 2기통 엔진이 스포츠성을 가질 수 있구나’라고 깨달음을 준 엔진이고 그게 신기했어요. 그리고 흡배기 사운드가 어우러진 다이내믹한 사운드가 매력적이었어요. 단순하게 크고 작다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음색 자체가 박력 있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되게 좋았어요.
양 : 그리고 이어서 로드 글라이드의 핸들링 얘기를 하자면 일반 바이크처럼 탈 수 있는 느낌이라서 좋았어요. 상대적으로 코너를 들어갈 때 프런트의 반응 속도가 빠르니까 더 경쾌하게 다룰 수 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핸들이 아쉬웠어요. 물론 아메리칸 특유의 거들먹거리는 느낌을 연출한 건 좋은데 과연 ST 모델에 어울리는지 생각해 보면 약간 잘못된 선택 같아요.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스트리트 글라이드가 좀 더 스포츠 주행에 더 알맞았던 것 같기도 해요.
윤 : 개인적으로는 로드 글라이드의 핸들 포지션이 조금 거만한 느낌? 거들먹거리는 느낌이라서 더 매력적이었어요. 달리다 보면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 있죠.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좀 더 모범생같이 차분한 느낌이고요.
양 : 그리고 윤 기자가 트랙션 컨트롤을 끄고 타이어의 비명 소리를 내며 따라올 때 좀 무서웠어요.
윤 : 아까 얘기했던 이야기에 연장선인데 엔진과 브레이크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 더 과감하게 주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한, 차량의 무게 중심도 알맞고 뱅킹 각도나 핸들 각도가 확보되어 있으니까 조금 삐끗하더라도 쉽게 대처할 수 있다고 믿었죠. TC를 끄고 출발했더니 이전과 다르게 스피커 소리와 엔진 소리 이외의 소리가 들어오더라고요. 누가 자꾸 비명을 지르나 싶었는데 그게 리어 휠이 미끄러지는 것이었죠. 1단 기어로 출발해서 2단 기어를 넣고 가속할 때까지 비명 소리가 꺼지지 않아요. 수치상 최대 토크는 3,500rpm에서 167Nm를 발휘하는데 느낌상으로는 아주 낮은 rpm부터 150Nm 이상이 꾸준하게 쏟아지는느낌이에요. 사실상 피크 파워로 계속 달려나가는 거죠.
양 : 그러니까, 바이크를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이 없다면 되도록 끄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직선도로에서 스로틀만 열었을 뿐인데 다른 테크닉 없이 그냥 번아웃이 되는 미친 토크를 발휘했죠. 이 모델의 가속감이 더 크게 느껴졌던 건 포지션에도 있어요. 편안하게 앉아 있는데 그렇게 느긋하게 앉아 있기 미안할 정도로 바이크가 빠르게 튀어나가죠. 아까 초반에 얘기했던 시트 형상이 엉덩이를 잘 받쳐주는데 나도 모르게 상체를 숙이고 가속하고 있었어요. 게다가 고속에서 안정적이었죠. 확실히 ‘ST’구나. 느긋하게 크루징 하는 게 아니라 스포티하게 투어를 나가야겠어요. 물론, 할리다운 느긋한 투어도 가능할 거고요.
윤 : 정말 ST 모델은 일반적인 투어링과 스포츠 투어링이 모두 가능할 것 같은데 반대로 일반 모델이 ST 모델의 스포티한 주행을 따라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아마 굉장히 힘들 거예요. ST는 기존의 영역을 포함하면서 한발자국 더 다른 영역까지 걸치고 있는 느낌이죠.
양 : 만약 이 바이크를 구매한다면 리어 서스펜션 튜닝하고, 휠과 타이어를 교체하고, 경량화하고… ST가 아니라 RR(레이스 레플리카)가 되려나?(웃음) 근데 밀워키에이트 117 엔진을 경험하고나니 정말 킹 오브 배거스에서 사용하는 131 큐빅 인치의 스크리밍이글 엔진은 어떤 수준일까가 더 궁금해졌어요.
총평
양 : 끝으로 131 엔진의 성능을 상상하게 될 정도로 117 엔진을 탑재한 ST 모델들은 즐거운 모델이었어요. 큰 변화 없이 너무나 매력적인 모델을 출시했죠. 아쉬움이라면 비싼 가격이에요. 끝내주는 엔진을 얹었고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만큼 이 가격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만한 모델이라 가격의 문턱이 높은 것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거죠. 그만큼 재밌는 바이크라는 뜻이고.
윤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제가 아직 만 25세인데 진심으로 매력을 느꼈고 타고 싶은 할리데이비슨이었어요. 왜냐하면 친구들이 네이키드를 타든, 스포츠 바이크를 타든, 어드벤처를 타든 함께 달려도 전혀 기죽지 않고 재밌게 달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양 : 117 엔진과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 성능을 위한 파츠는 유지하고 나머지 오디오 같은 상품성을 낮춰 가성비 모델을 출시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진짜 킹 오브 더 배거 버전의 RR을 만들어야지!
ROAD GLIDE ST
이미지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예전에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 하면 떠오르던 이미지는 여유로운 크루징, 대륙횡단 같은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제 다르다. 그 이름만 들어도 에이펙스를 향해 풀뱅킹하고 있는 레이스 머신이 떠오른다.
할리데이비슨은 미국 모토아메리카 경기 중 배거 클래스인 ‘킹 오브 더 배거스’(이하 KOTB)에서 지난해 우승을 차지하고 올해는 타이틀 방어에 들어갔다. 이 경기의 진짜 재밌는 점은 선수들 간의, 혹은 브랜드간의 경쟁뿐만이 아니다. 클래스간의 경쟁. 이게 KOTB의 진짜 킬포인트다. 같은 모토아메리카 클래스 중 아프릴리아RS660과 야마하 R7등이 참전하는 트윈스 클래스는 물론 KTM 890듀크R이나 FTR1200이 활약하고 있는 경기인 슈퍼훌리건 클래스보다도 2초 이상 빠른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의 기량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양쪽 클래스에 모두 출전하는 선수들의 기록도 대략 2~3초가량 배거 쪽이 더 빠르다. 그러니까 느린 바이크로 느긋하게 겨루는 경기가 아니라 진짜 빠른 머신들을 타고 치열하게 달리는 경기란 말이다. 매 경기마다 점점빨라지면서 이제는 슈퍼바이크 클래스의 랩타임에 근접해지고 있다.
로드글라이드 ST를 타보니 KOTB머신이 어떻게 그렇게 빠른지 이해가 되었다. 차체가 무거우면 그보다 더 강력해지면 될 일, 이런 지극히 미국적인 논리로 빨라진 것이다. 하지만 그로인해 만들어지는 운동에너지는 경량 스포츠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이다. 일단 엔진부터 스포츠 주행을 자극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한 할리데이비슨의 엔진은 회전수를 높이면 토크가 슥하고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117은 고회전까지 지침 없이 가속감이 시원시원하다. 또한 로드글라이드의 장기라고 하면 역시 경쾌한 핸들링을 꼽을 수 있다. 덩치는 산만하지만 발놀림은 그 덩치를 잊게 할 만큼 민첩하다. 코너 초입부터 머뭇거림 없이 방향을 바꾸고 그대로 따라간다. 만약 하이그립타이어를 끼우고 뱅킹각도만 더 확보하기 위해 차고를 높인다면 스포츠바이크못지않게 달리는 것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ST 모델에는 전자식 연동 브레이크와 코너링ABS는 물론 코너링 트랙션 컨트롤과 드래그 토크 슬립컨트롤 시스템, 그리고 언덕밀림방지 등이 포함 된 전자장비 패키지인 RDRS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드래그 토크 슬립컨트롤은 밀워키에이트처럼 엔진브레이크가 센 빅트윈엔진에 상당히 유용한 기능이다. 미끄러운 노면에서 엔진브레이크를 걸어줄 때 바퀴가 미끄러지면 회전수를 보정해 뒷바퀴를 안정시키는 기술이다. 사실 이 RDRS는 2020년 모델부터 적용되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굳이 필요 없는 기술이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이제 다르다. 로드글라이드ST는 트랙션컨트롤이 필수다. 한참을 로드글라이드와 함께 스포츠 주행을 즐기다가 속도를 낮추고 기어를 뒤꿈치로 툭툭 밟아 6단 톱기어를 넣었다. 스로틀을 여니 ‘투두두두두’ 하는 할리데이비슨 크루저의 아이코닉한 사운드가 그대로 재생된다. 이 엔진은 여유로운 크루징에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스포츠와 크루징, 완벽하게 양면성을 갖추고 있다.
킹 오브 더 배거스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모델에는 늘 그 여유로움과 편안함에 감동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라이딩에 새로운 자극을 더했다. 사실 이러한 스포츠성은 없던 게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할리들도 이미 가지고 있던 것들이다. 다만 ST는 그것을 드러내고 강조했을 뿐이다. 그러니 편견 따위는 버리고 역동적인 할리데이비슨을 즐겨봐라. 이미 훌륭한 스포츠 바이크니까.
STREET GLIDE ST
할리데이비슨의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묵직한 핸들링, 편안한 승차감, 느긋한 성능이 젊은 나에겐 아직 이르다고 여겼다. 이름 뒤에 ‘ST’가 붙었을 뿐인데, 지금 당장 한 대 갖고 싶다.
‘ST’ 즉, 스포츠 투어링 콘셉트라서 더 공격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데 처음엔 믿지 않았다. 속으로 ‘그래봤자 크루저, 배거겠지!’ 싶었다. 주행을 시작하자마자 스트리트 글라이드 ST에게 뒤통수를 한 대 시원하게 맞고 시작했다. 잠깐, 이마를 맞았다고 해야하나? 스로틀을 비틀면 동시에 머리가 뒤로 쏠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양산형 바이크에서 가장 큰 배기량을 자랑하는 117 큐빅 인치 엔진이 탑재되어 초반부터 엄청난 토크를 쏟아낸다. 수치상 3,750rpm에서 168N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데 아이들링 상태를 조금만 벗어나도 최대 토크에 준하는 힘으로 꾸준하게 밀어붙이는 느낌이다. 특히 1단에서는 트랙션 컨트롤이 개입하는 상황에서도 리어 휠이 끅끅 비명을 지른다. 정면에 거대한 배트윙 페어링 덕분에 공기 저항이 심하지 않음에도 관성을 이겨내기 위해 상체를 숙이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큐빅 인치는 굉장히 낯선 수치인데 1큐빅 인치는 약 16.3cc와 같다. 그대로 환산하면 1,917cc가 나오는데 사실 밀워키-에이트 117 엔진은 1,923cc이므로 정확히는 117.4큐빅 인치다. 소수점을 뺀 탓에 6cc 작은 엔진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이 정도 크기가 되면 6cc 정도는 우습다는 것인가?(웃음)
스펙은 스펙일 뿐
보통의 크루저 바이크는 선회할 때 낮은 최저지상도 때문에 예상보다 쉽게 차체의 어딘가가 아스팔트에 닿는다. 스포츠 바이크에 익숙한 라이더라면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울 정도로 뱅킹 한계가 낮은 경우도 많다. 스트리트 글라이드 ST는 스펙상 일반 모델과 동일한 좌측 31°, 우측 32°의 뱅킹 각도를 표시한다. 하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뱅킹 한계는 훨씬 높다. 이전이라면 끝이 말린 코너를 돌아나갈 때 풋 패그가 갈렸겠지만 스트리트 글라이드 ST는 무덤덤하게 지나친다. 뱅킹 한계점이 대폭 향상된 것은 아니지만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꽤 깊은 뱅킹으로 선회할 수 있어서 더 공격적이고 재밌는 주행이 가능했다.
완벽한 귀르가즘
스트리트 글라이드 ST는 원래 크루저의 즐거움도 빼놓지 않았다. 강력한 엔진이 주는 토크와 진동이 매력적인 만큼 사운드도 한몫을 차지한다. 시승 차량에 순정 배기 머플러가 장착되었는데 가속할 때마다 들리는 묵직한 배기음은 입가에 미소로 이어진다. 배기음이 분명히 절제된 느낌이 들지만, 라이더를 흥분시키기엔 충분하다. 여기에 TFT 디스플레이를 통해 휴대폰과 연동해서 원하는 음악을 더할 수 있다. 배트윙이 바람을 효과적으로 막아주고 고성능 스피커가 내장되어 음악의 볼륨을 크게 틀지 않아도 꽤나 또렷하게 들린다. 외부 사람들에게 소음을 일으키지 않고 배기음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조화롭게 즐길 수 있는 만큼 투어링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예전에는 무전기를 통해 들리는 선임의 목소리뿐이었는데…
고성능, 스포츠 투어링
할리데이비슨은 원래 완성도 높은 크루저 바이크를 이용하여 크게 뒤틀지 않고 원하는 방향, 새로운 스타일을 잘 표현해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팬과 새로운 라이더 모두가 매력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스포츠’가 붙었다고 해서 스포츠 바이크와 비교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기본 스트리트 글라이드 혹은 일반적인 크루저와 비교한다면? 고성능, 스포츠 라이딩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몇 배는 더 매력적인 모델이다.
ROAD GLIDE ST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V-형 2기통 밀워키-에이트 117 보어×스트로크 103.5 × 114.3(mm) 배기량 1,923cc 압축비 10.2 : 1 최고출력 103hp / 5,450rpm 최대토크 168Nm / 3,7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2.7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9mm듀얼 밴딩 밸브 (R)듀얼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30/60 19 (R)180/55 ZR18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미발표 전장×전폭×전고 2,405×미발표×미발표 휠베이스 1,625mm 시트높이 715mm 건조중량 366kg 판매가격 4,800만 원
STREET GLIDE ST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V-형 2기통 밀워키-에이트 117 보어×스트로크 103.5 × 114.3(mm) 배기량 1,923cc 압축비 10.2 : 1 최고출력 103hp / 5,450rpm 최대토크 168Nm / 3,7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2.7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9mm듀얼 밴딩 밸브 (R)듀얼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30/60 19 (R)180/55 ZR18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미발표 전장×전폭×전고 2,400×미발표×미발표 휠베이스 1,625mm 시트높이 710mm 건조중량 353kg 판매가격 4,7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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