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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메리칸 터프가이는 누구? 지프 랭글러 VS 포드 브롱코

태권 한 2023. 5. 30. 19:19

안진욱 기자입력 2023. 5. 30.

전통을 자랑하는 정통 오프로더 둘이 진하게 만났다. 미국 국적의 이 둘의 대결이 시작된다.

글 | 안진욱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지프 랭글러, 포드 브롱코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EXTERIOR

글 | 유일한

두 모델 모두 오프로드 주행을 지향한다. 그래서 각이 서 있는 형태와 원형 헤드램프, 휠보다 더 두꺼운 타이어를 갖고 있다. 그러면 왜 두 모델을 보는 순간 인상이 다를까? 앞모습과 펜더의 돌출된 형태가 만들어 내는 차이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 포드가 브롱코를 만든다고 했을 때는 '랭글러와 비슷하게 만들 것 같다'고 짐작했지만, 등장한 브롱코는 완전히 자신만의 개성을 가졌기에 꽤 놀랐다. 콘셉트가 같더라도 그 안에 담긴 여러 가지 때문에 자동차가 달리지는 셈이다.

지프 랭글러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자 그러면 많이 접했을 랭글러부터 보도록 하자. 랭글러가 좀 더 오프로드를 적극적으로 다닐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이유가 바로 전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앞으로 크게 돌출되어 있는 전면 범퍼다.

범퍼 위로 발을 딛고 올라가도 될 정도로 넓은데,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하려면 윈치 등 추가해야 할 것이 많으니 이렇게 만든 것 같다. 그 뒤에 당당하게 그리고 크게 자리 잡은 7개의 슬롯을 가진 그릴도 인상적이다.

랭글러는 앞부분을 약간 좁게 만들었다. 그래서 타이어를 감싸는 앞 펜더는 차체에서 한참 돌출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펜더 일부에 조명을 넣어서 낮에도 밤에도 남성미 넘치는 자세를 만든다.

그 뒤로는 조금은 평범한 사각형의 향연이 이어지지만, 그것도 랭글러니까 넘어가 줄 수 있는 여유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차는 캔버스톱을 갖고 있다. 스위치만 누르면 앞에서 뒤까지 지붕이 시원하게 열린다.

랭글러라면 무릇 이래야 하는 것이다. 기왕 오프로더의 매력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랭글러에서 모든 것을 떼었을 때도 이야기해 보자. 랭글러는 지붕, 2열 객석 뒤 유리창과 필러 일부, 도어를 떼 낼 수 있다.

랭글러의 창문 작동 스위치가 센터페시아 가운데 몰려 있는 이유다. 이렇게 해도 개방감이 부족하다면, 앞 윈드실드도 앞쪽으로 젖혀 개방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물론 과거와는 달리 풀어야 할 볼트도 많고 와이퍼도 떼야 하지만, 다른 모델과 비교하기 힘든 짜릿함이 나온다.

이제 포드 브롱코 차례다. TV에서 식재료 구입을 위해 돌아다니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랭글러와는 달리 앞 범퍼부터 시작해 앞쪽을 거의 일자로 각을 세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랭글러보다 존재감이 조금 낮은가, 그것은 절대 아니다. 전면에 헤드램프를 완전히 가로지르는 형태로 자리 잡은 흰색의 바와 그릴 한가운데를 장식하는 흰색 BRONCO 레터링이 있기 때문이다.

포드 브롱코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좀 전에 랭글러가 각을 세웠다고 이야기했는데, 브롱코야말로 사선으로 누운 윈드실드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각이다. 그야말로 상자 두 개를 그대로 포개어 놓은 것 같은 느낌. 뭐 이런 모델이 측면에서 곡선을 그리는 등의 기교를 부릴 리도 없지만, 정직하다는 느낌부터 드는 것은 아마도 그만큼 남성미가 강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브롱코는 유리창이 있는 상단은 모두 검은색으로 되어 있다. 루프 바도 검은색이니 더 그렇다. 브롱코의 테일램프는 랭글러보다는 그리 튀어나오지 않은 모양새다. 그래서 후면이 조금 더 매끄럽게 다듬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브롱코도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 준비를 위해 지붕과 필러 일부, 도어를 뗄 수 있다. 단, 윈드실드만은 젖힐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안전을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고.

브롱코의 롤바에는 커튼 에어백이 내장되어 있어 오프로드 주행 중 사고가 나도 탑승객을 지킬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잠깐 자동차의 역사를 살펴보자. 지프 랭글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장을 누비던 '윌리스 MB'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때 포드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실은 포드도 그 MB를 공장에서 만들고 있었다. 물량으로 밀어붙이고자 한 미군의 특성에 응답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꽤 멀리 돌아온 셈이지만, 전쟁 후 헤어졌던 이복형제가 오프로드 붐을 타고 이곳에서 재회한 셈이다.

INTERIOR

글 | 유일한

랭글러의 실내는 조금 오래된 냄새가 난다. 사실 2018년에 이 모델이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는 '과거의 촌스러운 티를 벗고 꽤 세련된 모습으로 변했다'고 적었는데, 그때로부터 벌써 5년이나 흘렀으니 자연스러운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에 와서 살펴보면 아직도 바늘을 사용하는 계기판, 8.4인치라는 작게 느껴지는 크기의 내비게이션 화면, 그 아래로 센터페시아를 가득 채운 다양한 물리 버튼들이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을 만든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이런 실내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랭글러는 오프로드를 달려야 하고, 다양한 기능을 재빠르게 조작할 수 있도록 물리 버튼을 남겨두는 게 제일 좋으니 말이다.

지프 랭글러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그래서인지 랭글러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손으로 직접 구동 방식을 변경하는 '트랜스퍼 레버'를 갖고 있다. 변속기보다 안쪽에 자리 잡고 있으니, 랭글러에서 이 기능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만들어진 뒤 흐른 세월과 그러한 아날로그 방식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랭글러는 꽤 편안한 그리고 아늑한 실내를 갖고 있는 편이다. 무엇보다 가족 네 명이 넉넉하지는 않아도 편안하게 탈 수 있는 좌석이 확보되어 있으니 말이다.

지프 랭글러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그리고 대시보드 상단은 무광 붉은색으로 마무리되어 있어 시각적인 만족도 주고 있다. 지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오프로더인 이상 허투루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정말 최상 등급에서만 선택할 수 있었던 가죽 시트가 오프로드 주행을 근본으로 하는 루비콘 모델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꽤 좋다.

몸 여기저기에 흙이 묻은 채로 탑승했을 때 씻어내는 문제가 남아있긴 한데, 그나마 통풍 시트 같은 건 없으니 닦기가 편하다는 게 위안이 되려나? 바닥은 고무 매트로 되어 있고 들추면 물이 빠져나가는 구멍도 마련되어 있으니 그냥 시원하게 물청소 한번 하면 그만이다.

포드 브롱코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이제 브롱코로 넘어가면, 최근에 등장한 자동차라는 것이 바로 느껴진다. 계기판만 봐도 왼쪽에 바늘로 속도를 알려주는 부분만 제외하면 전부 디지털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주행 중에도 자동차 상태를 잘 알 수 있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거대한 12인치 화면은 이 차가 그래도 디지털화되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비이다. 뭐 대부분은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결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꽤 중요한 것이다.

브롱코는 외형만큼 실내도 사각으로 깍두기 썰듯이 다듬었는데, 남성미가 느껴진다고도 할 수 있고 조금 투박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도 랭글러보다는 투박함이 덜한데, 아마도 센터페시에아에서 물리 버튼을 많이 지웠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있는 것은 음량 조절 버튼과 카메라 등 필요한 기능을 빠르게 부르는 버튼 몇 개,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에어컨 조절 버튼 정도이다. 비상등은 상단으로 이동했는데, 누르기가 간단해서 좋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기어 노브와 브롱코 특유의 G.O.A.T 모드다.

포드 브롱코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대부분 '염소'라고 읽겠지만, 포드에 따르면 Goes Over Any Type of Terrain의 약자라고 한다. 레버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다이얼을 돌리거나 버튼을 누르면서 모드를 변경하는 것이다. 번잡한 것은 자동차에게 맡기고 필요한 주행 모드만 골라서 어느 도로라도 자신 있게 질주하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포드 브롱코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그리고 브롱코는 그런 능력을 충분히 담고 있다. 시트는 편안함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아무래도 오프로드 주행은 역동적인 주행처럼 상체를 시트에 잡아야 할 필요는 없는 법이다.

포드 브롱코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그리고 가족 네 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다. 가죽 시트이니 어느 정도의 고급스러움도 챙기고 있는 셈인데, 놀라운 것은 오디오다. 이 브롱코에 무려 '뱅앤올룹슨'에서 제작한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간다. 가족과 함께 오프로드를 여유 있게 즐기라는 포드의 배려인 것 같다. 트렁크도 꽤 넉넉하고 말이다.

지프 랭글러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PERFORMANCE

글 | 안진욱

이제 달릴 차례다. 먼저 제원을 짚고 넘어가자. 포드 브롱코는 V6 2.7ℓ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310마력, 최대토크 55.0kg·m의 힘을 가지고 있다. 변속기는 자동 10단이며 공차중량은 2295kg이다.

옆에 세워진 지프 랭글러는 4기통 2.0ℓ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가지고 있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며 공차중량은 브롱코보다 살짝 가벼운 2121kg이다. 즉 힘은 브롱코가 더 세고 몸무게는 랭글러가 더 낮다. 함께 달려 보면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프 랭글러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먼저 랭글러를 탔다. 과거 6기통 자연흡기 랭글러를 탔을 때보다 저속 토크가 좋다. 때문에 더욱 경쾌하게 움직이는 느낌이다. 소음과 진동은 랭글러에게는 사치다. 물에 잠길 것을 감안해 파츠들을 구성했기에 방음 대책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이런 점이 랭글러를 타는 이들에게 전혀 아쉬움으로 다가가지 않기에 넘어갈 수 있다.

승차감은 오프로드 타이어를 끼운 프레임 보디 치고는 준수하다. 트럭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놀라운 것은 고속안정감이다. 약 8년 전에 랭글러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린 기억이 있는데 당시에는 무서워서 가속을 할 수 없었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프레임 하부와 상부가 따로 놀아 트랙션 확보가 어려웠다.

반면 지금의 랭글러는 완전히 달라졌다. 고속으로 달려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오프로드 타이어를 끼우고 있음에도 고속으로 잘 달린다. 타이어 소음만 클 뿐이지 차체가 평화롭다. 파워도 제법 넉넉한 편이라 선행 차를 추월하기도 어렵지 않다. 여기에 브레이크 성능도 괜찮다. 가장 우려했던 노즈다이브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잡았다. 온로드 타이어만 끼운다면 데일리카로 사용해도 괜찮을 것이다.

포드 브롱코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랭글러에서 내려 브롱코를 타고 바로 달려본다. 차가 더 묵직하게 움직인다. 공차중량의 차이를 체감할 정도로 내가 예민한 게 아니다. 엔진 반응이 느긋하게 세팅되어 있다. 소음과 진동에 조금 더 쓴 티도 확실하게 나며 승차감도 랭글러 쪽보다는 낫다. 브롱코 역시 고속도로를 달려봐야 한다.

실린더가 2개 더 있고 배기량도 더 크기에 고속에서 랭글러보다 더 잘 뻗어 나간다. 고속안정감은 랭글러와 비슷하다. 신기하게 두 대 모두 고속안정감이 좋다. 박스 타입 실루엣으로 공기저항도 심하고 무게 중심도 높은데 고속에서의 움직임이 아주 놀랍다.

포드 브롱코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또한 브롱코의 브레이크 시스템 역시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줬다. 마지막은 오프로드를 간단하게 달려본 소감이다. 하드코어한 코스는 아니고 그냥 비포장도로다. 두 대 모두 앞뒤 구동력을 조절할 수 있지만 그냥 자동으로 둬도 되는 수준의 도로 조건이다.

두 대 모두 이 정도 코스는 쉽게 돌파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내가 오프로드 전문가가 아니기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두 대의 차이점 하나는 발견했다. 랭글러는 심한 요철에도 차가 부서지지 않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지만 브롱코는 나도 모르게 조심하게 몰게 되었다.

차체 강성이나 서스펜션 능력 차이가 아니라 브롱코 차가 더 조용하다 보니 오프로드에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그런 것 같다. 달리기 결론을 내자면 오프로드는 심적으로 랭글러가 더 어울리고 온로드는 브롱코가 더 친화적이다. 물론 브롱코 타이어가 랭글러의 것보다 덜 오프로드스러웠던 게 가장 큰 이유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똑같은 타이어를 끼우고 비교를 해보겠다.

지프 랭글러, 포드 브롱코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안진욱 기자의 선택

디자인은 포드 브롱코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지프 랭글러는 도로에서 많이 봤기에 브롱코가 더 신선한 것도 있지만 디자인 자체가 더 끌린다. 단단해 보이고 외모에서 아쉬운 구석이 없다. 또한 주행감에 있어서도 브롱코가 더 온로드 친화적이기에 마음에 든다.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즐기는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단지 이러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들은 온로드에서의 성능이 중요하다. 당연히 모노코크 도심형 SUV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승차감이 랭글러보다 낫다.

유일한 기자의 선택

한참 생각해 봤다. 필자가 이런 차를 사야 할 날이 올 것인지 말이다. 만약 온다면, 아마도 그때는 시골을 찾아 여유 있게 밭을 가꾸거나 무언가를 기르는 날이 될 것이다. 그때 삽이나 곡괭이 등의 농기구들을 아무렇지 않게 놓고 신발에 진흙을 묻히면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다니고 싶다면, 지프 랭글러가 딱 맞을 것이다. 물론 일반도로에서의 편안함과 편의장비의 우월성 덕분에 브롱코에 눈이 안 간 건 아니지만, 브롱코는 그렇게 마구 사용하기에는 조금 고급스럽다. 더러워져도 물 대충 뿌려서 닦으면 많이 깨끗해지는 랭글러가 딱이다.

SPECIFICATION _ JEEP WRANGLER

길이×너비×높이 4885×1895×1850mm

휠베이스 3010mm | 공차중량 2120kg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1995cc | 최고출력 272ps | 최대토크 40.8kg·m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연비 8.2km/ℓ | 가격 ​​​8460만 원

SPECIFICATION _ FORD BRONCO

길이×너비×높이 4810×1930×1845mm

휠베이스 2950mm | 공차중량 2295kg | 엔진형식 V6 터보, 가솔린

배기량 2694cc | 최고출력 310ps | 최대토크 55.0kg·m

변속기 10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연비 8.2km/ℓ | 가격 ​​​8040만 원

자동차 전문 잡지 <모터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