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 도로에 나가면 차와 같아요”
고교생 자전거 마니아 지환이의 쓴소리
서울 명덕고등학교에 ‘자전거 천재’가 있다. 정지환(18)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자전거에 대해서라면 척척박사다. 친구들의 자전거 수리를 도맡아 하는가 하면 구입 방법 및 관리 요령도 챙겨주고 있다. 자전거 동호회 활동이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그는 “자전거와 관련해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며 어른들에게 한마디 해야겠단다. 학생의 입장에서 어떤 고충이 있는지 한번 들어보자.
Q 언제부터 자전거 통학을 시작했나.
A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와 학원을 버스로 통학했는데, 버스를 하루에 4번 타야 했습니다. 한달 교통비만 5만원 정도 나왔어요. 처음엔 교통비가 아까워서 부모님을 졸라 자전거를 구입했죠. 그런데 자전거 타는 것이 너무 재밌어서 통학이 즐거워졌다고 할까요. 그후로 자전거 타는 것이 취미가 됐어요. 현재 다니는 고등학교는 가까워서 걸어 다닙니다. 학원은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요. 건강도 좋아지고 환경을 지킨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요.
Q 현재 가지고 있는 자전거의 종류와 가격대는.
A 중학교 때 맨 처음 산 자전거는 빨간색 미니벨로(시보레 풀샥, alton CSF-2007)였습니다. 자전거에 대해서 잘 모르던 때라 단순히 작은 사이즈로 구입했어요. 당시 15만원 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취미생활로 자전거를 즐기다 보니 점점 눈이 높아졌어요. 그후 사이클이라 부르는 로드바이크를 구입했어요. 메리다 road-880 08년식으로요. 가격은 60만원인데 그동안 차비 아낀 것이랑 건강 좋아진 점 때문에 부모님께서 고심 끝에 선물해주셨어요. 두 자전거 모두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를 가장 싸게 파는 오프라인 가게 <성내샵>에서 구입했어요. 각종 정보는 디시인사이드 ‘자전거 갤러리’ 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Q 자전거 통학에 대해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 반응은.
A 친구들은 사소한 고장까지도 모두 저에게 부탁해요(웃음). 제가 아예 자전거 한대를 만들어준 친구도 있어요. 좋게 봐주는 친구들은 멋지다고 칭찬해주지만, 학원에까지 굳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한소리씩 하는 애들도 있어요. 부모님들은 처음엔 위험할까봐 걱정하셨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자전거를 너무 좋아하니까 학업에 방해되진 않을까 염려하시죠. 소극적이었던 제가 적극적으로 야외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좋아하시던데요. 어머니는 제 자전거 이야기를 가족 홈페이지에 매일 올리시고요.
Q 자전거를 타면 좋은 점은.
A 원래 저는 소심하고 야외활동을 싫어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취미로 자전거를 타면서 동호회활동을 하게 됐고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됐어요. 대화하는 방법을 익히며 자신감이 많이 생겼습니다. 제 키가 181cm인데 무게가 55kg이거든요. 허약체질이라 부모님들도 걱정했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심폐기능이 좋아졌어요. 전에 없이 식욕도 왕성해졌고요.
Q 자전거 생활을 위해 어른들에게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는데.
A 어른들이 꼭 좀 해결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어요. 자전거를 타고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은데 주차공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학원을 가도 주차공간이 없어요. 다행히 저는 학원 선생님의 배려로 건물 내에 자전거를 주차해요. 어쩌다 다른 데에 주차하게 되면 불안해서 수업에 집중이 안돼요. 또 자동차를 운전하시는 분들의 태도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부터, 뉴스나 신문에 자전거 관련 보도가 많이 나오면서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자전거도 자동차와 같은 권리를 가진 ‘차’인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탄다고 뭐라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심하면 욕을 하거나 위협도 하시고요. 제가 보기엔 지자체에서 만드는 짧은 자전거 도로들은 별로 쓸모가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배려할 줄 아는 의식의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불편하더라도 서로 도우며 도로를 같이 쓸 수 있잖아요. 도로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때까지는 의식의 변화만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의식과 주차장 문제만 해결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자전거 마니아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워크홀릭 담당기자 최경애 doongj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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