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디어】 고정식 기자 = 오늘 시승기는 이전과 많이 다르다. 어쩌면 테스트 후기, 혹은 테스트에 대한 부연 설명 정도로 보면 되겠다. 그래서 "앉아 보니 부드럽다", "돌려보니 잘 돌더라"는 식의 '느낌' 얘기는 거의 없다. 대신 "초시계로 쟀더니 이렇게 나왔는데, 이 정도 수치면 이러저러한 수준"이라는 '팩트'가 중심이다. 일단 아래 '신형 크루즈의 본격 테스트 영상'부터 보자. 열심히 테스트했지만, 아직은 오차 범위가 있다. '베타 버전'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테스트는 국내 유일의 자동차 전문화 대학인 '아주자동차대학'의 도움으로 진행됐다. "아주자동차 대학, 최고!"
>>> 쉐보레 신형 크루즈 테스트 영상
신형 크루즈의 소개나 옵션 설명, 디자인 설명 같은 게 거의 없이, 테스트로만 꽉 채운 영상이다. 혹시 신형 크루즈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나, 편의장치,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보면 되겠다. 예전에 찍어 둔 '신형 크루즈 둘러보기' 영상이다.
>>> 쉐보레 신형 크루즈 둘러보기 영상
자, 이제 '신형 크루즈 본격 테스트 (베타 버전)'의 본론을 시작한다. 테스트 당일, <카미디어>는 새벽부터 충남 보령 아주자동차대학으로 향했다. 각종 테스트와 계측을 위한 시설, 장비, 공간이 바로 거기 있기 때문이었다. 이른 시간부터 먼 길을 재촉했지만 서울을 빠져나가는 건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서부간선도로의 정체가 이렇게 빨리 시작될 줄은 몰랐다. 마치 명절 대이동의 한 가운데 있는 기분이었다.
엄청난 정체 속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보니 생각지 못하게 크루즈의 저속 토크를 느껴볼 수 있었다. 크루즈가 품은 1.4리터 직분사 터보 가솔린 엔진은 엔진회전수 5,300rpm에서 최고 153마력, 2,400~3,600rpm에서 최대 24.5kg·m를 낸다. 그런데 1,000rpm에 도달하기 전 이미 20kg·m가 넘는 토크를 발휘한다. 덕분에 답답한 도심에서도 약간은 경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아도 차체가 들썩이며 사나운 발작을 내딛는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다행히 정체가 풀렸다. 잰걸음을 풀고 성큼성큼 속도를 높였다. 일단 소음부터 쟀다. 시속 100km로 아스팔트 도로를 달릴 때 실내 소음은 63~64dB 정도였다. 이 정도면 준중형급 세단 치고는 괜찮은 수준으로, 중형 세단과 견줘도 좋을 수준이다. 적어도 정숙성이 문제될 일은 없겠다.
가속하는 힘은 충분하다. 속도계 바늘이 쭉쭉 올라간다. 엔진회전수 2,000rpm을 넘어가면서 힘이 확실히 더 붙는다. 아마도 이때부터 터빈이 본격적으로 엔진에 공기를 불어 넣는 것 같다. 3,000rpm까지 넘어서면 어떤 영역에서도 힘이 넘친다. 1.6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세단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으로, 1.8리터, 혹은 2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겨뤄도 좋을 파워다.
엔진은 새로 개발해 넣었다. 트랙스에 쓰이던 1.4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을 개량한 게 아니다. 서로 계열부터 다르다. 종전에 사용하던 엔진은 철로 만든 순차 분사 방식의 GM 패밀리 제로(Family 0) 계열 LUV 엔진이다. 신형 크루즈에 들어간 건 알루미늄으로 만든 직분사 방식의 에코텍(Ecotec) 계열 LE2 엔진이다. 두 엔진은 실린더의 지름과 높이도 다르고 압축비도 다르다. 물론 신형 엔진이 더 가볍고 강력하며 조용하다.
변속기는 여전히 충남 보령에서 만든다. 계열도 같다. 하지만 3세대로 진화했다. 예전 것은 6T40, 이번에 들어간 건 6T35다. 오로지 신형 1,4리터 직분사 터보 가솔린 엔진하고만 조화를 이룬다. 종전에 비해 더 작아졌고 무게도 약 11kg 정도 가볍다. 반응도 더 빠르며. 변속도 더욱 과감하다. 시속 80km에서 시속 120km로 가속할 때는 6단에서 3단으로 단숨에 내려 엔진회전수를 4,000rpm 정도로 끌어올린다. 이 정도에서는 약 135마력 정도를 발휘한다. 여기서부터 출력을 쏟아 최고출력까지 토해내 속도를 올린다. 시속 60km에서 시속 90km로 가속할 때도 마찬가지다. 5단에서 2단까지 과감하게 기어를 내린다. 엔진회전수는 5000rpm까지 치솟는다. 이정도면 150마력을 넘게 뿜어낸다. 거의 최고출력에 다다르는 영역이다.
변속 느낌은 부드럽다. 예전의 ‘보령 미션’처럼 거슬리지 않는다. 다만 일상에서는 자꾸만 엔진회전수를 낮춘다. 연비를 높이기 위한 세팅이다. 하지만 수동 변속 모드에서는 온전히 운전자의 판단을 존중한다. 한계 엔진회전수(Red Zone)까지 치솟아도 강제 변속하지 않는다. 사실 이는 쉐보레 차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말리부와 임팔라 역시 수동변속 모드에서는 운전자 동의 없이 변속하지 않는다. 결국 일상에서는 경제적으로, 마음먹고 몰아붙일 때는 화끈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든 셈이다.
한참을 달려 아주자동차대학에 도착했다. 계획보다 늦었다. 일단 서둘러 각 바퀴별로 걸리는 무게부터 쟀다. 앞뒤 비율은 6:4였다. 좌우 균형은 5:5였다. 전륜구동차로서 썩 괜찮은 무게 배분이다. 무게는 16인치 휠 공차중량 기준 1,250kg이다. 같은 기준의 바로 전 크루즈 1.4 세단은 1,360kg이었다. 무려 110kg이나 무게를 줄였다. 가벼워진 만큼 연비도 올라갔다. 신형 크루즈의 16인치 휠 기준 복합 연비는 리터당 13.5km다. 이전에는 연비가 좀 더 높이 측정됐던 구연비 기준인데도 리터당 12.5km였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슬라롬(Slalom)과 급차선 변경 테스트다. 아주자동차대학의 시험 공간 같은 넓은 곳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테스트다. 물론 공공도로에서는 이런 걸 하느 건 불법이다. 그래서 <카미디어>도 몇몇 차종의 데이터만 갖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해외 매체에서 시험했던 걸 참고해서 가늠하곤 한다.
슬라롬은 각 러버콘(Rubber Cone) 사이를 18m로 맞춰 세우고 진행했다. 야드-파운드법을 사용하는 미국에서는 61피트로 한다. 약 18.6m 정도 길이다. 쉐보레 크루즈의 슬라롬 테스트는 <카미디어> 측정 결과 시속 69km를 기록했다. 참고로 미국의 자동차 전문매체 <카앤드라이버(Car And Driver)>의 준중형 세단 61피트 슬라롬 테스트에서 크루즈는 시속 63.2km를 기록했다. 당시 총 5종의 준중형 세단을 시험했는데 마즈다 3는 시속 65km, 혼다 시빅은 시속 64.2km, 현대 아반떼는 시속 63.9km, 닛산 센트라는 시속 62km를 기록했다. 다만 해외 매체의 테스트이고 나라별 사양이 다를 수 있으므로 참고만 하면 되겠다.
급차선 변경은 일명 무스 테스트(Moose Test)라 불린다. 북미에서는 무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엘크(Elk)라고 불리는 커다란 사슴이 서식하는 지역에서는 갑자기 이들이 도로 위로 뛰어드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때 어느 속도까지 무스를 피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로 시작돼 무스 테스트라 불린다. 13.5m만에 4m 옆에 있는 차선으로 들어갔다가 11m를 달린 뒤 다시 13.5m만에 원래 차선으로 복귀하는 방식이다. 장진택 기자의 테스트 영상을 봤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카미디어> 측정 결과 쉐보레 크루즈의 무스 테스트 결과는 시속 75km였다. 스웨덴의 자동차 전문매체 <테크니켄스 바드(Teknikens Värld)>는 1980년대부터 무스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이곳의 자료를 보면 시속 75km를 기록한 모델로 2013년식 아우디 RS4 아반트와 2017년식 메르세데스 벤츠 E 220 d, 2010년식 메르세데스-AMG SLS 등이 꼽힌다. 다만 2017년식 지프 체로키 2.2 디젤 4WD와 2012년식 현대 i30 1.6 디젤, 2013년식 푸조 208 1.2 가솔린 등의 기록도 시속 75km로 같다.
마지막은 제동테스트였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 데 필요한 거리를 측정했다. 10회 이상 테스트했다. 이를 통해 평균값을 구하고 잦은 제동에 성능이 떨어지진 않는지 함께 살폈다. <카미디어> 테스트 결과는 42m 정도였다. 그런데 사실 조금 의아했다. 생각보다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험장은 아주자동차대학에서 각종 자동차를 시험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자동차를 미끄러뜨리는 드리프트(Drift)를 연습하는 곳이기도 하다. 노면에 타이어 가루와 모래 등 이물질이 상당히 많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노면이 미끄러웠던 건 그래서였다.
한국지엠은 자체 테스트 결과 38미터 정도였다고 밝혔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 트렌드(Motor Trend)>는 시속 96.6km(60마일)에서 급제동 테스트를 했다. 쉐보레 크루즈의 경우 34.4m로 측정됐다. 같은 테스트에서 현대 아반떼는 35.7m, 마즈다 3는 38.4m, 혼다 시빅은 38.7m를 기록했다. <카앤드라이버>는 시속 112.7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 거리를 쟀다. 쉐보레 크루즈는 51.2m를 기록했다. 동일한 테스트에서 현대 아반떼는 51.2m, 마즈다 3는 54.6m, 혼다 시빅은 54.9m를 기록했다. 모두 마른 노면의 아스팔트에서 측정됐다.
이를 기반으로 추측하면 쉐보레 크루즈가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필요한 거리는 아마도 30m 후반쯤일 것으로 보인다. <카미디어>는 조만간 크루즈의 급제동 테스트를 다시 해볼 계획이다.
사실 <카미디어>의 테스트는 아직 완벽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보완할 게 많다. 때문에 아직은 모든 테스트 결과를 자신 있게 드러낼 수 없다. 아쉽다. 하지만 좀 더 완벽하고 안정적인 테스트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머지않은 시기에 속 시원히 모든 걸 보여줄 때가 올 거다. 그때 더욱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테스트 결과를 들고 찾아올 것을 약속한다. <카미디어>의 최선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 쉐보레 신형 크루즈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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