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BMW가 개발 중인 절대 넘어지지 않는 바이크들
최홍준 입력

바이크는 두 바퀴다. 그것도 직렬로 연결된 두 바퀴를 가지고 있다. 움직이지 않으면 넘어지게 되어있다. 바이크를 위험한 탈것으로 인식되게 한 특징이지만 어떤 바퀴달린 탈것보다 역동적인 스포츠성을 가지게 된 것도 바퀴가 두개이기 때문이다.

프로선수들의 경기 중에도 종종 미끄러져 넘어지는 경우가 있다
스쿠터나 소배기량 바이크들은 스포츠성 보다는 근거리 이동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재미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대배기량 바이크들이라 할지라도 넘어진다는 것은 바이크한테는 치명적인 약점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 폭이 더 넓은 타이어를 장착하거나 바퀴를 하나 더 달아버리는 물리적이고 원초적인 방법부터 트랙션 컨트롤이나 ABS 브레이크, 전자식 서스펜션 등 라이더의 조작을 도와줌으로써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지만 험난한 장애물을 극복하는 트라이얼 바이크 경기가 있다. 여기에 사용되는 바이크의 타이어 공기압은 매우 낮고 많은 훈련을 통해 정지 상태에서도 발을 땅에 대지 않는다. 경기 중에 땅에 발을 대면 감점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예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바이크는 두 개의 바퀴밖에 없기 때문에 넘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장르에 따라서 라이더가 미세한 움직임으로 넘어지지 않고 서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특별한 훈련을 통한 일부 라이더만 가능하다. 보통의 바이크와 보통의 라이더라면 이렇게 가만히 서서 균형을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바이크를 처음 배울 때는 속도를 가 잘 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넘어지기 쉽다
앞으로 움직이고 있을 경우, 구동이 되는 뒷바퀴는 고정되어 있지만 앞 축은 미세하게 좌우로 움직이며 균형을 잡고 있다. 라이더가 임의대로 움직여 균형을 잡는 것도 있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스스로 균형을 잡아낸다. 이것을 셀프 스티어링이라고 한다. 넘어지는 반대쪽으로 핸들이 움직여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바이크는 방형 전환도 차체를 기울여서 한다. 기울어지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것은 가속력, 원심력, 타이어의 그립력, 셀프 스티어링이 유기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어느 정도 속도가 있어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바이크는 타기 어려울 때도 있고 넘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특성이 바이크의 매력이기도 하다. 만약 두 바퀴라는 바이크의 고유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스스로 균형을 잡아 넘어지지 않는 바이크가 있다면 어떨까. 안전도는 높아질 것이고 두 바퀴가 가진 장점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lit C-1
오늘은 첨단 기술로 넘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지고 있는 바이크를 소개하겠다.
2012년 미국의 벤처기업 Lit motors는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구동되며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패널, 에어백까지 갖춘 두 바퀴 바이크 C-1를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자이로스코프를 탑재해 강한 충격이나 잡아끄는 힘에도 중심을 잡고 버텨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2014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목표로 했지만 양산되지 못했다.
2016년 애플이 전기 자동차 개발에서 자율주행 자동차ㄹ 방향을 선회하면서 릿 모터스의 매입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미 전기차 개발에 릿 모터스의 직원들을 고용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애플은 이런 소문과 자동차 개발에 대해 부정했지만 지난해 6월,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릿 모터스는 애플과 소문이 난 2016년부터는 독자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매각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릿 모터스 C-1
C-1은 이미 4번째 프로토타입까지 나와 있던 상태였다. 그렇다면 애플이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넘어지지 않는 바이크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C-1에 내장된 자이로스코프
자이로스코프 기술은 팽이가 돌면서 원심력으로 균형을 잡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스마트폰에도 이 기술이 들어간다. 자이로스코프 기술이 발전하고 소형화됨에 따라 두 바퀴뿐만 아니라 바퀴가 하나라고 하더라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BMW 비전 넥스트 100 콘셉트
2016년 EICMA 모터쇼에서 BMW 모토라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콘셉트 바이크인 모토라드 비전 넥스트 100(Motorrad VISION NEXT 100)도 자이로스코프 기술을 사용해 넘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콘셉트 바이크이기는 하지만 분명 넘어지지 않고 스스로 균형을 잡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당장 양산은 어려울 것이지만 BMW 모토라드가 다음 100년 내에는 이런 바이크들이 나올 것이고 모든 것이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혼다는 바이크와 자동차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종 배와 제트기까지 만들고 있다. 아시모라는 휴머노이드 개발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그간 축적해온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혼다 라이딩 어시스트-e
지난해 동경 모터쇼에서 혼다는 ‘라이딩 어시스트-e’라는 것을 발표했다. 자유로운 이동의 즐거움과 탄소 없는 깨끗한 세상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전기 바이크를 기반으로 혼다가 꾸준히 개발해 왔던 휴머노이드 기술을 추가해서 넘어지지 않는 바이크를 발표한 것이다.
동경모터쇼에서 시연할 때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좌우에 작은 보조 스탠드를 장착하기도 했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라이딩 어시스트-e 기술은 라이더가 바이크를 타고 있지 않아도, 스탠드를 세워두지 않아도 넘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균형을 잡는 기술이다. 더불어 라이더를 극저속으로 따라다니는 기술도 선보였다. 자율주행기능까지 탑재한 것이다. 앞 바퀴 쪽을 미세하게 움직여 좌우 균형을 잡고 정지 시에는 캐스트각을 늘려 차체 길이를 변화시켜 안정성을 높인다. 이 모든 움직임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혼다는 컨셉트 바이크가 아닌 실제로 스스로 균형을 잡고 자율 주행을 하는 것까지 시연해 냈다. 두족 보행이 가능한 휴머노이드를 개발했던 기술로 라이더가 애쓰지 않아도 바이크 스스로 균형을 잡고 또 움직일 수 있게 한 것이다. 아직 정확한 양산시기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넘어지지 않는 바이크는 곧 우리 앞에 있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최홍준 (<더 모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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