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심장+탄탄한 근육=쉘비 머스탱 슈퍼 스네이크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자. 최고출력 800마력 머슬카는 매우 어리석은 결정이다. 특히 그 차로 영국 도로를 활보할 계획이라면 더욱 앞뒤가 맞지 않는 선택이다. 그러니 머스탱의 출력을 2배 가까이 높일 계획이라면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분명히 알고 신중히 접근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이를테면 쉘비 같은 인물에게.
캐롤 쉘비의 첫 작품인 머스탱 GT350이 공개된 때는 1965년이었다. 이후로 수없이 많은 고성능 후속작들이 쉘비 이름을 달고 세상에 등장했다. 2012년 캐롤 쉘비가 작고한 이후에도 그가 설립한 회사 ‘쉘비 아메리카’는 지속해서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쉘비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새로운 모델이 계속해서 태어났다. V8 시리즈 포드를 튜닝하던 명성에 힘입어 최근 쉘비 아메리카의 사업 규모는 매우 커졌다. 전 세계에 상당히 많은 지점까지 보유했다.
빌 셰퍼드 머스탱은 영국에서 유일한 공식 쉘비 대리점(참고로 유럽 전체 지점 수는 모두 3개)이다. 구형 포드와 코브라, 머스탱을 타고 레이싱에 참여했던 경력 덕분에 셰퍼드는 캐롤 쉘비와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았다. 영국 서리에 기반을 둔 셰퍼드 팀은 더욱 수월하게 영국에 진출한 첫 쉘비 지점을 운영할 수 있었다. 오늘날 빌 셰퍼드 머스탱은 신형 머스탱이나 중고 모델을 쉘비 고유 번호가 달린 쉘비로 튜닝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완성된 머스탱은 쉘비 아메리칸 월드 등기소에 공식적으로 등록할 수도 있다.
빌 셰퍼드 서비스로 완성하는 쉘비는 최고출력 670마력 GT나 지금 소개하는 최고출력 800마력 슈퍼 스네이크 등 매우 다양하다. 5.0L V8 엔진을 얹은 기본형 머스탱을 슈퍼 스네이크로 개조하려면 휘플 슈퍼차저를 추가하고 늘어난 출력에 맞춰 엔진 냉각장치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다음으로 최고출력 800마력, 최대토크 88.5kg·m 이상으로 맞추기 위해 새로운 배기장치를 추가한다.
향상된 엔진 성능에 맞춰 기본형 브레이크를 6피스톤(앞)과 4피스톤(뒤) V디스크와 윌우드 캘리퍼 조합으로 개조한다. 드라이브 샤프트 또한 포드 레이싱 부품으로 바꾼다. 타이어와 휠은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와 20인치 알로이 휠 조합이다. 열정 가득한 머스탱 섀시도 철저히 점검한다. 스프링과 댐퍼, 안티롤바를 모두 쉘비 전용 부품으로 교체하고 얼라인먼트도 다시 조정한다. 마지막으로 캐스터와 토 각을 섬세하게 조율한다.
슈퍼차저로 늘어난 무게를 상쇄하기 위해 외관 몇몇 부분을 가벼운 소재로 바꿨다. 새로운 보닛과 스포일러, 스플리터, 사이드 스커트, 디퓨저는 모두 가볍기 이를 데 없는 탄소섬유 소재다. 슈퍼 스네이크 전용으로 쓰이는 그릴과 스트라이프도 빠뜨릴 수 없다.대시보드 한가운데에 다이얼 계기판을 추가했다. 오일압력과 연료압력, 부스트압력을 표시한다. 기본형 머스탱을 800마력짜리 슈퍼 스네이크로 개조한 덕에 반드시 필요한 계기판이다
실내는 계기판 위쪽으로 전에 없던 다이얼 3개를 추가했다. 각각 오일압력과 연료압력, 부스트압력을 가리킨다. 머리 받침대와 바닥 매트에는 쉘비 글자를 화려하게 아로새겼다. 그러나 이 정도 변화로는 머스탱 실내를 따라갈 수도, 10만7000파운드(1억6100만원) 차에 걸맞은 실내로 탈바꿈할 수도 없다. 완벽하게 개조하려면 신형 머스탱 플러스 가격인 6만9000파운드(1억380만원)를 써야 한다. 상당히 매력적인 다른 옵션을 고려해 볼 수도 있는 금액이다.
기계적 변화는 좀 더 분명하다. V8 엔진을 시동 걸 때부터 느껴진다. 크고 분주하고 전통적인 머슬카 소리와 달리 한층 더 가볍고 공격적이다. 이 분명한 특징은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증폭된다. 마치 천둥이 차의 뒷부분을 후려치는듯한 소리를 낸다. 배기구에서 들려오는 시끌시끌한 화음이 몇km 밖에서부터 주의를 환기하는 탓에 이웃 주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기 쉽다.
출력이 비슷한 슈퍼차저 머스탱 중 일부는 공식 기록만큼 날쌔고 강력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반면 슈퍼 스네이크의 엔진은 최고출력 800마력까지 모든 구간에서 느낌이 좋다. 춥고 마른 겨울 도로는 접지력을 끌어내기 쉽지 않은 상태였다. 슈퍼 스네이크는 도로 상태는 상관없다는 듯 거칠기만 했다. 가속페달을 반만 밟아도 충분한 접지력이 나오는 드문 경우였다. 가속할 때마다 차의 뒷부분이 주저앉고 흔들거리는 움직임이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멈칫거리는 듯했다. 슈퍼 스네이크는 이런 사소한 흔들림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고삐 풀린 드래그 경주차처럼 전속력으로 뛰쳐나갔다. 모든 직진 주행이 드래그 경주 같았고 신호등이 전속력 출발을 알리며 카운트 다운하는 경주 신호처럼 보였다. 물론 실제 일반도로 주행에서 이런 환상을 경험하기는 힘들다. 슈퍼 스네이크는 강력하게 개조한 머슬카에 바라는 바를 차고 넘치게 만족시킨다.
파워트레인에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유일한 요소는 엔진음이다. 보닛을 열고 번쩍거리는 거대한 컴프레셔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슈퍼차저 엔진의 거대한 스크루가 실린더 안으로 공기를 욱여넣으며 질주하는 영화 〈매드 맥스〉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최면에 빠진다. 더불어 회전수가 오르면 차 전체를 관통하는 강력한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슈퍼차저 엔진은 그저 부드럽고 조용하기만 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 드문 상황에서도 슈퍼차저 특유의 소리는 조금 들릴까 말까 하는 정도다.
직진 주행은 슈퍼 스네이크의 강점일지 모르지만 쉘비 서비스를 거쳐 개조를 마친 머슬카는 이전의 순정 머스탱이 지녔던 조향 특성이 약해진다. 승차감은 기본 모델보다 훨씬 딱딱하다. 겹겹이 쌓인 고무와 노면의 거친 모서리를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넓은 타이어 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접지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할 만큼 작은 출렁임은 남아있다. 조향감이 떨어져 접지력을 거의 체감할 수 없는 탓에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머스탱의 크기와 무게는 실제 수치보다 작고 가벼운 듯하지만 팬 도로나 기복이 있는 노면에서는 1700kg 이상 나가는 차의 움직임을 댐퍼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전 모델부터 사용하던 기본형 머스탱의 뒤쪽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각 축의 측면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활성화한다. 셰퍼드가 개조한 슈퍼 스네이크의 섀시는 단순히 스프링과 댐퍼만 교체한 채 마무리하지 않았다. 얼라인먼트와 차고까지 고려해 완성했다. 주행감은 더욱 견고해졌고 운전자는 뒷타이어를 의도대로 다룰 수 있다. 만약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에서 언더스티어로 앞바퀴가 밀려나기 시작한다면 가속페달을 밟아 엔진 출력만으로 뒷바퀴에 힘을 실어 보내면 된다. 뛰어난 엔진 덕분에 미세한 스로틀 입력만으로도 매끈하게 탈출할 수 있다.
슈퍼 스네이크는 섬세하고 정밀한 차는 아니지만 변덕스러운 영국 도로 위에서 평균 이상으로 균형감 있게 잘 달린다. 이는 섀시의 역할이 크다. 800마력 머슬카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강력한 출력 특성도 매력이다.
다른 브랜드였다면 이 정도로 정신 나간 튜닝카는 존재 자체가 충격이다. 이 녀석은 쉘비 혈통을 온전하게 이어받은 진짜 쉘비다. 이보다 난폭한 무엇인가를 창조할 합리적인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SHELBY MUSTANG SUPER SNAKE
엔진 V8, 4951cc, 슈퍼차저
최고출력 800마력(bhp)
최대토크 88.5kg·m
변속기 6단 자동
0→시속 100km 3.5초
최고시속 305km
무게 1711kg
기본가격 6만9000파운드(1억340만원)
글 · 윌 버몬트(WILL BEAUM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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