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륜 바이크?
최홍준 입력

[최홍준의 모토톡] 신체가 외부로 노출되어 있고 넘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두 바퀴 달린 탈 것의 최대 약점이다. 반면 주행풍을 그대로 맞는 개방감과 차체를 기울여 방향 전환을 하는 스포티함은 두 바퀴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오늘은 그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 시킨 세 바퀴 바이크들을 소개한다.
◆ 혼다 ATC
1981년 출시된 혼다 ATC시리즈는 뒷바퀴가 두 개인 바이크였다. All-Terrain Cycle이라는 뜻으로 어린이용 세발자전거와 비슷하게 생긴 ATC는 다양한 엔진을 장착해 여러 버전이 발매됐다. 이미 혼다는 1969년부터 바퀴가 세 개인 바이크들을 만들어 오고 있었지만 ATC는 목적이 확실했다. 모래 같은 푹푹 빠지는 곳에서 탈 수 있는 바이크를 만드는 것이었다. 두텁고 폭이 넓은 타이어를 장착하고 엔진은 중저속 토크 위주로 세팅했다. 레저용으로 개발되었지만 큰 관심을 보인 것은 북미시장이었다.
트레일러를 견인하거나 무거운 짐을 싣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넘어지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탈 수도 있었다.
어린이용 70cc부터 110, 200cc, 2스트로크 249cc 엔진을 장착한 250R, 350X까지 여러 버전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250R은 레이스까지 열리며 북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넘어지지 않는 바이크는 아니었다. 3륜 바이크는 기존의 2륜 바이크와는 주행 방법이 완전히 달랐다. 고속 코너는 특히 달리기 어려웠고 뒷바퀴를 미끄러트리거나 체중이동을 잘해야 했다. 오히려 이런 점이 매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크처럼 옆으로 쉽게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고속에서는 오히려 자동차처럼 뒤집어지는 일이 많았다.
비슷한 시기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네 바퀴 바이크, 즉 ATV(All-Terrain Vehicle)가 더 안정적이고 다루기 쉽다는 결론이 나자 미국지역에서부터 안전을 위해 생산을 중단하자는 움직임이 생겼다. 혼다는 이를 수긍해 자발적으로 생산을 중단했고 미국은 법령으로 3륜 ATV의 판매를 금지했다가 1997년 해제했지만 다시 3륜 바이크가 생산되지는 않고 있다.
생산된 지 30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지금도 많은 혼다 ATC들이 생존해 있다. 국내에도 소수의 ATC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 피아지오 MP3
이탈리아의 거대 스쿠터 제조회사 피아지오가 2006년에 발표한 MP3는 지금까지 3륜 바이크의 상식을 깼다. 앞바퀴를 두 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란히 장착된 두 개의 앞바퀴는 일반 바이크처럼 차체가 기울어지면서 코너를 돌게 만들었다. 서스펜션을 잠그는 틸팅 기능이 들어가 정지 상태에서 라이더가 발을 내려 중심을 잡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졌다. 이 잠금 기능은 수동으로 작동 시키며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풀리게 된다. 이로써 라이더는 발을 전혀 땅에 대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갈수 있게 되었다.
125, 250, 300, 450, 500cc의 다양한 엔진 버전이 출시되었다. 앞바퀴가 미끄러지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고속 코너나 지저분한 노면에서도 월등한 주행성과 안정성을 가지고 있어 유럽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정장을 입고 출퇴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이나 치마를 주로 입는 여성들이 주 타깃이다. 발을 땅에 대거나 기어 변속을 하지 않아도 되니 구두가 망가지는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차체가 기울어진 채로 서스펜션 틸팅 기능을 사용하면 중심이 흐트러져 그대로 넘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익숙해지기까지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판매 중이다.
◆ 야마하 트리시티
2014년 야마하가 발표한 트리시티는 좀 더 편안한 근거리 이동용으로 탄생했다. 야마하가 양산한 최초의 3륜 바이크였다. 피아지오 MP3처럼 앞바퀴가 두 개인 구조로 컴팩트한 차체에 125cc 엔진을 가지고 있다.
피아지오가 가지고 있는 특허 때문에 프론트 구성에 있어서 자신들만의 시스템을 개발해야 했고 덕분에 가볍고 복잡하지 않은 구조를 가진 독특한 이중 서스펜션이 탄생했다.
155cc엔진 버전을 추가해 노면 상황이 좋지 않은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주 타깃으로 했지만 판매고는 신통치 않았다. 125cc의 작은 엔진 때문에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국내에서도 판매 중이며 특히 비가 오거나 추워질 때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 캔암 스파이터
캐나다의 BRP그룹에서 만든 스파이더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트라이크다. 삼륜 바이크를 부르는 하나의 이름인 트라이크는 스파이더가 나옴에 따라 완전히 판도가 바뀌게 되었다. 기존 트라이크들은 바이크보다 안정성이 높다는 것에 만족 했지만 스파이더는 철저히 레저용으로 만들어져 달리는 재미를 극대화 시켰다.
직렬 3기통 1330cc 엔진으로 최대 105~115마력을 낸다. 후진이 가능한 세미 오토 미션에 ABS브레이크, 트랙션 컨트롤과 스태빌리티 컨트롤 시스템 등을 갖추었다. Y자형 프레임으로 폭 넓게 앞바퀴가 자리하고 자동차와 같은 A암 구조의 서스펜션을 장착한다. 국내에서는 대형 바이크로 등록이 되지만 일본 등 몇몇 나라에서는 자동차로 등록이 된다.
바이크의 형태를 갖고 있지만 조작법이 완전히 다르다. 핸들 바가 있지만 이건 그냥 스위치 조작과 조향을 위한 것 뿐. 스로틀 조작이 그립이 아니라 자동차처럼 페달로 이루어져 있다. 국내에서도 어렵게 정식 인증을 통과해 판매 중이다. 드물지만 분명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고 있다.
◆ 폴라리스 슬링샷
2014년에 처음 발매된 폴라리스의 슬링샷. 미국의 폴라리스는 오랜 시간 ATV를 비롯해 빅토리 모터사이클을 만들어왔다. 캐나다의 BRP와 경쟁구도에 있기 때문에 슬링샷은 스파이더보다 더 재밌고 안정적이여야만 했다. ATV에서 변형된 UTV를 잘 만들어왔기 때문에 그 기술을 많이 투입했다.
스티어링과 버킷 시트가 달려있고 가속과 브레이크는 페달로 한다. 세 바퀴를 가지고 있어서 트라이크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자동차의 특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미국의 대부분의 주에서는 일반 자동차 면허로 운전이 가능하며 뉴욕을 비롯한 8개 주에서만 바이크 면허가 추가로 있어야 한다. 고로 넘어질 일은 없지만 자동차처럼 전복될 수는 있다.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바이크의 고유 특성인 ‘넘어진다’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결국에는 바퀴를 추가하거나 자동차의 특성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극대화 시키려는 노력은 더 다양한 탈 것을 탄생시켜왔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넘어지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그걸 이겨내기 위해 하는 그 과정 자체가 바이크의 즐거움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발전해 올 수 있었다.
'bik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정은과 트럼프를 안전하게 수행한 모터사이클 (0) | 2018.06.14 |
|---|---|
| 쉐보레, '4분기 예정' 2019 말리부는 어떤 차? (0) | 2018.06.11 |
| 가장 한국적인 듀얼퍼퍼스, 스즈키 V스트롬250 시승기 (0) | 2018.06.09 |
| 당신에게 꼭 맞는 모터사이클, 이렇게 찾아라당신에게 꼭 맞는 모터사이클, 이렇게 찾아라 (0) | 2018.06.09 |
| 전세계 모든 배달원들 열광시킨 단 하나의 모터사이클 (0) | 2018.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