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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S90 T5, '중국산'이 어때서?

태권 한 2019. 1. 2. 10:25

볼보 S90 T5, '중국산'이 어때서?

카미디어 입력

【카미디어】 뉴스팀 =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볼보 S90은 모두 중국산이다. 다른 곳에서도 생산되는데 굳이 중국산을 들여온 것이 아니다. 차종별로 생산거점을 나눈 이유에서다. S60은 모두 미국산, XC60, XC90 등 SUV는 모두 유럽산이 들어온다. S90은 2017년에 스웨덴 공장과 중국 공장 모두 만들고 있었지만 이젠 중국 다칭 공장에서만 만든다. 중국산 S90이 수입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S90을 수입하는 모든 나라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중국에 팔기 위한 중국산이 아니라 중국이 글로벌 S90 생산거점이 된 거다.

그러다 보니 S90을 우리나라에 팔려면 중국산을 들여오지 않을 방법이 없다. 중국산 S90은 전 세계에 수출되므로 당연히 품질은 글로벌 수준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실제로 타봤다. 그리고 꼼꼼히 살폈다. 조립품질이 진짜 글로벌 수준인지 아닌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Made in China’지만 ‘Made by Sweden’이 맞다. 이 차가 중국산이라고 ‘콕’ 찍어 알려주지 않으면 중국산인지 스웨덴산인지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 엔진룸을 열어도 중국산이라 찍혀 있는 부품을 찾기 어렵다. 그저 죄다 ‘VOLVO’다. ‘Made in China’도 아니고, ‘Made by Sweden’도 아닌 그냥 ‘VOLVO’다. C필러 사이의 작은 유리에 ‘China’라고 쓰여진 글자로 ‘굳이’ 확인이 가능한 정도다.이쯤되면 중국산 볼보라며 애써 ‘콕콕’ 찍으려는 노력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스웨덴에서 만들던 것과 같은 차기 때문이다. 

S90은 분명 잘 만든 차다. 4기통 가솔린 엔진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속 100km로 쏘아 붙이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전륜구동이지만 힘차게 차를 밀어준다. 무엇보다 시승차인 인스크립션 트림에 적용되는 바우어스&윌킨스 오디오는 웬만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의 빰을 후려갈기는 수준이다.

가죽 소재는 최상급이고 허벅지 길이와 볼스터의 조임정도까지 조절이 가능한 시트는 무척이나 편하다. 진짜 나무를 깎아 만든 우드트림은 따뜻한 색감에 부드러운 촉감이다. 날이 추워져서 잡소리도 날법했지만 어디 하나 찌그덕 거리는 소리 없이 만듦새 역시 훌륭했다.

적어 놓고 보니 칭찬만 늘어놓았다. ‘중국산 볼보는 어딘가 부족하겠지’라는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할 의무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차는 그냥 볼보 S90일 뿐이었다. 그것이 사실이다.

가격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19년형으로 연식변경이 되었음에도 오히려 가격은 600만원 내렸다. 18년식 대비 10%나 깎았다. 주문해도 물량이 없어 몇 개월 대기는 기본인 만큼 100만원 할인받고 사기도 벅찬 차를 600만원이나 깎아줬다. 그런데도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중국산이어서 물류비도 절감되고 제조원가도 싸기 때문에 깎아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다르다. 공급가가 내려간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반(反)중국산 정서를 고려해서 마진을 줄여서 파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서’란 바로 중국산에 대한 불신이다. 중국산 공산품은 싸고 조악하다는 인식은 특히나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정서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전 세계의 거대한 생산기지화 된 지 오래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공산품은 좋든 싫든 중국산이 절대다수다. 중국산이 아닌 유럽산, 미국산으로 포장된 제품들조차 속을 까보면 죄다 중국산이기 부지기수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아이폰 뒷면에 아주 조그맣게 ‘Assembled in China’라고 적혀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자동차 역시 예외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까지도 이미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중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 브랜드를 찾기가 더 어렵다. 이들 대부분은 아직까지 중국시장을 위한 중국산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수출의 거점으로 이미 거대 생산기지화 된 중국을 계속해서 외면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단지 볼보가 그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일 뿐이다.

그러나 ‘굳이’ 마진까지 줄여서 파는 이유는 뭘까. 불과 1년 전을 상기하면 답이 나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볼보코리아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중국산 볼보에 큰 거부감을 갖는 정서를 고려해 중국산 S90이 들여오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었다. 그런데 볼보의 글로벌 생산전략이 바뀌면서 난처한 입장이 됐다. 그 땐 거짓말이 아니었는데 이젠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무려 600만원을 깎아주는 파격적인 가격 인하 카드 역시 중국산 볼보에 대한 거부감을 불식시키는 데에 힘을 보태기 위한 것일 테다. 품질이야 경험해보면 더는 논쟁거리가 되지 않을 것을 볼보코리아도, 시승해 본 기자나 소비자도 공감할 테니까.

직접 경험해 본 S90은 기존에 시승해 보았던 S90과 차이를 찾기란 불가능했다. 중국산 볼보라는 이유로 폄훼되어서는 안 되는 차가 맞다. 뒷 번호판 가드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글자 “Made by Sweden”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