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사람을 위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네이키드
나경남 입력
고가의 모터사이클이 등장하면 꼭 나오는 얘기가 있다. 구매하는 사람이 호구라는 얘기, 그 돈이면 차라리, 등등. 이런 이야기는 비단 모터사이클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모두가 넉넉한 사람을 걱정해주는 꼴이다. MV아구스타의 차세대 브루탈레 1000 세리에 오로 역시 우리가 굳이 걱정까지 해줄 필요없는 사람을 위한 모터사이클이다.
그럴 수 있다
서울 시내에서 슈퍼카가 온당키나 한 말인가. 어차피 교통 체증 때문에 속도도 못내는데. 100만원이 넘는 라이터로 불을 붙이면 담배 맛이 달라지기라도 하나. 거의 모든 사치품은 그렇지 않은 기능을 하는 것들과 비교해서 기능적으로 획기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왜 그것을 원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머플러는 양쪽으로 갈라져 각각 두 개 씩 쌍을 이룬다, 테일 라이트의 모습도 압도적이다
200마력이 넘는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이 존재할 이유가 있느냐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국내 제조사의 암담한 현실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는 ‘시티100’만 있으면 충분해.”라고 하다가 이제 국내 1위 제조사는 중국산 수입 판매사로 전락했다. 더 나은 무엇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200마력이 넘는 브루탈레 1000 세리에 오로 역시 이해할 수 있다. 200마력 이상을 다 쓸 수 있기나 하겠느냐, 하고 물을 수 있다.MV아구스타는 엄청난 규모의 거대 제조사와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걱정마라, 다 못써도 괜찮다. 최고치는 어차피 숫자일 뿐이다. 최고치를 달성하기까지 얼마나 여유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같은 비용이면 차라리 차를 사겠다, 라고 말할 수도 있다. 아마 이보다 비싼 차를 가진 사람이 살 것이다. 그것이 부러워서 비야냥 거리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감탄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언젠가 갖고 말겠다고 꿈을 갖고 각오를 다지는 것이 나을 것이다. 브루탈레 1000 세리에 오로는 꿈으로 가질만한 모터사이클이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네이키드
간단하게 새로운 브루탈레 1000 세리에 오로의 제원을 읊어보면 다음과 같다. 직렬 4기통의 배기량 998cc 엔진은 13.65:1의 압축비를 가지고, 회전수 13,450rpm에서 최고 208마력을 달성했다. 여기서 말하는 208마력의 최고 마력은 배기 머플러를 바꾸거나 별도의 세팅없이 나오는 ‘기본’ 마력이다. 당연히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상태다. 이미 이 상태에서 역대 네이키드 모터사이클 중 가장 강력한 엔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MV아구스타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공도 주행이 가능한 상태에서만도 최고 208마력을 낸다, 티타늄 배기 머플러를 포함한 전용 시스템을 적용하면 최고 212마력
ECU와 전용 티타늄 배기 머플러 시스템의 힘을 빌리면 회전수 13,600rpm에서 최고 마력은 212마력을 넘어선다. 노멀 상태에서의 건조 중량은 186kg이며, 트랙 전용 시스템을 적용했을 때는 184kg으로 2kg이 더 줄어든다. 킬로그램 당 마력을 따져보면 트랙 전용 시스템의 경우엔 1kg 당 1.15마력, 노멀 버전에서는 1kg 당 1.12마력 수준이다. 엔진의 인젝션 시스템은 MV아구스타 특유의 MVICS 인젝션 시스템은 동일하지만 인젝터는 모두 8개가 투입된다. 하부 인젝터 4개는 미쿠니(Mikuni)의 것을 쓰고, 상단의 인젝터는 마그네티 마렐리(Magneti Marelli)의 것을 채용해 연료 흐름을 더 원활하게 하고 있다. 엔진 콘트롤 유닛(ECU)는 엘더(Eldor)사와 협력하여 새롭게 개발된 EM2.0이 투입된다.뭔가 어색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합성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그 조화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자연스럽게도 최신 모델들이 그렇듯 관성측정장치와 연동되는 전사식 스로틀인 라이드 바이 와이어를 사용하며 완벽하게 엔진 매핑 조정이 가능하다. 또한 관성측정유닛(IMU)에 의해 통제되는 트랙션 톤트롤은 모두 8단계로 조정되며 이것을 완전히 해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앞바퀴가 떠오르는 것을 억제하는 안티 윌리 기능은 활성화와 비활성화 두 가지로만 제공되며, 론치 콘트롤 시스템과 기어를 올리거나 내리는 과정에서 클러치를 사용하지 않고도 부드럽게 변속이 가능하게 하는 전자식 변속 어시스트 시스템인 EAS 2.0 버전이 적용됐다.슈퍼바이크에서나 볼 법한 윙렛(winglet), 공기저항을 통해 프론트에 거는 하중을 높이기 위해서라지만, 그 디자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프레임은 전통적인 크로몰리 스틸 튜블러 트렐리스 프레임을 유지하고, 서스펜션은 전후 모두 올린즈(Ohlins)의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탑재되고 있다. 브레이크는 당연하다는 듯이 브렘보(Brembo)의 최상위급 시스템이 투입되고, ABS 시스템 역시 보쉬(Bosch)의 것을 사용한다.
전후 휠은 모두 BST의 카본 파이버 타입이 적용됐다. 레드 카본 버전으로 특별함을 더했다.
전체 페어링은 카본 파이버와 열성형플라스틱으로 구성되며, 전후 휠은 모두 BST의 카본 파이버 타입이 적용됐다. 추가적으로 라이더의 스탭은 높이 조정이 가능한 타입이며, 5인치 TFT 풀컬러 디스플레이 계기반이 적용된다. 브루탈레 1000 세리에 오로를 위해 특별히 변경된 점을 더 추가하자면 더 가여붜진 크랭크샤프트를 적용하며, 세로운 인테이크 덕트와 실린더 헤드, 마그네슘으로 제작된 엔진 커버, 더 가벼워진 피스톤과 피스톤 로드, 타타늄으로 제작된 볼트와 스크류 등이 있다.계기반은 TFT 컬러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전후 전자제어 서스펜션 및 스티어링 댐퍼도 기본이다
또한, 트랙 전용 파츠에는 SC프로젝트의 티타늄 사일렌서와 매핑된 ECU, 카본 파이버로 제작된 동승자 시트 커버, 레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연료 탱크 캡, CNC 절삭 프론트 브레이크 및 클러치 레버, 절삭 브레이크 및 클러치 리저버 캡, 리어 패독 스탠드, 전용 바이크 커버 등이 포함되며 각 모델에는 한정 넘버가 세겨진다. 간단히 제원을 읊는데도 한참이 걸린다.전용 커버와 전용 스탠드 등도 패키지에 포함된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념비적 모델이 시트 위에 올라탈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MV아구스타의 오랜 팬들은 F4, 즉.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물론 F3, 3기통 엔진은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과 보다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대신 F3 계열을 성장시키는 동안 4기통 엔진 모델이 등한시된 것도 사실이다. 회사 내부적인 요인도 있었으며, 세계적인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인해서 개발 비용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차세대 F4. 즉, 차세대 4기통 엔진과 그에 걸맞는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위치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제 아무리 이탈리안의 감성과 고급스러움을 내세우더라도 모든 논란을 잠재울 만한 카리스마가 없다면 아무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와 같은 브랜드가 과거의 영광만 가지고 카리스마적인 고성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들의 존폐가 위태로워지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브루탈레 1000 세리에 오로는 스스로 어떤 브랜드인지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량은 많지 않다. 브루탈레 1000 세리에 오로는 전세계 300대 한정으로 공급된다. 그리고 국내 공식 수입원을 통해 문의한 결과, 국내에 배정된 물량은 단 두대에 불과하다. 한정 모델이 소량 수입판매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예상되는 가격은 그보다 충격적일 수도 있다.
현재 MV아구스타 코리아에서 수입 판매하고 있는 모델 가운데 가장 고가의 모델은 F4 RC로 소비자판매 가격은 약 7300만원. 브루탈레 1000 세리에 오로는 그보다도 높은 가격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적어도 7000만원 이상, 8000만원 이내로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국내에서 브루탈레 1000 세리에 오로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겨우 두 명이다.
겨우 두 대의 모터사이클을 위해서, 그것도 7000만원이 넘는 ‘호구(하지만 부러운)나 살’ 모델을 소개하기 위해 이렇게 페이지를 할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MV아구스타에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념비적 모델이거나 말거나, 이렇게 아름다운 모터사이클이 이렇게나 잔혹하게 강력할 수 있다면 누군가의 꿈이 되기에 충분하다. 당장 브루탈레 1000 세리에 오로를 손에 넣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언젠가 이에 준하는, 남들이 뭐라해도,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모터사이클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나경남기자 nanana1982@gmail.com <모터사이클 전문 매거진 더 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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