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로 즐길 수 있는 온로드와 오프로드의 매력,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 XE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입력 2021. 12. 02.우리가 스크램블러라는 장르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거 역사를 뒤돌아보면 스크램블러라는 장르에는 고사양의 기계적 스펙과 화려하고 풍족한 옵션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조금은 빈티지한 스타일에 다소 날 것 같은 터프한 이미지가 더 어울린다고나 할까. 그래서 시장에 발표되는 스크램블러 장르의 모터사이클 모델들은 오랜 시간 사람들이 생각하고 기대해온 스타일대로 만들어져 출시가 됐었다. 그래서 스크램블러는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그러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일부 라이더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대중적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스크램블러라는 장르의 모터사이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해 사양도 높아졌고 풍부한 옵션에 고급화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스크램블러 장르 모델들의 스타일도 좋아지고 성능까지 우수해졌다.
저렴한 가격으로 스크램블러라는 장르를 즐겨왔던 라이더들에게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다소 부정적으로 보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스크램블러라는 장르의 매력을 알리게 됐고 더 다양한 모델들이 수면위로 떠올라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중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크게 한몫한 제조가사 있으니 바로 트라이엄프다. 이번 시승의 주인공인 스크램블러 1200 XE는 앞서 설명한 고급형 고사양 스크램블러를 설명하기에 매우 적절한 결과물이다. 아마도 스크램블러라는 장르의 범주 안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좋은 것들을 한데 모아 모터사이클을 만들어 낸다고 가정했을 때 스크램블러 1200 XE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디자인은 매우 스타일리시 하다. 어드벤처 모델이 너무 크고 부담스러우며 거대한 양감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라이더라면, 혹은 네이키드가 다소 밋밋해 만족하지 못했던 라이더라면 아마도 스크램블러 1200 XE가 한 눈에 쏙 들어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이 모델의 외형적인 느낌을 한 번에 정의하자면 모던 클래식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모던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클래식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잘 살펴보면 전체적인 이미지는 지극히 모던한데 부분적인 요소들에서 클래식한 느낌들이 살아있어서 아마도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측면에서 위쪽에 자리 잡은 머플러가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다. 마치 쌍발 기관총을 연상시키는 이 머플러는 디자인과 커버의 마감들, 그리고 디테일의 마무리가 거의 예술이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모터사이클들에서 머플러를 보이지 않는 하단에 위치시키거나 아예 초반 설계부터 거의 보이지 않는 구조적인 디자인으로 감추도록 만든 모델도 있다. 하지만 트라이엄프는 이 모델의 머플러를 디자인하면서 아마도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우리가 조금만 신경 써서 디자인 하면 머플러쯤이야 이 정도로 예술적으로 스타일리쉬하게 뽑아낼 수도 있다고. 자 보여? 우리는 진짜야!”
스튜디오에 로켓3 R 모델을 처음 가지고 왔을 때 여기저기 디테일을 살펴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아 트라이엄프 이 사람들은 마감과 디테일에 진심이구나. 진짜로 공을 많이 들이는구나.”라고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감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스크램블러 1200 XE의 곳곳을 살펴봤다. 묵직한 금속의 느낌을 전해주는 파츠들과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부품들, 그리고 그것들의 가치를 한껏 높게 만들어주는 고퀄리티의 도장들. 특히나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의 소소한 마감들까지 만든 사람의 노력을 쉽게 알 수 있게 만들어주는 부분들이 많았다. 참고로 이 모델의 가격은 2425만원인데 개별소비세 인하로 현재는 부가세를 포함해 2399만5천원에 판매 중이다. 오래된 스크램블러 모델들의 인식이 머릿속에 있는 사람이라면 다소 비싸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는데, 파츠의 구성과 디테일을 자세히 살펴보면 비싸다는 생각은 아마도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스크램블러? 대체 그게 비쌀 이유가 있나? 구조를 봐봐. 저건 저렴한 게 당연한 장르지. 저렴하니까 아무데서나 더 부담 없이 막 탈 수 있고 그렇게 타면서 즐기는 것이 바로 스크램블러라고!”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대체 얼마나 고급스럽게 만들었기에 판매 가격이 이천사백만원이 넘느냐고 물어볼지도 모른다. 올린즈 RSU 트윈 서스펜션에 ABS가 작동하는 브렘보 디스크브레이크, 그리고 IMU 관성 측정센서로 작동하는 코너링 트랙션 컨트롤까지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여기에 전자식 계기판과 무려 스마트키가 기본으로 지원한다. 모델의 스펙자료만 보면 이것이 과연 우리가 과거 봐오던 스크램블러 장르의 모터사이클이 맞나 싶을 정도다. 성능을 강조한 일본산 슈퍼스포츠의 스펙이라고 해도 크게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고급화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급화된 이 모델의 스펙은 비싸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나름의 근거를 제시한다.
이 모델의 외형 디자인은 멀리서 보면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다시 커 보이는데 또 막상 시트에 앉아보면 그렇게 크고 부담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것이 무슨 소리인고 하니 수치상으로 보면 분명 작은 사이즈의 모터사이클은 아니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카울 같이 양감을 전해주는 부분이 거의 없어서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가면 사이즈를 체감하게 되어 커 보이는 것이다. 막상 시트에 앉으면 870mm의 그리 높지 않은 시트고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아 크다는 느낌이 덜 나는 편인데 이 시트고는 어드벤처 모델들과 비교하면 그리 높지 않은 편이고 우리가 스크램블러라고 불러왔던 모델들 중에서는 다소 높은 편에 속한다. 어느 장르와 비교하기에 따라 시트고는 상대적으로 높거나 낮다고 할 수 있는데 의외로 키 170이 넘는 라이더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는 높이다.
유로5 기준을 만족시킨 심장은 본네빌에서 사용한 배기량 1200cc 수랭 엔진을 스크램블러 성향에 맞게 튜닝해 장착했다. 튜닝을 했지만 본네빌에서 충분히 경험해봤던 심장이니 새롭거나 이질감이 들지는 않는다. 최고출력 90hp/7,250rpm에 최대토크 110Nm/4500rpm를 보여주는 이 엔진은 역시나 본네빌과 마찬가지로 1200cc라는 배기량의 숫자만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지는 모르지만 저회전에서 느낄 수 있는 묵직한 토크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스크램블러 성향에 맞게 튜닝을 했다고 해서 어떨지 궁금했는데 본네빌처럼 다루기는 쉬운 느낌이다. 어떤 노면에서도 무던히 소화해내고 저속에서 힘차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 꽤나 매력적이다. 고속까지 쭉 밀어붙이면서 코스에 따라 주행모드를 바꿔가며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출력이나 가속성능은 동급 배기량의 슈퍼스포츠 장르와 비교하자면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지만 장르의 차이가 있으니 그렇게 비교하는 사람은 부디 없길 바란다.
시트고가 870mm로 그리 낮지 않은데도 생각보다 컨트롤이 어렵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무게중심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 있다. 생긴 것과 다르게 이 모델은 무게중심이 생각보다 낮아 코너를 돌아보면 그렇게 까지 부담스럽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차체의 길이와 무게는 상당한 편이지만 익숙해지면 한 발을 길게 빼고 코너나 유턴에서 그렇게 어렵지 않은 움직임으로 탈출이 가능하다. 회전반경이 작은 편은 아니지만 크기 대비 움직임이 둔한 편도 아니고 조금만 휘청하면 넘어질까 진땀나는 타입은 아니라서 부담은 한결 적다. 생긴 외형만 보면 껑충해서 무게중심이 매우 높아 보이는데 타보면 나름의 반전매력이 있다. 아마도 타보고 무게중심과 밸런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라이더가 많을 것이라 예상해본다.
모델을 설명하면서 고성능과 고급형 옵션이란 표현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은 올린즈와 브렘보라는 이 두 브랜드의 파츠로 대표할 수 있다. 아름다고 영롱한 금색 컬러로 상징되는 리어의 피기백 타입 올린즈 트윈 쇽업소버와 장르가 슈퍼스포츠도 아닌데 이건 여기엔 좀 오버 아닌가 싶을 정도의 브렘보 M50 모노 블록 캘리퍼의 웅장한 모습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두 브랜드 조합에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많은 라이더들이 오랜 시간 이 두 조합을 두고 궁극의 정답이니 환상의 궁합이라 표현하며 언제나 옳다고 애정하는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직접 타 보면 안다.
클러치 압력이 매우 낮고 저속에서 다루기가 무척 편해 막히는 도심에서도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도심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아무래도 머플러에서 발생되는 뜨거운 열기다. 특히 키가 그리 크지 않은 라이더가 오른쪽으로 다리를 딛는다면 머플러 부위와 허벅지의 만남은 비켜갈 수 없는데 이는 왼쪽 다리로 지탱하면 열기에서 해결될 수 있다. 요령이 생기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컨트롤 할 수 있는데 시트와 차체가 두껍지 않고 핸들바의 높이도 적당히 편해 보는 것보다 타는 것이 더 편한 타입이다. 타면 탈수록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느껴지는 성향을 보여주며 적응이 될수록 임도 라이딩에도 욕심이 생긴다. 시승 스케줄이 그리 길지 않아 경험해 보고 싶었던 외곽의 본격적인 험로까지는 도전해보지는 못했지만 사무실 근교의 산길에서 다양하게 타보는 것으로 경험을 해봤다. 낙엽이 지는 산길들을 라이딩하며 가을의 정취를 즐기고 시승을 마쳤다. 전 영역에서 골고루 발산되는 토크는 편안한 주행감각을 경험하며 시승 내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코스에서 시승하며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컨트롤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빠르게 적응하고 즐기게 되는 모델이라는 사실이었다.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점은 거친 험로까지 주파할 수 있는 충분한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라이더가 부족할 수 있는 부분들을 모터사이클이 메꿔줄 수 있는 넓은 아량을 베풀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최첨단 기술들이 아낌없이 투입된 고성능의 슈퍼스포츠 모델을 설명할 때 이 같은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크램블러 모델을 설명하면서 이 같은 표현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스크램블러 장르에서 이렇게 고사양 파츠들과 함께 심지어 관성 측정센서 등이 모두 다 지원되는 모델의 라이딩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소 과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고사양의 스펙들은 라이더에게 한없이 자비로우며 관대하고 또한 부담을 덜어준다. 라이더가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으면 먼저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이 얼마나 대단한 축복인가. 초보 라이더라고 하더라고 망설이지 말고 우선 라이딩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승을 마치고 이 모델의 가장 큰 매력은 떠올려보니 한 대로 커버 가능한 넓은 활용범위를 꼽게 됐다. 모터사이클을 가진 사람들이 메인과 서브, 그리고 주중과 주말로 나눠 모델을 나누고 또한 활용범위를 한정짓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된다. “이 모델은 출퇴근을 하기 위해, 그리고 이 모델은 주말에 중 장거리투어를 즐기기 위해, 또 이 모델은 간간히 서킷이나 산을 타기 위해 구입했다.”고 목적과 장르를 구분해서 모터사이클을 구입하고 또 유지하는 라이더들이 많은데 트라이엄프의 뉴 스크램블러 1200 XE라면 소유한 모터사이클 조합을 줄여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정도의 전천후 기능과 활용성, 그리고 스타일이라면 한 대로 라이더의 욕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자신이 욕심내고 있는 장르와 영역의 교집합에 해당되는 모터사이클을 찾고 있는 라이더라면 뉴 스크램블러 1200 XE를 시승해 보자. 어쩌면 찾고 있던 정답이 이 모델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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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 XE & 1200 XC
월간모터바이크 입력 2020.06.18.
TRIUMPH SCRAMBLER 1200 XE & 1200 XC
비슷한 듯 다른 성격의 두 대의 스크램블러 1200을 함께 즐겼다. 확실한 개성의 두 명의 테스트라이더를 통해서 알아보는 스크램블러 1200XE와 XC의 차이점과 매력을 탐구해보자
오버 스펙 스크램블러
TRIUMPH SCRAMBLER 1200 XE
트라이엄프의 스크램블러 1200은 리터급 엔진과 각종 전자 장치를 탑재한 모던 클래식 바이크다. 그중에서도 스크램블러 1200 XE는 오프로드 지향 머신으로 더욱 강력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오프로드에서 클래식한 디자인만 보고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과거 스크램블러는 라이더들이 도로뿐 아니라 흙길에서도 빠르게 달리기 위해 튜닝한 바이크를 말했다. 일반적인 바이크에 비해 큰 사이즈의 바퀴를 장착하고 흙에서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블록 패턴의 타이어를 장착했다. 헤드라이트의 마운트는 짧게 처리해 프런트에 잦은 충격을 받더라도 튼튼하게 버틸 수 있고 불필요한 장식은 덜어내 차량 무게를 줄였으며 핸들 바를 높게 위치시켜 상체가 서는 편안한 포지션을 만들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스크램블러 튜닝의 인기는 꾸준히 지속되었다. 트라이엄프는 2006년 T100을 베이스로 스크램블러를 출시했고 이는 수랭 모델로 바뀌며 스트리트 스크램블러로 계보가 이어진다. 하지만 그 위의 라인업으로 2018년에 공개된 스크램블러 1200 시리즈는 기존에 있던 스트리트 스크램블러보다 강력한 엔진과 본격적인 파츠들을 갖추고 나타났다. 스크램블러 1200 시리즈는 함께 공개된 티저 영상 속에서 흙먼지를 내뿜고 울퉁불퉁한 노면을 가볍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어 많은 이들이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기대하게 했다. 특히 스크램블러 1200 XE 모델은 더욱 본격적으로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도록 고성능 파츠들을 탑재하여 기존 오프로드를 즐기는 스크램블러 라이더뿐만 아니라 어드벤처 라이더들의 관심도 끌게 되었다.
(좌) XE (우) XC/클래식한 디자인의 원형 LED 헤드라이트에는 DRL이 적용되어 있다. 철제 그릴은 오프로드 주행 중 파손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 옵션이다. 시승차량에는 두 모델 모두 업펜더 키트가 장착되어 있다
(좌) XE (우) XC/클래식한 분위기를 내는 시트는 부드럽고 편안하지만 앞쪽으로 당겨 앉으면 쿠션감이 떨어진다
진짜 스크램블러의 자질을 갖추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연료탱크와 납작한 시트, 작고 둥근 헤드라이트가 스크램블러의 기원을 알려준다. 과거 일반 클래식 바이크에 오프로드 성능이 좋은 파츠로 꾸몄던 것처럼 스크램블러 1200 XE도 비슷한 분위기를 낸다. 특히 중앙에 크롬 라인이 삽입된 연료탱크는 과거 방식대로 버클 타입을 사용하는 것과 누르면 열리는 연료 캡 방식과 디자인이 매력적이다.(연료캡이 열리면 키로 한 번 더 여는 타입이다) 수랭 엔진을 도입하면서 필요가 없어진 냉각핀을 살려두고 매니폴드 라인을 높게 위치시켜 수평으로 빼내 과거 스크램블러의 멋을 그대로 살렸다. 동시에 마냥 과거의 멋만 추구하지 않았다. DRL이 적용된 LED 헤드라이트를 장착하고 TFT 디스플레이와 각종 전자 장치를 대거 탑재하여 현대적인 고급스러움과 안전성 및 편의성을 모두 갖췄다. 프런트에 쇼와 47mm 조절식 포크와 리어에 올린즈 조절식 트윈 쇽 피기 백 리소버를 장착했고 전후 모두 250mm 트래블을 확보했다.
(좌) XE (우) XC/TFT 디스플레이는 라이더의 시야에 맞게 각도가 설정되어 있고 다양한 정보와 설정이 가능하다
(좌) XE (우) XC / XE 모델에 장착된 조절식 쇼와 47mm 서스펜션은 250mm 트래블을 갖추고 XC 모델에는 200mm 트래블을 갖춘 조절식 쇼와 45mm 서스펜션이 장착된다
XC 모델에 비해서 긴 서스펜션을 장착한 덕분에 알루미늄 스윙암의 길이는 579mm로 XC 모델보다 32mm 더 길고 휠베이스도 1570mm로 40mm 더 길다. 또한 프런트 21인치, 리어에 17인치 와이어 스포크 휠을 장착해 충격 흡수에 유리하고 튜브리스 휠이기 때문에 고속주행에서도 안정적이다. 프런트에 320mm 더블디스크와 브렘보 M 50 4피스톤 캘리퍼가 맞물리고 리어에 255mm 싱글디스크와 2피스톤 캘리퍼가 제동을 책임진다. 스포츠 바이크에 적용되는 수준의 브레이크 조합이기 때문에 제동 성능이 높고 전자 장치의 개입시기 조절과 리어 ABS만 해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핸들 가드는 플라스틱에 알루미늄이 덧대진 스타일로 전도하더라도 라이더의 손과 레버를 보호한다. 라디에이터 가드와 스키드 플레이트는 기본으로 탑재되어 프런트 휠을 타고 날아오는 돌이나 낙차가 큰 요철에 대한 부담이 적다. 풋패그는 이빨이 드러난 오프로드 지향 타입이며 체인지 레버는 접이식으로 전도 시 부러지는 것을 방지한다. 리어 브레이크 레버는 별도 공구 없이 높이 변경이 가능하여 부츠 타입과 주행 환경에 따라서 높이 조절하기 좋다.
겁먹지 말고 즐겨라
스크램블러 1200 XE는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커다란 휠과 긴 서스펜션이 조합되어 시트고는 870mm로 높은 편이다. 특히 전면에서 보면 작은 원형 헤드라이트 이외에는 깔끔한 탓인지 더욱 길고 높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앉아보면 시트의 다리 내리는 부분이 잘 깎여있어 부담이 덜하다. 긴 트래블의 서스펜션도 83kg의 라이더가 앉으면 적절하게 눌린다. 자연스럽게 무릎이 연료탱크를 감싸고 풋패그 안쪽의 힐 그립 플레이트에 발이 잘 고정된다. 핸들을 잡고 팔꿈치를 슬쩍 들어보니 생각보다 오프로드 포지션이 잘 나온다. 생각보다 본격적인데?라는 생각이 들 때쯤 엉덩이가 미끌미끌하다. 시트에 엉덩이가 고정이 잘 안되면 불안하거나 불편하기 마련인데 기분 나쁘지 않다. 오히려 트라이엄프의 공식 프로모션 영상 속 라이더가 저지에 라이딩 진을 입고 달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정확한 자세로 멋진 스킬을 보여주지 않지만 영상 속 라이더의 움직임이 자유롭고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가는 모습이었다. 그런 재미를 즐기기에는 미끄러운 시트가 문제될 리가 없다.
다루기 쉽고 재미있다
스크램블러 1200 XE는 출발하고 나서 가장 빨리 윌리를 시도한 바이크 인 것 같다. 출발하자마자 느껴지는 두터운 토크와 가벼운 프런트가 윌리를 하도록 유혹한다. 차체 무게는 200kg이 넘는데도 체중 이동과 스로틀만으로 쉽게 윌리 할 수 있다. 1570mm의 긴 휠베이스 때문에 프런트의 상승 속도가 느긋하고 심적으로 부담이 적다. 또한 리어에 2피스톤 브렘보 캘리퍼가 장착된 덕에 빠르고 신속하게 리어브레이크를 컨트롤 할 수 있다. 핸들이 넓고 위로 올라온 형태라서 위풍당당한 자세가 나온다. 노를 젓 듯이 한쪽을 밀면 자연스럽게 바이크가 기운다. 서스펜션의 낭창거림과 둔한 핸들링을 우려했는데 생각보다 단단하고 바이크의 기울어짐이 답답하지 않다.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는 메첼러 투어런스 타이어가 공도에서 꽤나 끈끈한 마찰력을 발휘하며 열심히 노를 젓는 대로 진행 방향을 바꿔준다.
(좌) XE (우) XC / 16ℓ 철제 연료탱크는 가운데 메탈벨트와 버클로 고정되는 고전적인 스타일. XE 모델에는 트라이엄프 브랜드 로고가 삽입되고 XC 모델에는 트라이엄프 레터링이 부착되어 있다. XC 모델에 부착된 니그립 패드는 옵션이다
(좌) XE (우) XC / 사이드 커버에는 오프로드 주행 시 부츠등에 상처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속 플레이트가 장착되어 있고 모델명이 쓰여 있다
로드 / 레인 / 스포츠 / 오프로드 / 라이더 모드 / 오프로드 프로 모드까지 총 6가지 주행모드가 있으며 IMU(관성측정장치)가 탑재되어 코너링 ABS와 더욱 정밀한 트랙션 컨트롤이 개입한다. 전자 장치가 작동하는 이질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하며 라이더의 의도를 잘 파악하는 것 같다. 프런트 페어링은 일절 없고 상체가 서는 포지션이다 보니 절대적인 속도가 빠르지 않아도 라이더 스스로는 상당한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좌) XE (우) XC / 순정 머플러는 듀얼 배기 시스템이며 매끄러운 광택이 살아있다. 화상과 파손을 방지하는 머플러 커버가 장착되어 있다. XE에 장착된 애로우 듀얼 베기 머플러는 추가 옵션 사항이며 카본 팁이 적용되어 있다
오프로드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XE
타사 브랜드들도 스크램블러 장르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장성을 고려하여 온로드 위주의 세팅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 XE는 흙길 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투어런스 타이어의 블록 패턴이 낮아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바이크 자체의 안정감이 뛰어나고 기다란 스윙암이 노면을 꾹꾹 눌러가며 마찰력을 유지한다. 휠베이스가 긴 덕에 직진성이 좋고 웬만한 요철은 서스펜션이 쉽게 처리한다. 특히 울퉁불퉁한 노면을 빠르게 달려도 프런트의 불안감이 적다. 바이크를 완벽하게 세우기만 한다면 스로틀 조작이 미숙해도 옆으로 미끄러지지 않고 앞으로 치고 나간다. 대신 순간적인 민첩함은 부족하다. 방향 전환을 위해 핸들을 돌려도 직진성 때문에 리어가 늦게 따라오거나 프런트가 밀린다. 진입 속도가 빠르면 그만큼 선회 반경이 커지기 때문에 코너 진입 직전의 제동을 여유 있게 해야 한다. 오프로드에 들어서게 되면 클러치 사용 빈도가 잦아지는데 와이어의 장력과 레버 위치를 별개로 조절할 수 있어 좋다. 미세한 클러치 조작이 가능하면 출력을 더욱 정밀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도를 달릴 때 살짝 높게 느껴졌던 핸들 바는 오프로드에서 스탠딩 자세를 취하면 적절한 높이로 변한다
달리던 중 프런트를 들어 올리는 것이 간단하다. 트래블이 길다 보니 반동을 이용하면 무게중심 변화가 크고 몸을 뒤로 빼더라도 걸리는 부분이 없다. 시승 차량에는 헤드라이트 아래 안개등과 엔진 가드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순정 상태라면 더욱 경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도를 달릴 때 살짝 높게 느껴졌던 핸들 바는 오프로드에서 스탠딩 자세를 취하면 적절한 높이로 변한다. 공도 주행 시 다소 작은 사이즈 때문에 시인성이 떨어졌던 사이드 미러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서 과격한 자세를 취해도 팔에 걸리지 않아서 좋다. 핸들 바가 넓어 선회 시에 상체 동작이 크고 바이크를 적극적으로 기울일 수 있다. 저속으로 선회할 때 바이크에 무게가 제대로 실리면 서스펜션이 가라앉으며 안정감을 유지한다. 또한 일반적인 어드벤처 바이크에 비해서 프런트가 가벼워 미끄러졌을 때 발로 땅을 짚고 회복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스크램블러 1200 XE는 프런트가 가볍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고 휠베이스가 길어서 직진성이 좋다. 게다가 라이더가 실력이 부족하거나 실수하더라도 전자 장치가 개입하여 수습해 주기 때문에 타기 쉽다.
클래식 바이크를 좋아하는데 오프로드를 경험해보고 싶거나 어드벤처 바이크를 타고 오프로드를 즐기고 있는데 새로운 맛이 필요하다면 스크램블러 1200 XE가 제격이다. 파츠들의 재질이나 마감을 보면 오프로드에서 타는 것이 맞는 선택일까 의심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바이크가 자잘한 돌들을 부드럽게 처리하며 잔잔한 진동만을 줄 때, 리어 휠이 슬립과 그립의 중간선상에서 줄타기를 하며 나아갈 때의 맛을 보면 제대로 된 선택을 했다고 깨달을 것이다.
REAL SCRAMBLER
트라이엄프는 본네빌 시리즈를 포함하여 바버, 크루저, 카페레이서 등 다양한 클래식 라인업을 갖추고 있고 동시에 네이키드, 슈퍼스포츠, 어드벤처 장르까지 생산하는 대형 모터사이클 제조업체다. 여러 장르의 디자인을 잘 표현해내는 것이 강점이며 현재 모토 2 클래스 공식 엔진 공급업체일 정도로 엔진 생산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트라이엄프 모던 클래식 라인업에는 자사의 900cc 엔진과 1,200cc 엔진 두 가지를 사용하는데 장르마다 엔진 특성과 지오메트리를 다르게 설정하여 각 바이크가 완전히 다른 필링을 전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크램블러 1200 시리즈를 단순하게 스트리트 스크램블러의 연장선상으로 봐선 안 된다. 적어도 스크램블러 1200 XE 모델이 지닌 구성과 목적은 진짜 오프로드를 무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연수 기자
신장 179cm 체중 84kg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 ATV, 오프로드 바이크로 단련한 현란한 라이딩 스킬의 소유자. 최근은 어드벤처 바이크를 중심으로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넘나들며 바이크를 즐기는 중이다. 2020년 GS 트로피 한국팀 대표로 참가했다.
뉴노멀로 규정되는 클래식 모터바이크
TRIUMPH SCRAMBLER 1200 XC
수년 전, 모던 클래식 장르의 제품이 폭발하듯이 시장에 등장한 시점이 있다. 그땐 곧 지나갈 유행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제 모터사이클 분야에선 모던 클래식이 최고로 인기가 있는 장르 중 하나다. 모던 클래식, 레트로, 스마트 클래식 등 저마다 다르게 부른다. 하지만 모두의 목적은 현대식으로 재해석된 클래식이다. 최신의 모터사이클 설계 기술과 첨단 부품을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스타일이나 라이딩 감각을 의도적으로 조정해서 클래식의 범주에 머무른다. 물론 트라이엄프처럼 클래식 장르가 주력인 브랜드에서는 모던 클래식의 가치가 남다를 수 있다. 과거의 유산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게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럽게 발전시킨 미래적인 제품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스크램블러 1200 XC다.
클래식 스타일, 현대적 기술의 조화
스크램블러 1200 XC는 1990년대 영화에 등장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스타일을 가졌다. 그리고 동시에 2030년이 배경인 영화에도 어울리는 디테일과 기능성도 가지고 있다. 동그란 헤드라이트, 군더더기 없는 유선형 본네빌 연료 탱크, 길게 뻗은 일자형 시트와 차체 중간을 가로지르는 듀얼 머플러 같은 디자인에서 단번에 클래식이 증명된다. 이런 디자인 맥락은 트라이엄프가 수십 년간 다듬어 온 것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황금 비율에 따라 모든 것이 이상적인 위치에 자리 잡았다. 그래서일까. 두 눈으로 보는 순간 디자인에서 크게 반박할 여지가 없다. 하나의 덩어리처럼, 그 자체로 거의 완벽해 보인다. 시승차는 카키 그린과 브룩랜즈 그린이 조합된 연료 탱크를 가졌다. 연료 탱크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금속 스트라이프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그 뒤에 붙은 어두운 밤색 시트가 스크램블러 특유의 화려한 분위기를 이끈다. 전체 디자인 컨셉은 꽤 정제되어 있다. 반면 각각의 요소를 뜯어보면 한껏 멋을 부린 흔적이다. 특히 머플러가 관통하는 오른쪽 부분은 기능적인 요소와 디자인이 어울려서 더 이상 추가가 어려울 만큼 꽉꽉 들어찼다.
(좌) XE (우) XC / 라디에이터 가드는 XE 모델에 기본 장착되고 XC에는 추가 옵션 사항이다
(좌) XE (우) XC / 320mm 더블디스크와 M 50 4피스톤 레디얼 모노블록 캘리퍼가 장착된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바이크에 장착되는 수준의 브레이크 조합이다
엔진 헤드 블록과 변속기 케이스, 머플러와 알루미늄 사이드 패널 등이 정교하게 연결된다. 번쩍이는 유광의 강철과 따듯한 느낌의 무광 알루미늄을 넘나들며 각 구조가 연결성에서 조화를 이룬다. 겉으로 보이는 모든 소재는 정교하게 가공되어 있다. 냉각을 위한 각종 구멍이나 볼트가 체결되는 모든 자리가 일정한 간격을 가지고 있다. 자세히 보면 위아래 혹은 좌우 대칭에 꽤 신경 쓴 모습. 이런 디테일은 결국 제품의 성격을 이야기한다. 헐렁하고, 기술적으로 부족했던 과거와의 경계다. 발전을 통해 미래를 보여주며 차별화를 이룬다. 테스트 모델에는 다양한 옵션 파츠가 샘플로 달렸다. 헤드라이트 그릴, 오프로드용 머드가드, 알루미늄 라디에이터 가드, 핸들 댐퍼와 핸드 가드 등이 그것이다. 옵션 파츠가 없는 기본 상태는 온로드 중심으로 테마를 둔다. 반면 시승차는 좀 더 오프로드 주행 느낌을 풍기고 있다. 신형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2세대로 진화한 풀 TFT 계기반이다. 모든 정보창을 디스플레이로 구성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모던 클래식 감각을 해치지 않는다. 크기가 크지 않지만, 클라스터 안쪽을 3개의 구역으로 나눠서 각종 정보를 꼼꼼하게 표시하고 있다.
급가속을 시도하면 초반부터 튕기듯 출발하고 3,000rpm 부분부터 토크(최대 110Nm)가 폭발하듯이 쏟아진다
길게 뻗은 시트에 앉아 시동을 건다. 푸드드득~펑! 펑! 머플러가 공기를 뒤로 모아서 쏘는 소리를 낸다. 그리곤 엔진이 차체를 강하게 흔들며 깨어난다. 840mm 시트 높이와 약간 높은 핸들 바 디자인으로 기본 라이딩 자세가 편안하다. 탱크 쪽으로 바짝 붙을 때도, 반대로 엉덩이를 약간 뒤로 빼고 가슴 안에 공간을 확보할 때도 포지션이 자연스럽다. 정해지지 않는 자유로움. 이게 스크램블러를 타는 매력이다. 엔진 최대 회전수는 7,000rpm. 급가속을 시도하면 초반부터 튕기듯 출발하고 3,000rpm 부분부터 토크(최대 110Nm)가 폭발하듯이 쏟아진다. 그리고 최대 회전수까지 묵직하고 빠르게 차체를 쭉 밀어붙인다. 펀치력은 부족하지 않다. 6,000rpm에서 7,000rpm 구간이 약간 느긋해서 변속을 놓칠 일도 없이 리듬을 타듯 변속을 이어갈 수 있다. 최고 출력 90마력을 발휘하는 병렬 2기통 엔진은 힘과 일률의 경계를 매끈하게 넘나든다. 신경질이 그만큼 덜하다. 어떤 순간 갑자기 스로틀이 많아진다고 앞바퀴가 번쩍 들리는 불안한 모습은 없다. 그런 상황이 있다고 해도 긴 휠베이스가 차체를 안정적으로 이끈다.
확실한 주행 특성을 가진 뉴노멀 모터사이클
1200 XC를 타고 포장도로를 달릴 때,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모든 상황을 아주 짧게 요약하는 게 가능하다. 라이딩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아주 자연스럽게 잘 달린다. 문장의 표현 방법으로는 똑같은 ‘재미’인데 네이키드나 크루저의 그것과 분명히 다르다. 차가운 머리의 이성적 사고가 아니라, 뜨거운 가슴의 감성에 더 어울린다. 스크램블러란 이름처럼 주행 환경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같은 코너를 린 인으로 타든, 린 아웃으로 타든, 적극적으로 타든, 대충 타든 포괄적으로 라이더를 받아준다. 주행 속도에 상관없이 라이딩이 재미있는 이유다. 아주 민감하게 라이더의 잘못을 지적하지도 않는다. 앞머리는 민첩하지만, 엉덩이로 느끼는 감각이 스트레스 받을 만큼 정교하지 않다. 그저 온몸으로 바람을 탈 때 자연스럽게 주행 라인이 그려진다.
(좌) XE (우) XC / 올린즈 조절식 트윈 쇽이 장착되며 XE 모델은 250mm 트래블, XC 모델은 200mm 트래블이다. XE 모델에 장착되어 있는 사이드 백 브래킷은 옵션 사항
(좌) XE (우) XC / 리어 펜더를 위로 넘어가는 그랩바가 마련되어 있다. XE에 장착된 그랩바 일체형 짐대는 추가로 장착된 옵션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1200 XC에 달린 각종 전자제어 장비는 소리 없이 역할을 수행한다. 토크 어시스트 클러치, 라이드 바이 와이어, 크루즈 컨트롤, 스마트키 무선 시동, USB 충전 소켓 같은 전자제어 장비가 달렸다. 로드, 스포츠, 오프로드, 레인, 커스텀 등 주행 모드는 버튼 하나로 쉽게 전환이 가능하다. 각 주행 모드는 스로틀 반응과 자세 제어장치 개입 정도가 확연하게 다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할 때마다 ‘메인 메뉴-바이크 셋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넘나드는 장르를 감안할 때 이런 부분은 별도의 아날로그 버튼으로쉽게 제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좌) XE (우) XC /스키드 플레이트가 기본으로 장착되며 XE에 장착된 엔진 가드는 추가 옵션이다
(좌) XE (우) XC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한 이빨 형태의 풋 패그는 순정에서 고무패드만 제거하면 나오는 것으로 마찰력이 우수하다. XE에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 브레이크 레버가 장착된다
포장도로를 달릴 때 서스펜션은 약간 무른 느낌이다. 댐퍼 자체의 감각은 단단한데 전체 세팅이 푹신하다. 반대로 비포장도로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서스펜션이 약간 단단하게 느껴지면서 차체가 노면을 따라 통통 튄다. 좋게 말하면 저속에서도 스릴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본격적으로 오프로드를 달리기엔 다소 부담이다. 앞 포크는 도립식 카트리지를 쓰고 프리로드, 컴프레션, 리바운드 조정이 자유롭다. 뒤쪽의 경우 피드백 리저버가 장착된 롱 트래블 방식이다. 올린즈 마크가 선명하게 붙은 리어 서스펜션에 믿음이 간다. 포크 트래블은 200mm에 달한다. 스윙암 총 길이도 547mm로 지상고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쉽게 말해 그만큼 전천후 노면에 대응하는 세팅이다. 그런데도 비포장도로를 내 맘대로 주무르기는 어렵다. 포장도로에서 마음대로 자유를 느끼며 탔던 것에 비해 오프로드에서 확실히 무게감이 느껴진다.
물론 라이더의 실력이 출중하면 뒤 타이어가 사방으로 미끄러지거나, 앞 타이어가 코너에서 급하게 빠질 때도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오프로드에 경험이 적은 라이더에게 XC의 서스펜션과 기본 타이어 세팅은 심리적으로 어깨를 무겁게 누른다. 참고로 동행한 1200 XE를 타보니 달랐다. 오프로드에서 서스펜션이 활기차게 움직이며 미끄러운 노면을 움켜잡았다. 두 제품의 기본 타이어가 동일한 메첼러 투어런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XC는 온로드 위주, XE는 오프로드 위주의 세팅이다. 트라이엄프 1200 XC를 타면서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경제학에서 쓰는 말로,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의 문제를 발전 시켜 만든 새로운 표준’을 뜻한다. 그러니까 트라이엄프 방식으로 만든 클래식의 새로운 표준이라는 해석이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대충 만든 감성팔이가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미래 지속가능성을 바라본다. 전자제어 장치나 첨단 기술을 대폭 사용하면서도 이들에게 너무 의존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든다. 형식에 제한이 없는 자유로움이 존재한다. 그것이 1200 XC의 라이딩 과정을 풍성하게 채운다.
김태영 모터 저널리스트
신장 181cm 체중 67kg
자동차 기계공학을 전공한 자동차 전문 저널리스트.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에서 PD로 시작해서 <자동차 생활>, <모터트렌드> 등 자동차 전문잡지를 거쳐 2016년부터 <에스콰이어>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모터바이크 경력 12년차 라이더이며 2020년 GS 트로피 미디어로 한국팀과 함께 완주했다.
TRIUMPH SCRAMBLER 1200 XE / XC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2기통 보어×스트로크 97.6 × 80(mm) 배기량 1,200cc 압축비 11 : 1 최고출력 90hp / 7,400rpm 최대토크 110Nm / 3,9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6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7mm텔레스코픽 도립(45mm텔레스코픽 도립) (R)트윈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90/90 ZR21 (R)150/70 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5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905×1,250(미발표×840×1200) 휠 베이스 1,570mm(1530mm) 시트높이 870mm(840mm) 건조중량 207kg(205kg) 판매가격 2,380만 원(2,235만 원) ( )는 스크램블러 1200 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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