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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 괴물급 모터사이클을 만나다

태권 한 2020. 6. 13. 19:12

유주희 기자 입력 2020.06.13.

■온라인 론칭한 트라이엄프 로켓3 R>

트라이엄프가 새로 출시한 ‘로켓3 GT’. /사진제공=트라이엄프코리아

[서울경제] 모터사이클 업계도 참 조용합니다. 올해는 도쿄 모터사이클 쇼라도 한번 가보려고 했는데 취소돼 버렸죠. 취소되지 않았다 한들, 혹시나 제가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그 사람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서 못 갔을 것 같습니다. 예년 같으면 봄부터 신차 론칭쇼, 트랙데이, 시승행사 등등 줄줄이 열렸을 텐데 올해는 업계 전체가 잔잔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도 신차 출시 소식은 널리 알려야겠죠. 사전 예약은 이미 거의 끝났지만, 뒤늦게 트라이엄프 로켓3 론칭 영상을 보고 멋있어서 놀랐습니다. 스로틀을 닫을 때 배기음이 그르렁대는 편집 실수가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멋있으니까 넘어가 줍시다.

“I am from your dream” 이라는 문구가 특히 마음에 듭니다. /사진=트라이엄프코리아 유튜브 캡처

로켓3는 무려 2,500㏄의 배기량을 자랑하는 트라이엄프의 새 모델입니다. 양산 모터사이클 중에선 최고 배기량이죠. 크루저 스타일인데, 무시무시한 배기량과 성능 덕분에 그냥 크루저라고 하면 좀 섭섭하고 ‘슈퍼’도 성에 안 차고 ‘울트라’, ‘하이퍼’ 같은 수식어가 어울립니다. 영상도 멋있고 궁금하고 해서 구경하러 갔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보기만 해도 힘이 넘치는 배기 매니폴드와 머플러.

파워 폭발

기름탱크도 커다랗고, 리어타이어 폭이 240㎜로 아주 건장합니다.

바이크와 인간을 비교했을 때 제가 울프125 정도의 인간이라면 로켓3는 드웨인 존슨 같은 느낌입니다.

울프형 인간(위)과 로켓3형 인간(아래).

물론 외모만 파워풀한 건 아닙니다. 3기통 2,500㏄ 엔진은 최고 출력 167마력, 최대 토크는 22.5kg*m(4,000RPM)에 달합니다. 양산 모터사이클 중 최고로 높은 토크입니다. 배기량도, 힘도 어지간한 사륜차를 뛰어넘습니다. 제로백은 2.67초로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급입니다. 서스펜션은 쇼와의 풀리 어드저스터블 모노쇼크 리어 서스펜션 유닛 with 피기백 리저버(Щㆄ※\ㅫㅹ℃!@#@처럼 읽히는 게 저뿐만은 아니겠쬬...?), 프론트 브레이크는 브렘보 스티레마, 리어는 스포츠 모터사이클에 주로 들어간다는 M50, 타이어는 에어본에서 로켓3 전용으로 그립력을 강화한 제품 등 주요 부품도 대단히 좋아보입니다.

ABS, 크루즈컨트롤, 트랙션 컨트롤은 기본이고 언덕길 출발시 뒤로 밀리는 현상을 막아주는 힐 홀드(Hill hold) 컨트롤도 갖췄습니다. 스마트키, 열선그립, TPMS(타이어 공기압 감지 시스템)에 4가지 라이딩 모드(로드, 레인, 스포츠, 사용자설정)도 있구요.

이쯤 되면 길 위의 수많은 바이크가 갑자기 화석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토르의 망치처럼, 제가 여기 손댈 자격이 있는지 상당히 송구스러워지지만 한번 앉아는 봤습니다. 덩치 큰 바이크지만 시트고가 773㎜(로켓3 R 기준, GT는 750㎜)로 낮아서 상당히 안정감이 있습니다. 공차중량이 291㎏인데, 알루미늄 프레임 등등 경량화에 힘쓴 결과 기존 모델보다 40㎏ 넘게 감량한 무게라고 합니다.

로켓3 R(로드스터)와 한없이 겸손한 저

순정 배기음은 의외로 부드러운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로틀을 당겼더니 또 박력이 넘칩니다. 저처럼 시끄러운 거 싫어하는 분들은 이 정도가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 영상이 바로 안 보이시는 분은 <링크> 클릭! 이어폰/헤드폰으로 들으시길 추천합니다.

 

먼저 타 보신 김형년 트라이엄프코리아 매니저님의 말씀으론 우람한 덩치와 달리 매우 경쾌한 코너링을 자랑한다고 하네요. 막상 달리기 시작하면 “이 무게에 이런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 거라면서요. 몇 년 전에 할리의 로우라이더(1,690㏄)가 딱 그런 느낌이었는데 로켓3도 언젠가 타보고 똑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가격은 로켓3 R이 3,370만원, 로켓3 GT가 3,540만원. “전세계 최저가로 들여왔다”고 하시네요. 로켓3의 사전예약(총 30대)은 이제 거의 완판이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물량을 들여올 계획이라고 합니다. 시승용 바이크는 트라이엄프코리아 매장에 상시 대기 예정이고, 6월 20/27일에는 서울 강동과 수원 매장에서 각각 시승회가 예고돼 있습니다.

한편 트라이엄프코리아는 로켓3와 함께 타이거 900도 출시했습니다. 역시 사전예약물량은 끝이지만 추가 물량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타이거 900도 매장에서 구경&시승이 가능한데, 저는 여전히 시트고가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오프로드를 겨냥한 타이거 900 랠리/랠리 프로는 850~870㎜지만 온로드 스타일의 타이거 900 GT/GT 프로는 810~830㎜고, 특히 GT 모델은 760~780㎜의 로우 시트로 출고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시트고가 830㎜로 맞춰진 타이거900 GT는 정말 발끝만 닿는 느낌이었는데 로우 시트라니, 참 사려깊은 제조사입니다.

사진제공=트라이엄프코리아

그리고 저는 또다시 원시인처럼 놀라고 말았습니다. 7인치 TFT 계기반의 광활한 크기와 고프로 연결, 내비게이션 표출 등등 첨단 기능 때문입니다. 고프로(고프로4부터)를 연결해 화면에서 메뉴 조작이 가능하고, ‘마이 트라이엄프’ 앱과 연결하면 간단한 내비게이션 기능도 쓸 수 있다고 하네요.

방향과 회전 시점, 목적지까지 거리와 시간 등을 표시해주는 내비게이션 기능. /사진제공=트라이엄프코리아

당연히 스마트폰과 연결해 음악 볼륨조절, 곡 선택 등등도 가능하구요. 라이딩 중 들어온 문자메시지를 띄워주는 기능(사진)도 있다는데 아쉽게도 영어만 나오고 한글은 깨져서 뜬다 합니다.

짧은 매장 방문이었지만 바이크 업계의 첨단을 살짝이라도 훑을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트라이엄프코리아도 타이거900 수입 일정이 3월에서 5월로 늦춰지는 등 코로나의 영향이 없지는 않아서 조금 걱정스럽긴 하지만, 바이크 업계가 전반적으로 잘 이겨낼 것이라 믿어봅니다. 두유바이크 독자 여러분들도 무탈히 어려운 시기 헤쳐나가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