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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토크의 퍼포먼스 크루저, 트라이엄프 로켓 3 R

태권 한 2020. 8. 20. 09:19

2020.08.19.

압도적인 토크의 퍼포먼스 크루저

TRIUMPH ROCKET 3 R

125cc 바이크의 스무대에 해당하는 2,458cc 배기량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토크는 바이크에 오르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존재하게 만든다.

길고, 낮고, 또 굵다. 덩치에서 뿜어지는 박력은 기존 양산 모델에서 보지 못했던 것이다.

영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슈트를 잘 차려입은 신사의 나라라면 아직 영국을 잘 모르는 것이다. 스포츠의 팬덤, 훌리건 등을 보면 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승부에 대한 집착이 엄청난 나라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차, 혹은 바이크가 남들보다 빨라야 했고 이러한 성질이 다양한 모터스포츠를 탄생시켰다. 이런 승부욕에 그들의 핏속에 흐르는 유머감각이 더해지면 독특한 탈것이 툭툭 튀어나온다. 트라이엄프의 로켓3만 봐도 그렇다. 2003년 로켓3의 데뷔 당시 경쟁자들이 2기통 1,600~1,800cc로 바이크를 만들었는데 3기통 2,294cc 엔진을 장착하고 등장한 것에서 이러한 승부욕을 느낄 수 있다. 이후로 지금까지 로켓3는 양산 모터사이클 최대 배기량의 타이틀을 유지해왔다.

존재감

로켓3는 배기량면에서도 차량의 존재감에서도 트라이엄프의 기함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이다. 바이크의 첫인상은 거대하다. 디자인의 변화는 놀랍다. 기존 의 로켓3는 아메리칸 크루저 스타일을 답습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완벽하게 저만의 스타일을 찾았다. 길고, 낮고, 또 굵다. 덩치에서 뿜어지는 박력은 기존 양산 모델에서 보지 못했던 것이다. 존재감 넘치는 3기통 엔진과 그 거대한 엔진 전체를 커버하는 라디에이터가 이 바이크의 전투력을 완벽하게 대변해주고 있다. 반면 동그란 두 눈이 연상되는 헤드라이트는 귀여운 인상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에서 재밌는 점은 멋은 차체의 오른쪽에 완벽히 몰아줬다는 것이다. 오른쪽으로 엔진의 배기라인이 드러나고 모노스윙암을 채택해서 리어 휠도 오른쪽으로 드러나 있다. 머플러도 왼쪽에 한 개 오른쪽에는 두 개가 달린다. 이는 바이크를 세웠을 때 왼쪽으로 기울어서 오른쪽 모습이 더 많이 보이기 때문인데 로켓은 유난히 오른쪽의 비중이 높다. 그래서인지 트라이엄프에서 공개한 로켓3의 공식이미지도 대부분이 오른편 사진이다.

(우) 근사한 배기라인과 아래쪽으로 짧게 달린 머플러가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배기구는 기통수에 맞춰 3개로 구성되며 좌측은 1발 우측에 2발이 장착된다

로켓3는 ‘R’과 ‘GT’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적극적인 자세로 바이크를 다루기 쉽고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한 모델이 R이며 느긋하게 발을 앞으로 뻗는 크루저 스타일 포지션에 투어 옵션을 더한 것이 GT다. 주행 포지션과 옵션 차이를 빼면 실질적으로 같은 차량이기 때문에 추구하는 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테스트를 진행한 차량은 R버전으로 로켓3의 강력함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 R을 선택한 이유다.

(좌) TFT계기반은 컬러 디지털 TFT를 품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스타일을 변경할 수 있다 (우) 연료탱크는 옆에서 보면 날렵하고 시트에 앉아서 보면 풍만하다. 확실한 존재감에 비해 용량은 18리터로 그리 크지 않다

(좌) 시트는 적당히 엉덩이를 받쳐주면서도 너무 단단하지 않아 편안했다 (우) 테일램프 디자인은 지극히 무난하다. 이 바이크의 성격을 생각하면 조금 더 과감한 스타일이었어도 좋을 것 같다

엔진의 존재감

배기량은 더 높아져서 2,458cc가 된 3기통 엔진은 이제 실린더 당 약 820cc의 배기량을 가진다. 그 거대한 사이즈의 실린더 세 개가 연달아 폭발하며 221Nm의 토크를 낸다. 당장 수치만으로는 얼마나 강력한지 감이 안 올 수 있겠지만 보통의 슈퍼바이크가 내는 최대토크의 거의 두배이고 웬만한 자동차 엔진에 가까운 수치다. 중형차 무게의 1/5수준의 가벼운(?) 로켓3에겐 넘치는 힘이다. 하긴 배기량부터 어지간한 중형차 수준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좌) 에이번 타이어에서 로켓 3를 위해 제작한 사이즈의 코브라 크롬 타이어. 코브라 문양이 새겨져있다 (우) 탠덤 스텝은 차체 라인에 맞춰 감쪽같이 숨어 있다

그래서 아마도 많은 라이더들이 로켓3를 타고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것은 풀 스로틀일 것이다. 그게 지금껏 어떠한 바이크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의 토크를 몸으로 확인하기에는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 로켓의 시동을 걸고 큰길로 나서자마자 스로틀을 끝까지 감았다. 손목의 스냅 한 번에 엔진의 회전수가 치솟고 속도가 빠르게 붙는다. 하지만 의외로 로켓3의 가속감은 폭발적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부드럽고 젠틀한 느낌으로 가속한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니 한결 빠르게 반응하지만 여전히 상상만큼 강력하다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이게 로켓3가 느리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회전부터 고회전까지 고르게 나오는 토크와 안정적인 차체 덕분에 속도감이 덜해서 생긴 감각 오류일 뿐이다. 언제라도 스로틀을 열면 백미러를 가득 채우고 있던 것들을 순식간에 작은 점으로 만들만큼 충분히 빠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100km/h까지 가속하는데 3초가 채 안 걸리는, 슈퍼바이크에게도 지지 않을 가속력이다.

하지만 트랙션 컨트롤을 꺼버리면 이 엔진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넘치는 토크를 섬세하게 제어해주던 것에서 완전히 개입을 멈추기 때문이다. 스로틀을 비트는 것만으로 리어타이어가 그립 한계를 벗어나 비명을 지르고 매순간 이름에 어울리는 강력한 가속을 보여준다. 엉덩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시트가 아니었다면 몸이 뒤로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강력한 가속G에 뒷골이 서늘하다. 로켓이라는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바이크는 태생부터 슈퍼바이크가 아닌 아메리칸 크루저와의 경쟁하기 위한 것이다. 엔진이 숨만 쉬듯 돌고 있을 때도 충분히 강력하다. 이를 이용해 높은 기어를 유지하며 저속으로 달리면 크루저 바이크를 타는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누구보다 빠르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여유로울 수 있는 양면의 매력이 있다.

(좌) 쌍발의 헤드라이트는 바버의 헤드라이트를 두 개 붙여놓은 형태다. LED 주간주행등이 포함된다 (우) 브렘보 스티레마 캘리퍼와 320mm 더블디스크의 조합은 이 거대한 바이크를 순식간에 얌전하게 만든다

(좌) 리어 캘리퍼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우) 세로배치형 엔진을 사용한 만큼 샤프트 드라이브를 채택하고 있다

인상적인 코너링 성능

로켓3 R의 가장 큰 반전은 분명 거대한 차체에 둔할 것 같은 광폭 타이어를 끼우고 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정교한 핸들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정교하다고 했는데, 보통 스포츠 바이크들의 코너링을 날카로운 나이프에 비유한다면 로켓3의 코너링은 거대한 도끼를 예리하게 날을 세운 감각이다. 겉으로는 크고 둔해 보이지만 코너를 써는 맛은 충분히 날카롭다. 그래서 직선에서만 즐거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를 달리는 것이 꽤나 재밌었다. 빠르게 코너를 돌아갈 때뿐만 아니라 저속에서 바이크를 다룰 때도 탁월한 핸들링이 돋보였다. 트라이엄프 바이크 특유의 중립적이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핸들링이 나온다. 덕분에 부담스러운 첫인상에 비해 적응시간이 꽤 짧았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는 엔진 형식 덕분이기도 하다. 엔진은 BMW 박서엔진이나 모토구찌의 V트윈과 같이 크랭크축이 세로로 배치된다. 샤프트 드라이브를 채용하고 있는 것도 세로배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 세로배치형 엔진의 장점은 엔진의 배기량과 질량이 아무리 커져도 자이로 효과가 핸들링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 방식의 특징은 스로틀을 갑자기 당기면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토크 리액션이 있다는 것이다. 로켓3의 엔진은 배기량이 큰 만큼 회전 질량도 커서 옛날 박서엔진 이상으로 그 효과가 크다. 당연히 주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정차 중에 괜히 폼 잡느라 스로틀을 스내칭하다가는 바이크가 흔들려 깜짝 놀랄 수 있다.

멋진 디자인에 화끈한 성능, 그리고 높은 품질까지 더해져 매력적인 모델이 되었다

 

강력한 제동성능

로켓3의 성능 중 브레이크를 빼놓을 수 없다.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제동성능을 지녔다. 앞에는 최신 모델답게 브렘보 스티레마Stylema 4피스톤 캘리퍼를 장착해 강력한 제동성능을 낸다. 두카티 파니갈레 V4에도 순정으로 채택되는 고성능 캘리퍼다. 특이점은 리어브레이크에 있다. 일반적으로 고성능 스포츠 바이크들의 프런트 브레이크에 많이 사용하는 브렘보 4피스톤 모노블럭 캘리퍼가 붙어있다. 커스텀 바이크에서나 보던 재기발랄한 세팅이 순정에 녹아있다 보니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 덕에 뒷브레이크의 제동력이 정말 끝내준다. 이 거대하고묵직한 차체가 급제동을 하면 어딘가에 부딪힌 것처럼 순식간에 속도를 줄인다. 어안이 벙벙하고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기함답게 최신 코너링ABS 기능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이상하지만 멋지다

로켓3는 양산형 모터사이클 중 가장 큰 배기량을 자랑한다. 물론 트럭 엔진을 사용해서 모터사이클을 제작하는 ‘보스호스’라는 브랜드도 있지만 독특함이 경쟁력인 소규모 제작사와 달리 대량 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메이저 브랜드가 내놓기에 로켓3는 확실히 독특함의 영역을 넘어선다. 애당초 아메리칸 크루저에 대항한다고 빅사이즈 3기통 엔진을 만든 것부터 보통의 선택은 아니다. 최신 트라이엄프의 디자인과 기술로 다듬으니 멋진 디자인에 화끈한 성능, 그리고 높은 품질까지 더해져 매력적인 모델이 되었다. 당연히 TFT계기반에 라이딩 모드와 기울기를 감지하는 코너링ABS와 트랙션 컨트롤 등 최신 전자장비도 싹 갖추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하지만 로켓3는 여전히 정상의 범주에서는 아득히 벗어나 있는 특이한 바이크다. 대형 엔진을 사타구니 사이에 끼고 달리는 탓에 열기는 확실하게 라이더를 괴롭힌다. 한산한 교외를 달릴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시내주행은 쉽지 않았다. 유난히 뜨거웠던 요즘 날씨에 엔진을 식힐 틈을 주지 않는 차량 정체까지 합쳐지니 불지옥이 따로 없다. 마치 자동차 보닛 안에 들어가서 달리는 기분이랄까? 테스트 중에 기록한 연비 또한 최악이다. 트라이엄프가 공개한 연비는 리터당 14.6km정도지만 강력한 가속을 즐기며 달리다 보면 리터당 10km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비범한 바이크가 주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 이 모든 걸 감수하게 했고 매순간이 재밌었다. 엔진의 화끈한 열기도, 연비마저도 단점이 아닌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이상한 바이크다.

 

TRIUMPH ROCKET 3 R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직렬 3기통 보어×스트로크 110.2 × 85.9(mm) 배기량 2,458cc 압축비 10.8 : 1 최고출력 165hp / 6,000rpm 최대토크 221Nm / 4,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8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7mm조절식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50/80 ZR17 (R)240/50 ZR16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300mm 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889×1,065(mm) 휠베이스 1,677mm 시트높이 773mm 건조중량 291kg 판매가격 3,37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