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ke

BMW S 1000 XR

태권 한 2020. 9. 7. 14:44

월간모터바이크 입력 2020.09.07.

 

4기통 엔진의 노랫소리

BMW S 1000 XR

아래급인 F 900 XR과 성능 차이를 분명하게 하고, R 1250 GS와 노선에 확실히 차이를 둔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스포츠 투어러 BMW S 1000 XR의 존재 이유이자 목표는 아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멀리, 편하게 가는 것. 그러기 위해 신형은 더 정교해졌다.

언제부터인가 BMW 모토라드가 사용하는 광고 문구는 제품의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는다. 제품을 경험한 후에 보면 왜 그런 문구를 뽑았는지 공감할 수 있다. “계속되는 모험에 대한 갈증. G 310 GS” “도시를 더 많이 탐험할 기회. C 400 X” “공랭식 엔진. 놓칠 수 없는 오리지널의 매력. R 나인T” “무엇보다 완벽한, R 1250 GS” 등등. 다시 말해 지금 BMW의 광고 문구는 제품을 포장하는 수단이 아니라, 성격을 요약한 것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신제품이 등장할 때 광고 문구도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세상을 경험해라(Discover The World, Faster Than Ever)”

바로 전 세대 S 1000 XR의 광고 문구였다. ‘빠른 속도’라는 부분에 온로드 중심의 성격이 녹아 있고, ‘세상을 경험(발견)한다’는 부분에 투어링 성격이 녹아있다. 2015년 세상에 선보인 XR 시리즈는 멀티퍼퍼스의 외모를 하면서도 어드벤처 시리즈인 GS와 성격을 달리했다. 포장도로에 초점을 두고 만든 스포츠 투어링 모터사이클이었다. 물론 이런 성격은 신형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하지만 신형의 광고 문구는 과거와 다르다.

“커브와 킬로미터에 대한 도전(The Challenge Of Curves And Kilometres)”.

이해하기 쉽게 풀어보면, ‘모든 코너나 km 단위의 주행거리에 도전’정도겠다. 그러니까 이전 모델이 ‘세상’ 단위로 넓은 주행 영역을 발견하는데 적합했다면, 신형은 매 순간을 발견할 만큼 디테일하고 정교하다는 뜻이겠다. 정말 그럴까? 구형과 신형모델의 차이를 라이더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까?

코너에서 스로틀을 과감하게 열어도 차체가 크게 미동하지 않는다.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코너의 끝을 향해 자신감 있게 스로틀을 열 때, 비로소 뒤 타이어가 노면을 꽉 잡으며 안정감을 전달한다

 

뚜렷한 개성, 타 제품과 비교가 불가능한 가치

시동과 함께 S 1000 XR의 성격을 곧바로 알 수 있다. 낮 게 깔리면서도 높은 음색의 엔진 소리가 우아하게 공기를 울린다. 단기통이나 2기통의 쿵쾅거리는 박진감과는 다르다. 직렬 4기통이기에 가능한 연속적인 폭발음. 박자를 정교하게 쪼개며 넓은 영역대에 걸쳐서 기계적인 소음을 내뱉는다. 스로틀을 살짝 돌리며 클러치를 처음 붙이는 순간은 당혹스럽다. ‘윙~’하는 부드러운 엔진 회전과 함께 강력한 엔진 토크가 클러치 미트 포인트를 강하게 잡아챈다. 그 순간이 너무 짧고 강렬해서 처음에는 클러치 미트 포인트를 놓칠만하다. 그런데도 시동이 꺼지지 않는다. 4기통 엔진의 넉넉한 초반 토크가 230kg 수준의 차체를 여유있게 끌고 나간다.

(좌) 무광 블랙과 실버의 조화로 여러 부품이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우) 6.5인치 TFT 계기반을 가졌다

(좌) 이전의 둥근 헤드라이트를 버리고 한결 날렵해진 눈매가 매력적이다 (우) 카울 아래 자리잡은 스티어링 댐퍼

출력은 저회전부터 꾸준하게 발휘된다. 하지만 오버 리터 엔진과는 분명 다르다. 2000~4000rpm 사이에서 기어를 연속해서 올리면 엔진이 금방 헐떡인다. 시내주행 같은 저속 구간에서 저회전 영역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이 아니다. 애초부터 S 1000 R의 엔진과 섀시에 기술적 뿌리를 두는 만큼, 고회전 영역에서 능력이 십분 발휘한다. S 1000 XR의 주행은 스로틀을 적극적으로 열고 엔진의 회전력을 그만큼 유지하는 하는 게 중요하다. 6000~8000rpm 사이에서 움직임이 활기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방을 아꼈다가 11,000rpm 영역까지 펀치감 있는 가속력을 이어간다. 이때 쏟아내는 엔진 소리가 예상보다 훨씬 차분하다. 엔진의 비명이 아니라 높은 음색의 기계음을 리듬 있게 연주하는 듯하다. 속도가 붙을수록, 육중한 차체에서 오는 무게감이 확실하게 지워진다.

(좌) 카울의 디자인은 하나의 덩어리를 깎아서 만든 조각품 같다 (우) 브레이크 캘리퍼는 HAYES 사에서 만든 것이다

(좌) 멋을 부린 듯, 혹은 안 부린 듯. 세련된 머플러 디자인 (우) 리어 브레이크 패달과 힐 그립 부분 디자인이 예술이다

17인치 너비 120 앞 타이어(배틀랙스 T31)가 만드는 핸들링 반응이 경쾌하다. 코너의 입구에서 라이더가 시선을 돌릴 때 앞머리가 이미 반응하기 시작한다. 무게 중심이 높아서인지 뱅킹 각도가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39도. 스포츠 모드에서 TFT 계기반에 최대 뱅킹 각도가 고스란히 표시된다. 코너에서 앞바퀴의 민첩함이 라이더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동안 190 사이즈 뒤 타이어는 출력을 안정적으로 노면에 전달하느라 바쁘다. 스로틀을 과감하게 열어도 크게 미동하지 않는다. 코너에서는 라이더가 눈치를 보는 순간 움직임이 불안해진다. 오히려 코너의 끝을 향해 자신감있게 스로틀을 열 때, 비로소 뒤 타이어가 노면을 꽉 잡은게 느껴진다.

(좌)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이질감이 덜하다. 노면을 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우) 시트는 앞뒤가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한 조각.

(좌) 통합형 멀티 컨트롤러가 직관적인 조작을 돕는다

서스펜션은 전자제어 프리로드 조정이 가능한 방식이다. BMW의 설명에 따르면 레이싱 스포츠의 노하우를 접목한 밸브 기술과 쇼크업소버 심 패키지로 지금까지 없던 서스펜션 제어 범위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 말을 줄인 것이 ‘다이내믹 ESA 프로’다. 이 기술이 트랙에서 어느 정도 먹히는지 테스트해보진 못했다. 그러나 일반 도로를 달려보니 확실히 이전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기본 세팅에서 노면의 상태를 읽으며 달릴 만큼 추종성이 뛰어나다. 요철이나 잔진동을 많이 거르지도 않는다. 앞 서스펜션이 ‘퉁’하고 노면 충격에 반응하면, 곧바로 뒤가 ‘텅’하고 받아친다. 모터사이클 전체 무게가 앞으로 살짝 쏠려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라이딩 포지션이 낮아지면서 움직임이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변한다.

 

브레이크의 응답성은 초반에 강하게 반응한 후에 뒤로 갈수록 부드러워지는 느낌. 뒤로 갈수록 제동력이 풀린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반대로 레버를 더 강하게 당긴다고 제동 거리를 줄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무게 중심이나 구조적인 세팅에 따른 특성으로 풀이된다. 4기통 엔진의 무게가 상대적으로 앞쪽에 실려 있기에 쇼크업소버가 완전히 눌릴 때까진 빠르게 제동을 유도하는 모습이다. 이후엔 타이어 접지 한계를 생각해서 끝까지 부드럽게 유지하는 듯하다. 어쨌든 제동력은 나쁘지 않다. 그저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라이더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뿐. 퀵시프터의 변속 감각은 다른 BMW 모델과 비슷하다. 차이라면 변속 직후나 다운시프트 처리가 훨씬 깔끔하다는 점이다. 발등에 착착 감기는 직관적인 스타일보다는 여유를 두고 있어서 확실하게 명령해야 하는 구조다.

S 1000 XR은 스포츠 투어링이라는 장르를 누구보다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비슷한 조건이 없으니, 직접 비교할 상대가 없어보인다

 

이전과 비슷한 느낌, 분명히 다른 디자인

신형의 디자인은 ‘꺾여있는 직선’을 컨셉으로 쓰는 듯하다. 헤드라이트, 윈드실드, 카울과 시트, 심지어 스윙암디자인까지 온전한 직선이 없이 쭉 뻗어가다가 꺾이는 형태다. 이런 디자인은 부분적으로는 강해 보이는 효과를 주고, 동시에 덩어리로 볼 때 통일성을 가지게 된다. 시승차의 보디컬러는 ‘아이스그레이 유니’로 레드 컬러에 비해 차갑고 정제된 디자인을 뽐냈다. 엔진 커버와 변속기 케이스, 무광 프레임까지 블랙과 은색이 조화를 이루며 정교하게 연결된다. 반짝이는 파츠로 디테일을 강조하기보단 전체적으로 덩어리감을 이룬 첨단 기계의 느낌이다. 6.5인치 TFT 모니터는 요즘 BMW 패밀리의 그것과 같다. 핸들 왼쪽 다이얼 형식의 통합 컨트롤 유닛에도 큰 변화는 없다. 하드웨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TFT 모니터 안으로 보이는 UI 같은 소프트웨어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아쉽다. 제조사의 스큐(별도 부품가지 수)를 줄이는 건 이해하더라도, C 400 X의 인터페이스 구성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돈 쓴 맛’은 덜하다. 연료 주입구 앞에 달린 톨게이트 카드 슬롯, 시트를 탈거했을 때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있다는 것 외에 기존 BMW 오너에게 대단히 신선한 부분이 없다.

이전 모델과 비교 관점에서 정리해보면, 신형은 모든 조작이 분명히 정교해졌다. 무게는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이전모델과 동일한 사양일 경우 10kg이 가볍다고 한다. 성능 향상에 경량화만큼 확실한 것이 있을까? 개선된 서스펜션의 실력도 돋보인다. 이전에 대충 뭉개고 지나갔던 노면의 정보도 좀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됐다. 특히 코너링 중 미세한 라인 수정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었다. 전자제어 장비의 개입도 이전보다 유연하다. 똑똑해졌다고 칭찬하고 싶다. TCS가 엔진 출력을 먹통으로 만드는 느낌도 덜하고 ABS가 들어올 때도 과격하게 ‘드드드~’ 거리며 레버를 튕기는 일도 없다. 개입하고 작동하는 감각이 미묘하게 부드럽다. 무엇보다 지난 모델의 단점이었던 핸들로 전해지는 불쾌한 진동이 크게 줄었다. 덕분에 라이딩이 끝난 후 손 끝이 ‘찡~’하고 울리던 것이 없어졌다. F 900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확실한 상위 모델다운 마무리다. 엔진 배기량은 고작 100cc 차이지만, 최고출력이 나오는 시점이 2,500rpm이나 높다. 더불어 실린더가 두 개나 더 달려있어서 출력을 토하는 방식이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다르다. 엄밀하게 말하면 시장에 있는 오버리터급 고성능 멀티퍼퍼스들과도 다르다. 스포츠 투어링이라는 장르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녀석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시장에서 직접 비교할 상대가 없다고도 보인다. 즉, 개성 있다는 것이 S 1000 XR의 핵심 가치다.

2020 BMW S 1000 XR

엔진형식 수랭 직렬 4기통 보어×스트로크 80×49.7(mm) 배기량 999cc 압축비 12.5:1 최고출력 165마력/11,000rpm 최대토크 114Nm/9,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식 퓨얼인젝션 연료탱크용량 20L 변속방식 6단 수동, 퀵시프터 서스펜션 (F) 45mm 전자제어식 텔레스코픽 도립 (R) 전자제어식 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ZR17 (R)190/55ZR17 브레이크 (F)320mm 더블 디스크, ABS, 4피스톤 캘리퍼 (R)265mm 싱글디스크 2피스톤 캘리퍼 휠베이스 1522mm 시트높이 840mm(로우시트사양 790mm) 차량중량 226kg 판매가격 3,100만 원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