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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천만에 "2년 노력·희생 물거품, 허탈"..비판 직면한 K-방역(종합)

태권 한 2022. 3. 23. 18:05

김정현 기자,노선웅 기자 입력 2022. 03. 23. 

"오미크론 이후 정부 손 놓은 느낌..외국과 다를 게 없다" 비판 목소리
"초기 대응 적절했다" 평가도.."결과만으로 비판, 무리"
23일 서울 송파구청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전광판을 확인하고 있다. 2022.3.2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노선웅 기자 = 최근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시민들이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여간 사회적 거리두기의 불편을 감내해 온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는 호소다.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의 'K-방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결과만으로 'K-방역' 전체 성과를 매도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초기 치명률이 높은 상황을 잘 넘겼기 때문에 사망자를 크게 줄였고 의료체계 붕괴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23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가 4만2590명(3월7~13일 기준)에 달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누적 확진자 수 세계 1위인 미국의 100만명당 확진자 수는 765명에 그쳤다.

◇"결국 확진자 폭증…그간 시민·자영업자 희생 무색" 비판

직장인 박모씨(38)는 "그동안 방역패스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시민들은 자유를 반납하고 방역정책에 협조해 왔는데 오미크론 이후 정부가 손을 놓은 느낌"이라며 "우리 같은 방역정책을 안한 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누적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오미크론 변이에 확진됐다 회복한 대학생 김주원씨(21)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도 못 가봤고, 어른들이 말하는 소위 '좋은 시절'에 만든 추억도 별로 없다"며 "그런데 결국 확진되고, 재택치료 때 확진 안내문자도 확진 4일 뒤에나 도착하는 걸 보고 방역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김모씨(29)도 "대선을 앞두고 거리두기 해제하고, 소상공인 300만원 지급하는 모습을 보며 '정치방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부가 자랑한 'K-방역'의 취지를 잃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최모씨(41)는 "결국 자영업자들만 다 죽인 방역정책"이라며 "해외는 정책에 협조하면 그만큼 손해를 보상해줬다고도 하고, 우리나라처럼 영업에 제한을 오래 건 나라가 없는데 결국 이렇게 될 거였으면 뭐하러 했냐"고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23일 서울 송파구청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전광판을 확인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3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9만881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누적 확진자는 1044만7247명으로 1000만 명선을 넘어섰다. 2022.3.2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오미크론이 변수였을 뿐…방역 정책 비판은 결과론" 옹호도

반면 현 상황은 전염성이 극도로 높은 '오미크론 변이'라는 변수 때문이라며 정부의 초창기 적극적인 방역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학원생 최모씨(29)는 "결과를 떠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듯한 모습을 보였고, 해외에서도 이에 대해 칭찬하고 따라하지 않았냐"며 "단지 상황이 점점 나빠지다 보니 못한 점이 더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직장인 한모씨(40)도 "오미크론처럼 전염성이 극도로 높은 변이가 등장해서 그렇지, 치사율 높은 델타 변이까지는 초중반 방역 정책 덕분에 안전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을 텐데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너무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거리두기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번 완화로 사적모임은 기존 6명에서 8명까지 가능해진다. 다중이용시설 12종의 영업시간은 종전과 동일한 오후 11시까지다. 2022.3.2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전문가들 "초반 방역 정책 적절…현 대응은 우려돼"

전문가들 역시 정부의 방역 정책을 두고 초반 대응은 적절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대응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2년간 적극적인 진단, 추적,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최소화하는 억제전략을 쓰고 높은 백신 접종률을 통해 다른 나라에 비해 사망자가 적게 발생한 점은 국민, 정부, 의료계 모두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본다"며 "개인적으로는 지난 2년간의 노력으로 20만~30만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염호기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열심히 하기도 했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했던 점은 높이 산다"면서도 "결과가 안 좋았던 것은 초기 중국 입국 금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고집 등 방역 전문가들 말을 듣지 않고 공무원들이 나서서 결정하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정부 방역 정책에서 잘한 점은 과거 메르스 교훈을 가지고서 초반에 대응을 잘했다는 점"이라며 "실제로 확진자도 적었고, 덕분에 세계에서 찬사를 받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천 교수는 "다만 백신과 병상 확보도 늦었고, 먹는 치료제 확보도 늦는 등 뒤로 갈수록 실기를 한 부분이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오늘까지 계속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먹는 코로나 치료제 확보를 빨리 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도 "지금 현장에서는 의료 체계 붕괴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인데, 지금 시점의 방역 정책 완화는 국민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확진자뿐 아니라 최근 사망자도 하루에 수백명씩 나오는 상황인데 K-방역을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