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관련

'코로나 시대' 초등 교육 현장을 들여다보다

태권 한 2022. 6. 1. 10:17

이다예 입력 2022. 05. 31.

[코로나와 학교 1부] 교사들의 진단, "학습 연속성 보장하기 어려운 구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초등학교에서 일상이 사라졌다. 등교 중지로 인해 초등학생들이 마주한 문제는 교과학습 결손만이 아니었다. 생활 습관 형성, 협력을 통한 공동체 의식 제고, 교우관계 형성 등 교과 외적인 측면에서 교육 공백이 생겼다. 팬데믹으로 부각된 초등교육의 공백은 그동안 경시해왔던 기본교육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초등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기자말>

[이다예, 양근혁, 김아현, 조연주 기자]

 

2022년 4월 8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동암초등학교 교문 앞. 2시가 되자 하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환한 미소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빨간색과 파란색의 알록달록한 가방을 멘 아이들. 모두 영락없는 초등학생의 모습이었다.

약 15분이 지나자 운동장은 금세 텅텅 비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사라졌다. 최근 정상 등교와 방과 후 학교 운영이 재개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하교 후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을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방과 후 수업을 마친 세 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학교 건물 앞에서 만난 5학년 이주하(12) 학생과 홍예주(12) 학생은 방과 후 치어리딩 수업을 듣는다.

"친구들이랑 같이해서 재밌긴 한데 마스크 때문에 숨이 차서 힘들어요."

학생들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단 사실에 즐거워했지만, 여전한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체육 활동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코로나19로 학교생활이 어려워진 점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6학년 송혜빈(13) 학생은 "담임 선생님이 코로나에 걸리셔서 다른 선생님이 대신 오셨다"며 새로운 선생님과의 수업의 낯설고 어색했던 경험을 꺼내놓았다. "친구들도 코로나에 걸려서 학교에 못 나올 때가 많다"며 같은 반 친구들과의 관계도 이전과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학습과 관계의 연속성을 잃어버린 초등학생들

교사들이 보는 팬데믹 속 초등학교의 모습은 어떨까. 취재팀은 임용고시 합격 후 기간제로 근무하고 있는 20대 교사 두 명에게 초등학생들의 고충을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 처음 교단에 섰다. 두 교사는 초등학생들이 '연속성'을 잃어버렸다고 입을 모았다.

충남 금산군 소재의 한 초등학교의 박준수(가명, 24) 과학 전담 기간제 교사는 원격 수업은 학습 연속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격 수업에서는 학생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도 발표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수업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박 교사는 교실에서도 모든 학생에게 발표 기회를 줄 순 없겠지만, 현장 수업에는 조별 토론이나 교사의 개별 피드백과 같은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온라인 원격 수업은 정해진 수업 시간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어렵고, 학생 개인별 피드백이 어려워 학습 연속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코로나19에 확진된 교사를 대체할 교사가 투입될 때 인수인계 과정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도 학습 연속성을 무너뜨리는 원인 중 하나다. 인천 소재 학교의 김주영(가명, 27) 기간제 교사는 "확진 교사를 대신하는 교사가 해당 학급이 운영되어 온 방향을 알지 못한 채 투입되는 일이 빈번하다"고 했다. 교과목별 학습 진도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교사 간 인수인계가 없어 대체 교사가 수업을 이끌어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학습 연속성 문제를 인식했다. 지난 2월 7일 교육부는 '오미크론 대응 2022 학년도 1학기 방역 및 학사 운영방안 발표'에서 학교별로 '업무 연속성 계획(BCP : Business Continuity Plan)'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도 필수 교육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마련하도록 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BCP에는 격리 중인 확진 학생의 학업 공백을 보충할 방법이 포함되어야 한다. 학업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대체 교사를 위한 각 학급의 운영 방향과 과목별 수업 방안도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 권고의 실효성은 미지수다. 학교에서 각 학급에 대한 BCP 수립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묻자 교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관계 연속성의 회복도 필요하다. 2022년 4월 17일 교육부가 제시한 '코로나19 장기 화가 학생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에서 '코로나19 이후 교우관계가 나빠졌다'고 답한  초등학교 저학년은 43.2%, 고학년은 33.4%로 중학생(17.6%), 고등학생(14.2%)보다 월등히 높았다. 코로나시기 초등학생이 유독 교우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뷰에 응한 두 교사는 모두 '등교 수업과 온라인 원격 수업의 잦은 전 환'을 교우관계 악화 원인으로 꼽았다.
 
코로나19 교원 공백 대처 방안
교육부는 '2022년 상반기 오미크론 대응을 위한 교원 대체 인력확보 방안'을 통해 확진 교사를 대체할 기간제 교사 채용 과정에서 교원 자격요건을 완화했다. 기존 기간제 교사 채용에서는 교원자격증 소지가 필수였지만, 올해 상반기부터는 교원자 격증 소지 유무와 관계없이 담당 교과목과 관련된 전공을 이수하면 채용될 수 있다.

기간제 교원의 정년은 65세에서 70세로 연장됐다. 퇴직 후 1년 간은 기간제 교사로 임용될 수 없는 제한 조항이 사라져 명예퇴직 교원도 퇴직 후 곧바로 재임용이 가능해졌다. 또한 중등 교원 자격 소지자가 초등 기간제 교사로 채용될 수 있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조민환 국가정책회의 연구지원팀장은 "대체 교사의 채용 조건 완화는 코로나19로 인한 교원 확진 급증에 따른 한시적인 조치"라고 했다.

그러나 교원 단체들은 기간제 교사 채용 완화 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교사의 전문 성 훼손을 우려한다. 전문적인 교원 양성을 위해 교원의 자격 요건을 제한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교원 수급은 초등 교육의 본질을 지키며 행해져야

초등학교는 미래 세대가 학습 외적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쌓고 성장하는 공간이다. 경남의 한 초등학교 이은지(가명, 25) 기간제 담임교사는 초등 교육이 '전인교육(全 人敎育)'에 가깝다고 했다. 전인교육은 폭넓은 교양과 건전한 인격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며, 신체적・지적 성장 및 정서와 사회성의 발달을 추구해 균형 잡힌 인간을 육성하고자 하는 교육 개념이다.

이 교사는 "한 학급의 담임교사가 확진되면 같은 학교의 교과목 전담 교사가 대신 담임을 맡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학교 밖에서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확진 교사의 대체 교원을 찾는 것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이 교사는 정부가 대체 인력 채용의 요건을 완화하도록 권고를 한 것에는 우려를 표했다. 단순히 빈자리가 다른 교원으로 대체된다고 해서 교육의 공백이 메워지는 것은 아니라며, 초등 교육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신중한 인력수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사의 수급은 경제학적인 논리로만 이뤄질 수 없다"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