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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커스텀 2.0의 시작, 할리데이비슨 2022 나잇스터

태권 한 2022. 11. 11. 12:38
월간모터바이크입력 2022. 11. 11.

다크커스텀 2.0의 시작

HARLEY-DAVIDSON 2022 NIGHTSTER

지금의 할리데이비슨의 젊은 이미지를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다크 커스텀의 시작은 2007년에 출시한 XL1200N 나잇스터부터다. 그리고 다크커스텀 2.0의 시작으로 나잇스터를 선보인다. 기존의 할리데이비슨과 다른. 그래서 좋고 또 나쁜 나잇스터다.

할리데이비슨의 스포스터가 상징적인 에볼루션 엔진의 끝을 알렸을 때 많은 사람들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라인업인 스포스터를 그냥 버려 둘리가 없다. 레볼루션맥스 1250 엔진을 얹은 스포스터S를 바로 출시했고 이번에 나잇스터를 스포스터 라인업에 추가하며 그 명맥을 이어간다.

깔끔한 디자인의 원형계기반은 필요한 정보는 깨알같이 다 담고 있다
시트아래 밑 연료탱크는 V로드 시리즈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좌측 라디에이터에는 거대한 냉각 팬이 장착되어 있다

실루엣은 고전적인 스포스터의 분위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전면에서 리어로 갈수록 사선으로 떨어지는 라인이며 연료탱크 형상, 그리고 고전적인 트윈 쇽 서스펜션까지 기존의 스포스터가 단번에 떠오르는 디자인이다. 너무 새롭다보니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던 스포스터S와는 달리 익숙한 실루엣으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디자인이다. 일반적으로 공랭 엔진으로 대표되던 모델들이 수랭화할 때 라디에이터를 프레임 사이에 숨기고 냉각핀을 더미로 배치하는 등 눈속임을 쓰기 마련인데 할리데이비슨은 스포스터에 수랭엔진을 도입하며 공랭엔진 룩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엔진의 형상부터 매끈한 수랭 엔진 그 자체다. 라디에이터 역시 숨기거나 크기를 줄이지 않고 효율적인 위치에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것이 오히려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보여서 좋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네오 레트로 감성이 진하게 느껴진다.

싱글디스크지만 대구경에 브렘보 캘리퍼와 마스터 실린더 조합으로 우수한 제동력을 보여준다 . 엔진은 수랭 엔진만의 새로운 조형미를 보여준다. 원형 에어클리너박스는 과거의 스타일의 재현을 위한 더미다

고전적인 실루엣을 채우고 있는 내부 구조는 많이 달라졌다. 엔진을 중심으로 앞차대와 스윙암, 그리고 시트가 붙은 모노코크 구조다. 이 방식의 장점은 경량화에 유리하고 차대가 모듈화 되어 다양한 스타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연료탱크는 더미이고 실제 탱크는 시트 밑으로 자리를 옮겨서 시트를 젖혀서 주유해야한다. 이러한 방식이 처음은 아니고 예전의 V로드 시리즈에서 쓰였던 방식이다. 엔진이 콤팩트해지면서 남는 뒤쪽 공간에 연료탱크를 넣고 연료탱크자리에는 슬림 한 더미탱크로 스타일을 살려주는 것이다. 덕분에 연료탱크는 11.7리터로 충분한 용량을 확보했다. 겨우 11.7리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피넛탱크를 대표하는 포티에잇의 연료탱크 용량이 7.9리터에 불과한 걸 생각하면 충분히 큰용량이다.

프런트 휠은 19인치로 큼직하고 폭이 과장되지 않아 날렵한 느낌을 준다. 이는 모양뿐만이 아닌 핸들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원형의 에어클리너가 더미인 점은 과거의 스타일을 재현하기 위한 장치인데 사라진 냉각핀처럼 없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품질 좋은 페인팅과 소재감 등 전체적으로 할리데이비슨 다운 마무리는 미제다운, 프리미엄 바이크다운 느낌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이어지는 배선들의 처리는 깔끔하지 못한 것이 또 미제다운 느낌이랄까(웃음)

나잇스터와 함께한 4일

시승 일정이 휴일과 겹친 탓에 4일 동안 충분히 나잇스터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형 나잇스터에 올라 시동을 걸 때까지도 사실 성능에 대한 큰기대는 없었다. 이미 스포스터S, 팬아메리카를 통해 경험한 1250 엔진의 다운사이징 버전의 엔진이니 더 강력하거나, 더 재밌을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첫 출발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우리가 할리데이비슨에 기대하는 굵직한 토크는 없고 매끄럽지만 다소 심심한 주행감각이다. 특히 스로틀을 열며 툭툭 걷어차 올리듯 빠르게 변속해 탑기어까지 올려서 가속할 때 실망감이 더 커졌다. 그렇게 첫날 주행은 그리 큰 임팩트가 없이 끝났다.하지만 다음 날 탔을 때는 전에 못 느낀 재미가 더 느껴졌다. 회전 영역을 기존의 할리와는 전혀 다르게 사용하면서 본연의 재미가 나온 것이다. 밋밋하다고 생각했던 영역은 아주 매끄러워 편안하게 달리기 좋았고 재미를 찾고 싶을 때는 스로틀을 더 열었다. 고회전에서 엔진의 맛이 상당히 좋다고 느껴졌다.

그 다음날에는 와인딩 로드를 달렸다. 기존의 스포스터S는 직선 위주의 도로에서 뻥뻥 가속 할 때는 확실히 매력적이었지만 와인딩에서는 풋패그가 너무 일찍 닿아 재밌게 타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잇스터는 의외로 뱅킹각 확보가 잘 되어있어 자연스럽게 코너를 돌아 갈 때는 풋페그가 노면을 스치지도 않는다. 물론 페이스를 높여 더 빠르게 달리면 슬슬 노면이 다가온다. 이때 더욱 빠르게 달리기 위해 체중을 안으로 밀어넣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만큼 바이크를 적극적으로 다루며 재밌게 탔다. 그리고 마지막 날 바이크를 반납하러 가는 길은 정말 기분 좋게 탔다. 크루저보단 스포츠 네이키드를 타듯 적극적인 체중이동과 스로틀을 크게 열어가며 달렸다. 나잇스터의 화끈하고 경쾌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실제속도보다 빠르게,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도 오히려 재미를 더하는 요소였다.

서스펜션 역시 탄탄하게 잘 받쳐준다. 무게중심을 낮춘 덕분에 차체는 가볍게 느껴지고 서스펜션은 제 역할을 하니 주행이 재미없을 수가 없다.그러니까 딱 하루만 타보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좀 더 지긋하게 타봐야 이 바이크의 진가가 발휘된다. 첫눈에 반하는 것과 탈수록 반하는 것. 어느 쪽이 좋은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겠지만 오래 탈수록 재밌어지려면 일단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 나잇스터는 스포츠 크루저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탁월한 주행감각을 보여줬다. 기존의 스포스터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오히려 스포스터란 이름에 잘 어울리는 움직임이다.

탁월한 주행성능

이 엔진은 회전수를 올려서 달릴 때 제맛이 난다. 이 60° V트윈 엔진은 크랭크 샤프트 옵셋에서 30°가 더 어긋나있어 점화간격이 90°트윈과 같다. 그래서 더욱 다이내믹한 사운드와 필링이 나오는 것이다. 두 개의 밸런서가 진동을 효과적으로 상쇄시키기 때문에 엔진 회전은 무척 매끄럽다. 그래서 회전수를 높여도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97mm보어에 66mm스트로크의 오버스퀘어 엔진이니 매끄럽게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 9,500rpm까지 쭉 뻗는 회전에서는 짜릿함을 느낀다. 최고 출력은 89마력에 95Nm의 최대토크를 낸다. 할리에 국한하지 않고 봐도 부족함 없는 성능이다.

나잇스터는 다루기 쉬운 바이크지만 장거리에 적합한 바이크는 아니었다. 일단 포지션도 재미를 위해 상체가 적당히 수그러지는데다가 순정 시트도 좁은 편이라 장시간 주행하면 엉덩이가 저리다. 가끔씩 혈액순환을 위해 한 번씩 엉덩이를 들어주는 게 필요했다. 기본적으로 덩치가 큰 라이더가 타기에 편한 바이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활동범위의 제약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보다 더 극단적인 포지션과 작은 연료탱크, 더 불편한 시트를 가졌던 포티에잇으로도 장거리투어를 다니던 라이더를 수 없이 봤다. 제 아무리 멀어봤자 400km인 우리나라에서는 이정도도 충분한 것이다.

수랭의 시대

공랭 스포스터를 단종 시키고 수랭 엔진으로 교체된 것에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 기존 공랭 에볼루션 엔진을 조금 뜯어고치면 출력이나 토크의 손해는 보더라도 공랭 형식 자체는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밀워키 에이트는 공랭을 유지하면서 출력과 감성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배기량을 계속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현실에 타협하는 브랜드에게는 미래가 있을까? 만약 할리데이비슨이 토크도 출력도 낮춘 공랭 스포스터가 2022년 모델로 출시했다면 구매 의향이 있을지 묻고 싶다. 그리고 이번에는 역으로 ‘우려먹기’라는 비난이 쇄도하지 않았을까?

사실 기존의 공랭 스포스터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던 것은 그 누구보다 ‘할리데이비슨’일 것이다. 별다른 개발비도 들지 않으면서 꾸준히 팔려나가는 효자상품이었으니까. 그런 할리데이비슨이 이처럼 모험에 가까운 도전을 하는 것은 환경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함, 그리고 할리데이비슨에게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함일 것이다. 나잇스터는 공랭, 롱스트로크, 감성을 포기한 대신 성능과 주행의 재미를 얻었다. 그 결과물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공랭 스포스터보다 신형 나잇스터가 데일리 바이크로 타기에는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전반적인 성능과 구성에서 굳이 타협 할 필요가 없는 바이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랭의 감성의 크루저를 원한다면 여전히 할리데이비슨에 소프테일이 남아있다는 걸 잊지 말자.

다만 최악의 환율 상황에서 출시한 탓에 가격이 2,690만원으로 예상보다 높게 책정된 점이 아쉽다. 스포스터S보다 딱 100만 원 저렴한 금액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할리데이비슨의 재미를 맛보게 해줄 모델이기에 이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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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LEY-DAVIDSON 2022 NIGHTSTER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V-형 2기통 보어×스트로크 97 × 66(mm) 배기량 975cc 압축비 12 : 1 최고출력 89HP /7,500rpm 최대토크 95Nm /5,7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1.7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1mm텔레스코픽 도립 (R)트윈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00/90 19 (R)150/80 B16 브레이크 (F)싱글디스크 (R)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205×미발표×미발표 휠 베이스 1545mm 시트높이 705mm 건조중량 211kg 판매가격 2,690만 원

 

 

글/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