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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성과 재미를 두루 갖추다, 스즈키 아베니스 125

태권 한 2023. 3. 30. 11:16
입력 2023. 3. 30.

실용성과 재미를 두루 갖추다

SUZUKI AVENIS 125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유로5 시대에 공랭엔진이라니, 환경규제를 통과하기 위해 엔진은 디튜닝 되었을 테고,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한 가지, 아베니스가 스즈키 스쿠터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스즈키는 스쿠터를 잘 만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잘 달리는 스쿠터를 만든다. 스즈키 소형 스쿠터들이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편의사양이 조금 빠지거나, 뭐 그런 경우는 있었지만 주행성능 만큼은 늘 실망 시키지 않았다. 아베니스 125는 기본적으로 생활 밀착형 스쿠터에 가까운 구성이다. 공랭엔진에 넓고 평평해서 짐 싣기 유리한 발판 등 차체 구성이 이전 어드레스 125에서 발전된 모델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스타일은 꽤 젊고 역동적이다. 직선 위주의 날렵한 디자인이 스프린터 스쿠터를 연상시키며 LED 헤드라이트와 테일램프로 요즘 스쿠터 다운 외모도 갖췄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편리성이 좋은 구성과 스포티한 디자인이 합쳐진 것이다. 스타일은 일취월장했다. 사실 직전 세대의 어드레스 125가 본격적인 비즈니스 스쿠터 디자인이 되면서 경제성과 실용성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소유욕은 도저히 샘솟지 않는 디자인이었던 것에 반해 이제 젊고 경쾌한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LED 헤드라이트가 또렷한 얼굴로 전면의 디테일을 잡아준다
핸들바 커버에 방향지시등이 포함된다

아베니스의 엔진은 강제 공랭방식의 아주 심플한 구성이다. 요즘 스쿠터들에 수랭 엔진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공랭엔진의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엔진오일만 제때 갈아주면 별다른 유지보수가 필요 없고 구조가 간단하다. 게다가 엔진의 크기도 작기 때문에 디자인의 제약이 덜하다. 또한 스쿠터는 스윙암에 엔진이 붙어있는 유닛스윙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엔진의 무게가 고스란히 스프링 아래하중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공랭 엔진의 스쿠터들이 오히려 운동성능이 좋은 것이다. 아베니스에 125cc 엔진은 스프린트 스쿠터라는 장르를 부흥시켰던 전설적인 어드레스 V125G와 GSR125 NEX로부터 이어지는 나름 정통성 있는 강제공랭 엔진의 계보를 잇고 있다.

실용적인 센터플로어로 다용도로 쓰기에 좋다
배기 커버 디자인은 제법 멋을 부렸다

주행에서 놀랐던 것은 유로5의 규제를 맞춘 엔진이 어쩜 이렇게 경쾌하냐는 것이었다. 분명 스펙상 최고출력은 줄었다. 하지만 동시에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수를 500rpm 끌어내렸음을 알 수 있다. 정확한 토크곡선을 비교해보진 못했지만 출발 시 토크는 확실히 개선되었다. 스로틀을 열자마자 가볍게 치고 나간다. 여기에 경쾌한 핸들링과 짧은 휠베이스도 아베니스의 민첩함을 더해준다. 반면 속도가 붙을수록 유로5의 철퇴를 맞은 게 확실히 느껴진다. 최고출력이 9.4마력에서 8.7마력으로 줄어들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80km/h가 넘어서면 속도가 더디게 올라가고 최고속은 100km/h 남짓이다. 만약 고속주행 성능이 중요하다면 다른 스쿠터를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스쿠터가 순발력과 최고속, 둘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순발력을 고르는 게 맞다. 모름지기 스쿠터의 덕목은 기동성에 있으니까.

리어 브레이크는 드럼방식이며 쇽업소버가 왼쪽에 장착된다
글러브박스 내부에는 USB충전포트가 마련되어있다

이렇듯 뛰어난 순발력에 비해 저속 밸런스가 무척 좋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저속에서 차체가 안정되어 있어 저속에서도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휠이 작고 무게 중심이 그리 낮지도 않은데다가 가벼운 차체를 가지고 있지만 이정도로 안정적인 밸런스가 나오는 게 신기했다.

시트 뒤쪽에 자리 잡은 연료주입구는 사용이 편리하다
두 개의 삼각형인 테일램프는 LED를 사용하고 포지션 램프가 근사한 뒤태를 만들어준다

아베니스 125는 시트고가 780mm로 꽤 높다. 그 이유를 살펴보다보니 차체의 높이 자체가 꽤 높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스펙을 확인해 보니 지상고가 160mm로 V스트롬 250과 동일하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아베니스가 처음 선보인 시장이 바로 인도였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인도는 여전히 도로상태가 좋지 못한 곳도 많지만 과속방지턱 높이가 상당해서 도로 주행에 문제가 없으려면 이정도 지상고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나라 도로 환경에도 꽤 잘 맞다.

뒷브레이크 레버에 간단히 브레이크를 고정시켜놓을 수 있는 파킹브레이크 기능이 추가되어있다

브레이크는 전륜에 디스크, 후륜에 드럼을 사용하며 뒷브레이크 레버에 전후 연동브레이크를 적용했다. 개인적으로는 뒷브레이크 기반의 연동브레이크를 선호하지 않지만 급제동시 안정적인 제동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초심자에게 도움이 되는 기능이다. 서스펜션 작동성도 괜찮았다. 정확히는 서스펜션의 스펙은 고만고만한 수준이지만 가벼운 무게 덕분에 더 경쾌하게 달릴 수 있었다.

시트 밑 수납공간은 높이가 얕은 탓에 풀페이스 헬멧은 수납이 어렵다. 하지만 넓이가 넓어지며 다용도로 활용하기 좋다
계기반은 연료잔량 엔진온도 등 다양한 정보를 표시하며 정속주행시 에코 램프가 점등되어 연비주행을 자연스레 유도한다

연료탱크를 뒤쪽으로 살짝 옮기고 사이즈를 줄인 덕분에 시트 밑 공간은 좀 더 확보할 수 있었다. 주유구는 시트 뒤쪽에 별도로 마련되어 간편한 주유가 가능하다. 아베니스를 타면서 느꼈던 가장 큰 단점이 연료탱크 용량이었다. 이전 어드레스 125가 6리터였는데 여기서 용량이 더 줄어 5.2리터가 되었다. 연비가 WMTC기준 54.3km/ℓ로 상당히 좋은 편이라 한번 주유로 갈 수 있는 주행거리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다만 주유할 때 5천 원을 넘겨서 넣기가 쉽지 않다. 가급적이면 셀프주유소 가야겠다.

가치를 넘어선 가치

아베니스 125의 가격은 289만원이다. 125cc스쿠터들이 대부분 4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요즘이기에 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보인다. 스즈키 125cc 스쿠터 중에서도 359만 원인 스위시 125와 비교하면 가성비가 실감난다. 유지 보수 비용도 매력적이다. 주요 부품가격이 대부분 2만 원 언저리며 어퍼카울이 2만 원 대라니 흠집 걱정 없이 탈 수 있겠다. 스쿠터 한 대에 경제성과 스타일까지 갖추었으니 비즈니스, 커뮤터, 레저용으로도 별 고민 없이 추천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스쿠터가 되었다.

SUZUKI AVENIS 125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단기통 OHC   보어×스트로크 52.5 × 57.4(mm)   배기량 124cc   압축비 10.3:1   최고출력 8.7ps/6,750rpm   최대토크 10Nm/5,500rpm   시동방식 셀프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탱크용량 5.2ℓ   변속기 무단변속V벨트   서스펜션 (F) 텔레스코픽 (R) 유닛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90/90-12 (R)100/90-10   브레이크 (F)싱글 디스크 (R)드럼   전장×전폭×전고 1,895×710×1,175(mm)   휠베이스 1,265mm   시트높이 780mm   차량중량 107kg   판매가격 289만 원

 

2023년 주요 부품 가격표

앞 브레이크 패드 20,000   앞 브레이크 디스크 43,000   드라이브 밸트 24,000   앞 브레이크 레버 아세이 18,000   뒤 브레이크 레버 5,000   그립 (좌) 4,000   에어필터 1 7,000   어퍼카울 24,000   바디카울 (좌) 48,000   앞 휠 147,000   사이드 미러 (좌) 1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