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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의 탈것, BMW 모토라드 CE 04

태권 한 2023. 4. 20. 12:58
입력 2023. 4. 20.

가까운 미래의 탈것

BMW MOTORRAD CE 04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어가면서 전기 모터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래서 과연 5년 뒤, 10년 뒤에는 어떤 모델이 있을지 상상해 본다. 그리고 BMW모토라드의 CE 04를 타고 느꼈다. ‘그래, 이 모델이 우리의 미래구나.’

BMW모토라드는 2011년 전기 스쿠터 콘셉트 모델을 공개하며 관심을 끌었고 3년 뒤인 2014년, C650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든 순수 전기 모터 방식의 C 에볼루션을 출시했다. 당시, BMW 전기차인 i3에 사용됐던 배터리 기술을 적용하여 최고출력 48마력, 최고속도는 129km/h를 발휘했다. 빠른 가속 능력과 정숙성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큰 인기는 끌지 못했다. 몇몇 유럽 국가에서는 국가 보조금을 통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고 꽤 준수한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그리고 2021년, 완전히 새로운 차체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한층 완성도 높은 기술력이 더해진 CE 04가 출시했다.

전면부에는 작은 윈드 스크린이 장착됐다

미래지향적 디자인

디자인은 사이버펑크 영화와 게임에 등장하는 탈것처럼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현실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고급스러운 LED 헤드라이트 위에 작은 윈드 스크린이 있고 그 뒤에 10.25인치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숨어있다. 라이더에게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목적보단 계기반을 보호하고 디자인 요소의 역할이 더 강하다. 차체는 전반적으로 직선이 강조되고 깔끔한 분위기로 완성됐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에어로 디자인이 적용된 전후 휠은 ‘미래의 탈것’이라는 느낌을 강조한다. 차량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사이드 스탠드를 전용으로 설계했고, 스탠드를 접으면 차체 속으로 숨어드는 디테일이 돋보인다.

반전의 연속

CE 04를 온라인 영상으로 처음 마주했을 때 ‘너무 멀리 갔다.’라는 생각이 앞섰다. 지금까지 알던 스쿠터와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 매력적이었지만, 불편할 것 같은 시트, 길게 늘어진 휠베이스, 부족할 것 같은 수납공간, 어딘가 어색하게 보이는 주행 포지션 등이 지나치게 콘셉트 모델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화면 속으로 CE 04를 평가할 때까지였다.

시트고는 780mm로 부담이 없고 작은 턱이 라이더 공간과 동승자 공간을 분리함과 동시에 시트의 밀림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실제로 바이크 위에 앉아서 핸들을 잡아보면 여느 스쿠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물론, 플로어 패널의 센터 부분이 높게 올라와 있기 때문에 다리를 뒤로 차는 동작으로 올라탄다는 것을 빼면 말이다. 시트고는 780mm로 부담이 없고 일자 형태로 디자인된 시트 덕분에 타고 내리기 쉽다. 앞서 걱정했던 시트 착좌감은 예상보다 편안하다. 엉덩이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거나 홀딩이 부족한 부분은 전혀 없다. 전방의 작은 글러브 박스에는 C-타입 포트와 휴대폰 보관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충전으로 인한 발열을 고려하여 방열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또한, 시트 앞 센터 타워의 우측 버튼을 누르면 헬멧을 비롯해 다양한 소지품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 풀페이스 헬멧 하나는 거뜬히 보관하고도 남을 정도로 여유롭다. 발판은 전방부터 길게 이어져 있고 다리를 뻗으면 신장 178cm의 라이더가 꽤 편안한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 순정 윈드 스크린은 있으나마나한 크기라서 공기저항은 심하지만, 그만큼 시야가 탁 트여있다.

시트 아래에는 헬멧 하나를 수납하고도 남을 정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버튼을 누르면 부드럽게 열리는 커버가 만족감을 더한다

바이크가 움직이는 느낌은 여느 전기 스쿠터와 흡사하다. 하지만, 아주 작은 스로틀 움직임에도 모터가 반응하고 미세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이는 단 한 번의 가속으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고급감이 차별화되어 있다. 그리고 앞서 걱정했던 긴 휠베이스와 그에 따른 둔한 코너링은 상상 속 이야기였다. 그럼 그렇지, BMW모토라드가 핸들링을 포기했을 리가 없지.

특유의 감각

CE 04의 설계상 배터리팩이 바닥에 낮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극도로 낮다. 그만큼 핸들링에 의한 움직임이 안정적이고 중심점에서 좌우로 기울이는 게 쉽다. CE 04의 제원상 휠베이스는 1,675mm로 매우 긴 수준인데 막상 달리면서 느껴지는 선회 능력은 전혀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순간적인 토크가 강력하기 때문에 휠베이스가 긴 설정이 고맙기도 하다. 크루저 수준으로 앞으로 뻗어있는 캐스트각도 때문에 바이크가 일정 이상 기울어지고나면 셀프 스티어가 강하게 들어온다. 처음에는 약간 어색했지만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벨트 구동 방식을 적용해 소음을 줄였다

제동력은 차고 넘친다. 스로틀을 푸는 순간 모터의 회생제동이 작동하면서 속도를 순식간에 줄여버린다. 처음에는 일반 모터사이클처럼 일정 속도에서 미리 스로틀을 풀고 제동을 준비했는데 자꾸만 원하는 위치보다 앞서 제동을 끝낸다. 일부러 스로틀을 유지하다가 조금 더 늦게 제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에코, 레인, 로드, 다이내믹 총 4가지의 주행 모드에 따라 회생 제동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회생 제동의 양을 잘 이용하면 전기자동차로 원 페달 드라이빙과 비슷하게 주행할 수 있고, 그만큼 더 많은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다만, 부드럽게 운전하려면 스로틀을 푸는 동작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과 회생 제동을 완전히 해제할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다.

스포츠 드라이빙

다이내믹 모드로 스로틀만 휙 감으면 시원한 가속력을 발휘한다. 무슨 도심형 전기 스쿠터가 스포츠 드라이빙인가 싶을 테지만 CE 04는 제원상 0-50km/h를 2.6초에 주파한다. 사람이 평균적으로 3~4초에 한 번 꼴로 눈을 깜빡인다고 하니 눈 깜짝할 사이에 도심 규정 속도에 다다르는 것이다. 게다가 별도의 클러치가 없고 기어가 없기 때문에 언제나, 누구나 그 가속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시승 당시, 도로 위에 남아있는 염화칼슘 때문에 미끄러운 상태였지만 불안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나아간다. 혹시나 리어 휠이 미끄러지더라도 트랙션 컨트롤 개입속도가 엔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에어로 다이내믹을 고려한 디스크 타입의 리어 휠

제동 성능은 프런트에 265mm더블디스크와 호따후안 4피스톤 캘리퍼의 조합이 장착됐다. 스로틀을 닫음과 동시에 회생 제동이 걸리고 여기에 브레이크의 제동력이 더해져 순식간에 감속된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레버 답력이 일정하기 때문에 조작성도 좋다. 절대적으로 휠베이스가 긴만큼 코너에서 날렵한 선회가 불가능하다는 걸 제외하면 안정적인 무게 중심과 빠른 전자장비 개입으로 신나게 달릴 수 있다. 한 마디로 도심을 휘젓고 달리기엔 최적이라는 뜻이다.

감동적인 편의성

야간 주행 시에는 헤드라이트에 내장된 코너링 라이트로 어두운 코너 안쪽을 밝게 비춰준다. 일반적으로 스쿠터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감동 포인트다. 다음으로는 BMW 커넥티드다. 10.25인치 대형 계기반과 휴대폰, 블루투스 시스템을 연결하면 전화 통화 및 음악 청취가 가능하다. 핸들의 조그다이얼을 이용하면 연락처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고 끊을 수도 있다. 사실 다른 브랜드에도 블루투스를 이용한 커넥티드 시스템은 많지만, 한글을 지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누구에게 걸려온 전화인지, 현재 듣고 있는 노래의 제목과 가수가 무엇인지 큼직한 계기반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다.

10.25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됐고 다양한 정보 제공 및 블루투스로 헤드셋과 스마트폰을 연결할 수 있다

다만, 아쉽게도 내비게이션 기능은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 구글맵 기반의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데 국내에서는 구글맵이 내비게이션 기능 자체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국내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할 수 없다는 법령 때문에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구글맵(해외앱)이 지원 자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구글맵에서 한국의 지도 자체는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추후에는 내비게이션 기능까지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냥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해 주면 안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긴 한다.(웃음)

일반 BMW모토라드 기종과 동일한 스위치 뭉치로 열선 그립과 열선 시트를 조작할 수 있다

WMTC기준 주행가능거리는 130km지만 실제 주행가능거리는 100km 남짓이다. 겨울철이라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고 열선 그립, 시트열선을 켜고 다니니 더 짧아진 것도 있다. 차량 가격을 생각하면 주행거리가 너무 짧은 거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차량용 충전기를 사용해 짧은 시간 내에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은 의외로 큰 장점이었다. 요즘 대형 쇼핑센터나 아파트, 공영주차장 등에서는 전기차 충전시설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도심 속에서는 언제든 충전이 가능하니 큰 문제가 없었다. 여차하면 충전할 수 있고 전기 자동차와 달리 어느 정도는 밀어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방전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도 적다. 실제 차량용 충전기에서 배터리 잔량 40%정도에서 1시간 만에 90%까지 충전되었으며 일반 콘센트로 충전 시 30%에서 완충하는데 3시간가량이 소요되었다.

날개 형태의 DRL이 포함된 LED 헤드라이트. 코너링 라이트가 적용됐다

현재와 미래의 공존

CE 04의 디자인은 최소한 5년은 앞서있다. 바이크에 올라 전원을 켜고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련의 과정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이고 파츠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높다. 주행 느낌은 일반 모터사이클과 비슷하게, 일반 라이더가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가속 성능이나 적은 소음, 회생 제동 등은 분명히 새로운 느낌이지만, 핸들링과 그 움직임은 일반 모터사이클에 가깝다. 1,830만 원이라는 가격표는 분명히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미래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모델이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것은 덤이고.

BMW MOTORRAD CE 04
모터형식수랭 싱크로너스 모터   모터출력42hp / 4,900rpm   최대토크62Nm / 1,500rpm   주행가능거리130km(WMTC기준)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정립 (R)싱글쇽 모노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R15 (R)160/60 R15   브레이크(F)265mm더블디스크 (R)26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285×855×1,150   휠베이스1,675mm   시트높이780mm   차량중량231kg   판매가격1,83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