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안전 의식, 교육만이 효과/ DL이앤씨 건설 안전체험

태권 한 2025. 1. 21. 19:49

"안전 의식, 지금 당장 아닌 지속 교육만이 효과" [인터뷰]

안효건 기자 2025. 1. 21.
DL이앤씨 안전한숲캠퍼스에서는 자사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에게 철저한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머니S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최종성 안전한숲캠퍼스 대표강사. /사진=곽선우 기자
아무리 많은 비용을 투자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바로 '안전'이다. 2022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배경에는 수십년간 건설현장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간 인명 사고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망자 수를 나타낸 사망 만인율은 2023년 0.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29%)과 미국(0.35%) 등 주요국의 최근 지표보다 높았다. 지난해 9월까지 사망 만인율은 0.28%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비교하면 나아지지 않았다.

 

산재 사고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곳이 건설현장이다. 흔히 발생하는 추락사와 협착(끼임)사, 깔림, 밀폐 공간 질식, 고압 전류 감전사 등에 현장 근로자들이 노출돼 있다.

2019년 경기 용인시에서 안전체험학교를 열어 안전관리 교육에 힘쓰고 있는 DL이앤씨는 자사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폭넓은 체험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에는 안전체험학교를 대전광역시 대덕연구단지 내로 옮겨 '안전한숲캠퍼스'로 확장했다.

지난 20일 안전한숲캠퍼스에서 만난 최종성 대표강사는 "확장 이전 후에 전시관과 교육관을 나눠 운영하고 교육관 내에 교육별로 공간을 구분했다"며 "여러 교육을 동시에 실시해도 서로 방해되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강사는 DL이앤씨의 우수 협력사를 의미하는 '한숲 파트너스' 선정 기준에 "안전관리 활동 내용이 포함된다"며 "안전 없인 협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협력사 평가에는 산재 발생률 등이 반영되고 중대재해 발생 업체는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이다.

한숲 파트너스에는 동반성장몰 복지포인트와 계약이행보증료율 감면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3년 연속 베스트 등급을 획득한 협력사에는 입찰참여우선권과 계약이행보증면제 등 추가 혜택이 있다.

'안전 교육의 성과'에 대해 최 대표강사는 "교육 완료 후에 시험을 치러 내용을 제대로 숙지했는지 확인받는다"고 답했다.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재교육을 실시한다. 교육 행위에만 머무르지 않고 결과까지 면밀하게 관리하는 셈이다.

한숲 파트너스 관악산업은 이날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한숲캠퍼스 동절기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에 참여한 정춘성 관악산업 차장은 "사실 그동안 이렇게 쳬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교육생의 의견을 들어주고 심화 교육을 제공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정 차장은 "공사 도구나 비계 설치 같이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알려주는 게 정말 좋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비계는 사람과 장비, 자재 등을 위로 올려 작업할 수 있도록 임시 설치한 시설물이다.

그는 "회사가 2019년부터 안전 교육에 참여했다"며 "안전 의식은 지금 당장보다 조금씩 고칠 수 있는 부분이 커 지속적인 교육만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기 안전 교육도 현장 직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군 공병 시절 감전 사망사고를 직접 목격했다는 한 직원은 "토목 공사 현장에서 전기 안전이 매우 중요하다"며 "실제 누전 점검 방법에 대해 새로 알게 된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mt.co.kr

 

 

 

육중한 굴착기 몸에 닿자 "악"… DL이앤씨 건설 안전체험

유찬우 기자2025. 1. 21.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내 위치한 DL이앤씨 '안전한숲캠퍼스'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체험이 마련돼 있다. 영상은 상체형 안전벨트를 체험하는 장면. /영상=유찬우 기자
안전벨트를 가슴에 매고 공중에 매달리자 "악"하는 외마디 비명이 저절로 나왔다. 약 7m 높이에서 완강기에 몸을 의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육중한 굴착기가 후진하며 몸에 살짝 닿기만 했는데도 느껴진 공포는 상상보다 훨씬 컸다. 모든 체험 활동이 끝난 후에 헬멧을 벗자 머리카락은 온통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지난 20일 오전 9시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내 위치한 DL이앤씨 '안전한숲캠퍼스'. 이곳에선 건설 협력업체 직원 등을 대상으로 현장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교육과 체험 활동을 운영한다. 지상 2층 1개 동 연면적 1684㎡(약 510평)에 약 21개 체험시설이 있다.

최종성 DL이앤씨 대표강사는 "2019년 개관 이래 올해까지 약 1만명 가까이 교육을 수료했다"며 "가장 호응이 좋았고 재밌는 교육을 위주로 이번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건설현장에선 한 해 평균 400여명이 사망하는 등 항상 인명 사고의 위험이 도사린다"며 "짧은 시간 교육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상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처럼 발판 위에 올라 추락사고를 경험하는 모습. /영상=유찬우 기자

최 대표강사를 따라서 건물 2층에 있는 비상대피 체험관으로 향했다. 비상대피 체험은 실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약 30초의 이동 거리를 암흑 속에 지나가야 한다.

현장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 시 창문이 새까매져 모든 자연광이 차단되는 상태"라며 "실제 건설현장에는 자재가 많아 대피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자를 포함한 교육생 대부분은 30초 가량의 짧은 거리를 5분 넘게 헤매다가 겨우 탈출했다.

진땀을 뺀 첫 체험 후 1층에 있는 안전벨트 체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층의 다른 공간에선 DL이앤씨 협력사인 관악산업 직원 40여명이 체험에 앞서 이론 교육을 이수하고 있었다.

그네형과 상체형 안전벨트를 몸에 착용하고 공중에서 버티는 체험이었다. '윙'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떠오르면 공중에서 대롱대롱 매달린 채 꽤 오랜 시간을 버텨야 했다.
사진은 그네형보다 몸에 부담이 훨씬 큰 상체형 벨트를 몸에 연결해서 공중에 매달린 모습. /사진=유찬우 기자
그네형은 체중을 분산시켜 상대적으로 편안했지만 상체형은 아니었다. 하중이 모두 배에 쏠려 상당히 압박이 느껴졌다. 동행한 일부 기자는 배가 너무 아파 '꺅' 비명을 질렀다.

최 대표강사는 "그네형을 매달고는 30분간 허공에서 버틸 수 있지만 상체형은 1분30초에 불과하다"며 "이곳에서 상체형을 직접 경험해본 업체들 대부분은 현장 안전벨트를 그네형으로 교체했다"고 전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옆의 완강기 체험으로 이동했다. 마치 번지점프가 연상되는 아찔한 높이였다. 체험에 앞서 완강기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배우고 꼭대기로 향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두려움이 밀려왔다. 완강기가 몸을 감싸고 있고 침대에 누운 자세로 떨어졌지만 손발로 벽을 짚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완강기를 올바르게 착용했다면 안정적인 속도로 하강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상황에선 건물 외벽에 얼굴 등 몸을 긁힐 수 있다. 손발로 벽을 짚으며 천천히 하강해야 한다. 무사히 착지했다면 도르래의 원리로 완강기 벨트를 다음 사람에게 올려 보내야 한다.
영상은 한 교육생이 약 7m 높이에서 완강기 체험을 하는 장면. /영상=유찬우 기자
교육의 마지막 순서는 장비 협착 체험이었다. 굴착기의 사각지대를 몸소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교육 과정을 이수한 관악산업 관계자는 "장비 끼임 등 협착사고가 안타깝게도 건설현장에서 매우 빈번히 일어난다"며 "특히 굴착기는 운전자와 사고자 모두 사각지대가 광범위해 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굴착기 운전석에선 장비 뒷부분과 크레인에 가려진 오른쪽 전방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굴착기 등 장비에 후방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 수가 부족하다. 뒤에서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손을 흔들어도 시끄러운 장비 소리와 사각지대로 인해 인지 자체가 불가했다. 굴착기 뒤에서 협착 체험을 한 방문객은 "교육이어서 안전하다는 걸 알면서도 장비가 몸에 닿자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영상은 운전자와 사고자 역할을 나눈 뒤 협착 사고를 체험하는 모습. /영상=유찬우 기자
안전한숲캠퍼스는 이외에도 밀폐공간 작업, A형 사다리 전도, 화재 진압, 가설통로 VR(가상현실), 개구부 추락·난간대 전도 등 다양한 체험관이 마련됐다.
교육 도중 만난 관악산업 관계자는 "현장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체험이 많아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면서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며 "이런 교육 기회가 더 많아져야 건강하고 안전한 공사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한숲캠퍼스 전경. /사진=유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