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제품

베가아이언2!!!

태권 한 2014. 5. 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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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발표회를 향하며 이렇게 마음이 무거웠던 적은 처음이다. 상암동 팬택 건물을 향해 길고 지루한 출근길을 재촉하며, 어떤 제품이 나왔을지에 대한 근심과 기대를 동시에 품었다. 알만한 이들은 다 알겠지만 팬택은 힘든 시기를 앓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태인 데다, 설상가상으로 이통사 영업정지까지 겹쳤다. 최근엔 해외 매각설까지 불거지며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것.

시기가 이러니 ‘베가 아이언2’에 지나친 기대가 쏠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팬택의 구원투수라는 표현이 타이틀처럼 자리잡았다.

행사장에 들어가자마자 기자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두 번째 아이언의 때깔부터 확인했다. 그래서 어땠냐고? 이제 그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볼 시간.

이렇게 섹시한 아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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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제일 먼저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이 그렇다. 애초에 보급형으로 만든 게 아니라면 국내 제조3사의 물건 중 사양에서 크게 뒤지는 녀석들은 없다. 그러니까 디자인 내지는 브랜드 싸움이라는 소리다. 베가 아이언2는 길게 말할 필요 없이 아주 잘 빠졌다. 슬쩍 주위 반응을 살펴보니 다들 손에 쥐어보자마자 하는 소리가 “예쁘네”, “디자인 좋은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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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uine Simplicity(진정성 있는 절제미)’라는 요란한 디자인 철학을 내세웠는데,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청순한 글래머랄까. 요란하진 않은데 섹시하다. 절제된 디자인에 눈길을 끄는 디테일을 센스있게 배치했다. 일단 컬러 조합이 좋다. 무려 여섯 가지 컬러를 내세웠는데 각각의 조합이 다 매력적이다. 블랙과 화이트를 기본으로 측면 메탈에 샴페인 골드, 로즈 핑크, 레드 등의 포인트를 줬다. 메탈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고급스러운 컬러 표현이 인상적이다. 내 사진 실력이 워낙 발군이라(반어법이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 중 제대로 표현된 것이 없는데 실물이 더 예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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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는 아이폰5/5S에 적용된 다이아몬드 컷팅 공법이 적용됐다. 각도에 따라 반짝 반짝 빛나는 것이 아주 보기 좋다. 걱정되는 것은 이 부분의 코팅이 쉽게 벗겨질지 모른다는 점. 아이폰5 역시 초기에는 이 부분의 내구성 문제에 휘말리지 않았는가. 팬택 측에 의하면 알루미늄 아노다이징을 이중으로 적용해 내구성에도 공을 들였다고 한다. 망치질도 거뜬하다는 베가 아이언이니 일단 믿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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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 시크릿 시리즈에서 적용됐던 지저분한 후면 터치 센서는 제외됐다. 이 부분은 따로 ‘시크릿 케이스’라는 액세서리로 구현할 수 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볼 때도,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도 본 제품에선 제외한 것이 옳은 선택이라 본다.

다시 돌아온 홈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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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이 2년 전에 모든 제품에 소프트키를 적용하기로 했던 것과는 다르게, 베가 아이언2에는 앙증맞은 홈버튼이 달렸다. 팬택 측이 굳이 물리키를 다시 구현한 이유는 소프트키에 불편을 호소한 사용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제품을 개발하고 제작함에 있어서는 소프트키가 훨씬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제품의 부피를 줄이는데도 일조하기 때문. 특히 이번 제품은 상하 베젤을 줄이는데 주력했기 때문에, 물리키가 들어가면 디자인상 여러 가지 제약이 생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사용성을 개선하면서도 디자인적인 진화를 모두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연을 위해 잠시 사용해보니, 확실히 물리키가 있는 쪽이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홈키 주변에는 제품의 포인트 컬러와 같은 테두리를 두르는 섬세함도 잊지 않았다. 어쩐지 이 홈버튼과 주변부 디테일 때문에 더더욱 아이폰5S를 연상하게 되기도 하고.

AMOLED 입은 베가 아이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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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라면, 5.3인치 풀 HD(1920x1080) 슈퍼 AM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는 것. 이 전까지 대부분 제품에 TFT LCD를 적용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사실, 사용자들 사이에서 TFT와 아몰레드를 둘러싼 분쟁은 삼성이냐 애플이냐는 브랜드 싸움보다 더 치열한 것이 사실. 팬택 측은 양쪽의 장단점이 분명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베가 아이언2에 적용된 아몰레드는 기존 단점을 일부 극복한 최신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풍부한 색감을 보여줌은 물론, 디스플레이상에서 백색을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실제로 베가 아이언2는 놀랍게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전작과 나란히 놓고 봤을 때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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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몰레드를 적용하며 베가가 얻은 이점이라면 놀라운 슬림함이다. 두께 7.9mm로 국내 출시된 스마트폰 중 가장 슬림한 바디를 자랑한다. 다만, 전작인 베가 아이언이 제로 베젤을 구현한 것에 비해 좌우 베젤은 조금 늘어난 형태다.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어쩔 수 없었다고. 물론 이 역시 초슬림형으로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수준.

칭찬할만한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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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가 커지고, 사양은 높아졌으며, 제품 두께가 얇아졌다면 배터리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고맙게도, 베가 아이언2는 엄청난 배터리 용량까지 갖췄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스마트폰 중에서는 최대 용량인 3220mAh의 거대한 배터리를 품은 것. 거참 여기저기에 최대, 최소 타이틀을 많이도 달았다. 그만큼 많은 공을 들였다는 뜻이리라. 충전 속도 역시 빠르다. 전류와 전압을 동시에 올려 충전하는 자체 고속 충전 기술을 적용해 110분 만에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어쩜 스피커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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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의 위치도 아주 독특하다. 보통 제품 전면이나 측면에 자리하기 마련인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방식에 따라 소리에 방해될 수 있다고 판단해 전혀 다른 스피커를 개발했다고 한다. 아이언2의 커브드 스피커는 말 그대로 아찔한 커브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메탈 테두리에 L자형으로 굽어 있는 스피커를 적용해 조형미를 뽐낸다. 덕분에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아도 똑바로 놓아도 또렷한 음을 감상할 수 있을 것. 메탈 재질 특유의 강도 덕분에 이런 디자인이 가능했다고 한다. 7.9mm의 얄팍한 몸집에 어쩜 이렇게 많은 디테일과 얘깃거리를 풀어놓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더 선명하고 민첩해진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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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도 살짝 살펴보자. LG전자의 스마트폰에서 먼저 선보였던 wide OIS(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술)가 적용돼 흔들림이 많은 촬영 환경에서도 비교적 또렷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자체적인 튜닝을 거쳐 오토 포커스가 더 빠르도록 개선한 모습이다. 실제로 행사장 안에서 카메라를 가볍게 흔들며 이곳저곳 사진을 찍어 보았는데, 초점 맞추는 속도는 기가 막히다. 아쉽게도 손떨림 보정 기술에 대해서는 다소 실감하기 어려웠지만… 국내 최초로 F2.0의 밝은 카메라 렌즈를 탑재해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포인트. iOS의 카메라 필터와 비슷한 형태의 라이브 필터 기능도 추가됐다.

안드로이드의 애플을 자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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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막 공개된 베가아이언2를 살펴보면 누구라도 “정말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제품 컨셉도 좀 더 명확해졌다. 세상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보다는 특별한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명품’을 지향하겠다는 것. 그만큼 제품의 퀄리티에는 욕심을 부리겠다는 얘기다. 어쩐지 약간 어설픈 애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제품 곳곳에 묻어나는 디테일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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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만 해도 눈에 띄게 깔끔해졌다. 신제품의 아이콘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고.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형태로 바꿨다. 그러니까 iOS7에서 일어났던 변화와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약간 어설픈 플랫 디자인이다. 더불어 잡다한 기본 탑재 앱이 대폭 축소됐다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다.

아니나 다를까, 팬택 관계자 중 한 명이 질의응답 도중 “아이언2의 컨셉을 가장 비슷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아이폰5S”라며 안드로이드 진영의 아이폰을 꿈꾸고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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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컨셉도 좋고 제품도 좋다. 그러나 공을 들이면 그만큼 만드는 데 들어간 금액도 올라가기 마련.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인 2.3GHz 쿼드코어 스냅드래곤 801에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플라스틱 케이스보다 가공 원가가 열 배 이상 추가된다는 메탈 바디까지. 시간으로만 따져도 기존 스마트폰보다 5배의 가공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곳곳에 가격 상승의 요소가 가득하다.

문제는 프리미엄으로 만들어 놓고 프리미엄 값을 매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결국 제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제조사가 아니라 시장이니까. 너나 할 것 없이 출고가를 내리고 있는 시점에서 제품의 가치만 놓고 가격을 매기는 것처럼 무모한 짓이 어딨겠는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제품이 얼마나 공들여 만들었는지, 오랜 시간의 공정을 거쳤는지를 알 수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러니까 이제 필요한 것은 베가라는 브랜드의 재도약이다. 새롭게 만든 근사한 엠블럼에 걸맞은 브랜드 이미지를 갖기 위해서는 앞으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베가가 싸워야 할 상대는 갤럭시S5도 아니고 G3도 아니고 베가 그 자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