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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두카티, 타기 쉬운 스크램블러. 두카티 스크램블러 1100 시승기 -1

태권 한 2018. 5. 25. 11:40

친숙한 두카티, 타기 쉬운 스크램블러. 두카티 스크램블러 1100 시승기 -1

최홍준 입력

#RIDEBIGGER

이제 4년차에 접어든 두카티의 서브 브랜드 스크램블러는 성공적으로 라이더들에게 스며들었다. 스크램블러 800에 이어 399cc 엔진의 식스티투, 이제는 1079cc의 스크램블러 1100을 탄생시켰다. 포르투갈 리스본에 열린 프레스 테스트에서 두카티 스크램블러의 과거와 현재가 융합해 만들어가는 미래를 만나고 왔다.          

1962년 북미시장을 위해 처음 탄생한 두카티의 스크램블러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1974년까지 두카티의 대표 모델로 활동했다. 길을 가리지 않는 주파력과 성능, 멋진 디자인과 높은 실용성까지 가지고 있어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두카티 스크램블러가 40년 만에 부활했다. 두카티는 단순한 퍼포먼스와 기술로만 스크램블러를 만들어내지 않았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바이크라는 것에 대한 본질 탐구, 자유로운 표현과 긍정적인 감정의 공유 같은 기계공학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방법으로 라이더들에게 접근했다.

스크램블러는 한가지 모델을 지칭하는 모델명이 아니다. 두카티의 서브 브랜드로 하나의 독립적인 이름으로 사용된다. 첫 해에는 아이콘, 어반 엔듀로, 풀 스로틀, 클래식을 내놓았다. 반응은 아주 좋았다. 두카티 라이더들은 레이싱 스피릿에만 흠뻑 젖어 있었을 것 같았지만 작고 가볍고, 재밌는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 스크램블러의 매력을 이해했다. 두카티가 특정 장르의 이름을 자신들의 모델명으로 사용해 버린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자존심과 그 대명사가 되어버리겠다는 이탈리아인의 자부심이 스크램블러에서도 나온 것이다. 하이퍼모타드가 그랬고 스트리트 파이터가 그랬다.두카티 스크램블러 마하 2.0          

                   

브랜드와 계획은 착착 진행되었다. 카페레이서, 어반 엔듀로, 등등 여러 파생형이 나와서 다양한 요구에 부합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본격 카페 레이서 타입도 만들고 플랫 트랙 스타일의 것도 만드는 등 점차 세분화하면서 레트로 유행의 복판에 서 있었다. 이듬해 배기량을 낮춘 식스티투 모델을 내보이며 다양성을 꾀했다. 이탈리아 인디펜던트 같은 스페셜 모델도 반응이 아주 좋았다. 2017년에는 카페 레이서와 데저트 슬레드, 마하2.0같은 더 세분화된 모델을 발표해 취향저격에 들어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두카티 스크램블러들은 4만 6천대. 꽤나 성공적인 숫자였지만 두카티는 이보다 더 높은 기대를 했을 것이다. 이제는 더 높은 배기량을 선보일 때다. 그렇게 부활 3년만에 스크램블러 1100이 발표되었다.

늘 그렇듯이 EICMA쇼에서 첫 선을 보인 스크램블러1100은 기존 스크램블러의 이미지보다는 스탠다드 타입의 네이키드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이미지 메이킹에 들어갔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곳에도 독자적인 이미지를 만들어갔다. 스타일리쉬하고 간편하고 재밌는 탈 것. 처음 스크램블러가 ‘랜드 오브 조이’라는 타이틀로 독자적이고 재밌는 놀이기구로의 스크램블러를 역설했다면 오버리터급 스크램블러는 거기에 스포츠성을 조금 더 가미했고 첨단 장비를 추가했다. 그리고 더 표준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타깃을 넓혔다.

두카티는 원래 스포츠 바이크 브랜드다. 태생이 서킷이고 승리를 위해 미친 듯이 달려왔다. 그러나 스크램블러에서는 힘을 많이 뺐다. 그렇다고 이런 것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건 그대로 더더욱 매진하고 있고, 스크램블러에서는 위트있고 기발한, 사람과 사이의 재미에 더 큰 초점을 두었다. 두카티의 슈퍼 바이크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극한의 스릴을 추구했다면, 스크램블러는 인간과 인간이 연결되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에 집중했고 그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일레븐

스크램블러 일레븐이라고 부르는 이 새로운 모델은 기존 모델에서 배기량만 확대한 것이 아니었다. 엔진이나 프레임부터 작은 부분 모두 완전히 새로 만들어냈다. 엔진은 몬스터1100 에보에 쓰였던 공랭 1079cc 엔진을 사용했다. 공랭 엔진 특유의 필링은 그대로 남겼지만 출력 특성은 완전히 다르게 했다. 연료탱크나 서브 프레임 등의 전체적인 스타일은 800 스크램블러와 유사하다. 독자적으로 봤을 때는 스탠다드 네이키드같지만 세부를 살펴보면 하위 모델로 동일한 디자인큐를 가지고 설계 되었다.

출력은 배기량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다. 높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최고 출력은 86마력. 상식적인 선보에서의 속도라면 이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엔진 필링에 더 중점을 두었다. 심플한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첨단 장비가 들어가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관성측정장치(IMU)를 탑재하고 트랙션 컨트롤이나 라이딩 모드, 라이드 바이 와이어 스로틀 등 프리미엄 바이크에 넣던 장비들을 모두 실었다. 그러면서도 디자인은 심플하고 클래식하다. 드롭 스타일의 연료탱크, 용접 자국을 강조한 듯한 이 탱크는 디자인적으로 아주 미려하며 질감이 풍부하다. 덧대어진 알루미늄 패널은 고급스럽고 하위 모델과 확연한 차이를 느끼게 한다. 시트와 프레임, 펜더나 휠 같은 것들도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씩 더 크고 넉넉하다.

처음부터 일레븐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존 800이나 400을 타던 사람들에게 더욱 매력 있게 보일 바이크가 바로 스크램블러 일레븐이다. 심지어는 두카티 몬스터가 걱정된다. 근육질의 강인한 네이키드나 샤프하고 공격적인 스타일도 좋지만 클래식하고 단정한 스타일이 더 오래가기 때문이다. 일레븐의 경쟁자는 단순히 다른 브랜드의 스크램블러 타입의 바이크들만이 아니다. 지구상이 모든 바이크들을 경쟁자로 삼는다.

스크램블러 일레븐이 추구하는 것은 4가지. Mature(성숙함), Advanced(앞서감), Enjoyable(재미), 그리고 Refined(세련)다. 연료탱크 용량이 15리터로 1.5리터 증가했고, 시트고는 810mm로 20mm 상승, 시트 폭도 43mm 넓어진 265nn, 차체 폭도 50mm 커진 895mm, 프론트 포크도 41파이에서 45파이, 프론트 타이어 사이즈도 120으로 커지고, 휠 베이스도 69mm 늘어나 1514mm로 성숙해졌다. 열선 그립, 두카티 멀티미디어 시스템, 관성측정장치, 보쉬 9.1MP 코너링 ABS, IMU와 연동되는 LED 인티케이터, 데이라이트, 4단계 트랙션 컨트롤, 라이딩 모드, 라이드 바이 와이어 등을 장착해 경쟁자들보다 앞서나간다. 계기반에는 기어 포지션과 라이딩 모드, 트랙션 컨트롤 레벨, 연료량, 속도와 엔진 회전수 등 각정 정보를 간결하게 전달해 준다. 계기반 디자인 역시 우측으로 살짝 쏠려있지만 완벽히 균형이 맞는, 스크램블러의 핵심 디자인 포인트 중 하나이다.

유압식 클러치로 조작이 쉽고 가볍다. 클러치, 브레이크 레버는 조절이 가능한 방식이다. 새로운 섀시를 채용했고, 조절이 가능한 작스제 리어 서스펜션과 도립식 마르조키 프론트 포크, 강화된 엔진은 라이딩의 재미를 위한 것. 아이콘 모델대비 13마력 올라간 최대 83마력과 67Nm에서 88Nm으로 최대토크가 올라간 것은 수치상으로는 큰 차이가 아니지만 확실한 체감 효과가 있다. 알루미늄 사이드 커버와 서브 프레임, 머플러, 머드 가드, 레버 등 질감을 살릴 수 있는 재료를 사용했다. 엔진 커버와 클러치 커버 등에도 재질이 드러날 수 있도록 피니쉬작업을 해 금속이 가지고 있는 질감을 통해 고급스러움을 연출했다. 예전 스크램블러가 그냥 강철을 주조한 느낌이라면 일레븐은 알루미늄을 절삭 가공한 것 같은 느낌. 이게 바로 세련미였다.스크램블러 1100 스포츠, 스크램블러 1100 스페셜, 스크램블러 1100          

3가지 스타일

스크램블러 1100은 세가지 스타일로 출시된다. 62옐로우 컬러와 샤이닝 블랙을 가진 노멀 모델을 기본으로 스페셜과 스포츠 모델이 있다. 스패셜 모델은 커스텀 그레이 컬러로 아노다이징 된 알루미늄 사이드 커버, 클래식한 브라운 컬러의 시트, 알루미늄 재질을 드러낸 스윙암과 머드 가드, 낮은 핸들 바, 스포크 휠, 크롬도금된 매니폴더가 특징이다.

스포츠 모델은 바이퍼 블랙 컬러에 블랙 사이드 커버에 옐로우 아웃 라인을 가진다. 무척 레이시한 색채감이다. 낮은 핸들 바와 스윙암, 머드 가드 등은 블랙 컬러이며 머드가드에는 연료탱크처럼 옐로 아웃라인을 가진다. 가장 큰 특징은 앞 뒤 올린즈 서스펜션을 장비했다는 것. 역시 스포티하게 달리려면 올린즈가 필요하다. 엔진 출력이나 섀시는 모두 동일하다.


-2편에 계속

<모터사이클 전문 매거진 월간 더모토 최홍준 기자 pibada38@naver.com>